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열전(仙女列傳) 13
13부
뜻밖에 생긴 수레 때문에 험난한 산길을 갈 수가 없어서 구월산(九月山) 아래에다 거처(居處)를 만들고
정순 이와 순례를 머물게 했다.
서진이 정희 수빈이 문숙이 송이를 그곳에 머물게 해서 이들을 지키게 하고는 나머지를 데리고 선아 아가씨는
신선초(神仙草)가 있다는 구월산(九月山) 은진령(殷眞嶺) 계곡(溪谷)으로 올라갔다.
혹시 산중(山中)에서 노숙(露宿)을 해야 할 지도 몰라 양식(糧食)을 실은 노새를 한 마리 몰고 갔다.
노새는 노 태영(盧泰榮) 암행어사(暗行御史)가 자원(自願)해서 끌고 가겠다고 했다.
처음 구월산을 오를 때에는 쉽고 평탄한 것 같더니만 점점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자 산세(山勢)가 너무나 험했다.
어느 듯 해가 서산에 기울어 가고 구월산 중턱에서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밥을 잘 짓는 송이를 산 아래에 두고 온 까닭에 영혜가 서투른 솜씨로 밥을 짓고 있는데 노 태영 암행어사가
친절하게 도와주어서 저녁을 훌륭하게 차렸다.
저녁을 먹으며 옥자가 또 노 태영 암행어사를 칭찬했다.
“역시나 태영이 너는 못하는 것이 없구나! 이렇게 영혜를 도와 밥도 잘 짓고 정말 내 맘에 쏙 든다”
그러나 조 지호는 옥자의 이런 말에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를 않고 그저 밥만 계속 먹고 있었다.
산속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한나절이 훨씬 지나서야 비로소 신선초(神仙草)가 있는 은진령(殷眞嶺)
계곡(溪谷)에 도착(倒着)을 했다.
산바람을 타고 잘 자란 신선초들을 보니 기운이 절로 났다.
신선초 밭가에 막 이르렀는데 갑자기 큰 바위 위에 앉아 있던 도사(道士)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대들은 혹시 여기에 있는 신선초를 구하러 온 사람들인가?”
“네 그렇사옵니다. 후배(後輩)가 감히 세 분의 신선(神仙) 어른들께 구합니다. 저희 아이 둘이 독한 약에
중독(中毒)이 되어 도저히 해독약(解毒藥)을 구하지 못하여 있던 차에 이곳에 있는 야생(野生) 신선초(神仙草)가
효력(效力)이 있다는 소문(所聞)을 듣고 찾아 온 것이오니 저희들을 어여삐 보시고 그냥 신선초(神仙草)를
조금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선아 아가씨가 두 손을 모으며 예를 표하여 인사를 드리니 건너편 다른 바위 위에 앉아있던 도사(道士)가 물었다.
“그대의 모습을 보니 이 땅에 사는 사람 같지를 않아 보이는데 도대체 누구신지? 성함(姓銜)을 밝혀 주시면”
“네 저는 도원산장(桃園山莊)의 무림신녀(武林神女) 밑에서 수련(修鍊)을 하는 비연맹녀(飛燕猛女)이옵니다.
사람들은 흔히 저를 부르기를 선녀(仙女)라고도 하고 옥녀(玉女) 또는 그냥 맹녀(猛女)라고도 부르옵니다.”
“뭣이? 비연맹녀라고? 그 유명(有名)하신 무림신녀(武林神女)의 수제자(首弟子)인 비연맹녀(飛燕猛女)의
소문(所聞)을 우리가 모를 리가 있겠는가?”
또 한 사람의 도사가 건너 편 바위 위에서 선아 아가씨의 말에 깜짝 놀라며 감탄(感歎)을 하는 말을 했다.
“아 너무나 다행(多幸)이옵니다. 저를 그렇게 잘 아시는 분들이시라 저의 사정(事情)을 다 들으셨으니
신선초(神仙草)를 주시리라 생각이 되옵니다.”
선아 아가씨는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생각을 하면서 말했다.
그러나 처음 말을 꺼낸 도사가 말했다.
