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5. 함정

오늘의 쉼터 2014. 12. 1. 11:01

◐  함정 

 

 

리첸은 그룻을 썬다가 문득 손을 멈췄다. 손끝이 떨리고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갑자기 구역질이 났다.

눈앞이 노랗게 변하더니 주방이 빙글빙글 돌았다.
리첸은 쪼그리고 앉았다. 그러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갈증이 일어났으나 냉장고에까지 다가가기도 싫었다.

그녀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집어 넣었다.

홍성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어서 와서 자신을 붙잡아주어야 했다.

때리든지 어젯밤처럼 침대에 묶어 두든지 해줘야 했다.
눈물이 흘러 내렸다. 홍성철이 약속을 해주었다.

마약만 끊는다면 방송국에 틀림없이 나가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럴 능력도 있었다.

리첸은 두 팔로 다리를 부둥켜안았다.

아직은 온몸이 떨리고 있었으나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두 다리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일까봐 두려운 것처럼 보였다.
그가 조금만 더 일찍 왔었으면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가 외로움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

홍성철이 조금 더 일찍 찾아와 주었어야 했다.

그러면 마약을 먹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이제 머리가빠개질 듯 아파왔다.

나흘 동안 마약을 먹지 않은 탓이었다

홍성철은 집안에 있던 마약을 모두 화장실에 쏟아 버렸다.
리첸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이를 악물고 냉장고를 열었다.
떨리는 손으로 물병을 집어 들었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

병이 깨지면서 주방 바닥에 물이 깔렸다.

리첸은 온몸을 떨면서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다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온몸의 피부에 벌레들이 달려들어

기어가는 것 같았으므로 리첸은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자 머리끝이 쭈뼛거릴 정도로 무서워졌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리첸은 엎어질 듯이 응접실로 다가가 소파에 쪼그리고 앉았다.

전화기가 앞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눌렀다.

신호가 떨어졌다.


"여보세요."


온몸을 떨면서 리첸이 말했다


"누구십 니 까?"


낮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홍성철 씨를 바러 주세요."


리첸이 필사적으로 말했다.

이마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지금 자리에 안 계십니다. 어디시라고 전해 드릴까요?"


"리첸입니다. 언제 돌아오세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오시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리첸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흐린 시선에 시계가 11시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리첸은 다시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탐 람은 리첸을 보는 즉시 그녀가 약기운이 떨어져 반광란 상태에 있는 것을 알았다.

 전화 목소리를 듣고 짐작했었다. 그는 입가에 웃음을 띠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부인, 갑자기 전화를 주시고 무슨 일이십니까?"
집안을 둘러보고 난 탐 람은 소파에 앉아 물었다.

온몸을 떨면서 그녀는그의 앞에 앉았다.

두눈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약 때문입니까?"


리 첸이 겨우 머리만을 』1덕였다.


"내가 충분히 드렸을 텐데. 두 사람 몫으로 말이오."


"버렸어요."


리첸이 꺼져갈 듯한 소리로 대답했다.


"제발, 조금만 주세요. 죽겠어요."


"누가 버 렸습니까?"


리첸은 머리를 저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두 손으로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아아, 살려줘요. 제발, 살려줘요."


그녀의 얼굴에서 땀이 흘러 내렸고 간간이 이가 마주치는소리가들렸다.

탐 람은 냉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이런 광태를 숱하게 보아왔다.

이보다 더한 상황도 겪었다. 칼로 자신의 몸을 난자질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약을 마시지 못하는 고통에 비하면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부인, 누가 버 렸소?"


"그01가‥‥‥‥


"홍성철이오?"


리첸은 쓰러질 듯 탐 람에게 다가와 방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두 다리를 부둥켜안았다.


"제발 살려줘요. 약을 조금만. 어서요."


"홍성철과 같이 마시라고 주었는데 그것까지 이야기했단 말이오?"


탐 람이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아니에요. 그런 말은 안 했어요, 제발."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옷을 벗어요."


탐 람이 차분한음성으로 말했다.

 리첸이 눈물과 땀이 범벅이 된 얼굴을 들었다.

