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3. 위엄한 정사

오늘의 쉼터 2014. 12. 1. 10:18

◐  위엄한 정사 

 

 

정사

"커피 한잔 드릴까요?"

리첸이 다가와서 물었다.
몸에 꽉 끼는 짙은 청색 실내복을 입고 있어서

갸름한 어깨와 젖가슴의 윤곽이 드러나 보였다.

긴 드레스는 허리부분에서부터 터져 있었다.
허벅지의 맨살이 움직일 때마다 드러났다.

"좋습니다. 주십시오."

홍성철은 자신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는 것을 들었으므로 침을 모아 삼켰다.
리첸은 살랑이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있다가 간 곳이나 지나가는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향내가 따라다녔다.
홍성철은 얼핏 가슴속에 든 봉투를 만져 보았다.
김원국이 보내 준 거금 10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
형주량과 함제 있을 때 리첸이 찾아와 하고 간 이야기를 김원국에게 보고했던 것이다.
형주량에게 들었던 이야기도 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김원국이 며 칠이 지난 오늘 아침 돈을 보내 왔던 것이다.

"생활비에 보태 쓰라고 해라. 다른 이야기는 할 것 없다. "

김원국은 그렇게만 말했다.
"그렇지만 형님, 형주량 말로는 마약 사먹을 거라고 합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하는데요."

김원국은 대답하지 않았다. .
그러나 홍성철은 김원국의 처사가 은근히 기뻤다.
형주량의 사무실에서 리첸을 보고 난후 가끔씩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그리고 그녀를 생각하면 왠지 안타깜고 가까이 있고 싶었다.
리첸이 커피 주전자와 잔을 쟁반 위에 담아들고 다가왔다.
홍성철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강상사 이전부터 여자들을 보아 왔으나 이령듯 매혹적인 여자는 처음이었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가미되었다손치더라도 그녀는 보호해 주고 싶은 남자의 본능과,
잔인하게 짓누르고 싶은 성적 충동과, 그녀의 품안에 들저가 안기고 싶어하는
모든 감정을 일으키게 하는 여자였다.
그녀는 홍성철의 앞에 와 커피잔에 커피를 따랐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보였다.
홍성철은 입술을 확 물었다.

"그런데 윈일이세요?"

그녀가 얼굴을 들고 물었다. 두 볼이 상기되어 있었다.
눈이 조금은 충혈되었으나 촉촉한 물기를 띠고 있었다.
붉은 입술 사이로 하얀 치아가 조금 보였다.

"f1?"

그러다가 홍성철은 가슴 호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형님께서 보내 주신 겁니다. 생활비로 쓰시라고 하셨습니다. "

리첸은 봉투를 내려다보았다.

"김원국 형님 말씀인가요?"

"예. "
 
리첸은 봉투를 집어들고 안에 든 수표를 꺼내 바라보았다.
무의식중인지 한쪽 다리를 들어 다른 다리 위에 걸쳤다.
그녀의 허벅지가통째로 드러났다.
터진 드레스 사이로 그녀의 맨다리가 홍성철의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리첸은 수표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고맙다고 전해 주세요."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돌리는 홍성철의 시선을 붙잡았다.
타오르는 듯한 시선이었다.
두 볼이 달아올라 눈자위까지 붉게 물들따져 있었다.
입을 조금 더 열고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드러난 다리를 감추려 들지 않고 소파에 등을 기댔다.
홍성철은 그녀의 시선에 매달려 있었다.
갑자기 홍성철이 벌떡 일어섰다.
리첸은 주춤하였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저, 가Tf습니다. "
 
또다시 메마른 소리가 났다.
리첸은 대답하지 않았다.
홍성철도 그녀를 내려다본 채 움직이지 않았다.
 반발하듯이 홍성철은 불쑥 그녀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그녀는 다시 주춤하였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흥성철은 다시 한걸음 그녀에게 다가섰고 허리를 숙여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리첸은 한손으로 그의 목을 껴안았다.
홍성철이 입술을 갖다 대자 그녀는 그의 입술을 빨았다.
한동안 달콤한 입맞춤이 계속되었다.
 
"저기, 침실은 저쪽이에요."
 
