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략의 늪 ◑
오유철은 방문을 열고 나값다 강만철은 잠시 자리에 않아 있었다.
왠지 개운치 않았고 그의 말마따나 동생들이 와도 업무적으로만
대해 왔다는 뉘우침이 생겼다.
그저 옛날처럼 세상 이야기를 하면서 떠들지 않게 된 것이다.
삭막해진 것 같았다.
조직은 커졌지만 예전처럼 형제들의 의리와 피로 뭉쳐진 첫이 아니라
회사들마냥 이해와타산으로 연결된 것처럼 느적겼다.
오유철은 가게에 들러서 초콜릿과 오렌지 주스 한 통을 왔다.
아파트 앞에 선 그는 힘첫 숨을 들이마딘다.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나 왔어."
현관에서 떠들씩하게 소리치고는 곧장 웅접실을 지나 안방문을 열었다.
20평짜리 아파트였다.
방안에 이불이 펴져 있었고 김성희는 마악 일어나 않는 참이었다.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그를 보고는 수줍은 듯 웃었다.
창백한 피부였다.
두 볼은 여위어 흘쪽했다.
"밥은 먹었어?"
"네 ."
오유철은 그녀의 머리맡에 놓인 밥상을 보았다.
밥그릇은 비워져 있었으나 믿기지 않았다.
어디에다 버렀는지토 모른다.
"당신은요?"
그녀의 이마와 롯잔등에 돋아난조그만 땀방울이 보였다.
일어나 않데에도 힘이 드는 것이다.
"나두 먹고 왔어. 성희, 초콜릿 조금만 먹어 볼래? 그저 입에다 대기는 만 해봐."
오유철은 초콜릿을 꺼내어 껍질을 벗겼다.
그녀는 잠자코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오유철이 초콜릿을 내밀자 받아들고 입에 가져다대었다.
그녀를 만난 것은 2년 전이었다.
오유철은 길에서 우연히 고아원 시절의 보모를 만났다.
깜짝 놀라며 반가워하는 그녀가 오유철도 반가웠다.
인정머리없는 아줌마였므나 그래도 몇 년 동안 같이 고아원에 있었던 것도 인연이었다.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에서 보모인 최 선생이 불쓱 말했다.
"유철이 김성희라고 아는가 몰라?"
"김성희인 누굽니까, 그게?"
오유철은 기억하지 못했다.
"저런, 같은 고아원 형제였는데도 모른단 말이야?
유철아가 고등학생 에 국민학교 다니던 앤데,그 마르고 약했던 애 있지 왜?
유철이를 따랐었잖아."
"아, 그 눈 큰 애? 걔 이름이 김성희였나요?"
최 선생은 혀를 業다.
"유철이가 도망간 후로 걔가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
밥도 안 먹고 해서 우리가 흔났다구."
밥을 안 먹으면 내버려두는 것을 오유철은 잘 알고 있었다.
최 선생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관없었으므로 그는 잠자코 있었다.
"걔가 얼마나 착한지,
월급타면 꼬박보박 고아원 애들에게 월 사주라고 떼어서 보내 줘.
지금도 걔가 유철이 이야길 해."
"왜요?"
"째라니?"
최 선생은 혀를 참다.
"같은 고아원 출신인데 형제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 아냐? 외로운 처지에 말이야."
오유철은 웃으며 머리를 』1덕였다.
진절머리나는 며편네였다.
고아원 시절에 최 선생과 오유철은 서로 원수나 다름없었다.
오유철의 독기에 선뜻 나서지는 않았으나 한번도 그녀에게서
따뜻한 것을 느껴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전 은근히 김성회인가 누군가를 내세워 신세를 갚으라는 눈치를 보였다.
얼렁등땅 최 선생과 헤어진 오유철은 다음날 회사에 찾아온 손님을맞았다.
부하의 안내로 사무실에 들어선 그녀는 겁에 질려 있었다.
비칠거리면서 떠들씩한 책상 사이를 빠져 그에게로 다가왔다.
"형님, 손님 오셨습니다. "
그러구서 부하는 되돌아갔다.
오유철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훌책 큰 키의 아가씨였다.
