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은 보지 말아야 한다.

오늘의 쉼터 2010. 8. 16. 08:55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은 보지 말아야 한다. 중국 진나라 환관이었던 조고가 모반을 일으키기 전에 반대자를 미리 제거하기 위해 사슴을 황제에게 바치면서 말이라고 했다. 황제가 웃으며 ‘그것은 말이 아닌 사슴’이라고 하자 ‘말이 맞다’는 신하와 ‘사슴이 맞다’는 신하들로 의견이 분분했다. 조고는 자신의 견해를 부정하는 신하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죄를 씌워 모조리 죽였다. 이 경우 말과 사슴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정의냐를 논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다. 말이냐, 사슴이냐 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하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 즉 실제의 질문은 ‘나의 모반에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이다. 말인지 사슴인지는 세살 바기도 안다. 그런데 왜 똑똑한 승상이 엉뚱한 고집을 부리는가를 한번쯤은 곱씹어 봤어야 한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예전에 정나라의 무공이 호를 정벌하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그의 딸을 호군에게 아내로 줘 그의 마음을 기쁘게 했다. 그러고 나서 신하들에게 물었다. “강국이 되기 위해 영토를 넓히자면 어느 나라를 정벌하는 것이 좋겠는가?” 대부인 관기사가 “호를 정벌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자 "호는 형제의 나라인데 어찌 그런 망언을 하느냐"며 무공이 노하여 그를 죽였다. 호군은 이 소식을 듣고 정나라야 말로 진정한 우군이라 믿고 정나라의 공격에 대비하지 않았다. 그러자 마침내 정나라의 군대가 호를 급습해 그 나라를 빼앗아 버렸다. 무공이 실제 원했던 것은 정벌해야 할 나라가 아니라 호나라를 안심시킬 피의 희생자였던 것이다. 관기사는 정세파악이나 지략은 뛰어났을지 모르나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 질문의 행간을 읽지 못했기에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주군의 뜻을 정확히 파악했더라도 겸손하지 않으면 그 또한 죽음을 자초할 수 있다. 삼국시대 조조의 주부로 있었던 양수의 경우가 그러했다. 조조가 조비와 조식을 후계자로서의 재간을 시험해 보기 위해 둘에게 각각 성문을 나갔다 오라고 이르고 한편으로 문지기에게는 그들을 내보내지 말라고 분부해 놓았다. 조비가 성문에 이르자 문지기가 막았고 한참을 다투다가 조비는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조식은 미리 양수에게 자문을 구한 후 문지기가 막자 "왕명을 막는 자는 죽음뿐이다"며 그 자리에서 그를 참해 버렸다. 이리하여 조조는 조식에게 후한 점수를 줬는데 나중에 양수가 관여한 것을 알고 대노했다. 양수에게 아무리 걸출한 재주가 있더라도 세자 책봉 문제에까지 꾀를 부린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적당한 시기에 양수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러다 조조는 양평관에서 유비군과 맞서며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곤경에 처했을 때 암호를 닭의 갈비, ‘계륵(鷄肋)’이라고 했다. 먹을 것은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계륵이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들은 양수는 철군을 지시했고 조조는 대로해 양수의 목을 베었다. 양수는 달을 정확히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졌으나 겸손하지 않았고 그것이 오히려 주군의 심기를 불안,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우리는 부와 지위를 다 가지고 있었던 대통령, 시장, 재벌가 오너를 비롯해 연봉이 수십억인 기업 사장, 인기연예인 등의 자살과 불행을 봐왔다. 행복이 삶의 달이라면 돈이나 권력, 지위, 학벌 등은 달을 가리키는 여러 방법들 중 하나인 손가락에 불과하다. 손가락에 집착해 달을 못 보듯 돈이나 권력을 탐해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잘났어도 달을 보려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모두 불우한 최후를 맞이했다. 손가락을 달이라 여기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 된다. 손가락을 보지 않아야 달이 더 잘 보인다. 탐욕과 집착을 버리고 달을 볼 수 있는 지혜를 깨우쳐 가야 할 것이다. <수필가 황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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