리첸이 허덕이며 말했다.
침대에 그녀를 눕히자그녀는 반듯이 누워 있을 뿐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홍성철은 그녀의 옷을 거칠게 벗겨 내렸다.
단추가 뜯겨져 나갔다.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이 되었다.
옷을 벗어던진 홍성철이 그녀를 껴안고 브래지어를 벗겨 내자
그녀가 신음소리를 냈다.
 펀티마저 벗기자 석고로 만든 조각처럼 희고 매끄러운 몸뚱이가 침대에 반듯이 눕혀졌다.
그녀는 두 다리를 모으고
두 팔을 허리에 갖다 붙인 채 누워 있었다.
홍성철은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리첸은 가늘게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그녀의 입은 반쯤 벌려져 있어서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가 들렸다.
홍성철은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타고 거칠게 다리를 벌렸다.
 
"아아아."
 
리첸이 커다랗게 신음소리를 냈다.
흠칫 놀란 홍성철이 주춤하고 동작을 멈췄다.
그러고는 다시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손을 댔다.
다시 숨이 꾼어질 듯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은밀한 곳에 손을 대자 그곳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리첸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아랫배를 심하게 요동쳤다.
그러나 아직도 두 주먹을 움켜쥔 채 허리에 붙이고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초점이 없었다.
벌린 입에서는 끊임없는 신음소리가 울려 나왔다.
홍성철은 그녀의 깊은 곳에 자신을 집어 넣었다.
그녀의 아랫도리가 광란하듯이 흔들리며
그의 하복부와 밀착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홍성철이 그녀의 주먹쥔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목을 감게 하자
그녀는 그제야 미친 듯 매달려 두 다리로 그를 감아 올렸다.
홍성철은 그녀의 온몸을 찢어버릴 듯이 거칠게 다루다가도 갓난아이를
눕히고 안을 때처럼 얼르기도 했다.
리첸은 조율이 잘된 악기였다.
얼마든지 그리고 언제든지 맞춰가고 있었다.
그들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으나 서로를 놓지 않았다.
방안에 들어선 빈 타오는 주위를 훌어보았다.
 
"오랜만에 이 방에 들어왔군요."
 
소파에 앉은 그는 가죽을 툭툭 쳐보았다.
 
"형 선생이 뒤를 이어서 다행입니다. "
 
형주량은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으나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그는 빈 타오가 조진량에게 마약을 공급해 준 것을 알고 있었다.
해리슨의 뒤를 이은 것은 자신인데 빈 타오는 자신을 무시한 것이다.
 
"오늘 내가 온 것은 예전의 그 사업 때문입니다. "
 
빈 타오가 정색을 했다.
 
"어떻습니까? 나는 형 선생이 제의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조진량이는 먼저 제의하던가요?"
 
빈 타오는 빙그레 웃었다.
 
"그렇습니다. ·"
 
"나를 조진량이와 같이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령지는 않소, 형 선생."
 
빈 타오는 담뱃갑에서 담 한개비를 꺼내 들었다.
 
"그럼 조진량에게 마약을 공급해 준 이유는 윌니까?"
 
형주량이 빈 타오를 쏘아보았다.
 
"시장 조사하기 위해서요."
 
빈 타오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시장 조사?"
 
"그렇소. 그리고 이제 시장 조사는 끝났소."
 
빈 타오가 횐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었다.
 
"조진량은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소."
 
"이제는 그가 나에게 마약을 받아간다 해도 위천산 같은
도매상들이 그에게서 마약을 구입하지 않을 겁니다.
지난번 같은 사고가 생기면 안 되니까요."
 
형주량은 그를 바라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잘 아시겠지만 이쪽 구역에서 위천산의 직계부하 하나가
마약거래를 하다가 마약을 강탈당했습니다.
위천산은 조진량에게 항의를 했지만 조진량은 속수무책인 것 같소."
 
"책임질 수도 없으면서 마약을 받았으니
이것은 조진량의 잘못이오.
이제 나는 조진량의 한계를 알았습니다. "
 
"계약을 하십시다.
조건은 전에 해리슨 선생과 하던 그대로 해드리겠습니다. "
 
형주량은 머리를 끄덕였다. 빈 타오가 힐끗 그를 바라보았으나
형주량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빈 타오가 사무실을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도찬위가 들어섰다.
온몸이 둥글둥글한 사내로 형주량과 20년 가깜게 지내온 심복이었다.
 
"계약은 끝내셨습니까?"
 
그의 앞에 와 서서 물었다.
형주량이 머리를 끄덕이자그는 싱긋웃었다.
 
"그럼 약을 받으면 전번에 곽도위에게서 렷은 약과 함께 위천산에게
넘기면 되겠군요."
 
