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풍조는 바뀌어도◈
세상 풍조는 나날이 변화하기 마련이다. 결혼식 풍조도 많이 변화되었다.
봄과 가을에 주로 하던 결혼식도 요즘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평일과
저녁 시간에도 예식을 올린다.
시즌과 토, 일요일엔 더욱 많은 청첩장을 받게 되는데 지난주(10월 셋째)
토요일도 12시와 6시에 두건이 있어 등산을 접고 예식에 참석하였다.
요즘에는 봉투만 건네고 식당으로 몰려가는 것이 보편화하여 피로연장은
붐비는데 정작 식장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12시 예식은 덕수궁 옆의 성공회 본당인데 대학과 군의 동기생 아들
예식이다. 그날도 친구 하객들을 보러 식당으로 가게 되었다.
식당으로 내려가 두루 인사를 나누고 접시를 들었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 대한성공회는 어떻게 결혼식을 진행하나 호기심도 있고 가깝게
지낸 친구라 마음으로 축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예식을 지켜보았다.
엄숙한 분위기에 집전하는 성공회 주교의 온화하고 다감한 목소리로
조용하게 주인공 중심으로 진행하는 예식이 이색적이다.
양가의 부모가 교회 앞줄 의자에 앉았고 반지 예물에 성수를 뿌린 후
교환하고 손을 맞잡고 성혼선언을 하는 모습이 성스럽고 좋게 보였다.
연로한 주교가 예식을 집전하였는데 엄숙하여 너무 경직되지 않게 유머를
곁들이며 분위기를 편안하고 노련하게 이끌었다.
저녁 6시 결혼식은 호텔에서 호화롭게 하였는데 식장에서 예식을 하고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예식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신랑 신부가 음악을 작곡하는 커플인고로 트럼펫 등 관악기의 연주로
입장을 하고 결혼식 내내 축가가 진행되어 음악회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 신부가 하객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서너 번이나 좀 진하게 키스를
주고받아 엄숙한 결혼식이 보기에 좀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비싼 비프스테이크를 썰자니 옛 고향에서 국수를 먹고 가마 타고 초례청에
입장하는 신랑에게 재를 뭉쳐 던지던 기억이 아스라이 머리를 스친다.
초례청에서 행하는 모습들이 악귀를 쫓아내기 위한 풍습이라 하지만
잘은 모르겠다.
두 결혼식을 지켜보면서 전통 예식을 포함하여 어떤 방식의
결혼식을 하더라도 결혼식은 인간대사로서 결혼의 참뜻을 되살려
결혼 후 부부가 진정으로 사랑하며 가정을 잘 이뤄 가도록 축복하는
아름다운 약속의 시간이면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많이 들여 화려하게 결혼식을 한다고 하여 거기에 비례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 풍조는 나날이 바뀌어도 결혼이란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는
엄숙한 자리임은 절대 변할 리가 없다.
<<수필가 권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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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꺾이고 서늘한 바람 불어 아름다운 가을이 되면 유난히
청첩장을 많이 받게 됩니다.
지난 오월 여식의 결혼식을 앞두고 행사 중 행해지는 이벤트 문제로
딸과 의견 대립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옛것을 고집하는 엄마와 신세대답게 획기적인 결혼예식을 올리고
싶었던 여식의 생각이 서로 다른 탓이 이유였지만 또 며칠 후면 혼주가
되어 결혼식장에 서야 할 상황이 되다 보니 오늘 작가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는 남의 일이 아닌 듯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요즘 결혼 예식장에 다녀오신 분들은 한결같이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고
말합니다.
세상이 변한만큼 경조사의 의례 절차도 변하리라 생각함이 당연하겠지만,
경건함과 엄숙함을 배제한 채 놀이문화 위주로 결혼 의식을 행하는 것은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보 가족님!
낮아진 기온은 온몸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오늘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해 결혼식을 올렸던 그날을
기억하며 미소 한번 지어보시고 서로 식지 않은 따스한 체온으로 감싸주어
춥지 않은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해 종일 웃음과 즐거움만 담는 행복한 오늘을 보내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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