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101) 투옥 <31~35회>

오늘의 쉼터 2014. 6. 29. 11:26

 

금병매 (101)

 

 

투옥 31회

 

 

 

“옆방의 월미가 자는지 모르겠어.

 

어젯밤처럼 또 배가 아프다고 불쑥 찾아오면 어떻게 하지?”

“매일 밤 배가 아프겠어요.

 

찾아와도 오늘밤은 거실 문을 안으로 걸어 놓았는데 제가 어떻게 들어와요.

 

아무 걱정 말아요”

 



“간밤에 혹시 눈치를 안챘을까 모르겠어”

“어떻게 눈치를 채요.

침실 안을 들여다본 것도 아니고,

내가 침실 문을 가리고 서있기까지 했는데...

너무 그렇게 신경과민이 될 거 없다구요”

월미는 어둠 속에서 코를 찡긋하면서 소리 없이 웃는다.

지금 자기가 이렇게 양상군자처럼 천장 위에서 엿듣고까지 있는데,

눈치도 못 챘다니,

너무 신경과민이 되지 말라니,

우습지 않을 수가 없다.

마님이 말을 잇는다.

“만약 눈치를 챘다고 하더라도 그 애는 글쎄 안심해도 된다니까요”

“당신의 조카뻘 된다 그랬나?”

“예”

“촌수가 어떻게 되는데?”

“뭐 촌수를 따질 정도는 아니라구요.

십 몇 촌이 되는 모양인데, 나도 잘 몰라요.

좌우간 내가 한 항렬 높은 것만은 확실해요”

“촌수도 모르는 친척이라... 재미있군”

그리고 남자는 술잔을 기울이는 듯 꿀꿀꿀 물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자, 한 잔 더 따르라구”

빈 잔을 마님 앞에 내미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남자가 누군지 월미는 그 목소리만으로는 분간할 수가 없다.

도대체 누군데 자기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고 있는지,

월미는 궁금해서 이번에는 귀 대신 한쪽 눈을 널빤지 틈서리로 바싹 갖다 댄다.

침실의 일부분이 보인다.

침상은 훤히 다 내려다보인다.

그러나 마님의 모습과 남자의 모습은 시야에 들어오질 않는다.

침실 한쪽에 놓인 탁자에서 둘이 술을 마시고 있는 게 틀림없다.

“당신도 한 잔 더 하라구”

“난 그만 할래요.

너무 취하면 기분이 별로더라구요.

당신도 그것만 하고, 인제 저리 가자구요”

“음, 그러자구”

남자가 서둘러 술잔을 비우는 것 같고,

곧 두 사람이 의자에서 일어나는 듯했다.

월미는 바짝 긴장이 된다.

“호호호...”

마님의 웃는 소리가 일어난다.

그리고 이어 마님을 옆으로 들어 안은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자는 서 있기 때문에 머리꼭지가 내려다보일 뿐이다.

아직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침상에 바싹 다가선 남자는 마님의 윗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월미는 어머나 싶으며, 가만히 침을 한 덩어리 삼킨다.

 

 

투옥 32회 

 

 

 

 마님의 윗몸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젖가슴의 두 봉우리가 눈에 띄게 풍만하다.

이번에는 남자의 손길이 마님의 치마로 간다.

 

마님은 아랫도리까지 남자가 하는 대로 내맡기고,

 

기분이 좋으면서도 좀 부끄럽기도 한 듯 살그머니 두 눈을 감는다.

 




치마를 벗겨낸 남자의 손길이 짤막한 속내의까지 거침없이 걷어내 버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마님의 하얀 알몸이 눈 아래 반듯이 내려다보이자,

 월미는 절로 고개가 살짝 돌려진다.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것 같은 그런 민망스러운 심정이다.

그러나 곧 월미는 도로 그 틈서리로 한쪽 눈을 가져간다.

이번에는 남자가 그 자리에 서서 자기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자의 벌건 윗몸이 드러나고, 이어서 아랫도리도 홀랑 맨몸뚱이가 되고 만다.

벌거숭이가 된 남자의 몸뚱어리를 보자,

 월미는 자기도 모르게 후훅 하고 더운 숨을 쏟아 쉰다.

가슴도 약간 떨린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하마터면 월미는 어머나 하고 소리를 입 밖에 낼 뻔했다.

딱 벌어진 입이 얼른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남자가 누구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벌거숭이가 된 남자가 침상으로 기어올라 마님을 끌어안으며 눕는데 보니 내왕이가 아닌가.

천만뜻밖이었다.

월미는 그게 내왕일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질 못했다.

마님이 내통하는 사내라면 아무래도 좀 지체가 있는 남자려니 싶었다.

그래서 집안이나 주변에서 그런대로 지체가 있는 남자를

 이 사람 저 사람 머리에 떠오려 보곤 했었다.