"위천산이 그놈은 제가 랫긴 약을 다시 돈 주고 사가는 셈이 되겠습니다. "
 
도찬위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빈 타오 그놈도 조진량이에게 약을 넘기면 어떻다는 것을 깨달았겠지요.
 이쪽 저쪽에다 다리를 걸치려고 했던 놈입니다. "
 
얼굴을 찌푸린 형주량은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빈 타오는 아편을 조금 넣은 수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는 길게 한모금 빨았다.
금방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앞에 서 있는 탐 람을 바라보았다.
 
"형주량하고는 계약이 끝났지만 아직 마음이 놓이지 않는 점이 있다. "
 
탐 람은 잠자코 그의 말을 기다렸다.
 
"홍성철의 반응이야.
그놈에겐 아직 우리가 접근하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그놈도 마찬가지야.
그의 구역에서 위천산이가 거래할 때 그놈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다. "
 
"형주량이 알아서 보호해 주지 않겠습니까?"
 
"글」Wl . "
 
다시 연기를 빨아들인 빈 타오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었다.
 
"김원국이 마약거래를 금지시킨 이상 홍성철이가 거래를 할 리는 없다."
 
"홍성철이를 감시해라. 지금 상황에서 제일 불안한 놈이 그놈이야."
 
"알겠습니다만 설마 그7·1 어떻게 하TR습니까?
형주량이 하는 일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빈 타오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 반대로도 생각할 수 있지.
홍성철이 일하는 데 형주량이가 상관 하지도 못할 거야.
형주량이 주도권을 잡는 데 그의 도움이 컸으니까 말이야."
 
"알겠습니 다. "
 
탐 람이 몸을 돌렸다.
 
"참. "
 
빈 타오의 말에 탐 람이 멈춰 섰다.
 
"리첸의 마약이 떨어질 때가 되지 않았나?"
 
