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추억이 없는 졸업식

오늘의 쉼터 2011. 4. 28. 18:12

    추억이 없는 졸업식 '알몸졸업식' 집중단속, 단순가담도 형사처벌. 교사는 가방 뒤지고 경찰은 감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졸업시즌이 다 지나갔다. 하지만 금년부터 예방차원이라는 명목아래 졸업식장에 뛰어든 경찰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후폭풍으로 남아있다. 경찰은 이번 졸업 시즌 동안 사만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학교내외에 비치했고, 선생님들은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가방 검사를 하는 등 삭막한 풍경들을 연출했다. 축하의 인사와 감사의 인사를 나눠야할 졸업식장은 괜한 사고가 일어날까 빨리 집으로 가라고 떠미는 선생님의 손짓만이 남겨져 있었을 뿐이었다. 이번해의 졸업식장엔 알몸도 없었지만 추억 또한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나의 중학교 졸업식 날은 졸업을 했다는 해방감보다 섭섭함과 아쉬움이 더 큰 하루였다. 결국 그 날, 나는 혼자서 졸업생들의 눈물을 다 흘리며 나홀로 눈물의 졸업식을 했다. 친구와 사진을 찍을 때도, 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나눌 때도 끊임없이 서운함의 눈물이 나와 나를 당혹케 했었다. 그날 단짝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에는 ‘졸업’이라는 나의 자작시가 담겨져 있었다. 아직도 그 시를 읽으면 눈물이 핑그르르 돌 정도로 그 당시 나의 서운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 내가 쓴 시의 마지막 연은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 ‘우리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하자구나.’ 그런 것 같다. 졸업은 차곡차곡 쌓아놓은 추억과 평생 기억할 친구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출발대 같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소수의 몇 명만이 즐기는 졸업에 대한 과격한 해방감 표출은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결금 금년과 같이 추억의 자리도 남기지 못한 졸업식을 만들었다. 어떤 이는 경찰력을 동원한 것이 잘 한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이제야 깨끗한 졸업식다운 졸업식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강제로 감시하고 검사하는 졸업식이 과연 잘 된 것일까? 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억압과 강제성은 별 효과를 보지 못 할 것이다. 결국 이번 년도에도 과도한 졸업식 뒤풀이는 여전했다. 아이들은 경찰을 피해 야산으로 그리고 눈에 안띄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문화를 바꾸지 못하면 올해와 같은 일은 계속 반복 될 것이다. 알몸 졸업식을 당한 피해자들은 ‘선배’들의 어쩔 수 없는 강요와 분위기 때문에 동참했다고 한다. 알몸 졸업식의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선배’한테 당한 것을 그대로 되돌려 준 것이라고 한다. 결국 피해자는 자신들의 선배가 그런 것처럼 되물림을 하는 것이다. 청소년으로서 최고 학년에 올라 이번 졸업식을 지켜보니 ‘선배’라는 자리가 더 없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찰력을 동원 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교육과 의식개선이 먼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을 해 본다. 더 이상 해방감에 들떠 위험천만한 졸업식을 즐기는 문화가 아닌 ‘ 선배’들이 먼저 나서서 바꿔주는 문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졸업을 하는 후배들에게 커터 칼과 계란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맛있는 밥 먹으러 갈까?”라고 외쳐주는 문화. 왜곡된 졸업식 문화를 예방하는 최선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수필가/ 명일여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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