“나는 이재(李濟)라 하고 저 아우는 팔봉(八奉)이라 하고 그리고 저기 있는 아우는 남수(南守)라고 한다.
그대의 사정을 다 들었으니 당연히 그냥 주어야 하지만 모처럼 그대가 이곳까지 왔으니 우리 세 사람과
무공(武功)을 겨루어서 이겨야만 줄 수가 있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금 전에 말씀을 하실 때는 금방이라도 주실 것 같이 말씀을 하시더니 갑자기
왜 세 분의 도사님들과 겨루어야 주신다는 말씀입니까?”
갑작스럽게 겨루어야 한다는 도사들의 말에 미주가 불만에 쌓인 목소리로 물었다.
“음 그것은 말이야 우리 세 사람이 예전에 비연맹녀의 스승인 무림신녀(武林神女)와 무공(武功)을 겨루어 본적이
있었는데 우리 세 사람이 그녀를 당해 내지를 못하고 무참하게 지고 말았다네! 그래서 그러는 것인데 무림신녀의
수제자인 비연맹녀님께서 이곳까지 왕림(枉臨)을 해 주셨는데 어찌 겨루어 보지 않고 그냥 가시라고 하겠는가?”
“소녀는 아직 어린애와 같아서 세 분의 신선님들과 겨루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인가 싶습니다. 그러니 후배(後輩)를
너그러이 보아주시고 혹시 다음 기회(機會)에 저희 스승님을 다시 만나서 그 동안 풀지 못했던 회포(懷抱)를
푸시는 것이 좋을까 하옵니다.”
선아 아가씨가 겸손(謙遜)하게 사양(辭讓)을 하며 말했다.
“아니? 저 번에 무림신녀에게 우리 세 사람이 무참하게 패했는데 또 달라붙으라는 말인가? 그건 안 되지? 그 동안
무림신녀는 더욱 수련(修練)을 하여 무공(武功)이 엄청나게 높아져 있을 것인데 어떻게 그녀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
이재라는 도사가 말했다.
“연약(軟弱)한 소녀(少女)를 세 분의 선배(先輩)님들께서 꼭 싸워 이겨야만 하겠사옵니까?”
선아 아가씨는 태연(泰然)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네! 우리가 무림신녀의 수제자인 비연맹녀와 겨루어서 이긴다면 우리의 체면(體面)도 설 것이고
세상 사람들도 우리 세 사람을 보고 다른 말은 하지를 않을 것이다.”
팔봉이라는 도사도 듣고 있다가 한 마디 했다.
“그럼 좋사옵니다. 연약한 소녀와 세 분의 도사(道士)께서 무공(武功)을 겨룬다고 하시니 저도 최선(最善)을
다하여 싸워 보겠사옵니다.”
“고맙네! 우리의 마음을 그대가 알아주어서 그럼 우리 마음껏 한 번 서로 무공을 겨루어 보도록 하세”
남수라는 도사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리하여 구월산 은진령 계곡에서 선아 아가씨와 세 사람의 도사가 무공을 겨루게 되었다.
잠시 내공(內功)으로 장풍(掌風)을 끌어 모으던 선아 아가씨가 폭뢰장공(爆雷掌功)의 무술(武術)로
무영천녀(無影天女)가 되어 이재 도사를 향해 공격(攻擊)해 들어갔다. 그림자가 안보일 정도로 빠른 신법(神法)의
선아 아가씨의 눈부신 하얀 옷자락에서는 천녀(天女)의 아름다운 여인(女人)의 향기(香氣)가 났다.
이재 도사는 이런 선아 아가씨의 놀라운 무공에 당황(唐惶)하여 큰 채찍으로 후리치며 그녀의 공격(攻擊)을
피하려 들었다.
선아 아가씨는 부채를 가볍게 펼치며 태극권(太極拳)으로 그를 무섭게 공격해 들어갔다.
이 모양을 보고 있던 팔봉 도사가 칼을 뽑아들고 뒤에서 공격을 했다.
그러나 선아 아가씨는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버들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듯이 부드럽게 허리를
돌리며 너무나 쉽게 그의 칼을 피했다.
