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117) 유령 <16~20회>

오늘의 쉼터 2014. 6. 30. 12:44

 

금병매 (117)

 

 

 

유령 16회 

 

 

 

 벌건 알몸이 된 서문경이 역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춘매를 이불속에서

 

휘감아 안고 한손으로 부드러우면서도 미끈미끈한 탄력이 있는

 

그녀의 몸뚱어리를 슬슬 어루만지면서 속삭인다.

"참, 춘매는 기분 좋으면 울지?"

 

 




"아이 몰라요"

"요즘도 우나?"

"요즘 언제 주인어른께서 사랑을 해주셨나요?

 

일년이 다돼 간다니까 그러시네요"

"그동안에 아무하고도 좋아한 일이 없었다 그건가?"

"어머, 주인어른을 두고 달리 누구하고 좋아한단 말이에요.

 

말도 안돼요"

"흠- 그럼 무척 남자가 그리웠겠는데... 그렇지?"

"주인어른이 그리웠죠. 뭐"

"내가 너무 무심했군 그래.

 

자, 그럼 오늘밤 실컷 귀여워해 줄테니까"

서문경은 춘매를 불끈 힘주어 끌어안으면서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친다.

잠시 후엔 입술이 그녀의 젖가슴으로 미끄러져 내려가 바야흐로

 

부풀어오르려는 피둥피둥한 두 봉우리를 번갈아 애무한다.

어느덧 춘매는 온몸이 야릇하게 달아오르는 듯 감미로운 신음소리를 가만가만 흘린다.

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무척 갈증이 심한 듯한 그런 목소리로 애원을 하듯 속삭인다.

"주인어른, 아이구 흥..."

"왜?"

"몰라요. 빨리 좀..."

"알았어. 자, 그럼 오래간만에 춘매의 우는 소리를 들어보기로 할까"

그러면서 서문경은 춘매의 아랫도리를 활짝 열어졌히고,

"음-"

야릇한 신음소리와 함께 그 위로 무너진다. 곧,

"어머나, 아으-"

춘매의 약간 놀라는 듯한 교성이 흘러나온다.

남자의 살에 접한지가 일 년이 다돼 가는 터이라 새삼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서서히 일기 시작한 물결이 차츰 속도와 강도를 더해가자,

미열(微熱)에 들뜬 듯한 춘매의 야릇한 교성이 마침내 훌쩍훌쩍 흐느끼는 소리로 바뀐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정말 그만 마음놓고 울기 시작한다.

울기는 울되 결코 서럽거나 고통스러워서 우는 것이 아니라,

못견디게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우는 그런 눈물이 없는 희안한 울음이다.

오래간만에 춘매의 그 기묘한 울음소리를 듣는 서문경은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그리고 온몸이 한결 더 뜨거워지며 물결이 한층 거세어진다.

그렇게 춘매의 야릇한 울음소리와 서문경의 달아오르는 숨소리가

한데 뒤섞여 가파른 절정을 향해 오르고 있을때,

난데없이 쿵쾅쿵쾅...

바깥 회랑을 누군가가 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서문경은 흠칫 놀라며 동작을 현저히 늦춘다.

 

 

 

유령 17회 

 

 

 

 쿵쾅쿵쾅...달려오던 소리가 방 가까이에 이르자,

 

짜박짜박짜박...걷는 발자국 소리로 바뀐다.

서문경은 그만 바짝 온몸이 굳어드는 것을 느끼며 아랫도리의 동작을 멈추고 만다.

 




그러자 춘매도 절로 울음이 그친다.

 

무슨 영문이가 싶은 듯,


"왜 그래요?"

불만스러운 어투로 묻는다.

"저 소리..."

서문경은 그대로 춘매의 알몸뚱이 위에 가만히 포개진 채 바짝 귀를 곤두세운다.

"무슨 소리 말이에요?"

춘매도 그대로 서문경의 몸뚱이에 깔려 누운 채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여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가 않는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소리만이 어렴풋이 귀에 들어온다.

"비 오는 소리 말이에요?"

"아니, 저 발자국 소리..."

"무슨 발자국 소리가 난다는 거예요?"

"저봐, 들리잖아. 짜박짜박짜박 하고..."

"하하하... 이상하시네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이제 멎었다구"

그러나 서문경은 바짝 굳어진 채 숨을 죽이고 있다.

똑똑똑 똑똑똑...이번에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다.

"누구야!"

그만 서문경은 고함을 지르면서 춘매의 알몸뚱이 위에 포개졌던 몸을 뻘떡 일으킨다.

그 바람에 춘매도 당황하여 얼른 일어나 앉으며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아니, 왜 그러시는 거예요?"

"누가 문을 두드리잖아"

"문을 두드리기는 누가 문을 두드린다는 거예요. 도대체..."