아직도 이가 마주치고 있었다.


"옷을 벗어요.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눈을 부릅뜬 리첸이 일어섰다.

온몸을 떨며 서 있던 리첸은 두 손을 가슴 언저리에 댔다.

탐 람은 그녀를 쏘아보았다.


"벗어요. 약을 드리 겠소."


그 소리에 리첸은 흠칫 놀란 듯 탐 람을 바라보았다.

긋녀의 손가락이 앞가슴의 단추에 닿았다.

긴 나이트 가운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단 추를 풀어 내렸다.

몇 개의 단추가 떨어져 나갔으나 나이트 가운은 그녀의 발밑에 흘러 내렸다.

브래지어와 펀티 차림이 되었다.

매끈한 피부와 부드러운 곡선이 바로 눈앞에 세워져 있었다.

배꼽 언저리의 배가 가쁘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탐 람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호주머니에서 조그만 붕투를 꺼내 손에 쥐었다.

리첸의 눈이 번쩍였다. '


"자, 모두 벗어요."


리첸은 서둘러 브래지어를 풀어 던지고 팬티를 끌어 내렸다.

알맞게 솟은 젖가슴과 그녀의 깊은 계곡이 보였다.

무성한 계곡은 두 다리 사이에서 신비스러운 곳을 감추고 있었다.
탐 람은 일어서서 자신의 옷을 모두 벗었다.

리첸은 온몸을 떨면서 기다렸다.

약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탐 람이 자신에게 닥쳐오리라는 것도 잘 알았다.

탐 람의 남성이 발기해 있었다.

그는 유리잔을 찾아 백색가루를 쏟아 넣고 물을 섞었다.

그녀에게 내밀자 리첸은 빼앗듯이 유리잔을 들고 한모금에 삼켰다

숨을 헐떡이며 그녀는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그녀는 탐 람의 손길이 서 있는 자신의 깊고 뜨거운 곳을 더듬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온몸이 따뜻해지고 평화로워졌다.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티한점 없이 머리가 맑아지더니 탐 람의 손길이 지나는 부분에 경련이 일어났다.

애타게 그의 다음 손길을 기다렸다.

그녀의 그곳은 이미 뜨거운 것이 가득 채워지고 허벅지를 타고 물이 넘쳐 흘렀다.

"아아."


탄성을 올리며 리첸은 탐 람의 목을 껴안았다.

탐 람은 그녀를 번쩍안아들고 소파에 눕혔다.

그가 그녀 위에 자리잡고 깊숙이 침입하자
그녀는 자지러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눈을 크게 뜬 그녀는 두 다리를 한껏 허공으로 치켜 을렸다.

그리고 그녀는 또 한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어깨 위에 비디오 카메라를 맨 사내였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겨냥하고 있었다.


"아. "


자신도 모르게 소리친 그녀는 탐 람이 세차게 돌입하자 다시 비명을 질렀다.

잠간 눈을 감았다가 떠보자 카메라는 여전히 그녀를 겨누고 있었다.


"아아. "


그녀는 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무섭도록 잔인하고 진한 쾌감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약기운 뿐만이 아니었다.

노출된 연기를 하고 있다 는 스릴감이 다시 추가된 것이다.
그녀는 다시 발끝을 허공으로 치켜 올리며 두 손으로 탐 람의 등을 할퀴었다.

시선은 카메라 렌즈를 향했고 감았던 눈을 떠 그것을 볼 때 마다 쾌감이 점증하고 있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노려본 채 환희의 비명을 질러 댔다.
초저녁이었으므로 거리는 차량과 사람들로 혼잡했다.

로터리를 우회전하자 그곳은 바닷가의 막힌 부분이어서인지 차량의 왕래가 거의 없었다.

고청해는 길가에 차를 붙였다.

협진의 차는 50미터쯤 앞쪽에 마악 주차하는 참이었다.

그는 잠자코 차 안에서 기다렸다.

형진이 종이봉투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슈퍼마켓에서 나눠 주는 봉투였다.
협진은 좌우를 살피더니 이쪽을 바라보았다.

