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얼마 동안이 흘렀을까?
이윽고 양몽환의 몸에서 손을 뗀 조소접은 짚었던 혈도를 모두 풀어놓으며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진기가 천천히 흐르는 것은 알 수 있어도 거꾸로 흐르지는 않아요.]
그러는 바로 그때였다.
홀연! 슬프디 슬픈 한마디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음소리는 극히 작게 들렸지만 슬픔과 고통이 가득 찬 울음으로 듣는 사람의 가슴을 찔렀다.
그러자 흠칫했던 여러 사람 중에서 먼저 하림이 방으로 뛰어드는 것이었다.
그 순간, 뛰어드는 하림을 낚아채듯 잡는 사람이 있었다.
옥소선자였다.
[심소저! 안돼요. 들어가면......]
[왜요. 란이 언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들어가 봐야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팽언니가 울리 없어요.]
하림의 말대로 한가닥의 울음소리는 팽수위의 참는 울음이었다.
그러나 옥소선자는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팽언니는 이성을 잃을 만큼 슬퍼하고 있어요.
이럴 때 들어가면 누구든지 그대로 두지 않을 거에요.]
하림은 어이가 없었다.
주약란이 염려되어 들어오는 사람을 해칠 팽수위가 아닐 것같았다.
[그럼, 사람을 해친단 말인가요?]
[틀림없어. 팽언니의 성격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야.]
하는데 그때까지 거꾸로 서 있던 양몽환이 급히 조소저를 부르는 것이었다.
[조소저, 빨리 와 보시오. 지금 진기가 거꾸로 흐르는 것같소.]
이마와 목덜미에 땀을 흘리며 소리치는 양몽환의 말에 조소접은 급히 다가가 손을 대보고는
탄식하듯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거꾸로 흐른다 해도 소용없어요.
거꾸로 흐르는 진기를 바로 흐르게 할 수 없는 바에야 시험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어요?
더구나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닌 것같은데......]
그러자 양몽환은 몸을 바로 세우며 주먹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무슨 병이란 말이오?]
하는 물음에 조소접 대신 옥소선자가 대답하는 것이었다.
[주소저는 지금까지 웅후한 내공을 연마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그 무공을 터득하기전에 이 백장봉으로 급히 달려오느라고 무공의 수련을 중단했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내상을 입은 것일 거에요.]
그러자 조소접은 그 말에 수긍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어요. 이 며칠동안 양상공과 저를 구하려고 무공의 수련을 중단했고 또 도옥과 겨루느라고
심신이 피로한 때문에 경맥에 진기가 풀려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에요.]
[틀림없어요. 그래서 주소저는 미리 나에게 말했었는데 그 말이 맞는군요.]
하며 옥소선자는 눈을 가늘게 뜨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소접은 바싹 다가섰다.
[뭐라고 했는데요?]
[이렇게 말했어요. 만일 주소저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기거든
곧 현옥에게 태워 천기석부로? 보내달라구요.
그리고는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하며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이에 조소접도 따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군요. 언니는 이미 다 알고 계셨군요.
그래도 우리를 구해주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왔어요 ......]
조소접은 처량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막연히 허공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자 언제 나왔는지 주약란을 두 손으로 안은 팽수위가 소리를 빽 질렀다.
[떠들지들 말아요!]
매섭게 소리친 팽수위는 주약란을 안은채 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한 팽수위를 옥소선자가 가로 막았다.
[팽언니, 어디를 가려고 그래요?]
그러나 팽수위는 여전히 싸늘한 시선으로 일동을 노려보는 것이었다.
[그럼, 이 황량한 곳에서 죽게 내버려두란 말인가요?
한가닥 숨이 있을 때 속히 천기석부로 돌아가야겠어요.]
하는데 주약란은 숨을 쉬고 있는지 어쩐지 팽수위의 품에 안긴채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러한 주약란과 팽수위를 번갈아 보던 조소접은 떨리는 음성으로 신음하듯이 말했다.
[위험해요. 여기서 치료하도록 해야 해요. 만일 움직이면 도리어 ......]
생명이 위험하다는 말을 하려다 팽수위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뭐라고요? 당신들은 모두 우리 주소저를 죽게 한 사람들이에요. 앞길을 막지 말아요!]