춘매의 귀에는 문 두드리는 소리도 들리지가 않았던 것이다.

한창 절정을 향해 치달아 오르다가 그만 중단이 되는 바람에

기분을 잡친 춘매는 몹시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서문경을 지켜본다.

아까부터 귀신이 나타났다고 야단이더니,

아무래도 주인어른의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닌가싶어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들리기는 도대체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한창 기분이 그만인 판에 중지하고서

이 야단인가 말이다.

이불 속에 들면서도 끄지 않고 그대로 둔 춧불이 이따금 가볍게 나불거리며 타고 있다.

"아니, 저기 누구야?"

서문경의 두 눈이 휘둥그래진다.

방문 옆에 창이 하나 있다.

춘매의 방에서 바깥은 내다볼 수 있는 창은 그것 하나뿐이다.

그 창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던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방안에 불이 켜져 있고,

바깥은 비가 내리는 깜깜한 밤인데,

창문에 사람의 그림자가 비치다니...

 

 

유령 18회 

 

 

 

 처음에는 그림자가 창문의 한지(漢紙)에 희미하게 어른거리더니,

 

차츰 선명해지는데 보니까 여자였다.

 

바깥에 서서 방안을 엿듣기라도 하는듯 여자의 얼굴과 목,

 

그리고 앞가슴께까지가 창에 비치고 있었다.

"밖에 누구야? 당신이요?"

 




아마 오월랑이 아닌가 싶어서 서문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회랑을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러다가 발자국 소리가 나고,

문두드리는 소리에 이어 창에 그림자가 비치는 걸보니

오월랑이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찾아온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림자는 그대로 가만히 비치고 있을 뿐 아무 기척이 없다.

"왜 대답이 없지? 그거 참 이상한 사람이네"

서문경은 슬그머니 화가 치미는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려 한다.

벌거벗은 알몸으로 말이다.

그러자 춘매가 또 볼맨 소리로 불쑥 말한다.

"지금 뭘 보고 그러시는 거예요?"

"바깥에 누가 와서 서 있잖아. 저봐. 창문에 그림자가 비친게 안보여?"

"그림자라뇨? 도대체 무슨 그림자가 창문에 비친다는 거예요?"

"아니, 저기 저 그림자가 안보인단 말이야?"

"어머, 기가 막혀. 그림자는 무슨 그림자란 말이에요"

"누가 기가 막히는지 모르겠네"

"하하하..."

춘매는 어이가 없어서 그만 웃음이 나와버린다.

웃으면서 서문경을 눈여겨 보니 두 눈동자가 어쩐지 초점이 흐려진듯 몽롱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괴이하게 번들거린다.

창문에 선명하게 비쳐 보이던 여자의 그림자가 다시 희미해지면서 옆으로 돌아선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인다.

방안을 엿듣다가 슬그머니 떠나려는 모양이다.

"누구야! 응?"

그만 서문경은 고함을 내지르며 벌떡 일어나

후닥닥가서 방문을 열어젖히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벌거숭이 알몸이어서 흡사 도깨비 같다.

어둠속에 저만큼 여자의 희미한 뒷모습이 보인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가는 것같다.

"누군데 이 밤중에...아니, 여보, 당신 아니야?"

서문경은 여전히 그게 오월랑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그러자 여자가 가만히 그 자리에 멈추어선다.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이쪽으로 돌린다.

하얀 얼굴이다. 깜깜한 어둠속에 뽀오얗게 분칠갑을 한 것같은 얼굴이 생긋이 웃는다.

보니까 송혜련이가 아닌가.

"으악..."

서문경은 냅다 그만 비명을 내지르고 만다.

눈앞이 핑 도는듯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는 비실 그만 무너지듯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만다.

 

 

유령 19회 

 

 

 

 비명 소리에 놀라 춘매는 얼른 알몸뚱이에다가 치마만 걸치고 뛰어나간다.

벌거숭이인 서문경이 마룻바닥에 쓰러져 있자,

 

춘매는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른다.

 




"주인어른, 주인어른, 정신 차리세요. 정신...예? 왜 그러세요?"

마구 흔들어도 서문경은 두 눈을 허옇게 뒤집어까고 꿈틀거리기만 할 뿐이다.

그때 반금련이 자기의 방문을 열고 내다본다.

비명 소리에 놀라 잠이 깬 모양이다.

"아니, 무슨 일이지? 이 밤중에..."

"주인어른이 기절을 하셨지 뭐예요"

"뭐라구?"

깜짝 놀라며 반금련이 뛰어나온다.

"어머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벌거숭이 알몸으로 쓰러져 있는 서문경을 보자,

반금련은 눈이 휘둥그래지고만다.

우선 둘이서 서문경의 몸뚱어리를 들어서

바로 곁에 활짝 문이 열려있는 춘매의 방으로 옮긴다.