이런 절묘한 신기(神技)에 남수 도사는 감탄(感歎)을 하더니 자기의 자랑스러운 취성봉(取聖棒) 휘두르며 그녀를
공격했다.
그러나 선아 아가씨는 남수 도사의 취성봉을 부채로 가볍게 밀어 내면서 두 발로 재빠르게 팔봉 도사의 등허리를
밟으며 뛰어올라 그의 어깨를 밟으며 공중으로 삼 십 여장이나 높이 날아서 올랐다.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였다.
그 순간 멍하게 세 사람의 도사들은 그녀의 놀라운 무공에 혀를 내두르며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는데
선아 아가씨는 어느새 하강(下降)하여 땅을 가볍게 딛고 북두칠성(北斗七星) 보법(步法)으로 바람같이 달리더니
그녀를 공격하는 팔봉 도사의 검(劍)을 손으로 잡았다.
그러더니 선아 아가씨가 눈을 지그시 감고 손에 힘을 주니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끼인 팔봉 도사의 칼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두 동강이가 났다.
“앗! 무형검(無形劍)이다!”
옆에서 지켜서 보고 있던 조 지호가 너무나 놀라며 큰 소리로 말했다.
“무형검이라니?”
옥자가 지호의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몰라 물었다.
“그 전에 저희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천하(天下)에 제일(第一) 검법(劍法)은 바로 무형검법(無形劍法)이라고
하셨습니다. 무형검법이란 우리 눈에 칼은 전혀 보이지를 않는데 정말 칼을 가진 것 같이 검을 휘두르는 것이
무형검법입니다. 그리고 손가락 사이에 칼을 넣고 상대방의 칼을 두 동강이로 낸 것은 바로 천산신권(天山神拳)
이라는 천하제일(天下第一)의 무공(武功)입니다.”
지호가 설명을 해 주자 옆에서 지켜보던 미주와 옥자 영혜는 놀란 마음에 입을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다.
“조형의 아버지도 천하제일의 검객(劍客)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혹시 선녀님과 같은 저런 무공을 가지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도 저런 무공이 있다는 소문만 듣고 알았다고 했습니다. 저런 절세의 무공은 오늘 저도
처음 봅니다.”
노 태영의 물음에 지호가 놀라며 대답을 했다.
지호의 말을 듣고 보니 선아 아가씨는 정말로 칼을 가진 것처럼 부채로 세 사람의 공격을 잘도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다 이제 도사의 채찍이 선아 아가씨의 부채에 걸리자 선아 아가씨는 부채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재 도사의 채찍이 여러 토막으로 잘라져 흩어졌다.
그 뿐이 아니었다.
남수 도사의 자랑스러운 취성봉도 선아 아가씨의 부채와 몇 번 부딪치더니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동강이가
났다.
“우리가 그대에게 졌소이다.”
이재 도사가 항복(降伏)을 선포(宣布)했다.
“좀 더 소녀와 싸우셔도 되옵니다.”
선아 아가씨가 공격(攻擊)을 멈추지 않고 말을 하자 팔봉 도사가 당황(唐惶)하여 소리쳤다.
“아니오! 선녀님! 우리가 분명히 졌소이다. 신선초는 마음껏 가져 가셔도 됩니다.”
“그럼 이만 소녀가 공격을 멈추겠습니다.”
비로소 선아 아가씨는 부채를 거두며 열 대 여섯 장을 훌쩍 날아 내렸다.
“역시 천하제일의 무공을 지닌 무림신녀의 수제자이옵니다.”
남수 도사가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하며 인사를 했다.
“세 분의 도사님들도 무공이 너무나 뛰어 나시옵니다”
선아 아가씨도 겸손하게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하며 인사를 했다.
그리하여 야생 신선초를 풍족(豊足)하게 구한 선아 아가씨 일행은 그 곳을 떠나 산 아래로 향했다.
“선아님! 저에게 무형검법을 전수(傳受)하여 주실 수는 없는지요?”
선아 아가씨 곁을 따르며 조 지호가 물었다.