고청해는 숨을 죽였다.
그의 앞에는 몇 대의 차가주차해 있어서 발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협진은 몸을 돌리고 우측에서 간판의 네온이 반짝이는 음식점을 향해 걸었다.

고청해는 차 안에 앉아서 기다렸다.
며칠 동안 혈진이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시간이 같았다.

뭔가 숨기는것 같았고 그와 마주치지 않으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그를 미행해 온 것이다.
고청해는 지나치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차에서 내렸다.

음식점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서너 명의 사내들 뒤를 따라 들어 가다가 입구 옆의 변소로 들어가는 통로로 빠져 들어갔다.

 변소로 들어가는 통로와 식당 사이에는 대나무발로 된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다.

고청해는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발 사이로 식당을 살폈다.
한참만에 고청해는 후문 쪽 구석자리에 앉아 있는 협진을 찾아냈다.
그는 건장한 사내와 마주 앉아 있었다.

둘이는 이마를 맞대고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식탁 위에는 엽차잔만 놓여 있었다.

사내는 처음 보는 사내였으나 생김새로 봐서 평범한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눈샙이 길게 뻗쳐 있는 것이 왜 멀리 떨어진 고청해에게도 보였다.
고청해는 협진이 들고온 종이 붕투를 식탁 위에 올려놓는 것을 보았다.

잠시 그들을 바라보덜 그는 몸을 돌려 식당을 빠져나왔다.

식당은 소란스러웠고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비밀리에 만나기도 좋지만

그것을 감시하기에도 어렵지 않았다.

차 안으로 돌아가 기다렸다.

이윽고 협진이 식당을 나왔다. 그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고청해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협진은 차에 올라 유턴을 한 다음 뒤쪽의 번잡한 차도로 끼여들더니

곧 럴이지 않았다. 고청해는 상체를 체우고 일자 눈쌥의 사내를 기다렸다.
빈 타오는 위천산의 저택에 들어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래충은 널찍한 흘이었다.

흘 건너편 오른쪽에 2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붉은 카펫이 깔려 있는 계단이었다.

흘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


"자, 이쪽으로."


위천산이 계단 옆에 있는 육중한 참나무 문을 열었다.

그곳은 커다란 응접실이었다.

앞쪽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이음새가 없는 커다란 유리로 덮여 있었다.

그들은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위천산과 여귀철이 바깥 쪽에 앉고 빈 타오는 상석에 앉았다.

차오는 위천산과 마주 앉았다.


"집이 훌릉하군."


위천산이 빈 타오의 칭찬에 미소를 지었다.

흑갈색의 눈이 삼각형을 이루듯 한쪽이 찌그러진 눈시울 속에서 반짝 빛났다.


"공을 좀 들였습니다. 가구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깼지요."


위천산은 빈 타오가 예고없이 방문해 왔지만 들뜬 모양이었다.

이제까지 조진량이나 형주량 등을 통해서 빈 타오의 마약을 공급받았던 것이다.

 아름다운 하녀가 쟁반에 커피잔을 담아들고 왔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수줍은 듯 움직여 모두들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중국 여자들은 미인들이 많아."


빈 타오가 리첸을 떠올리며 말했다.

 

"예, 인구가 많으니까요, 이 애도 본토에서 사온 애입니다. "


위천산이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눈이 빈 타오를 떠보듯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빈 타오는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여자를 훌어보았다.

20살도 안 돼 보였다. 알맞게 도톰한 입술과 오뚝 솟은 콧날이 예뻤다.
빈 타오가 웃으며 시선을 돌리자 위천산이 손을 저어 여자를 보냈다.


"어때요?내가 보낸 김원국의 정보는 요긴하게 쓰고 있소?"


커피잔을 들면서 빈 타오가 물었다.


"요긴합니다.

아직 쓰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저희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


"한국은 큰 시장이오. 이곳 홍콩보다 몇 배나 더 커요."


"알고 있습니다. "


"문제는 경찰도 경찰이지만 김원국인데‥‥‥‥


빈 타오가 위천산을 바라보았다.