사실 주약란에게 감동되어 예전 만년 묵은 거북을 잡으려던 굴속에서 한 번 충성을 맹세한 팽수위는
그만큼 헌신적으로 주약란을 섬겼다.
그러한 주약란이 양몽환과 조소접을 구하고 위독해지자 팽수위의 성질로서 눈물을 흘리기보다
노여움이 앞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양몽환과 조소접? 때문에 주약란이 죽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팠다.
한번 노기를 터뜨린 팽수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걸음을 옮겨 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급히 팽수위의 앞을 막아 선 양몽환은 준엄한 목소리로 팽수위를 불렀다.
[팽소저, 잠깐만 기다려주시오.]
그러자 그만 노기가 폭발해 버린 팽수위는 차디 찬 목소리로 떠들고 말았다.
[기다리라고요? 흥! 당신 때문에 우리 소저가 위독하게 됐어.
무슨 염치로 기다리라, 마라 하는 거요?]
하는 말에 양몽환은 심히 난처해졌다.
그러나 정중히 두 주먹을 마주 쥐며 일읍했다.
[팽소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말씀만 들어주시오.]
[이미 두 마디도 더 들었소. 뭘 더 들으란 말이오? 어서 길이나 비켜요!]
순간, 양몽환은 밸이 뒤틀렸다.
<음......더 반항한다면 무공으로라도 못가게 해야지......>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팽소저! 팽소저의 마음을 짐작 못하는 바는 아니오.
그러나 주소저를 살리고 싶다면 고이 내려 놓으시오.]
하는 것이 처음과는 달리 태도를 굳히고 음성을 약간 높이는 것이었다.
[위협하는 건가요? 빨리 길이나 비켜요.]
여전히 날카로운 팽소저의 말에 양몽환도 한층 음성을 돋우었다.
[왜 이리 큰 소리를 치는 거요? 주소저를 내려놓지 않는 이상 길은 비키지 못하겠소.]
점차 험악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추악하게 생긴 얼굴에 싸늘한 웃음이 돌던 팽수위는 두 팔로 안았던
주약란을 왼 팔로 부축해 옆구리에 끼면서 그대로 오른 손을 날려 양몽환의 가슴을
뽄대있게 후려갈기고 말았다.
그 바람에 흠칫 뒤로 물러섰던 양몽환도 지금 팽소저의 행동을 그대로 말로만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즉각 반격을 감행하고 말았다.
오른쪽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드는 척하면서 팽수위의 오른쪽 손목을 움켜쥐려고 달려드는
양몽환을 가볍게 피한 팽수위는 옷깃을 펄럭이며 몸을 날려 양몽환의 가슴을 노리고
발길질을 퍼붓고 그것을 피해 뒷걸음치는 양몽환을 쫓아가며 날카롭게 장풍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비록 주약란을 안아 오른쪽 손 하나만으로 공격하는 팽수위지만 그 공격하는 한 수, 한 수가
얼마나 매섭고 강한지 양몽환이 놀랄지경이었고 공격하는 한 수마다 모두 급소만 노리고
들어오는 데는 옥소선자나 조소접 그리고 하림도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팽수위는 사생을 결하고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와 반면에 양몽환은 아차 실수해서 팽수위가 끼고 있는 주약란을 다칠까 염려되어
한 수를 공격하는 데도 상당한 조심이 들어 마음대로 장풍을 일으킬 수 없었다.
이와같이 이상하게 벌어진 싸움에 어이없이 하던 옥소선자는
그만 자기도 모르게 쇳소리를 내고 말았다.
[팽언니! 무슨 일이에요? 양상공과 싸우다니?]
하는 외침에 팽수위는 흘깃 옥소선자를 바라보고는 계속해서?
날카롭게 오른 손을 휘둘러 눈깜짝할 사이에 세 수의 공격을 퍼부어
양몽환을 뒷걸음질 치게 하고서야 주춤 서는 것이었다.
[그럼, 길을 비키라고 해요.]
[길을 비키면 천기석부로 가시겠단 말인가요?]
[나는 소저의 명령대로 하는 거에요.]
