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이란 ♡
오늘은 행복하다. 언제 내가 우울한 적이 있었나?
까마득하게 잊은 사람처럼 오늘 난 참으로 행복하다.
어제의 그 분들이 오늘 또 다시 가게를 찾아 편안히
차를 나누고 웃음을 나누고 돈을 나누고 옷을 나누어 가졌다.
단골 친구는 연말 선물이라며 멸치 박스를 들고 오고,
또 한 분 단골은 닭발과 바비큐치킨에 맥주까지 한 턱 내고 갔다.
돈 받고 대접 받고 내 생에 ‘이런 날’ 이였다.
전에는 주기는 주어도 받는 것엔 익숙지가 않았다.
가슴에 돌덩이 하나 얹어지듯 무겁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세상 뭐라도 다 해 주고 싶어 안달이 되었다.
그런 맘 실천하기가 나름 버거워
어느 날부턴 선물도 반갑지가 않았다.
안 받고 안주는 것이 편하다.
그렇다면 내가 안 주는 것도 상대를 돕는 길이란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뭔가를 하는 것에 대가를 바란 적은 결단코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
내 맘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해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참! 희한한 날이다. 오늘은 정신없이 그랬다.
얼마만 주라니 얼마를 더 놓고 도망가듯 가는
단골하면서 맺은 친구까지…….
옆 가게의 친구와 옆집 단골까지 맥주한잔씩을 나누며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방방 들떠있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른 이 속내를 보답으로 확 뒤집어
보여주고 싶지만 표현력이 부재하다.
그동안 날 슬프게 하는 사람도 많았고 황당할 때도 많았다.
인간이하의 대접도 못 받는 것이 장사꾼이라는 생각도 했다.
순간 안면 근육이 수축되는 것을 느낄 때도 많았다.
감추지 못하는 표정과 녹록찮은 성격인 내게서 무언가 불편함을
감지하지나 않을까 염려하고 조심하며 반성을 해 보는 적도 많았다.
가지가지 장사꾼의 길은 훈련이 아니라 혹독한 실전이었다.
간 쓸개 다 빼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수시로 느껴야 했다.
나를 며칠 동안 슬프게 했던 단골 형제도 있었다.
그 형제는 성격이 화끈해서 그렇지 못한
내가 광적으로 좋아하던 분들이다.
어느 날 쭉 둘러보더니 분당 가서 이 메이커의
재킷 하나를 봤는데 맘에 들더라.
여기서 보던 메이커라 그냥 왔다고 주문을 했다.
너무나 고맙고 예뻤다.
얼마를 달랬더니 그쪽에선 얼마라고 턱없는 소리를 한다.
그렇다고 단골에게 다문 1만원이라도 다른 가게보다는
싸게 받아야겠는데 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매입가격에 만원을 더한 가격을 받고나니 허탈했다.
가게 문을 닫고 불을 끄고 앉아 있었다.
적은 이윤 때문이 아니다.
그 형제가 내 맘을 갖고 논 것 때문에 가슴이 진정되지가 않았다.
그 날 만큼 싫은 적이 또 있었으랴! 후회했다.
남편이 4개월 동안 가게를 비워두고 반대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당신은 100원 가지고 와서 130원을 받아야 운영이 된다고
규칙을 정했으면 129원도 팔면 안 되는 것이다.‘
130원 다 받으면 미안해서 50원짜리 물건을 성의라고
그냥 줄 사람이라 3개월도 못 버틸 거라는 것이
그 사람의 반대이유였었다.
장사 길로 나서서 설마 그러겠냐고 오랜
고집과 싸움 끝에 얻어낸 가게이었다.
그 날 만큼은 남편 말을 듣지 않고 고집부린걸 후회하고 후회했다.
자존심 상하고 비참하고 처참했다.
그 형제는 나의 이런 맘을 알기나 하겠는가? 거보라고
서로 뿌듯해하며 말 맞춰온 걸 대견스러워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고급 유리잔처럼 소중하고 조심스럽던
‘나의 님은 갔습니다.’ 실금하나 내 맘에 상처를 긋고서…….
오늘은 그런 것까지 다 보상을 받은 느낌이다.
행복이란 별게 아니다.
사소함의 배려와 상대방의 가슴을 헤아리는 일이란 생각이다.
따뜻함이 전해오는 진실의 느낌이라는 생각이다.
세상은 이래서 살아봐야 참맛을 아는 것이라고 뿌듯한 오늘
하루를 난 이렇게 연장하고 있다.
<시인, 수필가 황 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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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러분 !
오늘은 기축년 한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어느 날 부터인가 세월의 줄을 매어 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너무 빨리 가는 시간이 아쉬워서 말이죠.
머릿속에 필름 한 바퀴가 스쳐지나 가면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집니다.
국보 가족님과의 만남이 즐거웠고 행복했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나 소중한 한해였습니다.
오늘 아침편지를 올리며 행복이란 아주 작은 것에
있다는 생각과 배려는 사랑이라고 봅니다.
올 한해 아침편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내일이 있기에 존재합니다.
기축년 한해를 마감하며 경인년에는 더욱
아름다운 편지로 찾아 뵙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 이 규 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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