탐 람이 운는 것처럼 보였다.
검은 눈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으나
하얀 치아만 보이는 웃음이었다.
"세게 먹었다면 어제쯤 마약이 떨어졌을 점니다. "
"흠. "
빈 타오는 담배를 재떨이에 버렸다.
"이번엔 조금만 주도록 해야』E군."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간 듯 탐 람은 머리를 끄덕이고 방을 나갔다.
온몸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진 빈 타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이 보였다.
짧게 깎은 머리는 반백이 되었다.
그러나 검은 눈은 힘있게 광채를 내면서 움직였다.
우뚝 솟은 콧날에 이목구비가 반듯한 얼굴이었다.
깊고 검은 눈이 다소 차잠게 보였으나 그는 만족한 듯 거울을 보고 웃었다.
형주량에게 5킬로그램의 마약을 팔았다.
그리고 다음달부터는 형주량에게만 매월 10킬로그램씩 공급할 예정이었다.
조진량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그가 불평을 한다면 매월 그에게 1킬로그램 정도만 공급해 줄 예정이었다.
그 이상은 무리였다.
소파에 돌아와 생각에 잠겨 있던 빈 타오는 전화기를 끌어당겼다.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눌렀다.
"네, 오리엔트 호텔입니다. "
교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홍성철 씨를 바러 주시오."
"잠간 기다리세요."
빈 타오는 약간 .긴장라 되었다.
"여보세요."
무뚝뚝한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홍성철 씨를 부탁합니다. "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그는 홍성철의 부하인 모양이었다.
"난 빈 타오라고 합니다. "
"잠간 기다리세요."
잠시 후에 굵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홍성철입니다. "
"난 빈 타오라고 합니다. 이거 전화로 먼저 실례합니다. "
빈 타오가 정중히 말했다.
"아, 빈 선생. 말씀은 많이 들었숨니다. "
홍성철도 예의를 갖췄다.
"찾아뵙고 인사를 나눠야 하겠습니다만 잘 아시다시피 제 일이 좀
신경이 쓰이는 일이어서요."
빈 타오의 말에는 운음기가 담겨 있었다.
"그러시TR지요. 이해합니다. "
"어제는 형 선생을 만나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홍 선생에게 아무 말씀 드리지 않은 것도 무례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
"원래 제 물건은 홍콩과는 인연이 깊지요.
너무 역사가 오래되어서 홍 선생께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실 겁니다.
 하긴 흥롱도 아편 때문에 영국령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
홍성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흥 선생께서 괜찮으시다면 제가 얼마쯤 공급해 드리TR습니다.
홍 선생은 그것을 도매상에게 넘기면 되니까요.
흥 선생께선 선생의 구역에서 그들이 장사를 하도록 내버려 두시기만 하면 되지요."
"알고 있습니다. "
그의 말소리는 딱딱했다.
"어떻습니까? 고려해 보시겠습니까?"
"호의는 고맙지만 거절합니다. "
"허어, 저런."
빈 타오는 빙긋 웃었다.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흥 선생, 마약은 어TE든 흥 선생의 구역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럴 바에는 홍 선생이 직접 관리하셔서 이득을 챙기는 게 낫지 않겠
습니까?"
"들어오기 힘를 겁니다. "
빈 타오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겼다.
"홍 선생, 이건 호의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만일 형 선생 구역에서 물건이 흘러 들어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두 분 우의를 봐서 방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때 봐서 할일입니다. "
"비가 내리는데 선생은 그쪽은 비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홍성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려해 주십시오. 저는 언제라도 기다리겠습니다. "
"어쨌든 고맙습니다. "
빈 타오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가 마약거래를 하지 않을 것은 분명해졌다.
확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는 형주량이 거래를 시작한 이상 내놓고 반발하지는 못한다.
그렬게 된다면 형주량과의 관계가 불편해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형주량의 구역에서 마약이 흘러 들어온다든가,
형주량이 보호해 줄 책임이 있는 마약 소매상들이
그의 구역에서 거래를 할 때 그들에게 손을 댄다면 형주량에게 도전하는 셈
이 된다.
빈 타오는 의자에 편안하게 앉았다.
바보 같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저 흔자 우산을 쓰고 있는 것이다.
베란다의 유리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바닷바람이 몰려 들어와 커튼을 커다랗게 부풀렸다.
탁자 위에 놓인 종아 몇 장이 바람에 날려 응접실 바닥에 떨어졌다.
홍성철은 일어나 베란다의 문을 닫았다.
바깥에서들려오던 소음이 그치자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파에 깊숙하게 앉아 홍성철은 술잔을 고쳐 쥐었다.
리첸이 쟁반에 얼음통과 안주를 담아들고 다가왔다.
그녀는 어깨가 드러난 분홍색 나이트 가운 차림이었다.
얇은 가운 밑으로 그녀의 맨 몸이 드러나 보였다.
리첸은 쟁반을 탁자 위에 놓고 그의 옆에 앉았다.
"어제는 왜 안 왔어요?"
맑은 소리로 물었다.
홍성철은 팔을 뻗어 리첸의 부드러운 허리를 안았다.
"바쁜 일이 있었어."
"무슨 일?"
"회사 일이야."
그의 품에 안겨 있던 리첸이 얼굴을들었다.
"이젠 혼자 있기 싫어요. 여기서 회사로 출근할 수도 있지 않아요?
여기서 같이 살아요."
홍성철은 그녀를 내려다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여보, 부탁이에요."
리첸은 시선을 몌지 않았다.
홍성철은 그녀의 이마 위에 내려온 몇올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혼자 있기가 무서워요."
홍성철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같이 있고 싶어 "
리 첸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첸, 이젠 약을 먹지 말아야 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리첸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는 몸을 몌고 소파에 등을 기댔다.
"알고 있었어요?"
눈을 깜박이며 조그맣게 물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리고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었고‥‥‥‥
리첸은 시선을 내렸다.
"약 끊도록 해봐. 내가 도와 줄 테니까. 어때? 할 수 있겠지?"
"네, 조금씩만."
리첸의 얼굴이 붉어졌다.
"조금도 안 돼 ."
"나는 있는 그대로의 리첸이 좋아. 그리고 약으로 더 좋아질 것도 없어.
첸,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고 있지?"
"알아요."
리첸이 겨우 대답했다.
"그럼 집안에 있는 약은내가모두 버리겠어,그래도되지?"
리첸은 대답하지 않았다.
홍성철이 손에 쥔 술잔을 내려다보면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이윽고 그녀가 얼굴을 들었다.
"저어, 전에는, 그이가 계실 때에는요‥‥‥‥
홍성철은 잠자코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렇게 많이 먹지는 쟈았어요.그이가 조금씩만 주었어요.
그리고 저는 바빴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아도 견딜 수 있었어요."
"지금은 하루종일 집에 있어요.
밖으로 나가면 저한테 억지로 아는 체하는 사람들을 보기가 싫어요."
홍성철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억지로라니? 루가 억지로 첸에게 아는 체를 해?"
"동정하는 거예요.
방송국에서도,무대에서도 모두 쫓겨난 절 비웃는지도 몰라요."
"그런 사람들 만나기도 싫어요."
"이봐, 첸."
"당신이 옆에 있어 주면 좋아요.그래요, 약도 끊을게요.
노력해 보겠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지켜 줘야 해요."
"그래, 내가 딸에 있어 줄게."
홍성철은 그녀의 팔을 잡아 그에게로 끌어당겼다.
"당신은 아름다운 여자야."
리첸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입안이 메말라 왔다.
약을 먹을 시간이었다.
"당신의 아름다움이 당신을 평범하게 살지 못하게 하는지도 몰라."
리 첸은 홍성철의 가슴속에서 이를 악물었다.
"내가 도와 줄 테니까. 방송국에도 한번 다리를 놓아 볼게."
"그러니까 첸도. 이를 악물고 참아야 돼. 알았어?"
리첸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얼굴을 몌고 몸을 일으켰다.
흥성철은 그녀의 이마에 조그맣게 땀방울이 배어 있는 것을 보았다.
"왜?"
"화장실에 ‥‥‥‥
리첸은 방으로 들어가 경대 서람을 열었다.
납작한 유리병 안에 흰색 분말이 반쯤 채워져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옆에 놓인 조그만 스푼으로 분말을 반 스푼쯤 종이 위에 쏟아놓았다.
종이를 접어들고 화장실에 들어간 리첸은 쩜을 꺼내 분말을 털어 넣었다.
 수도꼭지를 틀어 잔에 물을 반쯤 채운 그녀는 단숨에 들이마겼다.
가슴에 한손을 얹고 그녀는 숨을 헐떡였다,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차츰 온몸에 따스한 기운이 뻗쳐 왔다.
거울 속의 그녀의 얼굴이 부드러워지면서 이윽고 얼굴에 운음이 피어 올랐다.
두 눈이 반짝였다.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홍성철을 생각하자