혹시 진경제가 아닐까, 또는 약국의 의생 가운데 누군지,

아니면 서생(書生)중의 하난지... 하고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하인인 내왕이라니,

 마님이 내왕이와 저렇게 벌거숭이가 되어 놀아나다니,

더구나 자기의 침실에서... 놀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여보, 불을 꺼요”

“누가 보나 뭐”

“그래도... 난 부끄럽단 말이에요”

“부끄럽긴... 벌써 몇 번짼데...”

내왕이는 한 손으로 마님의 허옇고 두두룩한 엉덩이를 슬슬 어루만진다.

그러자 마님은 그 손을 살짝 엉덩이에서 떼어 내고는 내왕이의 품에서 벗어나

부스스 몸을 일으킨다.

침상에서 내려서더니 촛불 쪽으로 다가가는 듯 시야에서 하얀 알몸이 사라진다.

곧 불을 끄려고 훅 하고 입으로 부는 소리가 들린다.

촛불이 나불거리는 듯 시야의 광도(光度)가 흔들린다.

 두 번째 훅! 소리가 좀 더 크게 들리자,

눈앞이 깜깜해지고 만다.

칠흑 같은 어둠이다.

월미는 뭐 이래, 싶으며 맥이 탁 풀린다.

기가 막히는 장면을 구경할 뻔 했는데 말이다.

 

 

투옥 33회 

 

 

 

 이제 틈서리에 한쪽 눈을 붙이고 있을 필요가 없다.

 

눈을 뗀 월미는 그만 몸을 일으켜 그 자리를 떠날까 하다가,

“아이 어두워. 그믐인 모양이지”

 

 


하는 마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자, 여기야, 여기”

내왕이가 침상에서 칠흑 같은 어둠속으로 손이라도 내미는 듯한 말소리가 들리자,

다시 야릇한 호기심이 고개를 쳐든다.

눈으로 기가 막히는 광경을 볼 수는 없지만,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귀로 엿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월미는

그대로 숨을 죽이고, 그 틈서리에 한 쪽 귀를 가만히 갖다 댄다.

마님이 어둠속에서 침상에 다가오고,

손을 내민 내왕이가 마님의 알몸을 이끌어 올리는 기척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그리고 곧,

“아이 간지러워”

하는 마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둘이 함께 키들키들 웃는다.

어디를 어떻게 하는지 보이지가 않아서 알 수는 없으나,

좌우간 내왕이가 마님의 알몸에 손을 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서

 월미는 묘하게 숨이 떨리며 침이 한 덩어리 꿀컥 목구멍을 넘어간다.

잠시 후 월미는 이상한 소리에 그만 귀가 번쩍 뜨인다.

마님이 탄식이라도 하는 듯,

“아-”

하고 소리를 내뱉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소리가 감미로운 열기를 머금은 한숨소리 같다고나 할까,

어지나 야릇한지 듣기만 해도 온몸이 짜릿해지는 느낌이다.

이어서 서서히 이번에는 마님의 신음소리가 일어난다.

몸에 미열이라도 있어서 앓는 것 같은 그런 소리다.

그리고 어디선지 먼 해변에서 찰싹찰싹 파도치는 듯한 소리도 가물가물하게 귀에 와 닿는다.

그 파도 소리와 함께 마님의 신음소리는 차츰 높아진다.

미열이 고열로 바뀌어 크게 신음하는 것 같으면서도 무척 기분이 좋은 듯한 야릇한 소리다.

마님의 신음소리와 함께 내왕이의 숨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

예사로운 숨소리가 아니다.

무척 무거운 물건이라도 지고서 헐떡이며 걸어가는 듯한 그런 힘겨운 숨소리다.

그런데도 그 소리가 결코 고통스럽게 느껴지지가 않고,

오히려 듣는 사람의 온 몸을 근질근질하게 긁어 일으키는 것 같은 묘한 쾌감으로 와 닿는다.

아직 한 번도 사내를 경험해 본 일이 없는 월미지만,

열아홉 살인지라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몸뚱어리로

사랑을 나누는가 하는 것은 대략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랑을 나누면서 저렇게 이상야릇한 소리를 내뿜는 줄은 정말 미처 짐작도 못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에 월미는 넋을 잃고

자기도 가만가만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다.

 

 

투옥 34회 

 

 

 

 정작 월미가 놀란 것은 그 다음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넋을 잃은 듯이 엿듣고 있는데,

 

신음소리와 숨소리가 한결 심해지는 듯하더니

 

그만 마님이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흡사 신열(身熱)이 도를 넘어서 견디질 못하는 사람 같았다.

 

열에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그런 소리였다.

그런데도 그 소리가 이상하게 조금도 통증에서 나오는 것 같지가 않고,

 

도리어 견딜 수 없이 기분이 좋아서 내뱉는 것 같았다.