[명령이라뇨? 무슨 명령이죠?...지금 우리도 주소저를 치료하려고 연구중인데...]
[천기석부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그게 정말이에요?]
[거짓말 같아요?]
그러나 양몽환은 아무리 주약란이 말했다 해도 그녀를 천기석부로 보낼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만일 그대로 팽수위를 놔준다면 천기석부로 가는 도중에 숨이 끊어질 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팽소저! 어쨌든 이 양모의 말을 들어보시오.]
그러나 팽수위는 초지일관으로 자기의 결심을 굽히지 않고 다시 차갑게 말하는 것이었다.
[필요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어!]
하고는 다시 공격해 들어오는 것이었다.
왼쪽 옆구리에 주약란을 끼고 공격하는 팽수위는 그만큼 몸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공격수법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리고 주약란과 자기의 몸을 철통같이 장풍으로 보호하면서 역습하는 데는 아무리 무공이
웅후한 양몽환일지라도 주약란을 다치지 않게 주의하여 역공을 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대로 싸우기만 한다면 승부가 언제 끝날지 시간만 끄는 것이 안타까운 양몽환은
드디어 결심하고 말았다.
그것은 팽수위의 공격을 피하지 말고 맞받아 후려치면서 그녀의 오른 손을 움켜쥘 결심이었다.
이때, 양몽환의 의중을 알리 없는 팽수위는 오른 손을 휘휘 내두르며 양몽환의 왼쪽 어깨를 노리고
들어왔다.
그러자 양몽환은 자기의 결심대로 그녀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맞받으며 급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자기의 왼쪽 어깨를 후려 갈기고 팔을 거두어 들이는 팽수위의 오른쪽 손목을 번개같이
휘어잡고 말았다.
그리고는 다섯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손목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을 참느라고 이를 악물던 팽수위는 손목의 힘이 빠지는지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그때 양몽환은 다섯 손가락에 주었던 힘을 회수하며 팽수위를 노려보았다.
[이래도 주소저를 내려놓지 않겠소?]
그러나 팽수위는 이를 악물며 차갑게 내뱉는 것이었다.
[그렇게는 못해. 나를 죽이기 전에는 주소저를 내려놓을 수 없어.
천기석부로 보내달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당신들이 뭐라고 야단이야?]
그러자 이때까지 잠자코 있던 조소접이 입을 삐죽였다. 아니꼽다는 표정이었다.
[우리들은 그런 말을 못들었어요. 믿을 수 없어요.]
그 말에 팽수위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뭣이 어째? 네년 때문에 우리 주소저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 뭐라고?]
대단한 모욕이었다. 그 말에 양몽환은 마음이 뜨끔했다.
조소접에게 이년, 저년 할 정도로 증오를 가지고 있는 팽수위라면 양몽환 자기에게도 이놈,
저놈 소리가 안나올리 없었다.
그런데다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 성격이 급한 조소접이 그냥 있을리 없었다.
<조소접의 성격에 그런 모욕을 받고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하면서 조소접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나 양몽환의 생각과는 너무도 다른 실로 의외의 표정을 짓는 조소접이 아닌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아니 웃는 것같은 조소접의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음성을 낮추는 조소접이었다.
[팽소저! 당신의 말이 옳아요.
틀림없이 저 때문에 언니가 위독해졌다는 것은 천만번 말해도 옳은 말이에요.
그리고 제가 사죄를 드리겠어요.
그러나 사태가 이왕 이렇게 위급하게 된 지금 노여워하는 것보다 먼저 언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해요.
만일 그래도 천기석부에 간다면 죽음을 앉아서 기다린다는 것 밖에 더 되겠어요?]
그러나 팽수위는 흥! 코웃음부터 터뜨렸다.
[사죄를 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죽고난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그리고 이 황량한 곳에서 죽게 버려두란 말인가?]
순간, 조소접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눈썹이 치켜지는 듯했다.
그러나 곧 정상을 되찾으며 침착해졌다.
[그러나 지금 언니의 상처는 누구에게서 받은 상처가 아니고 진기가 중단되어 생긴 병이에요.
비록 이곳이 황량하다 해도 구할 수 있는 데까지는 구해야 되지 않겠어요?
