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선녀열전

선녀열전(仙女列傳) 11

오늘의 쉼터 2014. 8. 6. 23:35

 

 

선녀열전(仙女列傳) 11









11부







“두목 되는 놈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그 면상이나 똑똑히 보아야지”



“뭐 보나마나 꼭 돼지같이 생겼겠지 뭐”



서진이의 말에 옥자가 덩달아 열을 냈다.



“그런데 정순이랑 순례랑 정말 무사한 걸까?

 

나는 그것이 걱정이 된다.

 

혹시 둘 다 못 된 놈들에게 수욕(受辱)이나 당하지 않았는지?”



“그러고 보니 나도 그 점이 염려(念慮)가 되네.”



미주의 말에 서진이도 같이 걱정이 섞인 말을 했다.



“잠깐! 바로 앞에 있는 들창문에서 우리 한 번 살펴보고 가자!”



“그럴까?”



서진이의 말에 옥자가 동의(同意)를 했다.



이리하여 세 사람이 건물 뒤 쪽으로 난 들창문에 가까이 가니

 

벌써 누가 이곳에 다녀갔는지 들창문이 조금 열려져 있었다.



‘음 여기가 바로 그 해적 두목 놈의 방인가 보다’



세 사람은 동시에 그렇게 생각을 하며 눈을 재빨리 들창문 틈으로 갖다 대었다.



그 순간



세 사람은 방안의 놀라운 풍경에 그만 모두 다 할 말을 잊고서

 

마치 얼어 붙은 듯이 그대로 쳐다보고 있었다.



해적 두목 놈으로 보이는 사내놈이 머리를 빡빡 깎은 여승(女僧)들을

 

발가벗겨서 방안에 기어서 다니게 하고 자기는 그 여승들의 뒤를 따라 다니며

 

이 여자 저 여자의 보지에 자기의 큰 좆을 박아대고 있었다.



원! 세상에 뭐 저런 놈이 다 있나?



놈은 정말로 좆 힘이 좋은 지 여섯 명이나 되는 여승(女僧)들을 혼자서 다 차지를 하고 있었다.



“저러다 기력(氣力)이 다 빠져서 뒤로 나자빠지는 것 아냐?”



“지금 저 놈의 하는 꼴을 보니 상당히 힘이 좋은 가 봐?”



옥자와 서진이가 서로 나지막한 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저 해적 두목 놈을 왜 우리 맹녀님은 그냥 내 버려두고 갔지?”



“응? 저 놈을 내 버려 둬? 그게 아니지?

 

저 해적 두목 놈을 우리 맹녀님께서 그냥 버려두고 간 것은 바로 내일

싸움 때문이지 밤새도록 저 짓을 한 두목 놈이 내일은 힘이 빠져서

 

싸움을 어디 제대로 할 수나 있겠어?”



옥자의 말에 서진이가 그 이유를 말했다.



“듣고 보니 그게 바로 정답이네”



미주가 이제야 모든 것을 알겠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이슬을 맞고 그냥 밖에서 밤을 새울 수가 없어

 

마땅한 곳을 찾아다니다가 안내를 하던 사내가 말했다.



“선녀님! 저 쪽 구석진 곳에 가면 놈들이 양식(糧食) 창고(倉庫)로 쓰는 큰 건물(建物)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오늘 밤에 이슬은 피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모두 그리로 가자!”



선아 아가씨의 말에 모두들 그 쪽으로 옮겨 갔다.



옥자가 잠겨 있는 곳간 문을 열고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놈들이 설마 누가 몰래 이 곳에 침투(浸透)를 하는 사람들이 있겠느냐?

 

하고 안심을 한 듯 양식 곳간을 지키는 놈은 한 놈도 없었다.



주방에서 가져 온 호롱불로 양식 곳간 안을 비쳐보니

 

온통 쌀가마니에 온갖 금은 패물에 돈이 가득 든 궤짝들을 가득 가득 쌓아 놓았다.



“하아! 우리가 이것을 다 가져 가려면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겠는데”



미주가 창고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여자들을 외국(外國) 상인(商人)들에게 팔아서 번 돈 같은데”



옥자도 한 마디 거들었다.



