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192) 일장춘몽 <11~15회>

오늘의 쉼터 2014. 7. 5. 10:27

금병매 (192)

 

 

일장춘몽 11회 

 

 

 

 “너는 왜 안 나가지?”

서문경이 묻자, 국주는 곧 울상을 지으며,

 




“대감 나릿님, 아까 하신 말씀과 틀리잖아요”

하고 조심스레 입을 연다.

“틀리다니, 뭐가?”

“아까 데리고 자보면 숫처년지 아닌지를 아신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런데 데리고 자보시지도 않고 퇴짜를 놓으시는 거예요?”

“허허허···”

서문경은 웃음이 나와 버린다.

깜찍하고 맹랑하다 싶은 것이다.

그러자 국주는 바짝 달라붙듯이 간절한 어조로 애원을 한다.

“대감 나릿님, 부디 저를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데리고 자봐 주세요.

예? 틀림없는 숫처녀니까요”

“키가 너무 작아서···”

“어머, 키가 작으면 뭐 여자가 아닌가요?

작으면 작은 대로 색다른 데가 있는 거라구요”

“호호, 그래?”

서문경은 그말이 귀에 번쩍 들어온다.

사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여자들을 데리고 즐겼지만,

저렇게 작은 몸뚱어리는 안아보질 못한 것이다.

어쩌면 정말 색다른 맛이 있을지도 모르질 않은가.

“그리고 저를 뽑아 주시기만 하면 다른 애들의 두배 세배 열심히 일하고,

또 있는 정성을 다해서 대감 나릿님을 모실 거예요. 정말이에요”

서문경은 선뜻,

“좋아”

하고 내뱉고 만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대감 나릿님”

국주는 깊숙이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한다.

그러자 뽑혀서 남아있는 일곱 처녀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진다.

그렇다면 자기들 중에서 한 사람이 대신 낙방 처리가 되어야 할 게 아닌가 말이다.

서문경은 그 일곱 계집애들 가운데서 누구를 추려낼까 하고 살펴보며 잠시 망설인다.

그러다가 거침없이 선언한다.

“좋아, 모두 합격이다. 여덟 사람을 뽑기로 한다.”

전옥, 즉 우두머리가 좋기는 좋다. 엿장수 마음대로다.

“야-”

“와-”

처녀들이 일제히 환성을 지른다.

개중에는 짝짝짝··· 박수를 쳐대는 계집애도 몇 있다.

기분이 매우 흡족해서 서문경은 빙그레 훤한 웃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좌정한다.

국주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일곱처녀들 속에 섞인다.

 

 

일장춘몽 12회 

 

 

 

 서문경이 선뜻 한 사람을 늘려 여덟 처녀를 관기로 채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국주는 별도로 자기의 몸종으로 쓰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계집애가 보니까 키가 작기는 하지만, 앳되고 귀염성이 있을 뿐 아니라,

 

무척 영리하기도 한 것 같아서 곁에 두고 몸종으로 부리기에 안성맞춤이겠다 싶었던 것이다.

 

더구나 제 입으로 뽑아만 주며 다른 애들 두배 세배 일하고, 있는 정성을 다해서 모시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채용이 되어 국주는 제향소의 홍아각으로 들어가 관기 신분으로

 

전옥 대감인 서문경의 몸종 노릇을 하게 되었다.

 




다른 관기들과 별도로 국주는 서문경의 거처 바로 옆에 붙어있는 작은 방 하나를

혼자서 쓰게 되었다.

다른 일곱 관기들은 네 사람과 세 사람으로 나뉘어 큰방과 좀 작은 방에

합숙을 하게 되었는데 말이다.

국주는 낮으로는 다른 처녀들과 함께 관기로서 익혀야 할 범절(凡節)과 노래, 춤,

혹은 악기 연주 따위를 교육받고, 서문경이 퇴청해 오면 그때부터는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시중을 들었다.  

저녁으로 외빈을 접대하는 연회가 베풀어져도 국주는 그런 자리에는 나가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니까 홍아각의 관기이면서도 서문경의 전속인 셈이었다.

신입(新入) 관기들은 이름도 기녀에 어울리게 모두 새로 지어야 했다.

국주도 어떤 이름으로 바꿀까하고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이름이 쉬 떠오르지가 않아 망설이고 있었다.

하루는 퇴근해 온 서문경이 혼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국주가 목반에 찻잔을 받쳐 들고 들어갔다.