무조건 천기석부에만 가면 어떻게 하실 작정이에요?]
[아주 말은 제법이군! 그러나 아무리 나를 설득하려 해도 그렇게는 안되지!]
하는 말에 그만 조소접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말았다.
[저도 언니를 구하려고 하는 말이에요. 그런데 뭐라고요? 흥! 저의 무례를 탓하지 말아요.]
하고는 오른 손을 돌어 올린 조소접은 다섯 손가락을 쭉 펴며 몸을 날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조소접의 공격에 대포 요혈이 짚히고마는 팽수위였다.
순간, 얼굴빛이 변한 팽수위는 주약란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그러자 힘없이 팽수위의 옆구리에서 미끄러지듯 떨어져 내리는 주약란을 그야말로
전광석화같이 날쌘 동작으로 받아 안은 조소접은 즉시 짚었던 팽수위의 대포 요혈을 풀어 놓으며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다.
번개가 빠르다 해도 어찌 조소접의 행동에 비기랴 싶도록 신속하게 움직이는 조소접의 행동에
양몽환은 물론 옥소선자와 하림도 다만 아연해질 따름이었다.
그제야 양몽환도 다섯 손가락으로 쥐고 있던 팽수위의 손목을 놓으며 허리를 굽혔다.
[팽소저, 허물을 용서하시오.]
하며 굽힌 허리를 펴기도 전에 이를 부드득 갈던 팽수위는 대성일갈! 벼락같이 몸을 날려 그대로?
조소접에게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순간! 질겁을 하고 주약란을 안은채 옆으로 비켜서던 조소접은 너무나 악랄하게 달려드는
팽수위의 기세에 주춤 물러서다 급한 마음에 오른쪽 손에 잠력(潛力)을 불어 넣어 팽수위를
밀어붙이고 말았다.
그러자 노호같이 달려들던 팽수위의 몸은 마치 바위에라도 부딪친 듯 으악! 소리를 내면서
몸을 꼿꼿이 세우다가 꽈당! 하고 그대로 주저앉고 마는 것이었다.
사실 조소접의 잠력은 그 무공이 실로 가공할 정도로 절묘에 이르러 있었다.
그러한 무공을 엉겁결에 팽수위에게 쏘아붙인 조소접은 혹시 주약란을 다칠까 염려해서
생각도 하지 않고 가한 한 수였다.
그 한 수에 주저앉은 팽수위는 그 추악하게 생긴 얼굴이 금방 파랗게 변하고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왈칵 쏟아지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순간 정신이 아찔해진 조소접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라워 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자기의 한 수가 그토록 치명상을 입히리라고 생각지도 못했고
더구나 정신없이 들어 올렸던 잠력이었기 때문에 조소접 자신도 아연해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자 옥소선자가 나는 듯이 달려가 팽수위를 일으키려고 했다.
[팽언니! 어디를 다쳤어요?]
하는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조소접은 황망히 부르짖었다.
[손대지 말아요. 지금 내상을 입었어요.]
그 말에 옥소선자는 일으키려던 팽수위를 가만히 놓고 조소접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곧 치료해 주세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근심이 가득 찬 옥소선자가 애원하듯 조소접을 바라보았다.
이때, 조소접은 자기가 너무 심했구나 하고 자책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심한 충격이 아니면 곧 치료될 수 있어요. 숨은 쉬어요? ......]
옥소선자는 조심히 팽수위의 가슴에 손을 대었다가 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숨을 쉬고 있어요.]
[그럼, 괜찮을 거에요.]
하고는 안고 있던 주약란을 하림에게 안겨주고는 팽수위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빠른 솜씨로 팽수위의 몸을 더듬어 아홉 곳의 혈도를 짚는 것이었다.
그렇게 팽수위의 몸을 더듬는 조소접을 보고 있던 옥소선자는 혹시 더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나직이 물었다.
더구나 혈도를 짚어 상처를 치료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상처를 치료하는 것인가요?]
[그래요.]
가볍게 대답한 조소접은 열심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혈도를 짚어 상처를 치료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요.]
궁금한 것을 묻자 조소접은 아무 표정없이 대답해 주었다.