"그놈만 협조해 주면 한국을 거저 먹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그렇지요."


그걸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 홍콩에서부터 김원국의 구역에는 마약 소매상들이 들어가기를 꺼려 하는 것이다.
서담이 살해된 이후로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였는데도 소매상이나 판매책들은

다른 조직의 구역에서 거래하려고 했다.

홍콩에서도 그런데 서울은 말할 것도 못 된다.

위천산은 이번에 모험을 하는 셈 이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일이 잘 풀려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찾아온 거요."


위천산은 눈을 치떴다.

이마에 주름이 잡히고 세모꼴 눈이 네모꼴이 되었다.

"앞으로 한국에 공급할 마약을 내가 위형에게 직접 드리겠소."


"아,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위천산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여귀철도 싱글거리며 웃음을 띠었다.
그렇게 된다면 조진량이나 형주량처럼 막대한 차액이 남는 것이다.
더욱이 위천산은 실제 도매상이므로 형주량 등보다도 두 배 정도의 이윤을 보게 된다.


"새 시장을 개척하는데 내가 그런 협조를 안 하면 누가 하TE소?"


빈 타오도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요컨대 한국 시장은 위형이 나하고 같이 시작하는 거요.

한국에서 일본으로 마약이 흘러가도 좋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흘러가도 상관없소."


"일본은 하와이나 남미에서 들여오는 것이 많아서요."


빈 타오는 머리를 」1덕였다.


"하와이의 일본조직이 본토로 넘겨 온다고 이야기를 들었소.

그렇지만 한국은 아직 닫혀진 보물창고나 다름없는 곳이지."


"그렇지요."


빈 타오는 말없이 앉아 있는 차오 중령을 가리켰다.


"필요하면 이 사람의 부하들을 써도 좋소. 우린 군대를 가지고 있어요. "


"그건 알고 있습니다. "


빈 타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그 말을 하러 온 거요."


"이거 영광입니다.

이렇게 직접 찾아오셔서 그런 제의를 해주시다니
위천산이 다시 한번 확인을 받고 싶은 듯 따라 일어서며 말했다.

개를 끄덕이며 빈 타오는 응접실을 나왔다.
곽도위는 변두리에 있는 소란스러운술집에 앉아 있었다.

자욱한 담배 연기와 싸우는 듯어 소리치며 이야기하는 취객들로 술집은 어수선 했다.

맥주 한 병을 시켜 놓고 곽도위는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늦었습니 다. "


사내 한 명이 다가와 그의 앞에 털썩 앉았다.


"이봐, 30달이나 늦었어."


곽도위가 짜증을 냈다.


"내가 한가한 사람인 줄 알아?"


"곽형이야 지금 홍콩에서 제일 바쁜 사람 아닙니까?"


27, 8살 되어 보이는 사내는 붉은색 러닝 셔츠에 진 바지를 입었다.
튀어나온 팔의 근육과 단단한 가슴이 역도선수처럼 보였다.


"어때?준비됐어?"


"예. 가져왔어요."


사내가 바지 호주머니를 손바닥으로 두들겼다.


"설마 여기서 거래하자는 건 아니겠지요?하긴 여기도 상관없겠지만‥‥‥‥


"쓸데없는 소리 말아. 나하구 밖으로 나가자구."


곽도위가 말하며 일어섰다. 사내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뒤를 따랐다.
사내는 곽도위가 거래하는 마약판매책의 하나인 진위였다.

조직에 속해 있지는 않았지만 변두리에서는 제법 알려진 주먹이었다.

곽도위는 여분으로 남긴 마약을 진위에게 처분하여 부수입을 올리곤 했다.

그들은 술집을 나와 이미 문을 닫아 걸고 간판의 불빛만 비추고 있는 상점들을 지났다.
12시가 지났으므로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다.

곽도위는 쓰레길가 어지럽게 깔린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고양이 한 마리가쓰레기더미에서 나와 어슬렁거리며 그들 옆을 지났다.

눈동자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곽도위는 멈춰서 가슴 안에서 종이 봉투를 꺼냈다.

