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494. 열정(11)

오늘의 쉼터 2014. 9. 9. 14:58

494. 열정(11)

 

 

(1579) 열정-21 

 

 

 

 

오후 3시, 시저스 팰리스의 방안에 모인 넷의 표정은 밝았다.

 

조철봉과 이재영, 김동수와 박경택 등 넷이다.

 

김동수와 박경택은 방금 골드먼과의 미팅 상황을 듣고 고무되어 있었다. 

 

각기 성분이나 출신이 다른 넷이 모였지만 팀워크는 훌륭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째는 지도력일 것이다.

 

거기에다 신바람까지 가미되었으니 최상급의 컨디션이다.

“제가 먼저 보고를….”

그때, 김동수가 입을 열었다.

“강상호가 메일을 보냈더니 한시간 후에 보먼한테서 메일이 왔습니다. 만나자는군요.”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동수가 벙긋 웃었다.

“그리고 자이언트 전자의 찰리라는 이름의 사내한테서도 메일이 왔습니다.

 

놈들은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습니다.”

“자이언트에다 바로 연락을 한 모양이군.”

눈을 가늘게 뜬 조철봉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양쪽이 다급하게 나서는 걸 보니까 오더 약속이 다 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렇군요.”

동수가 머리를 끄덕였을 때 조철봉이 시선을 돌려 재영을 보았다.

“오더 결정은 언제 합니까?”

“각 상사의 샘플과 오퍼시트를 어제다 걷어 갔으니까 발표는 일주일쯤 남았습니다.

 

심사 기간이 있거든요.”

“얼마 안 남았군.”

그러고는 조철봉이 다시 동수를 보았다.

“지금 당장 자이언트의 찰리라는 놈하고 보먼한테

 

각각 30만불을 준비하라는 메일을 보내도록 해요,

 

내일까지.”

“예, 회장님.”

“그리고 더글러스한테도.”

조철봉의 눈이 또 가늘어졌다.

“그놈한테는 이번에 찍은 사진까지 같이 보내도록. 그놈 몫도 30만불로 정합시다.

 

 30만불을 내일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골드먼 사장한테 사진을 보내겠다고.”

“예, 회장님.”

“그리고….”

이번에는 조철봉이 박경택을 보았다.

“배경호가 쥐고 있는 1백만불을 빼내야겠어.

 

가족이 다 여기로 왔으니 50만불만 가져오기로 하지. 나머지는 남겨주고.”

“예, 회장님.”

“그럼 김 사장이 서울에서 온 경찰청 특수수사관 역할을 해주셔야겠는데.”

조철봉이 말했을 때 다 놀랐다.

 

재영은 아예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으며 동수는 입을 딱 벌렸다.

 

다만 경택이 퍼뜩 시선을 들었다가 내리기만 한 걸 보면 충격을 가장 약하게 받은 것 같았다.

 

조철봉이 동수에게 말했다.

“서울경찰청 특수수사관 신분증을 만들고 수사관 세명쯤 데리고 가시도록.

 

그 수사관 중에 여기 있는 박 실장도 끼워 주시고.”

“예, 예.”

하고 동수는 건성으로 대답만 했지 그러겠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외화 밀반출 혐의요, 영장도 그렇게 만드시도록.

 

그건 박 실장이 도와줄 겁니다.

 

체포영장하고 미국정부와의 공조수사 요청서,

 

승인서까지 다 만들어서 놈의 코 앞에 들이대야 합니다.”

“예, 예.”

“그러고는 놈이 흥정을 하도록 틈을 만들어 주시도록. 50만불까지 부르도록 말입니다.”

“예, 예.”

“놈이 50만불을 내놓고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좋은 거죠.” 

 

 

 

 

(1580) 열정-22 

 

 

 

 

 그때 조철봉의 시선이 옮아 왔으므로 이재영은 심장이 뚝 내려간 것 같았다.

 

나한테는 어떤 오더를 내릴 것인가?

 

재영의 눈앞에 총격전 장면이 떠올랐다.

 

어제 호텔방에서 본 비디오 영상이었다.

 

조철봉의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이 부장은 내일 골드먼에게 보여줄 자료를 준비하시도록.”

오후 2시쯤 골드먼 측은 만남을 내일로 연기하자는 연락을 해 왔다.

 

슈워제네거 저택의 만찬이 이틀 후로 연기되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눈을 크게 뜬 재영에게 조철봉이 또박또박 말했다.

“대동전자 공장 소개는 이미 다 했을 테니까 손익계산서를 준비해 놓도록 해요.”

“손익계산서라면.”

“3년간의 손익계산서를 10원도 올리거나 내리지 말고 그대로 보내라고 해요.

 

자금 현황까지 낱낱이.”

이제는 재영이 몸을 굳힌 채 가만 있었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경영과 관리 현황을 정직하게 보여주려는 겁니다. 이건 내 생각인데.”

조철봉의 표정이 차분해졌다.

“내가 골드먼이라면 오더를 주기 전에 생산공장의 실사를 할 겁니다.

 

자금 사정과 영업실적, 그리고 향후 계획까지 현실 그대로 보내달라고 해요.”

재영의 표정을 본 조철봉이 입술 끝을 조금 올리며 웃었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곳에 앉아서도 실사를 합니다.

 

내일 그 서류를 들고 가도록 준비해요.”

“예. 회장님.”

마침내 재영도 머리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저쪽에서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자료를 건넨다는 것이 좀 걸렸다.

 

그리고 재영이 보기에도 대성전자의 손익계산서, 영업실적은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였다.

 

출장 전에 경리부에서 들은 말인데 출장경비가 부족하자

 

이대건 사장이 처남 아파트를 담보로 넣고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자, 그럼.”

조철봉이 끝났다는 시늉으로 엉덩이를 들썩이자 모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동수와 박경택은 수군거리면서 바쁘게 나간다.

 

이제 서울경찰청 특수수사반 행세를 할 테니 준비할 것이 많을 것이다.

“이 부장.”

재영은 맨 마지막에 방을 나가려는 참이었다.

 

뒤에서 조철봉이 부른 순간 또 심장이 덜컥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를 돌렸을 때 재영은 어느새 볼이 후끈거리는 느낌을 받고는 당황했다.

 

그러자 눈 주위도 금방 붉어졌다.

 

그때 조철봉이 말했다.

“오늘 저녁 같이 먹읍시다.”

조철봉이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디. 좋은 곳 없을까? 맛있고 편한 곳.”

“어떤 음식을 드시고 싶으세요?”

재영은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제 말을 듣고는 어금니를 물었다가 풀었다.

 

아직도 볼이 화끈거리는 중이다.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은데. 혹시.”

조철봉이 입맛부터 다셨다.

“보신탕 잘하는 데 있을까?”

그러더니 힐끗 재영을 보고 나서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이 부장이 싫어할 텐데 다른 것도 괜찮아요.”

“알아보겠습니다.”

이제는 원래의 혈색이 된 재영이 정색하고 말했다.

“몇 시에 모시러 올까요?”

“여섯 시쯤이 좋겠는데.”

“그럼 식당 예약은 7시에 하겠습니다.”

머리를 숙여보인 재영이 방을 나와서는 문득 자신이 잘도 굽실거린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주 자연스러웠다.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496. 열정(13)  (0) 2014.09.09
495. 열정(12)  (0) 2014.09.09
493. 열정(10)  (0) 2014.09.09
492. 열정(9)  (0) 2014.09.09
491. 열정(8)  (0) 201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