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6장 세 공주 10 회

오늘의 쉼터 2014. 7. 19. 09:48

제6장 세 공주 10

이튿날 선화가 몸종 하나만을 달랑 데리고 대궐에서 쫓겨나 덕만이 있는 상악으로 향하는데,

중간에서 헌걸스런 풍채의 도령 하나가 나타나더니 선화를 향해 알은체를 하였다.
 
선화가 보니 다름이 아니라 전날 속리악의 호재에서 만났던 바로 그 젊은 도령이었다.


“도령께서 여기는 어인 일이시오?”



선화가 묻자 그 도령이 깍듯이 허리를 굽혀 절하며 말하기를, 


“저야 본시 거처가 일정치 아니하여 구름처럼 떠도는 몸이지마는

귀하신 공주님께서 행차도 없이 어디를 그처럼 바삐 가십니까?”



하였다.

선화가 허탈하게 웃으며,



“나는 방금 대궐에서 쫓겨난 몸입니다.”



하고서 그동안 망측한 노래 때문에 겪은 고충을 털어놓았다.

선화가 이야기의 말미에,



“그렇지 않아도 도련님을 꼭 한번 다시 만났으면 했습니다.”



하고서, 


“일전에 언뜻 듣기로 고향에서 마를 캐고 살았다 하였는데,

혹시 노래 속에 나오는 서동이 도령을 일컫는 말이 아닌지 의심스럽소.”



하니 도령이 즉답을 아니한 채 헤실헤실 웃기만 하다가,



“우선 호위병이 없으니 제가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공주님 가시는 데까지 호위장을 맡지요.

공주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어디를 가시든 무사히 모시겠습니다.”



하였다.

그러잖아도 무슨 수로 상악까지 갈까 걱정하던 선화가 도령의 제의를 마다할 턱이 없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번번이 신세만 집니다.”



하고서 곧 세 사람이 상악으로 향하였는데, 해가 지고 밤이 되자

객줏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대궐에서 자란 선화가 난생 처음 객줏집이란 곳에 자리를 펴고 누우니

금방 잠이 들 리 없었다.

눕자마자 코를 고는 몸종의 옆에서 홀로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몸을 뒤척이다가

목이 말라 밖으로 나오니 도령 역시 자지 않고 마당에 나와 있다가, 


“잠이 아니 옵니까?”



하고 물었다.

선화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도령이,



“그럼 우리 밤을 벗삼아 술잔이나 나눕시다.”



하고는 선화를 자신이 묵는 방으로 데려갔다.

두 사람이 불을 밝히고 앉으니 도령이 마시자던 술은 아니 마시고,



“아까 금성의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랫말 중에 서동이란 자가

혹시 내가 아니냐고 물으셨지요?”



하고서 이내 스스로 대답하기를,



“잘 물어보셨소. 서동이 바로 납니다.”



하여 그 말을 들은 선화가 깜짝 놀랐다.

도령이 선화의 앞으로 무릎을 바짝 당겨 앉으며, 


“이는 공주님과 내가 하늘에서 낸 배필이라는 징후가 틀림없소.

우리가 이승에 날 적부터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진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금성의 철부지 아이들이 그와 같은 노래를 지어 부를 까닭이 없지 않소?

어쩌면 공주님과 나는 전생에 애틋한 사연을 가진 부부였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고는 옛날 동해 갯가에 살던 연오(延烏) 도령과 세오(細烏) 낭자의 이야기3)를 들려주었다.

선화가 세간에 전설로 떠돌던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동요가 일어났다.

안 그래도 밤이 되니 처량하고 무서운 느낌이 들어 누군가를 의지하고 싶던 차인데

대궐을 떠날 적에 부디 서동을 찾거든 배필로 삼으라던 어머니 마야 왕비의 말까지 떠오르니

그만 경계하던 마음이 사라져서,



“도령이 정말 노랫말에 나오는 서동이라면 나도 굳이 다른 데서 짝을 구하지 않겠습니다.”



하고는 그대로 도령의 품에 안겨 동침할 것을 허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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