각자 자리를 잡고 잠을 잘 준비를 하는데 안내를 맡은 사내가 자청(自請)하여

 

자기가 창고 입구에서 경비(警備)를 서겠다고 하였다.



모두들 창고 안에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니

 

오늘 하루 종일 무척이나 피곤하였던지라 이내 잠이 들었다.



이들이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이미 동쪽 하늘에 떠올라 있을 때였다.



옷매무새를 모두 가다듬고 어제 밤에 들렀던 주방으로 조심스럽게 다시 들어가려니

 

해적 놈들이 얼쩡거리며 그곳을 지키고 있다가 선아 아가씨 일행들을 발견(發見)하고는

 

엄청나게 놀랐다.



재빨리 미주와 옥자가 놈들을 눈 깜짝 할 사이에 해치우고 주방(廚房)을 점령(占領)했다.



그리고 놀라는 여자들을 안심(安心) 시키고 그녀들이 정성(精誠) 것 차려주는 아침을 모두 먹었다.



그곳에서 해적(海賊) 놈들을 어떻게 일망타진(一網打盡)을 할 것인지를

 

선아 아가씨의 설명(說明)을 다 듣고 나서

주방에 있던 여자들을 모두 데리고 넓은 마당으로 나왔다.



해적 놈들의 본거지인 산채(山寨) 앞으로 다가가자

 

문 앞에서 경비(警備)를 서고 있던 놈들이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을 보고는 놀라 급하게 안으로 들어가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본채의 정문(正門)이 열리며 해적 놈들이 모두 무기(武器)를 들고 몰려서 나왔다.



이런 소란한 틈에 해적 두목 놈도 급한 연락을 받고 밖으로 나왔다.



해적 두목은 쇠사슬에 둥근 공처럼 생긴 철퇴가 달려있는 무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음 내가 너희들을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제 발로 찾아서 오다니 참 반가운 일이군!

 

그래 아래서 이리로 올라 오다가 내 동생들을 만났을 텐데 용케도 여기까지 살아서 올라왔구나!”



두목 되는 놈이 선아 아가씨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뭐 네 놈의 동생들인지 뭔지 모두 다 우리 손에 작살이 났고

 

그래 이제 남아 있는 놈은 어떤 놈들인지 괜히 알고 싶어지네!”



두목의 말에 선아 아가씨가 부채를 손에 든 채로 그를 보며 말했다.



“그것 참 놀라운 일이네 모조리 다 없애고 왔다는 말인데 정말 놀랍구만

 

그래 어디 내가 직접 보는 앞에서 그 실력을 보여주면 참 좋겠는데”



두목은 선아 아가씨의 말에 천연덕스럽게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도 해적 두목은 천하제일의 절세의 미녀인 선아 아가씨를 보자

 

그녀를 갖고 싶은 탐하는 마음이 백두산보다도 더 높이 솟아올랐다.



세상에 저렇게 잘 생긴 여자는 천지가 개벽을 한 후에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



‘아이고! 저런 미인이 왜 이제야 나타났지?’



해적 두목은 선아 아가씨를 애타게 보며 그녀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에 애곡간장이 다 울렁거렸다.



“형님! 제가 한 번 저년들과 겨루어 보겠습니다.”



낫이 달린 쇠사슬을 든 한 놈이 갑자기 나서며 말했다.



“그래 준표 네 실력이면 저년들이 놀라 혼 줄이 날 것이다”



두목은 자기 부하 놈이 믿음직스러운지 그리하라고 허락을 했다.



그러자 놈은 선아 아가씨 일행을 쳐다보며 아주 비웃음이 섞인 교만한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잘 몰라?”



놈의 말에 선아 아가씨가 상대도 하기 싫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내가 바로 그 유명한 공포의 쇠사슬 홍준표 라는 사람이다”



놈은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자발적으로 자기 이름을 밝혔다.



“그래서 어쩌라고?”



선아 아가씨가 놈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 이년이 감히 반말로 나한테 대어드네”



놈이 낫 달린 쇠사슬을 휘두르며 선아 아가씨 에게 싸움을 걸었다.