 

 


월미는 온몸이 그만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뜨거운 피가 야릇하게 전신을 흐르면서 숨이 칵 막히는 느낌이었다.

곧 꺽꺽 넘어가는 듯하더니,

마님은 마침내 못 견디겠는 듯 외마디 비명 같은 야릇한 소리를 내지르고는 잠잠해지고 만다.

 마치 어느 벼랑에서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만 것 같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왕이가 벼랑 위로 치닫는 듯 숨소리가 바짝 거칠어지더니

그 역시 야릇한 외마디 신음소리를 내쏟는다.

그리고 잠잠해진다.

흡사 그도 마님을 뒤따라 벼랑에서 굴러 떨어진 것 같았다.

어느새 월미는 자기 입을 한 손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하마터면 그들과 같이 자기도 소리를 내지를 뻔했던 것이다.

아랫도리가 끈적끈적한 땀에 젖어있는 것을 느끼며 월미는

그대로 그 자리에 엎드려서 잠시 늘어진 듯 꼼짝을 하지 않았다.

참으로 놀랍고 신기한 일이어서 마치 현란한 꿈을 꾸고 난 뒤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몸을 일으켜 더그매에서 빠져나갈까 하는데,

아래에서 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이끌리듯 월미는 도로 가만히 엎드리며 귀를 기울인다.

“여보, 잠이 와요?”

“아니. 당신은?”

“나도 아직 잠이 안 온다구요”

“그럼 또?”

“물론이죠”

“무척 좋아하는군. 당신...”

“히히히... 자기는...”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마님의 신음소리와 내왕이의 숨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기 시작한다.

“어머나, 또...”

월미는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어둠 속에서 고양이처럼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마님과 내왕이가 또 몸뚱어리의 사랑을 나누다니...

남자와 여자가 하룻밤에 한 번 그러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지 않는가.

“그렇구나, 그렇구나...”

잘 알았다는 듯이 월미는 고개까지 가만가만 끄덕인다.

월미는 그날 밤 마님과 내왕이가 세 번이나 사랑을 나누는 것을 엿듣고 천장에서 내려왔다.

숫처녀인 그녀에게는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기만 한 밤이었다.

 

 

투옥 35회 

 

 

 

 숫처녀가 처음으로 남자를 경험하고 나면 세상이 달라져 보이는 법이다.

월미는 직접 몸으로 남자를 경험한 것이 아니라,

 

귀로써 남녀가 관계하는 것을 엿들었을 뿐인데도 어쩐지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처럼 듣기만 해도 희한하고,

 

얄궂기도 한 꿈같은 세계가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기도 그런 황홀한 밤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갈증처럼 간절하게 솟구치기도 했다.

이튿날 밤은 허탕이었다.

내왕이가 마님을 찾아오질 않았던 것이다.

그 다음날 밤 월미는 또 양상군자가 되어 그 야릇한 남녀의 세계를 엿들었다.

그런 밤이 거듭됨에 따라 월미는 도저히 이제 자기의 몸뚱어리 속에서

꿈틀대는 욕망을 감내할 길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궁리를 하며 들떠있는데,

어느 날 오후 주방에 갔다나오다가 마침 그곳으로 들어서는 내왕이와 마주쳤다.

그 때 주방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어머나”

내왕이를 보자 월미는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라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아니, 왜 그렇게 놀라지?”

“히히히...”

“왜 웃는 거야?”

“내가 다 안다구요”

“알다니, 뭘 말이야?”

“헤헤헤... 그렇게 시치미를 떼지 마시라구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군”

“봤단 말이에요. 알겠어요?”

“보다니, 뭘?”

“그래도 못 알아들어요?

 숨소리가 아주 기가 막히던데요.

나중에는 숨이 막 넘어가는 것 같고...”

그제야 내왕이는 야, 이것 봐라, 싶은 듯 약간 긴장이 되는 표정이다.

“히히히... 내가 일러바칠 거예요”

“..........”

“왜 아무 말이 없죠? 일러바쳐도 상관없나요?”

“누구한테 일러바친다는 거야?”

“그걸 몰라서 물어요? 주인어른한테죠”

“음-”

내왕이는 그만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흘리며 월미를 노려본다.

월미는 재미있다는 듯이 약간 사팔뜨기인 눈에 살짝 웃음을 떠올린다.

“아저씨, 인제 두려운 모양이죠?”

“월미야, 너 정말 이러기냐?”

“아저씨가 미워서 그래요”

“밉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마님만 좋아하니까 밉지 뭐예요.

나도 좀 좋아해 달라구요.

그러면 주인어른한테 안 일러바칠 테니까요.

난 숫처녀란 말이에요. 알겠어요?”

월미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도 서슴없이 지껄인다.

“허허허... 그래? 그거야 문제없지.

좋아해 주고말고. 숫처녀라면 더욱 그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