진위가 봉투를 조심스럽게 받아들고 안에서 비닐주머니를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100그램이야. 정확해."


진위는 봉투를 바로 세우더니 뚜껑을 열었다.

물리는 뚜껑이었으므로 소리없이 열렸다.

그는 손가락을 집어 넣어 횐색 가루를 찍었다.

에 가져다 댄 진위는 잠시 곽도위를 바라보았다.


"괜찮군 "


곽도위가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이걸 잘 처리하면 계속 공급해 줄 수도 있어.

그럼 너는 부자가 되는 거야."


진위는 호주머니에서 한뭉치의 지폐를 꺼내 곽도위에게 내밀었다.
어두웠으므로 곽도위는 길쪽으로 두어 걸음 나가서 지폐를 살펴보았다.

몇 장을 혜아려 보고 나서 호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곽형, 내일도 가져을 수 있습니까?"


진위가 마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물었다.


"물론이지, 네가 약속만 지킨다면."


"도대체 어디서 그령게 가져옵니까'S 설마 위천산은 아니겠고."


그도 곽도위가 위천산에게서 추방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위.천산보다 한계단 높은-사람이야.

그까짓 녀석에게 받지 쟈아도 날 알아주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그럼 보스들에게서 직접 받소?"


"그런 셈이지. 하지만 비밀이야."


"알겠소."


싼값으로 마약을 받을 욕심에 진위는 머리를 」1덕였다.

예전에는 사정을 해야 겨우 10그램을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가격이 훨씬 높았었다.


"그럼 내일 여기서 다시 봅시다. 내일은 200그램을 가져을 수 있소?"


이제까지 협진에게서 300그램을 받아 처리했다.

100그램씩 현금을 주고 가져왔던 것이다.

오늘 진위에게 넘긴 금액을 합하면 내일은 200그램을 받아을 수도 있었다.

이제는 그럴 능력이 생긴 것이다.

그는 혈진에게 100그램에 20만 달러를 주고 받아와 30만 달러에 넘기고 있는 것이다.
진위와 헤어진 곽도위는서둘러 텅빈 거리를 걸었다.

도로의 건너편에 차를 세워둔 것이다.

교차로에서 잠간 멈춘 곽도위는 뒤를 돌아보았다.

2명의 사내가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인적이 없었고 사내들은 곽도위를 응시한 채 다가왔다.

곽도위는 몸을 돌려 도로를 건너 뛰었다.

달려오던 승용차 한 대가 요란하게 브레이크를 라으며 그를 비켜 지났다.

곽도위는 길가에 주차시킨 차를 향해 달려갔다.

갑자기 앞쪽에서 2명의 사내가 달려들었다.

그의 차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앞장선 사내가 마악 곽도위의 몸에 손을 대려는 순간 곽도위의 발길이 그의 배를 걷어찼다.

사내가휘청이며 한걸음 물러서다가 뒤에서 달려들던 다른 사내를 가로막는 자세가 되었다.
곽도위는 가슴속에 손을 넣어 사슬이 달린 쇠뭉치를 내들었다.

근처의 사내들은 아니었다.

두어 번 허공에서 쇠뭉치를 흔들어 럴던 곽도위는 차와 차 사이의 공간을 빠져

앞으로 나오려던 다른 사내의 머리를 향해 쇠뭉치를 날렸다.

사내가 머리를 숙여 쇠뭉치를 피했다.
배를 채였던 사내가 몸을 굴더니 곽도위의 좌측으로 바짝 달려들었다.

그들은 도로의 바깥 부근에서 싸우고 있었으나 두어 대의 차량들

그들을 스쳐 지날갈 뿐 주변에는 인적이 없었다.

곽도위의 쇠뭉치가 땅바닥에 떨여져 둔탁한 소리를 냈다.
곽도위는 사슬을 힘껏 옆으로 휘저었다.

뱀처럼 꿈틀거리며 사슬이 좌측에 선 사내의 발을 감았다.

곽도위가 사슬을 쳐들어올리며 당기자 사내의 발이 허공에 떴다.
사내 하나가 몸을 띄우더니 발끝이 날아왔다.