이에 선아 아가씨는 몸을 가볍게 솟구치며 자기 앞을 향해 날아오는

 

낫 달린 쇠사슬을 재빠르게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그 쇠사슬을 손으로 잡아서 당기자

 

그녀의 힘이 얼마나 센지 낫 달린 쇠사슬을 던진 홍준표가

반사적(反射的)으로 끌려왔다.



그 순간



선아 아가씨는 다시 한 번 공중으로 높이 솟구치며 자기에게로 끌려오는 홍 준표를 끌고 가더니

 

마당에 있는 큰 나뭇가지에 매달아 버렸다.



워낙 빠른 동작이라 모두들 정신없이 보고만 있었다.



선아 아가씨가 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는 홍준표의 옆으로 날아가며 부채로 급소(急所)를 찌르자

 

홍준표는 큰 비명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머리를 떨어뜨리며 작살이 났다.



자기가 보는 앞에서 낫 달린 쇠사슬을 휘두르던 홍준표가 처참하게 죽어버리자

 

두목 놈은 무척이나 당황하였다.



자기 눈으로 선아 아가씨의 놀라운 무공을 직접 목격(目擊)을 하고 보니

 

도무지 싸울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어제 밤에 여섯 명의 여승(女僧)들과 난교(亂攪)를 하고 난 뒤라 힘이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해적 두목은 자기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그냥 겁을 내고 떨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야! 뭣들 하고 있어! 모두 다 달려들어서 저년들을 없애 버려라!”



이제 예쁜 여자를 올라타고 재미를 본다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갔다.



잠시 머뭇거리던 해적 놈들이 모두 무기를 들고 선아 아가씨의 일행을

 

겹겹이 포위를 하며 둘러쌌다.



그러나 오합지졸(烏合之卒)은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자기들끼리 서로 부딪치고 밟히고 야단들이었다.



미주와 옥자가 자기를 둘러싼 놈들을 바람같이 해치우기 시작했다.



서진이도 이에 질세라 창을 내 찌르며 놈들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조지호도 칼을 뽑아서 들고 놈들을 재빠르게 해치우고 있었다.



수빈이 정희 문숙 영혜 송이도 칼을 휘두르며 놈들을 무찌르고 있었다.



해적 두목이 가만히 싸움판을 쳐다보니 갑자기 자기 부하 놈들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밥만 쳐 먹고 자기가 먹은 여자들을 언제 줄까? 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여자들을 주면

 

그저 재미나게 떡이나 칠 줄을 알았지 제대로 싸워 줄 놈이 현재(現在)는 한 놈도 보이지를 않았다.



그 나마 제일 실력이 좋다는 흑백도사와 독거미는 보나마나 저 예쁜 선녀에게 작살이 나 버리고

 

오로지 지금 남아 있는 것들은 모두가 그저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무능(無能)한 놈들 뿐 이었다.



자기의 목숨을 보존(保存) 하려면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고인데 예쁜 선녀가 부채를 손에 든 채로

 

자기를 지키고 있으니 도무지 도망을 칠 기회(機會)가 전혀 없었다.



아우성 비명소리가 온통 시끄러웠다.



한참동안 싸움이 시끄럽더니 이내 조용해지면서 끝이 났다.



“이제 너 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떡할 거야?”



선아 아가씨가 해적 두목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떡하기는? 싸워야지”



해적 두목은 자기 혼자 진태불능(進退不能)의 상태가 되자

 

온 힘을 다해 쇠사슬에 달린 둥근 공 같은 철퇴를 휘두르며 선아 아가씨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해적 두목은 어제 밤에 여승(女僧)들과 난교(亂攪)를 하며 너무 힘을 많이 쓴 나머지

 

선아 아가씨의 놀라운 무공(武功) 앞에 더 견디지를 못하고 마당을 돌며 차츰차츰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날카롭게 생긴 둥근 철퇴를 휘두르며 선아 아가씨와 한참 싸우던 해적 두목은

 

점점 기력(氣力)이 떨어지자 휘두르는 철퇴의 공격(攻擊)이 약해 졌다.



