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더 아름답다
어제 저녁 무렵에 서울로 올라 왔다.
내 가족이 사는 송파구 잠실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섰더니만
정원수와 꽃나무들이 즐비했다.
시골에서는 보기 힘든 수려한 수목과 화려하게 핀 꽃들의 잔치마당.
눈길이 가는 것은 수수꽃다리와 황매화.
최근 시골집 텃밭에 수수꽃다리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보라빛깔로 몽올몽올하게 피었다.
노란색 매화도 자잘한 꽃망울의 자태를 비시시 뽐내기 시작했다.
늙어서야 고향으로 돌아 와 새집을 지은 숙부네의 화단에서
곁뿌리를 잘라 온 수수꽃다리.
야랫집(아랫집의 사투리) 담장 아래에서 한 뿌리 잘라 온 황매화.
이들 작은 묘목이 몇 년 동안 텃밭에서 뿌리내리며 자라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기에 애정이 더 간다.
내가 가꾼 것이기에 정이 더 간다.
좋은 樹木과 花木을 돈 주고 대량으로 사서 심는다면야 멋진 정원이 쉽게,
금새 꾸며지겠지만,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를 손수 캐고 이웃한테서 얻어서
치성으로 키우고 싶다.
그 성장이 비록 마디고 더딜지언정 손때를 묻혀서 개체수를 시나브로
늘여나가고 싶다.
작고, 적고, 보잘 것 없어도 나한테는 소중한 그들.
내 키를 낮춰가면서 그네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정을 더 들여야겠다.
작은 것이 더 아름다우니까.
우리나라 수수꽃다리(높이 3m)는 미국으로 건너 갔다가
지금에는 '미스김라일락'으로 역수입된다고 한다.
코리언라일락이라고도 부르며, 'qp사메 무쵸' 노랫말에 나오는 리라꽃은
서양 라일락(높이 6m)이다.
이들 꽃 향기는 짙어서 달밤에도 바람을 타고 멀리 번지는데.
도심에서 대량으로 핀 화목보다는 시골 텃밭 한구석에서
꽃망울 몇 개를 겨우 터뜨려서 핀 모습이 정겹다는 느낌은
게으른 농사꾼이 갖는 작은 즐거움일까?
<수필가 최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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