[그래요. 겉으로 보기에는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더 상하게 하는 것같지만 귀원비급
요상편에 적혀 있는 특유한 방법이에요.]
[참 이상한 치료법이군요.]
[무공을 닦은 사람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한가닥의 기운이에요.?
내공을 쌓은 사람에게는 그 경맥을 돌고 도는 진원지기(眞元之氣)가 문제인데
지금 제가 하는 것은 점차 흐려지는 진기를 한? 곳으로 운집시키려고 하는 거에요.]
하고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말에 옥소선자는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조소접은 몸을 일으키며 이어 말했다. 치료가 거의 끝난 모양이었다.
[이젠 됐어요. 데리고 가서 조식을 취하도륵 하세요.
그리고 조식이 끝나면 추궁과 혈법으로 막힌 혈도를 주무르면 완쾌돼요.]
하고는 몸을 돌려 하림이 안고 있는 주약란을 받아 안았다.
그리고는 주약란이 누워 있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조심히 눕혀 놓는 것이었다.
한편, 옥소선자는 팽수위를 안고 그 다음 방으로 들어가 역시 침대 위에 눕혀 놓았다.
이리하여 양몽환과 하림은 조소접을 따라 주약란의 방으로 들어가 잠시 침묵에 잠겨 있었다.
얼마 동안 물끄러미 주약란을 내려다 보고 있던 조소접은 양몽환과 하림을 번갈아 보다
하림에게서 시선이 멎었다.
[심소저, 미안하지만 문밖을 좀 지켜줘야겠어요. 누가 올지도 모르니까요.]
주위를 경계해 달라는 말에 하림은 쾌히 대답하고 나갔다.
하림이 나가고 양몽환과 조소접은 주약란을 내려다 보며 망연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 먼저 양몽환이 입을 열었다.
[조소저, 무슨 치료법이라도 없습니까?]
그러자 조소접은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뜨는 것이었다.
[별로 좋은 치료법이 없어요. 귀원비급의 요상편을 다 생각해봤지만!]
암담한 말에 양몽환은 목구멍이 뜨거웠다.
[지금 주소저의 진기가 거꾸로 흐른다고 했는데 귀원비급 요상편에는 진기가 역행하는데
대한 기록이 없습니까?]
[지금 잘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머리를 끄덕이던 양몽환은 무슨 말인가를 할 듯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조소저가 지금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제가 한번 시험해 봐도 되겠습니까?]
[무슨 치료법이 있나요?]
[글쎄요. 자신은 없지만 한번 시험해 보겠습니다.]
그러는 말에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던 조소접은 천천히 눈을 떴다.
[해보세요. 그러나 먼저 저를 시험해 보세요.
만일을 위해서...언니와 저는? 똑같은 여자니까 별 차이는 없을 거에요.]
[그것도 좋습니다. 그럼, 좀 더 생각해 보고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저도 좀 생각해 보겠어요.]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금 주소저의 병이 경각에 달렸는데?
시간만 끌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런 만큼 조소저가 알고 있는 귀원비급의 요상편을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시오.
그럼 저도 무슨 생각이 떠오를지 모르니까요.]
[그것도 좋겠군요.]
하고 대답한 조소접은 조용히 눈을 감으며 하나하나 요상편의 기록을 외워가기 시작했다.
[...... 대상불손(大傷不損), 대잉약호(大孕若虎) ......]
한자 한자 똑똑히 외워나가는 조소접을 응시하며 양몽환은 정신을 가다듬고 귀를 세웠다.
그러나 몇가지의 기록을 천천히 외워나가도 애초에 조소접의 말대로 주약란을 고칠 수 있는
기록이나 방법은 없었다.
실내는 다시 얼마 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그때까지 눈을 감고?
요상편을 외우며 양몽환의 입에서 무슨 말을 기다리던 조소접은 종내 아무 말이 없는
양몽환의 태도에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며 탄식했다.
[이런 일은 급히 서두르면 안돼요. 그렇다고 아무 치료법이나 시험해 볼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러나 양몽환은 그때까지 무슨 생각에 홀로 잠겨 있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그것 참 이상하군......]