긴 머리에 갸름한 얼굴, 큰 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있다.
聲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으므로 얼핏보면 무얼 따지러 온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사무실에 들어설 때부터 우연히 바라보게 된 것이다.
"뭐 요?"
가끔 여종업원 채용문제로 김칠성이 직접 아가씨를 보내기도 했다.
몸이 약해 보였으나 그만하면 쓸만했다.
잘 가꾸면 일류급에 내놓아도 빠꾸는 당하지 않을 성싶었다. -
"저, 오유철 씨‥‥‥‥
"그래, 김 부장이 보내서 왔어?"
"ff?"
아가씨는 놀란 듯 물었다.
어리숙하게 보였으므로 오유철은 혀를 찼다.
돼지 같은 김칠성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인 흔들흔들하는 애들을
첫손가락으로 꼽는 경향이 있었다.
순진하게 보이면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제일실업의 김칠성이 말이야."
그의 말투가 딱딱해겼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소란스러줬다.
그녀는 한걸음 다가와 셨다.
"저, 김성희예요."
그녀는 오유철의 눈을 바라보았다.
"김성회?"
그러고서 오유철은 눈을 점백 였다.
"저, 양지 고아원의 김성회요."
"네가?"
오유철이 자리에서 일어셨다.
놀란 그는 입을 쩌억 벌렸다.
그제서야 김성회의 얼굴 표정이 허물어겼다.
주르르 눈물을 쓴았다.
김성회는 여상을 졸업하고 청계천의 공구상에서 경리일을 보고 있었다.
2달 후에 그들은 결흔식을 올렸다.
오유철과 김성회가 적극 사양하 였으므로 조웅남이 계획했던
서울이 혀들씩한 결혼식은 되지 못했다.
김원국은 신부의 인도자 노롯을 했고 가족석에 앉았다.
조웅남과 흥성철, 강만철 둥도 제각기 나누어 맞았었다.
오유철은 행복했다.
나이 30이 넘어서 아내를 맞았다는 감동보다 혈연보다 더 가까운 반려자로서의
인연이 생긴 것에 감격한 것이다.
조웅남 등과 맺은 남자들과의 의리와 인연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가슴에 와닿는 감동이 있었다.
김성희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사람이라면 그렇게 표현해도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선뜻 서로를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다.
서로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아줬고 존중했다.
그 흔한 말보다 더 진하고 더 깨끗한 무엇이 있는 것이다.
오유철은 몸이 약한 그녀가 걱정이었다.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도 그녀는 항상아왔었다.
결혼한지 1년도 안되어서 김성희는 자신이 자궁암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오유철에게 미안했던 그녀는 병을 숨겼다.
병은 급속히 악화되었다.
오유철이 그녀의 병세를 안 것은 5개월 전이었다.
아무래도 이상했으므로 싫다는 그녀를 끌다시피 해서 병원에 간
오유철은 의사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늦어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온갖 수단을 다해 치료를 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환자를 더욱 고통스럽 게 할 뿐이었다.
병원측의 요청으로 오유철은 김성희를 다시 퇴원시켰다.
그녀를 집에 데려온 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의사의 말로는 앞으로 2달이었다.
그는 아무에게도 아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조웅남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부엌에서 지영이가 제 엄마하고 한참 수군대고 있었다.
최갑태는 방안에 팔을 데고 드러누워 있었으나 신경이 쓰였다.
방 하나에 부및이 딸린 구9짜리 월셋집이어서 다섯 식구가 겨우 들어앉을 정도였다.
시간은 아침 10시가 넘었다.
큰아들인 경훈이는 봉제룹장의 재단사로 있는데 가끔 공장의 기숙사에서 자기도 했다.
둘째인 성훈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일찌감치 학교에 값을 것이다.
방문이 열리더니 아내와 지영이가 들어왔다.
누운 채로 최갑태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저, 지영이 회사가 문 닫았대요."
아내가 말하며 그의 옆에 않았다.
"폐업신고를 했다는데, 요즘 장사가 안 된다‥‥‥‥
지영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그만 전자부품 회사의 생산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웬만한 회사의 경리나 사무직으로 취직하지도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어림게 취직한 회사에 결근 한번 하지 않고 1년 가깝게 다니고 있었다.