조심스레 찻잔을 식탁에 놓자, 서문경이 불쑥 묻는다.

“너 이름 갈았나? 뭐라고 지었지?”

“아직 못 지었습니다.”

“왜?”

“뭐라고 지으면 좋을지 잘 생각이 안 나서요”

“그래? 그럼 내가 지어줄까?”

“예, 대감님께서 지어주시면 그런 영광이 없지 뭐예요”

“좋아, 그럼 내가 지어주지”

서문경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면서 잠시 생각해 본다.

그러다가 입안의 음식을 꿀컥 넘기고 나서 입을 연다.

“소조가 어때? 작을 소(小)자, 새 조(鳥)자, 작은 새란 말이지”

“어머, 좋네요”

“이름도 귀엽지?”

“예, 호호호···”

국주는 약간 호들갑스럽게 웃는다.

 

 

일장춘몽 13회 

 

 

 

 서문경은 국주에게 소조라는 기명(妓名)을 지어주기까지 했으나,

 

어찌 된 셈인지 그녀를  침실로 불러들이질 않았다.

 

다른 일곱 처녀부터 차례차례 즐긴 다음, 마지막으로 데리고 놀 모양이었다.

그러나 소조는 조금도 못마땅하지가 않았다.

 

오히려 내심 좋기만 했다. 끝내 자기에게는 손을 대지 말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면접 때 숫처녀에 틀림없으니까 한번이라도 좋으니 데리고 자봐 달라고 애원을 했던 것은

 

낙방을 면하기 위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나불거렸던 것이지,

 

결코 진심에서 한말이 아니었다.

 




서문경은 한 계집애를 대체로 이삼일 데리고 즐겼다.

나흘이나 닷새밤을 계속 동침하는 처녀도 한둘이었고,

어떤 처녀는 하룻밤으로 끝내 버리기도 했다.

새로 채용한 관기 여덟 사람 가운데 몸종인 소조를 빼놓고

일곱 처녀의 몸뚱어리를 차례차례 다 즐기는데 그럭저럭 이십여일이 걸렸다.

그러고나서 어느 날 밤,

드디어 서문경은 옆방에 늘 대기하고 있는 소조를 불렀다.

“소조야, 자는냐?”

“아니요”

소조는 얼른 문을 열고 서문경의 거실로 나타난다.

“내가 오늘은 술을 한잔도 입에 대지 않았는데,

하루는 금주를 하고 그냥 잘까 해도 잘 안 되는구나.

가서 술과 안주를 가지고 오나라”

“예”

소조는 주방으로 가서 잠시 특급주와 안주 몇 가지를 날라왔다.

거실 한쪽의 큼직한 탁자 위에 그것을 차리는데,

서문경이 와서 좌정을 하며 입을 연다.

“잔은 한개 밖에 안 가져왔구나”

“예”

“너는 술을 못 마시나?”

“예”

“입에 대본 적도 없어?”

말없이 소조는 살짝 미소를 짓기만 한다.

“대본 적은 있는 모양이지? 웃는걸 보니···”

“예”

“그럼 가서 네 잔도 가지고 와”

“아니예요. 저는 안 마실래요”

“가지고 오라면 가지고 와”

무슨 말대꾸냐는 듯이 점잖게 내뱉자,

“예”

하고 소조는 얼른 또 주방으로 간다.

자기 잔을 가지고 온 소조는 시키는대로 조심스레 서문경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술병을 들어 서문경의 잔에 공손히 술을 따른다.

 

 

일장춘몽 14회 

 

 

 

 그녀가 남에게 술을 따르기는 처음이었다.

 

홍아각에 관기로 들어온지 이십여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서문경 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술을 따르지는 않았다.

 

몸종으로 서문경의 곁에서 일할 뿐, 연회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자, 잔을 들라구. 이번에는 내가 따라줄테니까”

 




“아니예요. 황송해서 안돼요. 제가 따를게요”

“괜찮아, 어서 들어”

소조는 정말 황송해서 못 견디겠다는 듯한 그런 표정을 지으며

두 손으로 잔을 받들어 공손히 내민다.

그 잔에 서문경이 술을 가득 따라준다.

“자, 건배를 하자구”

“어머, 황송해라···”

전옥 대감한테 술을 따라 받고 게다가 둘이서 건배가지 하다니

소조는 너무 분에 넘치는 일이고 또 난생 처음으로 남자와 마주앉아 술을 마시게 되어

얼떨떨하기도 해서 두 손으로 받들어 입으로 가져가는 잔이 가늘게 떨린다.