“이제 죽어도 나에게 원망은 하지 말거라!”



“물론이지!”



선아 아가씨의 말에 해적 두목은 도망가기를 아예 포기를 하고는 철퇴를 휘두르며 대답을 했다.



그러자 선아 아가씨는 하늘로 높이 날아서 오르며 높은 공중에서 한 마리 아름다운 학처럼

 

하얀 빛에 쌓여 날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색찬란한 무지개로 온 천지를 환하게 비추더니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 와

 

바람같이 칠성보법(七星步法)으로 달리며 부채로 해적 두목의 철퇴를 내려쳤다.



“쨍그랑”



하는 큰 소리가 울리며 해적 두목의 철퇴의 쇠사슬이 새끼줄 끊어지듯이

 

선아 아가씨의 부채에 맞아 끊어졌다.



“아이쿠!”



하고 해적 두목이 비명을 지르며 놀라 자빠지는 순간

 

다시 한 번 휘황찬란한 빛이 부채 끝에서 번쩍했다.



그리고 날카로운 냉기(冷氣)가 해적 두목의 가슴을 관통했다.



“크윽! 으윽!”



해적 두목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나더니 이내 땅바닥에 엎드러졌다.



이리하여 그 동안 수많은 부녀자(婦女子)들을 납치하여 외국 상인들에게 팔아넘기며

 

온갖 악행(惡行)을 저지르던 해적(海賊) 두목의 종말(終末)은 이렇게 비참하게 끝이 났다.



“여자들을 잡아다가 가두어 둔 곳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편으로 이제 확실시(確實視) 된 사내가 앞장을 서서 여자들을 가두어 둔 곳으로 안내(案內)를 했다.



어두컴컴한 집안으로 들어가니 감옥처럼 방을 수십 개를 만들어 놓고

 

그 속에 육지(陸地)에서 잡아 온 수많은 여자들을 가두어 놓고 있었다.



잠겨서 있는 열쇠를 풀고 문을 열자 그 안에 갇혀서 있던 여자들이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겁을 내며 밖으로 나오지를 않으려고 했다.



“아니? 밖으로 나오라고 하는데 왜 안 나오지?”



미주가 여자들을 보고 소리를 지르자 안내를 했던 사내가 말했다.



“이 방에서 밖으로 끌려 나간 여자들은 바다에서 배를 타고 다니며 무역(貿易)을 하는

 

상인들에게 팔려서 갑니다.

그러니 차라리 여기에 있는 것이 그런 놈들에게 팔려가는 것 보다 났다는 생각에

 

나오지를 않는 것입니다”



“음 그러냐?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사내의 말에 미주가 비로소 그 이유를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하도 여자들이 반응(反應)이 없자 선아 아가씨가 그들 앞에 나서며 말했다.



“자 모두들 밖으로 나오세요! 우리들은 여러분들을 구하러 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밖으로 나와요”



하늘의 선녀같이 아름다운 아가씨가 자기들을 보고 말을 하니

 

그때서야 모두들 밖으로 다 나왔다.



그들 가운데 섞여 있던 순례와 정순 이를 발견하고 문숙이가 달려가자

 

그녀들은 약(藥)에 취해 눈동자가 풀린 채로 멍하게 그대로 앉아 있었다.



놈들의 소굴에 있던 보물(寶物)들과 돈 궤짝들을 모두 수레에 옮겨서 싣고

 

외양간에 메어져 있는 소들을 풀어 수레를 끌게 했다.



워낙 놈들이 그 동안 많이 모아 둔 보물과 돈을 수레에 다 실으니 수레마다 가득하게 쌓였다.



놈들이 섬의 포구에서 짐을 이곳까지 운반(運搬)을 하느라 수레를 준비하여 둔 것이 참 요긴하게 쓰였다.



해적들의 소굴을 떠나며 미주와 옥자 서진이가 놈들의 소굴에 불을 질렀다.