“때가 되면 내가 특별히 지호 너에게만 무형검법을 가르쳐 주도록 할 것이니 검법의 기본법(基本法)을 항상
연마(硏磨)하여 무형검법을 배울 수 있는 기초(基礎) 실력(實力)을 꼭 닦도록 해라”
지호의 물음에 선아 아가씨는 쾌히 승낙(承諾)을 했다.
“네? 정말이옵니까? 너무나 감사하옵니다.”
선아 아가씨의 말에 지호는 너무나 놀라며 감격(感激)을 했다.
“선녀님! 저도 칼을 손가락으로 두 동강을 내는 그 무공을 좀 가르쳐 주실 수는 없는지요?”
노 태영 암행어사가 조 지호에게 무형검법을 전수하여 준다는 선아 아가씨의 말에 은근히 부러움과 시샘으로
조심스럽게 아뢰었다.
“응? 태영이 너에게 천산신권을 가르쳐 달라는 말이냐?”
선아 아가씨는 노 태영 암행어사의 뜻밖의 말에 저어기 놀라며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건 안 된다!”
노 태영이 암행어사의 말에 선아 아가씨는 무를 자르듯이 냉정하게 말했다.
“왜 안 된다는 말씀이옵니까?”
노 태영 암행어사는 무척이나 섭섭한 마음에 물었다.
순간
욱 하는 마음에 노 태영 암행어사는 가슴에 품은 마패를 꺼내어 높이 확 쳐들어 버릴까 하다가 겨우 참았다.
혹시나 선아 아가씨가 자기의 마패를 보고 “그게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 하고 물으신다면 괜히 분위기만
이상해질 것 같았다.
“천산신권은 검술을 익숙하게 잘 하는 우리 지호도 배우기가 매우 어렵다.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天賦的)인 내공을 갖고 태어나야만 한다. 나에게 천산신권을 가르쳐 주신 우리 스승님도 그런 내공이
없어서 마지막 단계를 익히지 못했다고 했다. 다행히 나는 그런 내공을 가지고 있어서 천산신권을 모두 다
수련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노 태영 암행어사를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면서 선아 아가씨는 왜 안 되는 것인지를 자상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선녀님! 소인의 잘못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저는 괜히 오해를 하여 저를 미워하여 안 가르쳐 주시는 줄로만 알고
무척이나 섭섭해 하였나이다.”
선아 아가씨 앞에 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노태영이를 바라보며 모두들 숙연(肅然)해 졌다.
“혹시나 모르지? 누가 나의 천산신권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앞으로 나타날 런지?”
선아 아가씨는 먼 하늘가를 바라보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정말로 신선초는 놀랍도록 약효가 있었다.
정순 이와 순례에게 신선초를 달여서 먹이자 둘이는 계속 오줌을 누었다.
그러더니 그 독한 약기운이 싹 아래로 다 빠졌다.
다음날
순례와 정순 이는 우리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자리를 털고 완쾌(完快)되어 일어났다.
이런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모두들 안도(安堵)의 한숨을 내어 쉬었다.
“정말 다행이구나!”
“맹녀님! 너무나 감사하옵니다.”
순례와 정순이가 선아 아가씨에게 무릎을 꿇고 감사(感謝)의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이제 다시 자기들의 제 자리를 찾은 순례와 정순 이는 예의(禮意)를 지키며 항상 선아 아가씨 곁에서 시중을
들었다.
그리하여 이제는 발걸음을 개성 쪽으로 돌려서 길을 재촉하였다.
며칠 후에 개성에 도착을 한 선아 아가씨의 일행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故鄕) 집을 찾았다.
선아 아가씨는 아주 어릴 적에 자기의 스승님이신 무림신녀를 따라 고향을 떠난 후 이제 스무 살이 훌쩍 넘어서
고향을 찾아오니 너무나 감회(感懷)가 새로웠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이 마을로 들어서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다 몰려나와 이제는 아름답게 성장(成長)을 하여
선녀가 되어버린 선아 아가씨를 보고 모두 다 놀라워했다.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자기의 집으로 선아 아가씨가 들어서자 마루에 앉아있던 그녀의 아버지가 깜짝 놀라며
묻는다.
“소저(小姐)는 누추한 저희 집으로 누구를 찾아 오셨습니까?”
