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오랜만에 식구가 다 모였으니 맛있는 것 좀 해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자고 남편은 나를 조르고 있다.
식사 때가 되면 어련히 알아서 할 일을 채근을 한다.
아들이 좋아하는 꽃게무침과 남편은 굴비를 좋아하니 굴비를 찌고
딸들은 육식을 좋아해서 갈비 살을 구어 맛있게 먹이고 있다.
얼마 안 되는 식구들은 한자리에 모일 시간이 없었다.
딸은 대학생이 되고나니 친구들 만난다고 늦고 아들은 학원가고
남편은 회식이 있다는 핑계로 거의 한달 만인 것 같다.
시대의 흐름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삭막한 느낌이다.
저녁 내내 너무 오붓하고 행복한 느낌에 젖어 있다.
딸들이 시집가기 전까지는 이런 행복은 계속 되겠지?.
먼 훗날 두 딸의 빈자리를 생각하며 행복한 시간의 아쉬움을 더해 본다.
너무 행복하면 불행하게 될까 불안해 지는 마음은
인간을 늘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아들은 후식으로 수박을 먹어야 한다며 엉성한 솜씨로
두툼하게 잘라와 우리를 웃기고 있다.
전화벨이 울렸다. 작은 딸에게 온 전화였다.
친구 엄마가 돌아 가셨다는 전화였다.
작년 11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번에는 어머니까지...
왜 이렇게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걸까?
문상을 간다며 옷을 입고 나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재수생이니까
빨리 오라는 말을 하고 있다. 말을 하고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랜만에 즐거운 저녁을 먹고 있다 딸이 나가고 나니 적막감이 든다.
작년 둘째딸 고 삼 때에 일이 생각난다.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서 며칠을
헤매는 딸을 보며 걱정을 많이 한 기억이 난다.
일주일 앞에 놓고 일어난 일이라 마음이 상할까 봐 말리지도
못한 채 딸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있어야 했다.
장례식 삼일 내내 학교가 끝나면 장례식장에 가 있었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이런 말을 딸이 했다.
친구 장례식 때 생각 해 본 일인데 내가 만일 그런 일이 있으면
과연 내 친구들은 몇 명이나 와 주었을까 세어 보니 당장 달려 올
친구들이 한 사십 명은 된다고 했다.
아이다운 생각이다 생각하면서도 많이 성숙해진 딸이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과 올해 딸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여러분이나 세상을 떴다.
딸은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인정이 많은 작은 딸은 친구들 위로를 해 주러 바삐 다녔다.
걱정이 되어서 이집 저집 다녀 보았는데 잘 살아 가고 있다고 안심을 했다.
사람은 힘들어도 살아가게 된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 해진 녀석은 내 허리를 꼭 껴안으며 응석을 부린다.
“엄마 다른 아이들한테 미안 하드라. 나만 가정이 아무 일 없는 것 같아.
다른 친구들 이야기하는 것 듣고 충격이었어!”
딸이 밖에 외출했다가 돌아와 나에게 고백을 한다.
친구들을 만나면 속마음을 이야기하는가 보다.
때론 불만을 이야기하며 투정을 부리던 딸이
평온한 우리 집을 보며 안심하는 눈치였다.
옛 노인들이 크면 다 알아서 한다는 말씀이 귓가에 맴 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들의 삶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는지.
한치 앞도 못 보고 사는 게 우리 인간인데 ...
순간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기쁜 일과 슬픈 일들 본다.
저녁을 먹다 생긴 사건 하나로 우울한 저녁이 된 것을 보며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 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모처럼의 저녁 식사 사건 속에서 운명을 생각해 보며,
죽음 앞에서 살아있음를 감사한다.
<수필가 이 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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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이 있어 대전을 갔다가 지금 막 올라 왔습니다.
고속도로 위는 눈발이 휘날리며 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
겁도 없이 쌩쌩 달리는 트럭 옆에 차가 휘청거리더군요.
작은 눈 내림에 차가 미끄러졌는지 졸음운전을 했는지
사고가 났더군요. 그 모습을 보며
올해의 히트를 친 유행어 OMG(oh my god) 가 생각났습니다.
얼마나 놀랄 일이 많았으면 이 말이 유행이 되었을까.
신년에는 기쁨을 주는 유행어가 히트 되길 바라면서...
가족 여러분...
잠깐의 실수나 부주의가 부르는 불행은 많습니다.
오늘도 매사 조심조심, 아침에 눈을 떠 밝은 해를 볼 수
있음을 감가하며 하루를 열어 봅니다.
주말 잘 보내시길 바라며 저는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 이 규 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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