온몸에 전류가 흘러 지나는 것처럼 짜릿한 충동이 스쳤다.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행복했다.
시장 입구를 빠져나오던 곽도위는 행인들 사이에서 서담을 발견했다.
그는 곽도위를 알아보지 못한 모양으로 바쁜 듯 사람들을 혜쳐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본 곽도위는 서담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위천산이 두려운 곽도위는 집을 뛰쳐나와 방황하고 있었다.
아직 위천산이 그를 찾고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내버려둘 사람이 아니었다.
빼앗긴 마약대금을 물어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으니만치 홧김에 목숨이라도
가져갈 사랄이었다.
가족도 없었으므로 홍콩의 변두리-를 돌안다니며 동가식 서가숙으로 지내왔던 것이다.
서담은 로타리를 돌아 번화가로 들어서고 있였다.
곧장 내려가면 오리엔트 호텔이 나온다.
밤 9시가 넘었으나 인도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사람들에게 부딪히면서 서담을 따라가던 곽도위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조금씩 굳어지고 있었다.
시장 앞에서 서담을 발견했을 때 그는 다가가서 돈이나 몇 푼 빌리려고 했다.
서담은 마약 판매책이었다.
그의 호주머니에는 마약과 함께 항상 몇 만 달러가 들어 있는 것이다.
서담은 오리엔트 호텔 근처의 중국 음식점 앞에 섰다.
곽도위도 멀쩍이 멈춰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오래된 중국 음식점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고 손님이 많지 않아 한산한 곳이었다.
라은 간판은 붉은 글자가 거의 지워져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나무 계단은 직각으로 꺾여서 2층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계단을 몇 개 오르면
한길 쪽에서나 음식점 쪽에서나보이지 않는사각지역이 있었다.
마약 거래자의'예민한 장소 분별력으로 곽도위는 서담이 그곳을 판매장소로
사용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내 한 명이 서담에게 다가왔다. 후줄근한 차림새의 사내였다.
서담과는 거래가 있는 모양으로 서담이 그를 보자 몸을 돌려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사내가 따라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곽도위는 사람들을 혜치고 음식점 쪽으로
서둘러 걸었다.
음식점 앞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리엔트 호텔 근처이므로 한국의 홍성철 구역이었다.
한국놈들이 무지막지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므로 긴장이 되었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이 있을 뿐 그를 눈여겨보는 자는 없었다.
사내가 계단을 내럭와 그의 옆을 지났다.
곽도위는 재빨리 입구로 들어섰다.
계단이 우측에 있었으므로 서너 개의 계단을 오르자위에서
내려오는 서담과 마주쳤다.

 
 " 아!"
서담이 놀란 듯 입을 벌렸다.
"아니, 이게 누구o 서담 아닌가?"
곽도위는 놀란 얼굴로 다가섰다.
"아니, 곽형 아니오? 여기 웬일로?"
그는 당황한 듯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곽도위가 위천산의 마약을 판매하다가 강탈당한 후에 쫓겨나다시피 된 것을 알고 있었다.