“아버지! 저 예요 저 아버지의 딸 선아예요!”
“네? 소저가 저의 딸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얼른 자기의 딸을 알아보지 못한 선아 아가씨의 아버지가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되물었다.
“아이 아버지는? 저 아버지의 딸 선아예요 자세히 보세요!”
선아 아가씨가 자기 아버지에게 가까이 가서 얼굴을 보여주자 비로소 자기 딸인 줄을 알게 된 그녀의 아버지는
그때서야 선아 아가씨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
“아이구! 이제 이렇게 선아 네가 커서 돌아오니 이 아비는 이제는 아무 여한(餘恨)이 없다.”
이 말을 하고는 그저 자기의 딸을 안고 목을 놓아 운다.
선아 아가씨도 자기 아버지를 끌어안고 함께 울고 또 울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상봉(相逢)을 한 부녀(父女)는 한참 동안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런데 아버지 왜 어머니는 보이지 않으세요?”
비로소 자기 어머니가 생각이 난 선아 아가씨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이구 내 정신 좀 봐라! 네 엄마는 아니 네 엄마와 연아 고모가 지금 못된 고을 사또 놈에게 끌려가 옥에
갇혀 있다.”
“네? 왜요? 아버지?”
“아 글쎄 고을 사또란 놈이 우연히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던 네 엄마를 보고 음흉한 생각을 품어 포졸들을 보내
아무 이유도 없이 끌고 갔다. 이 사실을 내가 알고 사또를 찾아가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느냐고
따졌더니 다짜고짜로 나를 형틀에 묶어놓고 곤장을 때리지 뭐냐?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느 누구 한 사람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더구나! 이런 판국에 나하고 같이 찾아 간 너희 연아 고모도 사또 놈이 음흉한 생각을
품어 온갖 회유(懷柔)로 꼬이더니 그게 자기 뜻대로 안되니까 너희 엄마와 함께 옥에 가두었단다.”
“이런 천하에 때려죽일 놈이 다 있나? 맹녀님! 그냥 지금 동헌(東軒)으로 쳐들어가서 사또란 놈을 작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옆에서 지금까지의 사정을 다 듣고 있던 미주가 울분(鬱憤)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맹녀님!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저희들이 그냥 그 사또 놈의 새끼를 박살을 내겠습니다.”
옥자도 울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옥녀님은 그냥 여기에 계십시오! 저희 셋이 가서 사또 놈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로잡아서 이리로 끌고
오겠습니다.”
서진이도 한 발짝 나서며 씩씩거렸다.
비로소 사태(事態)의 진상(眞相)을 알게 된 선아 아가씨는 울던 울음을 뚝 그치고 일어서더니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자기의 고향 집 마당을 이리저리 거닐며 부채를 든 채로 이 어려운 난국(難局)을 어떻게 해결(解決)을
할 것인지를 깊이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아름다운 그녀를 보면서 노 태영 암행어사는 마음속으로 정말로 자기가 선아 아가씨를 잘 따라 왔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자기가 나서야 할 때라고 느꼈다.
그러나 선아 아가씨가 나름대로 이번 사태(事態)를 지혜롭게 해결을 하려고 저렇게 깊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너무 섣부르게 자기가 나서면 오히려 일이 이상하게 꼬일 염려도 있으니 선아 아가씨가 하는 대로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깊은 생각에 잠겨서 있던 선아 아가씨가 갑자기 마당 한 가운데서 발걸음을 딱 멈추며 최후(最後)의 결단(決斷)을
내렸다.
“모두들 들어라! 아무리 조정(朝廷)에서 임명(任命)을 하여 내려 보낸 관리(官吏)라 하더라도 국법(國法)을
어기고 주색잡기(酒色雜技)에 빠진 사또 놈을 그냥 그대로 놓아 둘 수는 없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가 그 놈을
찾아가 담판(談判)을 지을 것이니 그리들 알고 있어라!”
아름다운 선아 아가씨의 입에서 이 말이 떨어지자 열 명의 여자들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으며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희들은 비연맹녀님의 명령에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노 태영 암행어사가 가만히 상황(狀況)을 보니 이제는 한 바탕 싸우는 일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14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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