 살짝 한 모금 마시고는 무슨 시디신 음식이라도 입에 댄 것처럼 두 눈을 찔끔 감았다가 뜬다.

그런 그녀의 표정이 무척 귀여운 듯 서문경은 싱그레 웃음을 떠올리며 벌컥벌컥 시원스레

술을 마신다.

서문경이 몸종과 단둘이 앉아 건배까지 해가며 술을 마시기는 극히 드문 일이었다.

더구나 전옥이라는 고관의 신분으로 말이다.

오늘밤 별 이유 없이 기분이 좋은 것이다.

굳이 까닭이 있다면 새로 뽑은 여덟처녀 가운데 마지막으로 유난히 몸집이 작은

계집애를 데리고 자보는 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라고나 할까.

서문경이 석 잔을 비우는 동안 소조는 겨우 반잔정도를 찔끔찔끔 마셨다.

그런데도 어느덧 얼굴이 발그레 곱게 물들었다.

취기가 알맞게 혼혼해진 서문경은,

“소조야 자 술은 이제 이정도로 하고 일어나 볼까”

하면서 싱그레 웃는다.

소조는 살짝 고개를 떨구며 가만히 앉아 있다.

서문경은 점잖게 의자에서 일어선다.

“어서 저리 가자구. 침실로···”

“어머, 어쩌나···”

걱정스럽고 불안하기도 한 그런 표정을 지으며 소조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앞장서서 침실로 들어가며 서문경은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한다.

“진짜 숫처년지 어떤지 이제부터 내가 검사를 해봐야지”

“히히히··· 틀림없다구요”

하면서 소조는 뒤를 따른다.

 

 

일장춘몽 15회 

 

 

 

 침실로 들어가자,

 

서문경은 대뜸 위아래 겉옷을 훌렁훌렁 벗는다.

 

소조는 어리둥절해진다.

 

내의는 입은 채 서문경은 침상에 가서 벌렁 드러누우며,

“아으윽-”

 




커다랗게 기지개를 켠다.

얼굴이 한층 발그레 붉어지며 소조는 살짝 고개를 돌린다.

“소조야, 자, 이리 올라와서 내 다리를 좀 주물러다오”

“···”

“어서”

“예”

소조는 마지 못하는 듯 침상으로 다가가서 조심스레 기어오른다.

그리고 서문경의 다리 곁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그리나 두 손이 얼른 내밀어지지가 않는다.

“뭘 하는 거야. 어서 주무르지 않고···”

“아이 어쩌나···”

대감님의 몸에 손을 대기가 몹시 황송하고 쑥스럽기도 한 그런 목소리다.

“허허허··· 다리를 주무르는데 뭐가 어째서···

조금 있다가 내가 홀랑 벗겨 가지고 숫처년지 아닌지 검사를 시작하면 어쩌려고 그래?”

“어머, 어쩌지··· 히히히···”

조심스레 소조는 두 손을 서문경의 발목께로 갖다댄다.

그리고 살살 주무르기 시작한다.

“그게 주무르는 거야? 간지럽기만 하다구. 좀 세게 주무르라구”

“예, 알았어요”

조심스러워서 살살 놀리던 두 손에 소조는 꾹꾹 힘을 준다.

“그래 그래, 아- 시원하다”

서문경은 지그시 두 눈을 감는다.

발목으로부터 위로 주물러 올라가던 소조의 두 손이 무릎을 지나

넓적다리의 중간쯤에 이르자 그곳에서 도로 아래로 내려간다.

어쩐지 더 위의 허벅다리로 올라가기가 야릇하게 두려웠던 것이다.

“왜 그래? 그 위도 주물러야지. 훨씬 더 위쪽 허벅지까지 주무르라구”

“예, 그러죠. 히히히···”

수줍게 웃으며 소조는 에라 모르겠다는 듯이 사타구니 근처까지 서슴없이 주물러 올라간다.

“아- 기분 좋다. 더 더···”

서문경의 욕망이 서서히 내의를 밀어 올리며 뿌듯하게 부풀어 오르디 시작한다.

“어머”

나직한 소리로 놀라며 소조는 얼른 두 손을 떼어 무릎 아래로 옮겨간다.

그러자 서문경이 덥석 그만 그녀의 한쪽 손목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