불길이 세차게 솟아오르며 온통 불바다로 변한 해적들의 소굴은 이제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배가 정박하고 있는 곳으로 모두 내려와 배를 타려고 하니

 

사람들의 숫자는 많고 배가 적어서 육지로 몇 번이나 왕래(往來)를 해야만 했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을 이곳으로 안내하여 데리고 온 사내와 조 지호

 

그리고 서진이와 미주 옥자 송이가 배를 한 척씩 맡아서 사람들을 육지로 실어 날랐다.



배 노(櫓)를 젓는 일을 여러 번 왕래하면서 하다가 보니

 

이들도 이제 익숙해 져서 차분하게 배 노를 잘 저어 가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며 밤이 되자 더 이상 배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배에 태워다 건네 준 여자들은 포구에서 좀 떨어진 버드나무가 있는 곳에 머물게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매어둔 나귀의 등에 실린 양식들을 찾아서

 

그 곳에 솥을 걸고 밥을 지어서 먹으라고 했습니다.”



미주가 선아 아가씨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고했다.



“그래 수고가 많았다”



미주의 보고를 들은 선아 아가씨가 위로의 말을 했다.



“맹녀님! 여기 섬에 남아 있는 우리들은 이 밤에 무엇을 먹어야 할지 갑자기 큰 걱정입니다.”



“그렇습니다. 외딴섬이라 사람들이 사는 집도 없고 무슨 대책(對策)이 전혀 없습니다.”



정희의 말에 수빈이가 덩달아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쌀과 돈은 수레에 가득히 실려서 있는데 솥이 없어 밥을 지어 먹지를 못해서 참 난처했다.



이럴 줄을 미리 알았으면 놈들의 소굴에 있는 솥을 떼어서 싣고 오는 것인데

 

수레에 실린 짐이 너무 많다가 보니 그냥 내려 왔던 것이다.



“선녀님!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경비(警備) 초소(哨所)가 있습니다.

 

그 곳에 가면 양식(糧食)과 음식물(飮食物)들이 넉넉하게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완전한 우리 편이 되어버린 사내가 선아 아가씨에게 공손하게 아뢰었다.



“응? 그래? 그럼 우리 모두 그리로 가 보자!”



선아 아가씨도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생각을 하고는 사내가 안내를 하는 대로

 

모두들 함께 가자고 말했다.



한참 잡목과 바위들이 즐비한 해안(海岸)길로 걸어가니

 

시야가 확 트인 곳에 정말로 이곳 섬을 경비하는 놈들의 초소(哨所)가 있었다.



초소 안으로 들어서니 제법 넓은 방이 나오고 밥을 지어먹는 부엌도 있었다.



그리고 방안에는 쌀자루도 몇 개가 있고 부엌에는 말린 생선도 새끼줄에 수십 마리가 매달려 있었다.



그리하여 급하게 불을 지펴서 밥을 짓고 생선을 굽고 하여 늦은 저녁을 먹었다.



오늘 하루 놈들과 싸우느라 모두 다 허기에 지쳐서 있다가 실컷 먹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납치 되었던 여자들을 육지에 실어 나르느라 힘도 많이 들어서 피곤해 있던 중이었다.



이제 배가 부르고 든든하니 모든 것이 편안했다.



다만 한 가지 순례와 정순이가 놈들이 먹인 약으로 인해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선녀님! 아무래도 놈들이 그 약을 쓴 것 같습니다.”



“응? 무슨 약을 놈들이 썼다는 말이냐?”



사내의 말에 선아 아가씨가 물었다.



“제가 그 약의 이름은 잘 모릅니다만 이곳에 있을 때에 들은 이야기 입니다.

 

놈들이 자기들에게 고분고분 말을 잘 듣지 않는 여자들에게는 이 약을 쓴다고 했는데

 

이 약을 여자들이 먹게 되면 정신을 잃게 되고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 말이 사실이라면 순례와 정순 이는 정상적인 사람이 다시는 될 수가 없다는 말이 아닙니까?”



문숙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염려를 하며 말을 했다.



“너무 그렇게 속단(速斷)을 하여 염려(念慮)를 할 필요는 없다”



선아 아가씨가 너무 걱정을 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그러면 혹시 그 약의 해독약(解毒藥)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느냐?”