학교 성적도 상위권이었으나 회사를 그만둔 최갑태의 능력은 그녀를 대학에 보낼 수가 없었다.
큼지막한 신발제조업체의 기획실장이었던 최잡태는 회사가 경영난에 빠져 부도를 내는 바람에
3년 전부터 실업자 신세였다.
모은 돈이 없었던 그로서는 살던 전셋집을 내놓고 월세로 옮기며 살을 玲아먹듯
전세금을 생활비로 써야 했다.
경훈이는 군에서 제대를 한 뒤 복학을 포기하고 봉제공장의 재단사로 취직을 했다.
지영이도 진학을 포기하고 순순히 공장에 취업했던 것이다.
최갑테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어맥하지요?"
지영이는 방바닥을 내려다보며 무릎을 끊고 않아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회사에 가야 할 애가 주춤거리며 눈치를 보는 것이 이상하긴 했었다.
지영이는 회사가 망한 것이 제탓인 양 미안해 했다.
"월 어백하긴? 집에서 쉬어야지. 내가 다시 알아볼 테니까, "
전의 직장도 최갑태가 친구를 통해 주선했던 것이다.
생산직 사원이면 채용하려는 데가 많았으나 환경과 대우가 나은 곳을 골랐었다.
한 달에 35만 원을 받고 있었다.
"지영이는 집에서 쉬어라."
최갑테가 말하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야위었으나 예뿐 용모였다.
그러나 努살의 젊음과 발랄함이 보이지 않았다.
무릎 위에 두 손을 을려놓고 잠자코 앉아 있었다.
최갑태는 견딜 수 없다는 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딜 가시려구요?"
아내가 물었다.
뚜렷하게 갈 곳을 정하지 않았던 최갑태는 아내의 말을 듣자 갈 곳이 없더라도 나가야만 했다.
그녀는 아직도 최갑태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듯 보였다.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오자 아침 템빛에 눈앞이 어질어질해지더니 다리가 비틀거렸다.
최갑태는 골목길을 빠져나가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문득 김정도 생각이 났다.
"마침 잘 왔다. 내가 일이 잘 될라고 그런지,네가 재수가좋을라고 그런지, 어했든 잘 왔어."
김정도가 수선을 떨었다. 김정도 옆에 2명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점심때가 되어서인지 다방은 사람들로 혼잡했다.
"우리 자리를 옮기자구.어디 조용한음식점 없을까?"
주위를 둘러보던 김정도가 말하며 탁자 위의 담및갑을 챙겼다.
최갑태는 그의 앞에 앉은 사내들이 걸렸으나 김정도를 따라 일어싫다.
김정도와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그는 이제까지 적장을 다녀 본 적도 없고 나이가 50이 되었으나
처자식이 있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다.
베일에 가려진 사내였다.
동참회에 가끔씩 나와 큰소리를 치고 2차 3차로 동창들 몇 명을 끌고 술을 퍼먹이고는
다시 행방불명이 되었다.
최잡태와는 고등학교 헤 같은 반인 맞도 있었으나 김정도가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준 사이였다.
"얘는 나하고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니까 상관없어.
그리고 몇 년 전만 해도 큰 회사 기획실장까지 하던 놈여. 믿을 만해."
중국집의 골방에 들어가 앉자 김정도가 두 사내에게 발했다.
최갑태는 김정도가 시키는 대로 서씨와 강씨라고만 자신들을 소개한 사내들과 인사를 나됐다.
"한탕 하는 거다 "
김정도가 탁자 위에 몸을 낮추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말했다.
"너도 3, 4년 놀아 보았으니까 이놈의 사회가 얼마나 씩었는지 알 수 있을 게다.
있는 놈은 너무 있고, 없는 놈은 너무 없다.
능력과 운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면 난 암말 안 해 허지만 봐라.
능력이나 운이 맞아떨어져도 돈이 없으면 안 된다.
너희 회사가 망한 것은 무엇 때문 이뭐?
수출이 안 돼서? 야 임마, 너희 회사 사장이 알부자인 것 알고 있잖아.
지금도 명떵거리고 살어, 그놈이 첫 때문에 돈을 벌었는데?