곽도위도 그의 표정을 보고는 알아차렸다.

"아, 식사를 하려고."
곽도위는 그를 스쳐 지나갈 듯 옆으로 비켜서면서 주먹으로 그의 명치끝을 찍었다.
"윽. "
금방 얼굴이 새하얘진 서담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오른손으로 그의 목을 감으면서 곽도위는 서너 계단 위의 평평한 부분까지 그를 끌어을렸다.
힐끗 2충을 을려다보았다.
2충으로 올라가는 계단만 비스듬히 보일 뿐이었다.
서담은 숨이 막히는지 눈알을 굴리면서 발버둥을 쳤다.
두 손으로 곽도위의 팔을 움켜쥐고 있었다.
곽도위는 왼손으로 가슴속에 있는 쇠뭉치를 꺼내 들었다.
그의 목을 조인 괄을 풀어 슬쩍 공간을 만든 다음 쇠뭉치로 그의 머리를 쳤다.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곽도위는 다시 한 번 내려쳤다.
서담은 엎어진 채 사지를 떨었다.
곽도위는 재빨리 그의 호주머니를 뒤졌다.
 예상했던 대로 한다발의 돈뭉치가 바지주머니에서 나왔다.
양복 주머니에도 두 뭉치가더 있었다.
가슴 안의 호주머니에 조그만 비닐봉지에 넣은 마약이 한묶음 보였다.
곽도위는 주머니에 분주히 쑤셔 넣었다.
그리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 음식점을 나왔다.
 좌우를 둘러본 곽도위는 행인들 사이에 섞여 그들과 걸음을 맞췄다.
"뭐 야?"
홍성철이 이맛살을 찌푸리고 장갑수를 돌아보았다. ,
"죽었단 말이야?"
"fl . "
장갑수가 다가왔다.
홍성철은 돌아서서 그를 기다렸다.
"형님, 그 새끼가 마약을 팔고 다니는 놈이랍니다. "
"죽은 놈이?"
"fl , "
홍성철은 로비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장잠수가 앞자리에 앉았다.
"그럼 마약을 팔다가 살해되었단 말이냐?"
"그런 모양입니다. 지금 경찰이 좌악 깔려 있으니까요."
"골치 아픈데요, 형님?"
"우리가 왜?"
홍성철이 버 럭 성을 냈다.
"우리 소행으로 알 것 아닙니까."
"누가? 어떤 놈이?"
장갑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봐,우리 애들이 한짓은 아니지?"
홍성철이 짜증난 말투로 물었다.
"참, 형님도. 우리 애들이 무슨."
기가 막히다는 듯 장갑수가 입을 벌린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됐어."
홍성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시려구요?"
"갈 데가 있어."
장갑수가 따라 일어섰다.
"호텔로 돌아오실 겁니까?"
"아니, 자고 올 거야."
홍성철은 바쁜 듯 로비를 빠져나갔다.
그의 됫모습을 바라보던 장갑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홍성철이 리첸에게 가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홍성철이 리첸의 집에서 출퇴근한 지도 이제 사흘이 넘었다.
 상관할 일은 아니었지만 장갑수는 왠지 꺼림칙했다.
그는 몸을 돌려 사무실로 향했다.
부하들을 모아 놓고 상의를 해볼 작정이었다.
"보나마나 홍성철의 소행입니다. 그령지 않숨니까?
그의 구역에서 일어난 일이란 말입니다.
그의 부하들이 저지른 일이오."
위천산이 말했다.
형주량이 잠자코 있었으므로 그는 몸을 돌려 빈타오를 바라보았다.
한마디 거들어 달라고 바라는 듯한 시선이었다.
"저는 형 선생과홍성철이 타협이 된 줄 알았습니다.
저희 소매상들도 그렇게 믿고 안심했던 쩜니다. "
"흥. "
빈 타오가 갑자기 코웃음을 치자 형주량과 위천산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빈 타오는 시치미를 몌고 그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쟈았다.
"홍형은 그의 조직에서 한 일이 아니라고 했소."
형주량이 말했다.
"그 말을 믿습니까?"
위천산은 기가 막히다는 얼굴을 했다.
"나는 믿소."
"홍성철은 그런 사소한 일로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오."
위천산이 다시 빈 타오를 바라보았으나 이내 시선을 돌렸다.
"흥 선생측의 부하들도 모두 놀라고 화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떠돌이 놈들의 소행이 틀림없소."
위천산은 입을 다물었다.
"내가 홍 선생과 다시 상의를 해보겠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거요. "
형주량은 위천산에fl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언짢아보였다.
예전 같으면 이런 일도 없었지만 위천산이 이렇게 항의하지도 못했다.
그것이 기분나쁜 모양이었다.
위천산이 돌안가고 난 후 빈 타오가 입을 열었다
"지난번 내가 홍성철에게 전화를 했었소."
형주량이 머리를 들었다. 놀라는 기색이었다.
"빈 선생이? 홍성철에게 말이오?"
"그렇소."
"마약 거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소.
 아니 정직하게 말하리다.
마약 거래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던 거요."
"한마디로 거절합디다. 대단히 불쾌한 것 같았소."
형주량은 그를 쏘아보았으나 입을 열지 알았다.
"답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구역에는 발을 붙일 수 없다고 하더군요."
"위천산이 있을 때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형 선생에게는 참고삼아 말씀드리는 거요."
"그렇지만 마약을 강탈하고 살인까지 저지를 사람들이 아니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묵인해 주는 방법도 있겠지요.
직접 손을 쓰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 하든지 말입니다. "
형주량은 대답하지 않았다. 빈 타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쨌든 이것은 홍성철측이 의심받을 일 같소.
 다른 조직들은 다 하고 있는데 그 혼자만 거래를 금지시킨 마당에