선아 아가씨가 사내를 보며 물었다.



“네 해독약에 대하여는 제가 미처 듣지를 못했습니다.”



사내는 괜히 자기가 잘못한 것처럼 머리를 숙이며 대답을 했다.



“일단은 육지에 나가면 유명한 의원들도 있을 것이니 찾아보면 치료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들을 하지 말거라”



선아 아가씨는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심(安心)을 시키며 말했다.



다음날



날이 새자마자 육지로 수송(輸送)을 하는 일이 시작이 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 된 이 일이 하루 종일 토록 계속 되고 맨 나중에

 

수레와 소를 싣고 육지에 도착을 함으로 모든 일이 끝이 났다.



수레를 배에 실어서 오려니 덩치가 커서 그대로는 안 실리는지라

 

바퀴를 떼어 분해(分解)를 해서 실었다.



포구(浦口)에 도착을 하여 다시 수레바퀴를 조립(組立)하여 짐을 실어서

 

처음 나귀를 매어 두었던 버드나무 아래로 옮겼다.



수레를 끄는 소들도 배에 싣고 오려니 한꺼번에 다 싣지를 못하고 몇 마리 씩 몇 번이나

 

배를 왕래(往來)하여 싣고 왔다.



버드나무 아래에서 다시 하룻밤을 유숙(留宿)하게 된 선아 아가씨의 일행은

 

그곳에 솥을 걸고 밥을 지어 놈들에게 납치(拉致) 되었다가 구출(救出)된 여자들을

 

마음껏 먹였다.



이제 자유의 몸이 된 여자들은 선아 아가씨를 정말로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로 믿었다.



옥황상제님께서 자기들을 구하러 보내신 선녀님이라고 모두들 그렇게 믿는지라

 

모두 다 선아 아가씨의 말에 복종을 했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이 되자 그 곳을 떠나 납치 되었던 여자들을 자기 집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다시 한양(漢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열다섯 마리의 소가 짐을 실은 수레를 끌고 그 뒤를 등에 짐을 진 나귀들이 뒤를 따랐다.



긴 행렬이 줄을 이었다.



한양에 도착을 하자 납치 되었던 여자들을 모아놓고 놈들의 소굴에서 가져 온

 

돈 궤를 열어 골고루 다 나누어 주었다.



여자들은 자기들을 구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또 돈 까지 나누어 주니

 

모두 다 선아 아가씨에게 절을 하며 고마워하였다.



이제 다 각자의 집으로 납치 되었던 여자들을 돌려서 보내고 나니

 

마음들이 모두 한결 가뿐 하였다.



어려운 가운데서 그 동안 함께 동거(同居) 동락(同樂)을 하며 지내 온 사내에게

 

돈 궤를 열어 고향으로 돌아 가 넉넉하게 살 수 있도록 돈을 주었다.



“선녀님을 따라 다니며 제가 평생(平生)을 섬기고 싶습니다.”



놈들에게서 회심(回心)을 하여 선아 아가씨를 도운 사내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애원(哀願)을 했지만 선아 아가씨는 그를 타이르며 말했다.



“내가 가는 길을 네가 따라 오겠다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너에게도 부모(父母)님이 계실 터인데 고향(故鄕)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잘 모시고 살도록 해라!

 

또 인연(因緣)이 있으면 우리가 다시 만날 것이니”



선아 아가씨의 타이르는 말에 사내는 아쉬움을 남긴 채 자기의 고향(故鄕)으로 돌아갔다.



한양을 지나 임진강변에 이르러 하룻밤을 거기서 유숙(留宿)하게 되었다.



“선아님! 이제 개성도 얼마 남지를 않았군요.”



지호가 선아 아가씨를 보며 말했다.



“그래 이제 이 임진강(臨津江)만 건너가면 황해도의 땅이다. 개성이 곧 바로 우리 눈앞에 있구나!”



선아 아가씨는 자기가 태어난 고향(故鄕) 황해도 개성 땅이 바로 눈앞에 보이자

 

너무나 감개무량(感慨無量)한지 고향 하늘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12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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