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을 놓친 오리
세계의 화약고 「중동」팔레스타인 땅에 요르단 강이 있다. 그 강에는 호수가 둘 있는데 하나는 갈릴리 호수이며
다른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사해(死海)이다.
이 두 개의 호수는 같은 이스라엘 땅에 있으면서도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호수들이다.
갈릴리 호수는 주위에서 항상 맑은 물을 받아들이면서 한편으로
그 물을 요르단으로 흘러 보내는 생명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호수지만,
사해는 주변으로부터 물을 받아들이기만 했지 배수 하천이 없어
증발만 계속되기 때문에 염분의 농도가 짙어져서 주변에 수목조차 살지 못하는
그야말로 죽음의 바다인 것이다.
이와 같이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그러나 강물이 흐르지 않고 한군데 오래 고여 있으면
마침내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죽은 물이 되고 만다.
마찬가지로 발전하는 인간, 발전하는 사회는 결코 현재에 머무르지 않는다.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여 창조의 이상도 발전의 의지도 갖지 못하는 현실안주형의
인간이나 사회는 고여 있는 물처럼 결국은 퇴보하거나 멸망해 버리고 만다.
창조와 발전이란, 끊임없는 미래를 지향하여 전진하는 것이지,
과거나 현재에 집착하는 회고주의나 무사안일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덴마크가 낳은 사상가 「키에르고르」는 인생의 한 면모를
후회하는 오리에 비유해서 표현한 적이 있다.
혹한을 피해 남쪽으로 떠나려고 준비하는 오리 떼들은
늦가을 밤에 모든 채비를 갖추고 출발하기에 앞서서 큰 파티를 열었다.
먼 장도에 오르기 전에 큰 농장에 모여 마음껏 곡식을 주워 먹으므로
내일부터 펼쳐질 여행에 힘을 축적하려는 것이었다.
어느덧 출발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이때 큰 오리 한 마리가 주저하면서 말했다.
「이 곡식들은 맛도 있고 먹기도 좋으니 나는 조금 더 남아 있다가 충분히 먹고 떠나야지 」
다른 오리들은 다 떠났지만 며칠 더 머물기로 작정했다.
이 정도 추위는 쉽게 견딜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더구나 곡식들이 너무나 맛이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훌쩍 떠나버리면 훗날 후회할 것만 같았다.
먼저 날아간 버린 동료 오리들이 그렇게 불쌍할 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오리는 매일 혼자서 습관처럼 중얼거린다.
「내일이 오면 따뜻한 남쪽나라로 떠나야지」
그러면서도 결행(決行)을 하지 못하고 매일매일 미루고만 있었다.
드디어 세찬 겨울바람이 온 천지에 불어오고 대지는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결론을 얻은 오리는 비로소 날개를 펴고
농장 마당을 가로질러 날려고 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리는 날을 수 없었다.
그동안 욕심껏 맛있는 곡식을 주어먹었기 때문에 너무도 살이 쪄서 뒤뚱거리는
이 욕심 많고 우유부단한 오리에게 겨울의 창공은 길을 내어 주지 않았다.
결단의 순간을 놓쳐버린 오리는 남쪽으로 날아 갈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것이었다.
후회하는 오리에게 찾아온 것은 매서운 북풍뿐이었다.
「키에르고르」의 오리 이야기는 우리에게 현실이 아무리 좋아도
거기에 계속 안주하게 되면 더 좋은 세계를 향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교훈으로 주고 있다.
또한 연약한 인간들이 자꾸만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경향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쇠는 달구어 졌을 때 두드려라」는 속담처럼
바로 결단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혜안이 중요하다.
현대는 부단히 그라고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시대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치열한 국제경쟁의 시대에서 과감한 개혁 없이 일상의 틀에서 안주해 버린다면
남쪽나라로 떠나는 시기를 놓친 오리와 같은 사태가 우리에게도 닥쳐올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지향적 사고이다.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지 말라.
「지금 당장 실행 하십시오」.
<시인/수필가 차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