높은 놈들한데 상납해서 공장을 거저 챙겼지.
안 그러냐 최잡태는 잠자코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돈 않은 놈들을 좀 털려고 그래. 그것도 당당하게 말이다. "
그의 급작스러운 논리가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갑태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가릴 입장도 아니었다.
"어때? 우리하고 같이 해보지 않을래?"
김정도가 그를 美아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었으나 최갑태는 그것을 눌러 참았다.
그리고 머리를 끄덕였다.
"f, 여긴 봉천동 사거린데요."
최지영이 공중전화 박스 밖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럼 그 부근 다방에 들어가서 다시 전화하세요.
우리가 데리러 갈테니까."
여자는 친절했다.
"네, 알았어요."
최지영은 전화 박스를 나왔다.
머리를 숙이고 얼마 동안 걷자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최지영은 마침 다가와 멈춘 버스에 올라합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겁이 덜컥난 것이다.
이제까지 수없이 일어난 인신매매나 유괴사건들이 떠올랐고
그것이 그녀에게도 및쳐을 것 같았다.
그녀는 션문에 난 월수 80만 원 보장에 무료 침식제공,
초보자 환영에 주간근무인 웨이트리스 모집 광고를 보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창밖을 바라보고 선 최지영의 눈에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노녀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듣는 아버지의 얼굴은 허탈해 보였다.
일어나기 싫은 듯 보였으나 서둘러 옷을 입고 아버지는 집을 나딘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영길 상무가 바쁘게 들어왔다.
그는 차영화를 보았으나 눈의 초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다.
"사장넘, 그 사람들이 곧 들어을 겁니다. "
"몇 명이나 돼?"
"4명이랍니다. 곧장 사장실로 올라온답니다. "
차영화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녀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청와대에서 직접 수입품 가격조사를 하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열흘즘 전에 김중오에게서 주의를 들었던 것이 생각났고,
그것이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장 상무가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직원의 뒤를 따라 4명의 사내가 들어쳤다.
차영화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청와대에서 나오신 사정위원들이십니다. "
1층 매장의 임 부장이었다.
그의 얼굴도 긴장되어 있었다.
앞장을 선 사내가 잠자코 차영화를 바라보았다.
"제가 사장으로 있는 차영화입니다. "
그녀가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난 김 과장입니다. "
그는 호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어 차영화에게 건네주었다.
"청와대 사정위원회 소속입니다. "
뒤쪽의 세 사내는 말없이 서 있었다.
차영화가 그들에게 자리를 권하자 모두 자리를 잡고 앉자
김 과장이라는 사내가 손가방을 열고 서류를 꺼내 놓았다.
횐머리가 희끗회끗한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였다.
"영3사는 자본금 2억에 작년 매출이 45억이었군요."
그가 서류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
"참고로 말씀드리는데 우린 어느 회사건 감정을 가지고 조사하지는 않습니다.
국세청의 자료도 가지고 있지만 우린 우리대로 특별한 정보를 수집해 놓고 있으니까요.
조사에 협조해 주시겠지요?"
"네, 물론이죠."
"우린 몇 군데를 더 가봐야 합니다.
영화상사는 직영매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수입가격에다
엄청난 마진을 붙여서 판매하고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증거도 확보해 놓았어요.
담당 세무서장도 문책할 겁니다. "
차영화는 침을 삼켰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장상무는 감히 시선을 들지 못하고 탁자 위에 놓인 재떨이만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난 다른 곳을 또 가봐야 하니까. 사장넘, 차 사장이라고 하셨던가?"
"네, 차영화입니다. "
"입출대장을 작년분부터 하나도 때지 말고 전표까지 포함해서 말이오,
매출관계와 세금 집행관계 서류를 박스에 담아 청와대로 가져와야 합니다.
청와대에는 각 세무서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50명즘 대기하고 있어요.
하루 이틀이면 끝날 거요. 걱정하지 마시오."
차영화는 다시 침을 삼켰다.
이제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 이 텅 빈 것 같았고 가득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여기 최 계장을 남겨 두했소.
최 계장, 서류 담는 것 지켜보다가 같이 본부로 들어오도록 하게."