 이런 일이 그의 구역에서 생기니까 말이오. 나라도 위천산처럼 화를 낼 거요."

빈 타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계해야 될 겁니다. "
It
형주량은 빈 타오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빈 타오를 전송하고 난 형주량은 도찬위와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네 생각엔 어느 놈의 소행인 것 같으냐?"
형주량이 짜중스럽게 물었다.
"떠돌이짓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살인을 한 걸 보면 제 얼굴이 알려질까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
"음, 경찰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야."
"그렇지만 저쪽 오리엔트 호텔 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응? 왜?"
"아무리 그래도 자신들의 근거지 옆에서 그럴 리가 없습니다. "
"그렇지."
"제 생각엔 어느 놈이 흥 선생에게 덮어 씌우려고 한 것 같은데요."
"누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우리가 제휴한 것을 배아파하는 놈들이 말입니다.
조진량이, 원 삼기‥‥‥‥
"제가 사람을 오리엔트 쪽에다 보내 봤더니 그쪽도 비상이 걸렸더군요.
거기 장 선생이 길길이 뛰고 있다더군요.

어느 놈인지 잡아 내fl다구요. "

형주량은 무거웠던 가슴이 어느 정도 풀렸다.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원삼기는 아닐 거다. "
그가 웃으며 말했다.
원삼기는 거의 세력을 잃고 부듯가에 처박혀 있었다.
조진량에게도 철저히 소외당해 버 린 것이다.
"지난번에 조진량이 마약을 공급받았을 때도 이런 일이 있었지 않습니 까."
형주량이 도찬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생각해 낼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때 조진량이 위천산에게 단단히 불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
"=1렇Td지 ."
"그리고 빈 타오도 조진량이 믿기지 않으니까 우릴 찾아왔구요."
"조진량이 배가 아플 겁니다. "
도찬위는 조진량의 짓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형주량도 차라리
그가 했기를 바랐다.
그러면 속시원히 화풀이도 할 수 있고 결말을 볼 수 있었다.
형주량은 갑자기 혀를 찼다. 빈 타오의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홍성철이 몇 킬로그램이라도 마약을 공급받았다면

이런 의심도 하지 않을 것이고 자신의 머리도 안 아플 것이었다.
조진량은 검정색 가죽가방을 서랍에서 꺼내 협진에게 건네주었다.

"곽도위를 찾아서 그놈에게 팔아라.

 

그놈은 지금 위천산에게 추궁당
할까 두려워서 피해 다니고 있다고 들었다
그놈에게 넘기면 값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다. "
"얼마로 받습니까?"
가방을 받은 협진이 물었다.
"내가 위천산에게는 1킬로그램에 150만 달러로 넘겼다.