몸을 틀어 발길을 피하려던 곽도위는 등을 파고드는 섬뜩한 충격에 입을 쩍 벌렸다.

도로를 건너온 사내들 중의 하나가 그의 둥을 찌른 것이다.

곽도위는 휘청 앞으로 몸을 숙이다가 앞에 선 사내에게 턱을 걷어채였다.

두 팔을 벌리며 곽도위는 차의 보닛 위에 엎어졌다.

손에 든 사슬과 쇠뭉치는 이미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등에 꽃힌 칼날이 빠져나갔다.


"윽. "


곽도위는 신음소리를 내며 한바퀴 몸을 굴려 보닛에서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 순간에 곽도위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어 잭나이프를 꺼내 쥐었다.

사내 찬 명이 넘어져 있는 그를 바라보면서 성큼 다가 왔다.

머리쪽에 1명, 발쪽에 3명이었다.

좌우에는 차들이 세워져 있었으므로 사내들은 위 아래로 몰려 있었다.

한사내가 곽도위의 다리 사이에 한발을 집어 넣고는 허리를 굽혔다.

두 팔을 뻗어 곽도위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우려는 듯했다.

순간 곽도위의 손에 쥔 칼에서 철컥 칼날이 세워졌고 그것이 사내의 배를 깊숙이 찔렀다.


"어윽."


둔한 비명소리가 밤거리에 울렸다.

곽도위는 칼을 잡아 뽐고는 몸을 돌려 칼날을 옆으로 뿌렸다.

마악 머리쪽에서 덮쳐 오려던 사내가 주춤하면서 몸을 틀었으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엉겁결에 한괄을 들어 올려 칼날을 막았으므로 칼을 든 곽도위의 손에 둔한충격이 왔다.

베어진 팔을 다른 손으로 움켜쥔 채 사내가 옆으로 비켜서는 사이로 곽도위는 몸을 날렸다.

뒤에서 뛰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났으나 한 명뿐이었다.
이를 악문 곽도위는 있는 힘을 다하여 달렸다.

기침이 나오려고 했다.

기침을 하면 피가 쏟아져 나을 것이다.

등이 깊게 찔려 감각이 없 었다.

피가흘러 내려 허리띠를 적시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다리에 힘이 풀릴 것이다.

그전에 멀리 뛰어야 한다.

뒤에서 쫓던 사내는 곽도위의 달려가는 자세에 기가 죽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곽도위의 속도가 빨랐기도 했다.

사내는 단념한 듯 멈춰 섰다.

그러고는 동료들에게로 뛰어 돌아갔다.

곽도위는 헐떡이며 거리의 모퉁이에서 멈췄다.

입에서 피가 흘러 내렸다.

폐를 찔린 모양이었다.

새벽 1시가 넘어 있었다.
협진은 짜증난 얼굴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전화벨이 울려대고 있었다.

마누라가 부스럭거리다가 돌아 누웠다.

응접실에 나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협 선생?"


상대방은 숨을 헐떡였다.


"그렇소. 누구요?"


협진은 수화기를 고쳐 쥐었다.

잠이 달아나 버렸다.


"나 곽도위요. 난 지금 습격을 당했소. 칼에 찔렸소."


"누구한테서 말이오?"


"모르겠소. 위천산이 보낸 놈들 같소.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모두 네 놈이었는데‥‥‥‥ 나는 심합니다. "


그는 심하게 기침을 하더니 전화를 끊었다. 협진은 한동안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조진량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앞에 앉은 협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네 생각엔 위천산이 곽도위를 해친 것 같으냐?"


조진량이 입을 열었다.

잠옷바람이었으므로 그의 마른 어깨와 팔다리가 드러나 보였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칼을 맞았다고 하더군요.

위천산이 보낸 놈들 같다고 했습니다. "


"위천산이라고 했단 말이지?"


"예."


조진량은 이맛살을 모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곽도위와 연결된 것을 위천산이가 알고 있단 말인가?"


