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291. 열망(5)

오늘의 쉼터 2014. 8. 17. 20:13

291. 열망(5)

 

 

 

 

(1177) 열망-9 

 

“야, 기분 풀고 술이나 마시자.”

그때 히히덕거리던 영철이 불쑥 머리를 들면서 말했으므로 조철봉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영철은 2년만에 다시 룸살롱 출입을 하게 된 것이 고영민 덕분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철의 시선을 받은 그 순간 조철봉은 결심했다.

 

오늘부터 이놈과는 또 결별이다.

“아직 젊은 나이에 죽다니 말이야.”

영철이 파트너의 허리를 당겨 안으면서 말했다.

 

긴 생머리에 갸름한 얼굴형의 파트너는 영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교통사고로 즉사했다니, 나 참.”

그때 조철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화장실에….”

화장실은 방 안에 있었으므로 조철봉이 한마디 더 했다.

“배가 아파서.”

밖으로 나온 조철봉이 따라나온 파트너에게 말했다.

“마담 불러줄래?”

잠시 후에 조철봉은 마담과 빈 방에서 마주앉았다.

 

파트너도 함께였다.

“왜요?”

긴장한 마담이 눈을 크게 뜨고 묻자 조철봉이 차분하게 말했다.

“오늘, 저 새끼 씌워.”

“씌우다뇨?”

“앞으로 저놈 안 만날테니까 껍질 벗기란 말이야.”

“어떻게요?”

놀란 마담의 얼굴이 굳어졌다.

 

조철봉이 이러기는 처음이다.

“저놈은 나쁜 놈이야.

 

제 첫사랑 애인이 죽었다면서 나한테 오입을 시켜달라는군.

 

저런 놈이 인간이야?”

“세상에.”

금방 눈썹을 치켜뜬 마담이 흥분했다.

“저도 지금까지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조 사장님하고 저분은 격이 안 맞아요.

 

잘 생각하셨어요.”

“저놈이 이차 갈 모양인데 물론 오늘도 내가 낼 줄 알겠지만 난 안 내. 알았어?”

“네. 알았어요.”

“저놈 파트너 성깔 좀 있어?”

“성깔 없는 애가 어딨어요?”

금방 눈치를 챈 마담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지그시 웃었다.

“웨이터 애들을 방 앞에 대기시켜 놓을게요.

 

사장님은 전혀 모르시는 것으로 해놓을테니까 염려 마세요.”

“내가 이차값은 모르고 빠뜨린 것으로 해놔.”

“염려마시라니까요.”

그러고는 마담이 옆에 앉은 파트너를 눈으로 가리켰다.

“얜 괜찮죠? 오랜만에 오셔서 제가 신경 써서 불렀는데.”

“그래. 괜찮군.”

조철봉이 머리를 돌려 파트너를 보았다.

 

미인 아닌 룸살롱 아가씨가 있겠는가?

 

더구나 특급 룸살롱에서 마담이 특별히 고른 아가씨인 것이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파트너가 단정한 입술 끝으로만 웃었다.

 

이름은 오은경. 23세.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중이라고 했다.

“너, 잘 모셔.”

마담이 파트너한테 다짐을 받더니 방을 나갔다.

 

조철봉이 은경과 함께 방에 들어섰을 때 영철은 혼자 앉아 있었다.

“어디 간거냐?”

마담한테 불려서 갔겠지만 조철봉이 모른 척 묻자 영철은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 화장실에.”

그러고는 영철이 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이번에는 그만 나가자는 표시였다.

 

영철의 주량은 위스키 석잔이었다.

 

석잔 이상은 마시지 않는다.

 

섹스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라지만 영철의 평균 기록은 5분이다.

 

조철봉은 다 듣고 있었다.
 

 

 

 

(1178) 열망-10

 

조철봉과 이영철은 양주 한병만 마시고 룸살롱을 나왔다.

 

이차가 목적인 이영철은 빨리 나올수록 좋아한다.

 

술도 못마시는데다 노래도 음치여서 노는 것에는 젬병인 놈이 그것 하나만은 밝히는 것이다.

 

그것도 공짜로. 지금까지 조철봉은 영철의 오입값을 백번도 더 댔을 것이다.

 

물론 술이야 조철봉이 마셨지만 그 돈까지 계산하면 수억이다.

“가자.”

영철이 턱으로 길 건너편을 가리키며 서둘렀다.

 

옆에는 생머리의 파트너 미스강이 얌전하게 서 있었는데 외출복으로 바꿔입은 자태가 더 돋보였다.

“어, 그래.”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앞장을 섰다.

 

길 건너편의 블루모텔은 룸살롱 손님들을 단골로 받아서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룸살롱 장사가 안되면 모텔 장사도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길을 건널 때 조철봉의 팔을 오은경이 자연스럽게 끼었다.

 

진 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바꿔입은 은경의 분위기도 신선했다.

 

모텔 안으로 들어서자 프런트에서 키를 받아쥐고 기다리던 웨이터에게 조철봉은 팁부터 주었다.

 

그러고는 키 두 개를 받아쥐고 프런트 직원에게 방값 계산을 했다.

 

영철이 조철봉에게 가자고 서두르고는 지금 뒤에 붙어 서있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영철은 이차 방값도 제가 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자, 들어가.”

조철봉이 키를 건네주었을 때 영철이 물었다.

“네 방은 몇번이야?”

“아, 이거.”

손에 쥐고 있던 키를 보이자 영철은 주의깊게 방 번호를 외웠다.

 

용의주도한 놈이다.

 

지난번에도 이차값 계산을 안했을 때 파트너 시켜서 방으로 전화를 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려는 것이지 다른 목적은 없다.

“그럼 난 먼저 간다.”

파트너의 팔을 끈 영철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을 때

 

프런트 앞쪽 복도에는 웨이터와 조철봉, 은경 셋이 남았다.

 

다른때 같으면 웨이터는 진작 사라졌을 것이지만 우물쭈물거리며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럼 난 갈테니까.”

조철봉이 웨이터 미스터 고에게 말했다.

 

제복을 입고 있어서 그렇지 미스터 고는 30대 초반으로 경력이 10년 가깝게 된다.

 

찬찬히 보면 관록이 드러나고 눈매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잘 해.”

다시 조철봉이 말하자 미스터 고가 잠자코 머리만 숙였다.

 

영철을 손봐주라고 한 것이다.

 

조철봉이 지갑을 꺼내 미스터 고와 은경이 보는 앞에서

 

10만원권 수표 5장을 차근차근 세어서 미스터 고에게 내밀었다.

“받아.”

“아니, 사장님, 저는.”

미스터 고가 당황한 척 했지만 2초쯤 지나자 허리를 굽히면서 두손으로 수표를 받았다.

“저놈 철저하게 망신을 시켜.”

조철봉이 다짐하듯 말하자 미스터 고의 얼굴에 결의가 배어났다.

“예, 사장님.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두번다시 공짜 오입을 못하도록 아예 불능으로 만들어도 돼.”

말을 하다보니까 그렇게 나왔지만 이 친구들이 누구인가?

 

법에 걸릴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미스터 고가 조철봉을 보았다.

“비디오로 찍어서 보고 하겠습니다.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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