 

위천산을
거치지 않으니까 200만 달러는 받아야겠지?
위가 놈은 300을 받을지도 모른다. "
"알았습니다. "
"고청해를 조심해라."
끄덕이며 협진은 가방을 들고 방을 나섰다.
조진량은 고청해가 사사 건건 중국정부에 보고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형주량에게 쫓겨 국경근
처로 도망쳐 온 조진량은 전부터 안면이 있었던 중국정부의 관리에게 도움을 청했었다.
중국측에서는 형주량이 김원국과 손을 잡았다는 것에 놀란 것 같았다.
그들은 해리슨이 김원국을 몰아내려고 했던 것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형주량이 김원국 조직과 손을 잡고 중국측에 등을 돌렸다는
조진량의 말에 고청해와 10여 명의 부하들을 선뜻 지원해 준 것이다.
그 덕분에 다시 조그맣게 기반을 잡았으나 조진량은 고청해라는 감시자를
부하로 데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상전을 모시고 있는 셈이었다.
조진량은 그들에게서 벗어날 생각이었다.
이번에 마약 1킬로그램을 처분하고 자금을 더욱 축적해서 협진을 중심으로
한 친위세력을 강화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중국세력을 몰아내고 명실공히 보스로 자지잡고 싶었던 것이다.
협진은 가방을 차 안에 던져 넣고 차에 올랐다.
시동을 걸고 마악 브레이크에서 발을 몌는데 유리창에 사람이 다가섰다.

"이봐, 어디 가는 거야?"
사무실 앞이었으나 협진은 깜짝 놀라 얼굴을 돌렸다.
경찰에게 걸리면 꼼짝없이 징역 5년은 살아야 되는 것이다.
고청해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내 나가려고 하는 거야. 넌 벌써 일이 끝난 거야?"
고청해는 업체를 돌아보겠다고 나간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는 요즘 들어 협진과조진량이 함께 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텅게든 그들의 자리에 끼여들려고 하는 것이다.
협진은 거칠게 차를 스타트시켰다.
홍콩섬이 바라보이는 떠들색한 음식점 안으로 들어서자 협진은 북적이는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밀렸다.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안쪽에는 여유가
있는 것 같은데 손님들은 입구에만 몰려 있는 것 같았다.
은근히 짜증이 나서 사람들을 거칠게 헤치며 안으로 들어가는데 누군가 어깨를 두드렸다.
"협 선생, 이쪽으로 오시오."
곽도위였다. 그와는 전에 만나 안면이 두어 번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이번에 마약을 강탈당해 방랑하는 신세가 된 것도 알고 있었다.
곽도위가 그를 안내한 곳은 음식점 후문 옆의 썰렁한 곳이었다.
그곳은 바다 옆이기는 하나 쓰레기장이 지척에 있었으므로 손님들이 다가오지 않았다.
"왜 날 찾는 거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그가 물었다.
무언가 불안한 듯 그의 시선은 잠시도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음,상의할 일이 있어서 그런데 자넬 만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어디."
협진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틀 동안 헤매어 겨우 연락이 닿았던 것이다.
그것도 여러 차례 확인을 거치고 나서 만나게 되었다.
"잘 아시잖소. 내가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다는 걸 말이오."
짜증난 듯이 볼을 부풀려 보이며 곽도위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오?"
"마약을 팔아 주게."
"f1?"
곽도위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내가 마약을?"
"왜? 그건 자네 전문 아닌가?"
"아, 물론 그렬지만‥‥‥‥
위천산에게 매여 있지 랴은 곽도위의 현재 상황이 협진에게는 더 좋은 것이다.
"그림 마약을 팔아 주게. 자네하고 나하고만 아는 걸로 하고 말이야. "
"협 선생하고 나하고만요?"
"그래 ."
잠시 협진을 바라보던 곽도위가 물었다.
"얼마나 됩니까?"
"자네 돈은 얼마나 있나?"
"돈이라니오."
"물건을 그냥 가져가면 안 돼. 현금하고 직접 교환이야.

 난 자네가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100그램씩 가져가게. 자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말이야."
"얼마씩 주시렵니까?"
곽도위는 눈을 번쩍였다. 어썼든 받기만 하면 두 배 장사였다.
"100그램에 얼마씩 계산했나?위천산이 말이야."
"20만 달러인가‥‥‥?"
"25만 달러 겠지."
"그건 올랐을 때요. 지금은 내렸소."
"25만 달러씩 내고 가져가게."
곽도위는 협진을 노려보았다.
"22만 달러 내겠소."
"그럼 23만 달러로 하지. 마지막이야."
곽도위는 혀를 찼다.
"자넨 100그램을 150그램으로 만들 걸세.
이것은 위천산이를 거치지도 않은 것이라 100퍼센트야."
"좋소. 그럼 언제부터요?"
"오늘 저녁·부터 하지. 어때? 돈은 준비되겠나?"
"해보731소."
협진은 음식점을 다시 빠져나왔다.
조진량은 200만 달러를 말했으나 흥정은 230만 달러가 되었다.
30만 달러는 그의 물이 되는 것이다.
북경에 있는 어머니와 형님에게 5만 달러쯤 보내 드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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