"네, 알겠습니다. "
부하인 듯한 직원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청와대까지 사람이 같이 致으면 좋겠는데요.
사장도 좋고, 아무라도 좋습니다.
매출관계에 대해서 물어 볼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최 계장이라는 사람이 차영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차영화는 시선을 돌렀다.
장영길 상무는 그녀와 눈길이 마주치자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좋아, 그건 최 게장이 알아서 해."
김 과장이 자리에서 일어싫다.
안간힘을 쓰듯 차영화가 입을 열었다.
"뭡니 까?"
그의 싸늘한 말투와 눈및에 차영화는 온몸이 오그라들었다.
"아니‥‥‥‥
"자, 그럼 먼저 실례합니다. 나을 것 없습니다. "
그는 사내 한 명을 데리고 서둘러 나간다.
"이것 참, 못할 짓입니다. 미안합니다. 빨리 를 서둘러 주십시오."
남아 있던 최 해장이란 사내가 소파에 둥을 기대고 앉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저, 어떻게 안 될까요?"
차영화는 그의 분위기에 매달렸핀. 필사적이었다.
"월 말입니까?"
그가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말씀 좀‥‥‥‥
그녀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청와대에 들어가셔서 잘 말씀해 보세요.
같이 들어갑시다.
우선 몸부터 살고 봐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이렇게까지 되어 버렸으니 몸이 살 궁리를 해야 합니다.
참, 어떻게 해서 청와대에 투서가 날아오게 됐습니까?
아, 참, 괜히 이런 말을 했군."
그는 입을 다물었다.
차영화는 울고 싶었다.
김중오 펀사나 기관의 여러 사내가 생각났으나
그들은 이렇게 된 줄 알면 어마 뜨거라 하고 머리를 감출 것이다.
차영화는 그들의 속성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차영화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감추려고 전전긍긍할 것이다.
그들은 약한 자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한없이 약했다.
그것이 그들이 갖고 있는 힘의 논리였다.
"가만있자, 짐이 째 많했지요?"
최 레장이 차영화와 장 상무를 바라보았다.
"예, 여남은 박스가 됩니다. "
밖에 나갔다 들어온 장 상무가 말했다.
"안 되 했군. 이봐, 서장에 게 전화해서 날 즘 바꿔 줘.
그 친구들 비상이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최 계장이 다른 사내에게 말했다.
사내가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눌렀다.
"서장이십니까? 여긴 청와댄데 사정위 최 게장님 바꿔 드리했습니다. "
최 계장이 수화기를 건네받았다. -
"아,서장, 나요, 최요. 여기 영화상사라고 와 있어요.
네, 그 일 때문에. 그런데 여기서 필요한데, 잠깐만요."
압구정동에 있는 회사에 서류를 가져가려면 차가 최 계장이 수화기를 들고
장 상무와 차영화를 바라보았다.
"누구 서장 전화 즘 받아 본세요."
차영화가 수화기를 건네받았다.
"네, 여기 사장으로 있는 차영화입니다. "
"이봐요, 그 회사는 차가 없습니까?"
서장이 대뜸 거칠게 물었다.
"아, 아녜요, 있습니다. "
"그분들을 어떻게 대접하는 겁니까?우리야 차를 보낼 수도 있지만
차도 준비를 못한다니 한심한 사람들이구먼.도대체 어떡하려구 그러시오?"
"아녜요. 그게 아니라 저희들이 준비하려고 했는데, 이분들이‥‥‥
"월 모르시는구먼. 잘 해드려요. 고생하시는 분들이니까, 잘 해드려서 나뿐 게 없어요."
"네, 고맙습니다. "
차영화는 진땀을 흘렸다.
"거기 사정위 최 계장님을 바꿔 주시오."
전화를 건네받은 최 계장은 몇 마디 응답을 하다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승용차는 저희들이 준비하겠습니다. "
차영화가 말했다.
"서장한테 들었어요. 그 친구 생색을 내려고 하는구먼."
최 계장이 싱긋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차영화는 입술이 말라드는 것 같아 혀로 입술을 할았다.
"저, 어떻게 구제해 주살 수 없겠어요? 제가 최선을 다하겠어요.