방바닥에 깔려있는 이부자리에다가 서문경을 내려놓자,

반금련은 방안을 두리번거린다.

"흥!"

아니꼽다는 그런 표정으로 반금련은 코방귀를 뀐다.

침상이 좁으니까 이부자리를 방바닥에 내려 자리를 만들어서 둘이

그짓을 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질 않은가.

그러다가 무슨 일로 서문경이 벌거벗은 채 바깥에 나가 마룻바닥에

기절을 하고 쓰러졌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반금련은 이불 자락으로 서문경의 시커먼 아랫도리를 아무렇게나 덮어 버린다.

흉측해서 못보겠다는 듯이.

지금도 이렇게 한밤중에 자기도 모르게 살짝 춘매한테 찾아와 자다니,

공연히 심술이 동하는 것이다.

못마땅한 눈길로 이번에는 춘매를 훑어본다.

"이년아, 그게 옷을 입은 거야?"

쏘아붙이듯이 내뱉으면서 반금련은 심술궂게 춘매의 치마를 훌렁 걷어붙여본다.

"어머나, 왜 이러세요?"

부끄러운 데가 활짝 드러나자,

춘매는 호들갑스럽게 놀라며 얼른 사타구니를 움츠린다.

그리고 후닥닥 속옷을 주워들고 돌아서서 치마 속으로

아랫도리부터 꿰고나서 윗내의를 입었다.

춘매가 옷을 다 입고나자,

"어서 가서 물을 떠오라구. 차도 끓여오고"

반금련은 공연히 심술이 나서 못견디겠는 듯 냉랭하게 쏘아붙인다.

"알았다구요"

춘매도 볼멘소리로 대답하고는 얼른 밖으로 나간다.

한참만에 서문경은 희멀건 눈을 끔벅거리며 기절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제대로 정신이 돌아오지는 않는 듯 잠시 멀뚱히 초점이 흐린 듯한 시선을

 천장으로 보내고 있다가 잠이 드는 듯 스르르 감았다.

 

 

유령 20회 

 

 

 

 곁에 앉아 근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던 반금련과 춘매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리고 반금련이 춘매에게 묻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이지?

 

이양반이 왜 마루에 나가서 기절을 했느냐 말이야.

 

더구나 벌거벗은 채..."

 

 


"자고 있는데 글쎄 주인어른께서 마님의 방문을 두드리시잖아요.

 마님은 깊이 잠이 드셨던 모양이죠?

그 바람에 제가 깼다구요.

문을 열고 내다보니까 주인어른께서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

제 방으로 뛰어 들어오시지 뭐예요.

왜 그러시느냐고 물으니까,

귀신이 나왔다는 거예요"

"뭐, 귀신?"

"예"

"귀신이 나오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글쎄 말이에요"

서문경이 자기 방에 귀신이 나타났다면서 한 얘기와

이 방에 와서 벌인 괴이한 행동을 춘매는 자세히 늘어놓았다.

자기와 한창 재미를 보다가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말은 물론 빼고 말이다.

얘기를 듣고 난 반금련은 잠이 든 듯한 서문경의 얼굴을

새삼스럽게 가만히 내려다보며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인다.

"참 이상한 일이네. 헛소리가 들리고 헛것이 보이기까지 하다니,

이 양반이 아무래도 무엇에 씐 모양인데..."

"몸이 쇠약해지셔서 그런 게 아닐까요?"

"몸이 쇠약해진다고 헛소리가 들리고 헛것이 보이나 귀가 울리는 일은 있지만 말이야"

이렇게 둘이서 얘기를 주고 받고 있는데,

잠이 든 것같았던 서문경이 눈을 뜨며,

"물 물..."

갈증이 심한 듯 물을 찾았다.

누운 채 입에 부어넣어주는 찻물을 조금 넘기고 나더니

서문경은 정신이 좀 돌아오는 듯 일어나 앉는다.

"아니, 여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반금련이 그의 얼굴을 바짝 들여다보면서 근심스레 묻는다.

서문경은 잠시 정신을 가다듬는 듯 끔벅끔벅 두 눈을 끔벅이더니,

"혜련이가 나타났지 뭐야"

하고 불쑥 말한다.

"뭐요? 혜련이가 나타나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죽은 송혜련이가 귀신이 되어 나타났다니까"

"하하하..."

반금련은 그만 웃어 버린다.

그러나 춘매는 얼굴에 두려운 듯한 기색이 떠오른다.

 아까 서문경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기절을 하던 일이 생각나서였다.

"왜 웃는 거야?

내가 지금 농담하고 있는 줄 알아?

혜련이 귀신이 안 나타났으면 왜 내가 기절을 했겠어"

서문경이 약간 화가 치미는 듯한 투로 말하자,

반금련은 머쓱해진다.

그리고 슬그머니 두려워지는 듯한 눈길로 서문경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