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누구의 명령인가

오늘의 쉼터 2010. 5. 17. 09:12

    누구의 명령인가 일산에 큰 농장을 소유한 부유한 선배가 있다. 그는 봄이 무르익는 5월초에 동문들을 농장으로 초대하여 자연과 더불어 잔치를 베푼다. 갈비를 푸짐하게 재워 낸다든가 고급 뷔페로 만찬을 하기 때문에 봄이면 기다려지는 이벤트로 자리를 잡았다. 금년에도 5월 초하루 날 반가운 얼굴들이 만났다.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소회를 인사말이라는 형식으로 선배가 한 말들이 나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사계절을 따라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에 무성하던 잎들이 가을이면 일제히 낙엽을 떨어내는 모습을 보며 누가 명령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일사분란하게 음직일 수가 없고 거역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제히 꽃을 피웠다가 일제히 진다. 겨울엔 죽은 것 같던 나무들이 봄이 오면 일제히 싹을 틔우고 옷을 입는다. 작은 나무, 큰 나무, 못생긴 나무, 쭉 뻗어 잘 생긴 나무 등 저마다 열심히 녹색으로 치장하고 조화로운 숲을 만들면 신비한 자연에 동화되곤 한다. 자연에서 인생 공부도 한다. 줄기와 가지가 마음껏 경쟁이라도 하듯 무성하게 뻗어 올라간다. 나무를 다듬는 주인의 입장에선 혼자 힘차게 뻗어 올라간 가지는 가차 없이 전체 나무의 조화를 위해 잘라 버린다는 것이다. 조직에서 너무 튀는 것에 대한 경고메시지로 들린다. 철쭉을 많이 피우려면 가차 없이 꽃을 피울 때 잘라버리면 이듬해에 몇 개의 가지로 늘어나 더 많은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희생의 고귀함을 가르치는 것 같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 것 같이 식물도 줄기를 잘라 낼수록 더욱 무성해 진다는 것이다. 참으로 오묘한 명령권자의 섭리다. <수필가 권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