그러자 조소접은 눈을 크게 떴다.
[무엇이 이상하단 말이죠?]
[글쎄 아무 방법도 생각해 내지 못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하는 말에 조소접은 기대와는 조금 어그러지는 표정이었다.
[너무 조급히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 보도록 해요.]
하는 그때 양몽환은 손뼉을 치며 무슨 큰일이나 생각해 낸 듯이 얼굴이 밝아졌다.
[조소저! 혹시 오년 전 천기석부에서 제가 조소저에게 치료받은 일을 기억하십니까?]
[그럼요. 물론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건 왜 묻죠?]
[하여간...... 그보다 그때 주소저에 비하여 조소저의 무공은 어땠습니까?]
조소접은 무슨 일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묻는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주소저보다 좀 강해요.]
[지금은?]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더구나 언니는 지혜가 매우 뛰어나거든요.]
[그렇다면 귀원비급이 천하무학의 정화(精華)이며 보전(寶典)이라고 하는데?
그 보전을 지금 도옥이가 오년 동안이나 연구 터득했다 해도 그전부터 알고 있는 주소저나
당신 조소저가 더 강하지 않겠습니까?]
[예. 맞아요. 무공이나 지혜가 언니보다 못하다면 아무리 같은 무학을 연구 터득한다 해도
재질이 많은 언니가 더 강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양몽환은 부정하듯 고개를 흔들었다.
[무공을 재질로 따진다면 당신 조소저가 주소저에 못지 않습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누가 더 전심전력으로 연구하고 단련했는가에 있지 않을까요?
세속(世俗)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말입니다.]
[옳은 말이에요. 사실 저는 이 몇년간 조금도 전심하지 못했어요.]
[제가 하는 말은 그러한 뜻에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지금 주소저만큼 강한? 무공을 가진 사람의 내상을 치료하는데
혹시 조소저의 무공으로 고칠 수가 없을까 해서 하는 말입니다.
그 진기가? 역행한다는 것은 조소저가 이미 확증을 잡은 것이 아닙니까?]
[그래요. 그러나 진기가 응결되어 상처가 된다 하더라도 역행하는 진기는 없어요.]
[네, 바로 그것입니다. 어떻게 돼서 진기가 역행되는지 그 원인만 안다면 역행하고 있는 진기를
바로 흐르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하긴 했으나 조소접이나 양몽환의 머리 속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시간은 흘러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앉고 방안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초에 불을 당기고 마주 앉은 두 사람은 흡사 정담을 나누는 사이좋은 연인(戀人)처럼 촛불을 사이에?
두고 호젓이 앉았지만 각기 어떻게 하면 주약란을 치료할 수 있는가 하는 무거운 생각에 빠져
괴로운 마음을 초의 심지처럼 태우고 있는 것이다.
침울하고 고즈넉한 침묵이 장시간(長時間) 흐르고 긴 초도 마지막 심지가 치익! 소리를 내며 꺼지고
주위가 완전히 어둠에 묻힐 때에야 가볍게 탄식하며 조소접이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양상공! 좋은 생각이 없어요?]
하는 소리에 양몽환도 혼자 생각에서 겨우? 벗어났다.
그렇다고 좋은 치료법이 떠오르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조소저는!]
[예, 조금 생각나는 것이 있어요.]
양몽환은 귀가 번쩍 뜨였다.
[어떤 것입니까?]
[제 생각 같아서는 언니가 진기를 일부러 역행시키는 것같아요.
그래서? 체력의 약한 상처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서 말예요.]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까?]
[예, 그것은 어떤 무공이 달인(達人)에 달할 때에 체력이 극한에 이르는 수가 있어요.
저도 전에 경험을 한 일이 있어요.
이러한 체력의 한계는 불가(佛家)의 반야선공(般倻禪功)이나 도가(道家)의 현문강기(玄門鋼氣)
같이 최고의 무공에 이르면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거에요.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최고의 무공에 도달하면 체력의 한계점을 초월한 만큼
그 다음 어떤 한계점에 봉착하는 고뇌가 있다하더라도 능히 이겨낼 수 있어요.]
[실로 신비스러운 일이군요.]