"그래서 그놈이 곽도위를 친 것인가?"


협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할 수 없다.

당분간 마약판매는 보류하자.

고청해나 중국측에서는 모르고 있겠지?"


"그들은 모를 겁니다. "


"고청해 그놈이 업소들의 상납금을 횡령하고 있다.

안하무인이야. 용납할 수 없다. "


협진도 알고 있었으므로 잠자코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텅빈 도로를 달려가는 협진은 불안해졌다.

위천산은 자신과 조진량이 관련되어 있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를 거치지 쟈고 곽도위와 직거래를 한 것은 그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 되었다.

더욱이 곽도위는 그의 조직에서 추방당한 사내인 것이다.

이제는 위천산과도 칼을 마주 대게 된 것이다.
곽도위는 한동안 골목 안쪽의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

의식이 점점 흐려왔다.

눈시울이 무거워졌고 등의 고통보다도 잠이 왔다.

그리고 갈곳이 생각나지 않았고 몸을 움직이기도 싫었다.

허리가끈적거렸고 하반신도 축축히 젖어갔다.

등에서 흘러 내린 피가 배어가는 것이다.
놈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아까부터 생각해 보았으나

그를 기다려서 칠 정도의 원한을 가진 자는 위천산밖에 없었다.

곽도위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위천산의 끈질기고 잔인한 성격을 잘 아는 곽도위였다.

그 외에는 형주량도, 조진량도, 홍성철도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위천산과 맥이 통하고 있으나 자신을 처치할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곽도위는 감기려던 눈을 떴다.

홍성철만은 위천산과 거래가 없다.
그의 조직만이 마약과는 템을 쌓고 지내는 유일한 조직이라는 것이 생각난 것이다.

곽도위는 두 팔을 땅에 짚고 상체를 비틀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복수를 하든지 하다못해 위천산의 조직을 마지막까지 뒤흔들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있던 곽도위는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상체가 흔들거렸으나 곧 똑바로 섰다.

아직도 주변은 어둠에 싸여 있었다.
그는 비틀거렸으나 정확한 걸음으로 차도로 나왔다.
두어 대의 차를 보내고 택시를 잡았다.


"오리 엔트 호텔."


그렇게 말하고 눈을 부륩뜨며 의자에 앉아 상체를 똑바로 세웠다.
운전사가 피투성이가 된 그의 몸을 보고 깜짝 놀랐으나

그의 시선을 받자 잠자코 차를 몰았다.
장갑수는 서둘러 옷을 입고 아래충의 사무실로들어갔다.

서너 명의 부하들이 장갑수를 보더니 비켜섰다.


"밑도끝도없이 홍성철 형님을 찾습니다. "


부하가 말했다. 사내의 온몸은 피투성이였다.

 방바닥에 앉아 있었으나 눈을 뜨고 장갑수를 올려다보았다.

얼굴이 창백했다. 이마에서 땀이 흘러 내리고 있었단.

사내의 등 뒤로 돌아간 부하가 임시로 등에 붕대를 감아 주고 있었다.


"흥 두목이십니까?"


사내가 일어날듯 몸을 꿈틀대며 물었다.

그의 입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난 장갑수라고 한다. 나에게 말해도 된다. "


장잠수가 말했다.


"예,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팍도위라고 합니다.

위천산의 마약 공급책이 었습니다. "


일어나려고 버둥거렸으므로 장갑수는 그의 어깨를 눌러 다시 앉혔다.


"누구에?1 찔렸나?"


그의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 장갑수가 물었다.


"위천산입니다. 그의 부하들에게 당했습니다. "


"왜?"


"그를 배신했다는 것입니다.

마약을 강탈당해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 입니다.

그리고 그의 허락없이 거래를 했다는 겁니다. "


의사가 들어왔다. 그는 곽도위를 보더니 혀를 찼다.


"우선 치료부터 해야겠습니다. "


장갑수는 』1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쨌든 치료해라.

무슨 일인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네가 여기 온 이상 우리가 보호해 주마."


곽도위가 눈물을 주르르 쏟았다.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이봐요, 입 다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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