정말 부탁합니다. 방법만 말씀해 주시면‥‥‥‥ "
"안 됩니다. 현재로선 길이 없습니다. 제 선에서는 안 돼요."
최 계장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럼 어느 분? 아까 김 과장님이세요?"
차영화는 그에게 바짝 다가앉았다.
"이봐, 서 주사. 자네 잠판 바란에 나가 있게."
최 계장이 말하자 서 주사가 일어싫다.
"이봐요, 같이 나갑시다. "
장 상무가 깜짝 놀라 일어딘다.
서 주사가 그것을 보며 혀를 참다.
그들이 나가자 차영화는 상기된 얼굴로 최 계장을 바라보았다.
당장 옷을 벗으라면 벗을 것이나 이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이 아예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그들은 광화문에 있는 정부의 청사건물로 들어섯다.
앞의 승용차에는 최 계장과 차영화가 았고,
뒤의 봉고차에는 서류를 싣고 운전수와 함께 서 주사가 타고 있었다.
"청사를 빌려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저쪽은 어른이 계셔서 들락거리는 것이 걸리거든요."
그들은 차에서 내렸다.
"잠판, 내 저 친구에게 이야기하고 오겠습니다. "
최 계장이 뒤차로 다가가 서 주사에게 기다리라고 전하고 돌아왔다.
그들은 김 과장이 기다리고 있는 지하실의 다방으로 들어섰다.
회사에서 출발하기 전에 최· 계장이 김 과장을 찾아 전화를 했던 것이다.
작업실의 아래층 다방에서 만나기로 겨우 약속을 받아 띤었다.
"아주 탁 까놓고 사정해 보세요. 밑져야 본전이니까.
그리고 대상업체가 수십 군데니까 과장넘이 때대려면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그랬다고는 말씀하시지 말고, 알았지요?"
"네, 은혜는 잊지 않됐어요."
"흥,그런 소리 수십 번 들었소. 아마 나는i천당 갈 거요.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 말이오."
"아녜요. 정말이에요."
차영화는 끝까지 매달릴 작정이었다.
청사 안은 처음 들어온 것이므로 차영화는 위축되었다.
그들이 지하실 다방으로 내려가자 김 과장이
한보따리의 서류를 탁자 위에 놓고 짜증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워야? 왜 그러는 거야. "
공손히 인사하는 차영화를 본 척도 하지 않고 최'레장에게 물었다.
그들은 김 과장 앞에 앉았다.
"할일이 태산같이 밀렀고 어른의 독촉은 매일 오는데 다방에서 만나 뭘 하자는 거야?"
김 과장은 눈을 부라렸다.
"과장님, 여기 차 사장 이야기나 한번 들어 보시죠."
"듣기 싫어. 너, 돈 먹 었어?"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오?"
나도 명색이 사정반원인데 최 게장은 말소리를 낮켰으나 분한 모양인지 씩씩 거렸다.
"그럼 왜 그러는 거야? 투서까지 올라왔는데 날더러 어쩌라는 거요."
"저‥‥‥ 투서는 어떻게 왔는가요?"
"나, 참,"
김 과장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기가 막혀서,우리 여사장넘이 철 모르시는구먼,
그걸 어떻게 말합니까?
어른한테 온 투서를 말이오. 내 죽는 꼴을 보실라우?"
"과장넘, 내친 김에 한 건 매주시죠."
"그래, 매주지 ."
김 과장이 장난처럼 션뜻 말했으므로 차영화는 눈을 번책 였다.
최 계장도 못 믿겠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세금포탈 얼마나 했소? 그리고 작년 이득금 기장 안 한 금액이 얼마요?"
김 과장이 차영화에 게 물었다.
Hff ‥‥‥‥
차영화는 침을 삼켰다.
모두 합하면 15억쯤 되었다.
"이것 봐요, 시간없어요. 난 올라가봐야 돼 "
"10억쯤 됩니다. "
차영화가 망설이며 말했다.
"조사해서 더 나오면 어떻게 하실 거요?우린 하루면 거기 회사 것은 끝내요."
"12억쯤될 것 같아요. 자세히는모르지만."