[그러나 저의 말이 꼭 어떤 확실한 근거가 있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다만 저의 경험에 비추어서 말씀드리는 거에요.]
[경험에 의한 것이라면 확실한 것이죠.]
[그렇다고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즉 커다란 무공에는 커다란 한계점이 있고 작은 무공에는 작은 한계점이 있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상승무학(上乘武學)의 극치에 달한 사람이라도 어떠한 난관에 봉착하면
자기의 진도(進途)를 볼 수 없게 되는 상태까지 올 수도 있어요.]
[어려운 말이지만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꼭 일년전 일이군요.
그때 저는 어떤 난관에 부딪쳐 고뇌에 빠진 일이 있었어요.
그러나 저는 그 고뇌를 떨쳐버리려고 강호에 떠돌아 다니며 많은 남자를 희롱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고뇌를 잊어버리기도 했고요.]
하고 말한 조소접은 후! 한숨을 쉬었다.
만일 이때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빛이 있었더라면 양몽환을 바라보는 조소접의 눈이
얼마나 절실한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얼굴도 볼 수 없을 만큼 방은 어둠에 싸여 있어서 조소접의 눈을 볼 수 없는
양몽환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 체력 한계점에 달했을 때 느낀 고뇌는 어떤 것인가요?]
[많아요. 그 중에서도 먼저 느낀 것은 무공을 닦으면 닦을 수록 후회되었어요.
잠시 조식을 취하고 나면 감각이나 기분이 달라지고 어떤 때는 진기가 창통하여
금방 하늘로 날아오를 듯도 하고 어떤 때는 큰 싸움을 치루고 난 사람처럼 지치고 지쳐
꼼짝도 못하게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하고 갑자기 말을 멈춘 조소접은 손가락을 입에 대며 밖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문 밖에 인기척을 들으며 음성을 낮추었다.
[밖에 누가 온 것 같아요.]
하자 양몽환은 벌떡 몸을 일으키며 역시 음성을 낮추었다.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조소저는 여기서 주소저를 지켜보시오.]
하고는 즉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방문을 열고 나온 양몽환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위를 살피고는 별 이상이 없자
지붕 위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사방을 휘둘러 보는 그의 시선에는 별로 멀지 않은 곳에서
하나의 등불이 켜졌다가는 꺼지고 꺼졌다가는 켜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 역시 옆 방에서 팽수위를 간호하던 옥소선자도 무슨 인기척을 들었는지
옥피리를 쥐고 지붕 위로 몸을 날렸다가 깜박이는 등불을 보고는 질풍처럼 달려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옥피리를 들고 달려가는 옥소선자를 보고 있던 양몽환은 곧 그녀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불빛이 깜박이는 곳으로 양몽환은 힘껏 달려가면서도 순간적으로 생각에 잠겼다.
<...... 도대체 저 불빛이 무슨? 신호일까. 그리고 누굴까?......
참패를? 당한 도옥의 응원군이 나타났을까?......
그렇다면 이창란과 천홍대사 등 여러 고수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지 않는가 ......>
만일 적이라고 가정해도 얼핏 수긍이 가지않는 양몽환은?
이상한 생각이 떠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 잠시 후에는
불빛이 깜박이는 근처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깜박이는 불빛을 자세히 바라보던 양몽환은 더욱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깜박이는 불빛은 상상 밖으로 하나의 호롱불이었고?
그 호롱불은 굵은 백송(白松) 나뭇가지에 걸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서 잎이 많은 나뭇가지 뒤로 흔들리면 불빛이 없어지고 다시 흔들려 불빛이 나타나곤
하는 것이 멀리서 볼 때는 꼭 어떤 사람이 일부러 불을 켰다 꼈다 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었다.
잠시 동안 흔들리는 호롱불을 바라보고 있던 양몽환은 더 바라볼 흥미를 잃고 돌아서고 말았다.
별 일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럭나 양몽환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돌아서서 주약란이 누워 있는 초가집으로 되돌아 오던 양몽환은 눈 앞에 히끗히끗한 물체가
이리저리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몸이 오싹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히끗히끗한 물체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옥피리를 휘두르는 옥소선자였고 흑의를 걸친
장정과 정신없이 싸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옥소선자 옆에 장검을 휘두르는 하림도 발견할 수 있었다.
