소설방/유혹

(139)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6

오늘의 쉼터 2015. 3. 28. 01:22

(139)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6

 

 

 

 

 

 

“그게 뭔데?”

유미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정효의 품으로 파고들어 왔다.

“세상에 비밀은 없는 걸까?”

유미의 몸은 아까보다 더 떨렸다.

“날 좀 꼭 안아 줘.”

불안정한 목소리로 울듯 말하는 유미를 정효는 꼭 끌어안았다.

“내가 언젠가 이야기했지?

 

황인규라고. 나의 오래된 애인. 그 남자가 누군가에게 테러를 당했어.

 

그 남자와 나는 어떤 일에 함께 연루가 되었는데 어쩌면 복수를 당한 거 같아.

 

뭐 그런 일련의 일들이 요즘 내 주위로 다가오고 있어.”

“어떤 일에 연루가 되었다는 건 무슨 일이야?”

처음으로 정효가 유미에게 물었다.

“그건… 그건 말 못하겠어.”

“그게 죽어도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든 거겠지.”

“어떻게 알아? 너 도사야?”

이럴 때 보면 유미는 어린애 같다.

“그래, 도사야. 정효도사라고 유명하지.”

“아이, 농담하지 말고.”

“그런데?”

“프랑스로 가서 사실 한동안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았어.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들을 했지. 그 얘긴 나중에 하게 되면 할게.”

“황인규라는 사람과의 인연은 오래되었다고 했잖아.”

“그랬지. 그 사람은 그때 요리를 배우겠다고 이태리에도 있다가 프랑스에도 있었지.”

“그래, 그랬다고 전에도 말했지.”

“프랑스에서 우연히… 만났어. 처음에는.”

정효는 가끔 유미가 옛 추억을 더듬을 때는 가만히 들어주었다.

 

그것이야말로 다른 방식으로 유미에게 사랑과 평화를 주는 것이라고,

 

그도 유미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우연히… 엄밀하게 따지면 우연은 아니야.

 

그는 우연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내가 먼저 접근을 한 거였어.”

“이유가 있었겠지.”

“으음….”

정효는 어둠 속에서 유미를 바라보았다.

 

유미가 피우고 있는 담배의 연기가 어렴풋이 향불 연기처럼 번져 올라왔다.

“어쩌다 우리는 어떤 일에 얽히게 됐어.

 

그리고 그 남자는 중대한 실수를 했지.

 

문제는 아무도 그 일을 모를 텐데…. 그리고 당사자는 죽었는데.”

“그럼 누가 복수를 한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런 일은 없겠지? 귀신이 복수를 하거나 그럴까?”

정효가 허허 웃었다.

“너 마음이 많이 허하구나.”

“무언가 고백을 하면 불교에서도 죄가 싹 없어지면 좋겠어. 가톨릭의 고백성사처럼.”

정효는 왠지 유미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고 싶지 않으면 그러지 말아라.

 

언젠가는 너가 털어놓을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만….”

유미는 그의 품에서 그때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느꼈다.

 

그러나 이 남자가 유미의 육체만을 탐하는 애욕에 가득 찬 세속의 남자와는 좀 다르겠지만,

 

그가 신은 아니다. 해탈한 부처도 아니다.

 

그가 유미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하지만 어쩌면 언젠가는 그에게 고백을 할 날이 있을 것이다.

 

다만 답답한 가슴속이 간질거려 유미는 재채기처럼 이 말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금방 후회했다.

“불가에서 살인을 한 영혼은 어떻게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