"그럼 10억 세금을 내요, 정부에다가. 그러면 끝나는 거요."
"ill?"
차영화는 살 길이 생긴 것 같았다.
"내일 청와대로 보고서를 올리기 전에 10억을 여기 세종로 지점의 은행에 입금시켜요.
그러면 끝을 내주겠소. 이상이오."
"네, 알했습니다. "
"서류는 차에 실려 있소?"
"네, 서 주사가 지키고 있습니다. "
"그 서류는 입금시키고 나서 찾아가시오.
그 전에 우리가 형식적이라도 펀토는 해봐야했소."
"그러문요. 고맙습니다, 과장넘."
"이번 세금은 청와대에서 걷는 것이니까
우리가 발행한 영수증을 가져가시오.
그 영수증은 세무서에서 인정하게 되어 있어요.
영수증은 최 계장, 자네가 입금 확인되면 지급해 드려 . 알았어?"
"네, 미안합니다, 과장님."
"내가 부하직원은 믿어야지.
최 졔장, 여기 사장께서 않아 있지만 돈 몇 푼 가지고 신세 망친 사람 많아.
그 말 명심해."
"과장님, 난 그저‥‥‥ 에이, 정말 답답합니다. "
차영화가 나쳤다.
"제가 최 계장님께 매달렸어요. 과장님께 부탁드려 달라구요. 정말 미안해서 어쩌죠?"
"알겠소. 그리고 그건 알아두시오. 영화상사라고 했던가?
우리가 그쪽을 봐드린 건 사실이오.
내일 청와대로 올라가면 영업정지는 물론 대표자 구속 방침까지 서 있어요.
세금이나 이득금 포탈이 12억 이라면 12억이 넘게 세금이 추징될 거요.
어했든 이 일이 끝나고 이야기합시다.
그때 가서 우리에게 인사를 하든지 말든지 그런 것에 신경쓸 시간은 없소."
김 과장이 보따리를 들고 일어쳤다.
차영화가 바쁘게 따라 일어섰고 최 계장에게서 세종로 지점의 구좌번호를 받았다.
"제가 늦어도 오늘 오후 3시까지는 입금시키겠어요."
차영화가 현관 앞에서 말했다.
최 계장이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12시 30분이었다.
"그러면 그때 여기로 와서 영수증하고 서류를 찾아 가세요."
최 계장이 말하며 돌아딘다.
"저, 그리고‥‥‥‥
차영화가 그의 뒤에 대고 말했다. 최 계장이 돌아졌다.
"김 과장님하고 최 계장님께 인사는요?"
최 계장이 얼굴을 정그렸다.
"나, 그 사람한테 의심받는 게 싫습너다.
여기 오실 때 가져오셔서 그 사람에게 직접 주세요.
난 상관 안 할랍니다. "
"네, 그럼 3시에 다시 여기 다방에서 뵙겠습니다. "
차영화는 바쁘게 걸어 기다리고 있는 승용차에 올랐다.
승용차가 세종로를 빠져나가자 그녀늘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로 갑니식"
미스터 강이 물었다.
공용으로 필요할 매 운전을 하는 회사 직원이었다.
"우선 회사로 가."
운수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차영화는 카폰을 집어들고 다이얼을 눌렸다.
회사에 판매대금으로 입금된 것이 30억이 있었고 은행에 물품 구입
비용으로 보관시켜 놓은 금액이 3억 정도 있었다.
우선 판매대금을 돌려 쓸 작정이었다.
작년 이득금이 날라갔으나 아직도 돈 걱정은 없었다.
회사와 통화를 끝내고 차창 밖을 바라보던 차영화는 문득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인상이 깊은 사내였다.
280만 원 짜리 올 재킷을 바라보던 사내의 얼굴이었다.
그놈이다. 차영화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놈이 투서를 했을 것이다.
신분을 밝히지도 않고 그 비싼 옷을 보면서 무시하는 듯했다.
그의 시선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차영화는 어금니를 물었다.
이 새끼, 잡아서 갈아 마실 거야.
비겁한 자식 같으니.
그러나 차영화는 그가 왜 투서를 했는가를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다.
온통 마음에 두서가 없었기 매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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