흑의의 장정은 모두 두 명으로서 각기 옥소선자와 하림을 상대로 해서 싸우고 있었다.
상대가 도옥의 사령화신(四靈化身)중의 두 명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도옥의 사령화신은 바로 도옥의 제자들로서 용모나 체구에 있어서도 도옥과 비슷한 것은 물론
옷과 손목의 금환(金環) 그리고 무기인 금환검까지 똑 같았고 거기다가 왼쪽 다리를
약간 저는 것까지도 같아 누가 진짜 도옥인지 얼른 분간한다는 것은 상당한 식별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알아볼 도리가 없었다.
다만 진짜 도옥과 화신들을 가려낼 수 있는 단 하나의 차이점은 그들의 무공 솜씨에서
식별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식별력이 비상하고 무공이 웅후한 양몽환은 그들의 금환검을 휘두르는 솜씨로서
도옥의 제자임을 가려낼 수 있었다.
그러나 양몽환은 그들의 무공 솜씨가 옥소선자나 하림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잠시 싸움의 경과를 지켜보기로 하고 어둠 속에 자태를 감추고 있었다.
옥소선자와 하림의 무공이 비록 도옥을 이기지는 못하지만 도옥의 화신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옥소선자와 하림은? 펄펄 바람을 날리며 순식간에 삼십 수의 공격을 퍼부면서
여유있게 기세를 올리고 육박해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다가 남달리 다른 또 하나의 증오를 도옥에게 품고 있는 하림은 도옥을 닮은 화신들만 보아도
도옥을 상대하는 것처럼 날카로운 수법으로 급소만 노리고 장검을 날리는 것이었다.
이에 옥소선자도 하림과 보조를 맞추어 날카롭게 공격하기를 다시 이십 여수,
드디어 열세에 놓인 화신들은 장검과 옥피리를 피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던 얼마 후, 열세에 몰려 뒷걸음질 치던 도옥의 화신들은 일제히 대성일갈!
달려나오면서 각기 한 수씩 무시무시한 공격을 가하고 열세에서 빠져나왔다.
그러한 그들의 한 수는 기묘하고도 예리했다.
그 바람에 기세있게 몰아붙이던 옥소선자와 하림은 몇걸음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상대방의 허를 노린 두 화신은 다시 한번 날카롭게? 소리치며 금환검을 휘두르고는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다섯 걸음이나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그중에 한 화신이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잠깐! 말할 것이 있소!]
하는 말에 옥피리를 들어 올렸던 옥소선자도 큰 소리로 외쳤다.
[무슨 일이오?]
그러자 역시 좀전의 화신이 여유를 두지 않고 되물었다.
[양몽환이 있소?]
[왜 그래요?]
[전할 서찰(書札)을 가져왔소.
그러나 저희 스승께서는 반드시 양몽환을 만나 전해주라고 했소.
그래서 양몽환을 찾는 것이오.]
하는 것이었다.
이때까지 어둠 속에서 자태를 감추고 있던 양몽환은 즉시 그들에게 자태를 보이며 나타났다.
[양모인 여기 있소!]
그러자 갑자기 나타난 양몽환의 음성에 깜짝 놀랐는지 홱! 돌아섰다.?
그리고는 양몽환을 아래 위로 노려보던 화신은 양몽환의 표정에서 마음이 놓였는지
왼쪽에 섰던 화신이 품속에서 밀봉된 서찰을 꺼내주는 것이었다.
화신이 내주는 서찰을 받아든 양몽환은 밀봉된 서찰을 뜯다 말고 화신들에게 물었다.
[두 분은 또 무슨 볼 일이 있소?]
[없습니다. 우리가 이곳까지 온 것은 다만 그 서찰을 전하기 위해서 온 것뿐입니다.]
하는 말에 양몽환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입을 열었다.
[그러면 좋습니다. 그러나 한 분은 여기 남아 있어야겠습니다.
의논해서 한 분은 남고 한 분은 가주십시오.]
하는 것이었다.
순간, 두 명의 화신은 고개를 번쩍 들며 양몽환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되묻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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