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3장 오염(9)
(57) 3장 오염-17
그날 저녁에 서동수는 공장장 윤명기와 함께 룸살롱의 방에 들어와 있다.
소문이 난 것처럼 프린스호텔 지하 룸살롱이 아니다.
시 외곽의 간판도 보이지 않는 지하 룸살롱이었는데 깨끗했지만
룸도 대여섯 개뿐인 것 같았고 호젓해서 서동수의 어깨가 늘어졌다.
윤명기가 술 한잔 마시자고 하길래 기대를 잔뜩 했던 것이다.
그것을 눈치챈 듯 윤명기가 웃음 띤 얼굴로 묻는다.
“왜? 실망했어?”
“아닙니다. 실망하다니요?”
정색하고 부정했지만 윤명기는 말을 잇는다.
“좀만 기다려라, 지금까지 네가 다녔던 곳하고는 수준이 다를 테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시끄러 인마.”
그때 문이 열리더니 마담과 함께 아가씨 둘이 들어섰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그렇구나. 다르다. 서동수는 잠깐 넋을 잃었다.
물론 미인이다.
그러나 분위기가 더해졌다.
품위라고 해야 될 것인가?
둘 다 단정한 정장차림, 날씬한 몸매, 그리고 내숭을 떨지도,
헛 아양을 부리지도 않고 당당히 이쪽을 보는 저 우아함,
의복만 잘 갖추면 반상(班常) 구분이 안 된다고 어떤 상놈이 말했던가?
이 둘에게 넝마를 입혀도 공주처럼 보일 것이었다.
그때 윤명기의 말에 서동수가 정신을 차렸다.
“얘들은 마담이 잡아온 특급들이지, 마담은 지금까지 한 번도 날 실망시켜 준 적이 없어.”
그 말을 들은 마담이 방긋 웃었다.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마담은 조선족이다.
마담이 눈짓을 하자 아가씨들은 제각기 윤명기와 서동수의 옆에 앉는다.
끝 쪽에 앉은 마담이 말했다.
“오늘 얘들은 제가 며칠 전에 시내에서 잡아서 훈련시켰는데
오늘 처음 테이블에 나온 거예요.”
그러고는 윤명기 옆쪽 아가씨를 눈으로 가리켰다.
“쟤는 디자인 공부하는 학생이고.”
마담의 시선이 서동수 파트너로 옮겨졌다.
“쟤는 병원 간호사로 근무합니다.”
“훌륭해.”
벌써 파트너의 허리를 팔로 감아안은 윤명기가 머리를 끄덕였다.
“내가 이 재미로 산다.”
자리에서 일어선 마담이 인사를 하더니 방을 나갔다.
그러자 윤명기가 서동수를 보았다.
웃음 띤 얼굴이다.
“안명규가 게워놓은 부동산 관리는 당분간 너한테 맡기겠다.”
“예. 공장장님.”
정색한 서동수가 앉은 채로 머리를 숙였다.
“공장은 그대로 가동시키는 것이 낫겠습니다. 하청 공장이기도 하니까요.”
“나쁜 놈이야, 하청 공장까지 세우다니”
했지만 윤명기의 표정은 밝다.
안명규는 칭다오에 사놓은 모든 부동산과 공장까지 양도를 한 것이다.
그러고는 처음 중국에 입국했을 때처럼 빈손으로 돌아간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다.
윤명기가 아가씨를 안고는 있었지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말을 잇는다.
“백 과장 그놈은 암에 걸려 귀국하는 바람에 부동산이 살아 남았고,
암이 걸린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그때 서동수가 아가씨가 따라놓은 술잔을 들면서 말했다.
“공장장님, 아파트는 곧 매각하겠습니다.”
윤명기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웃어 보였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처리하고 덮는 것이 낫습니다.”
본사에서 조사단이 온 것이 아니다.
공안 전 선생의 협조를 받아 일사천리로 진행시킨 것이다.
그것이 안명규를 더욱 위축시켰다.
(58) 3장 오염-18
파트너의 이름은 ‘제니’, 영어 이름이었지만 용모와 어울렸다.
늘씬한 키에 용모가 서구적인 데다 영어도 유창했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이면 서울 강남의 ‘1%’ 클럽은 말할 것도 없고 ‘0.01%’ 클럽에 갖다놔도
어울릴 것이었다.
그런데 직업이 간호사라고 했다.
도대체 그놈의 병원이 어딘지 알고 싶은 욕구가 불처럼 일어났다가 사그라졌다.
“어때? 나하고 같이 나갈까?”
윤명기가 파트너하고 이야기하는 틈을 타서 귀에 입을 붙이고 물었더니
제니가 머리를 끄덕였다.
웃음 띤 모습 그대로여서 당연한 일 아니냐는 것 같다.
그래서 어깨를 늘어뜨린 서동수가 다시 묻는다,
“하룻밤 얼마냐?”
“1천 불.”
링링의 두 배다.
아성 아가씨의 10배인 것이다.
서동수가 지그시 제니의 옆모습을 보았다.
시선을 느낀 제니가 서동수에게로 얼굴을 돌리더니 배시시 웃는다.
가지런한 이가 드러났다.
얼굴이 가깝게 있어서 이마의 작은 점도 보인다.
그때 제니가 물었다.
“호텔로 가실 건가요?”
“아니.”
“그럼 별장?”
“아니.”
해놓고 서동수가 지그시 제니를 보았다.
“넌 안 되겠다.”
“네?”
제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름답다.
가슴에 벽돌 한 장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왜냐하면 내 페니스가 너무 커서 말이야.”
다시 제니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서동수는 말을 잇는다.
“지난번에도 경험이 별로 없는 아가씨를 데리고 나갔다가
거기가 찢어져서 밤중에 병원으로 데려갔어.”
길게 숨을 뱉은 서동수가 제니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아직 민둥산인 제 다리 사이로 제니의 손을 끌어당겼지만 실패했다.
놀란 제니가 손을 빼내었기 때문이다.
이제 서동수가 절실한 표정이 되어서 제니를 보았다.
제니의 눈동자가 고정된 것은 결심을 굳힌 때문일 것이다.
“제니, 페니스에다 바셀린을 바르면 괜찮았어.
물론 큰 여자에 한해서였지만 말이다. 우리, 그렇게 해볼까?”
“노.”
“내가 2천 불 내겠다.”
“임파서블.”
그때 윤명기가 서동수에게 물었다.
물론 한국말이다.
“거기, 잘돼 가냐?”
“예, 공장장님.”
“여긴 올 때마다 레퍼토리가 다르다.
지난번에는 베이징에서 공수해온 모델이었지. 돈만 있으면 다 가능한 세상이야.”
그러고는 윤명기가 활짝 웃는다.
“그렇습니다, 공장장님.”
맞장구를 친 서동수의 가슴이 이제는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그렇다면 윤명기는 무슨 돈으로 이런 곳에 출입을 했단 말인가?
그때 윤명기가 그 해답을 내놓았다.
“공장장 접대비를 이곳에 다 쓰는 형편이다. 한 달에 두 번 오면 끝나지.”
“앞으로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내가 그러라고 데려온 거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공장장이 다시 소리 없이 활짝 웃는다.
“와이프는 내가 융통성이 모자란다고 해.
상무이사급 공장장이 되었으면 강남에 아파트 한 채 정도 마련해 놓았어야 된다는 거다.”
술잔을 쥔 윤명기가 이번에는 정색했다.
“양쯔강 뒷물이 앞물을 친다고 내가 너한테 배울 점이 많아.”
서동수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또 오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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