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이별과 만남◈

오늘의 쉼터 2009. 10. 29. 10:11



    ◈이별과 만남◈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산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가? 바스락, 바스락, 갈잎 뒹구는 소리에 잠을 밀어내고 국화차를 끓인다. 찻잔에 담긴 노오란 꽃잎 위로 그리운 얼굴이 포개지고 그윽한 국화향이 온몸에 퍼진다. 밤이 깊어갈수록 밀려드는 그리움에 보고픔은 달덩이처럼 커지고 소리 없는 눈물은 주루루 오목 가슴을 적신다. 아들 결혼식이 눈앞에 다가오자 해야 할 일은 생각나지 않고 조급해진 마음은 초조함으로 하루를 버티게 한다, 이미 여식을 출가시킨 경험이 있어 무리 없이 진행되리라 생각했던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생겨 급하게 시댁에 다녀오다 남편을 찾아가 봉분 앞에 엎드려 눈물로 하소 하고 돌아오는 길에 00 휴게소에 들렸다. (휴게소 이름을 밝히면 혹여 아주머니에게 누가 될까 봐 밝히지 않음) 커피 한 잔으로 마른 목을 축이는데 화장실 쪽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마치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어느 가수의 목소리 같아 귀를 의심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청소도구를 든 중년의 아주머니가 화장실에서 걸어 나온다. 설마! 하고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했을까? 아주머니는 패티킴의 “이별”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내 앞에 다가서며 “참 곱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나 몰라.” 하신다. ‘칫~나도 나이 많은데 어쩜 내 또래 같은데 뭐’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주머니도 고우세요. 정말 노래 잘하십니다. 노래하며 일을 하시니 일도 힘들지 않고 즐겁겠습니다.’라는 내 말에 그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그리곤 남편과 사별을 하고 어렵게 살다 사 년 전 지금의 일자리를 구했으며 남들은 궂은일이라 외면할지라도 자신에겐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으니 행복해서 노래를 부른다며 거미줄처럼 늘어진 자신의 이야기를 묻지도 않았는데 줄줄 풀어놓는다. 어둠살이 깊어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은 급한데 처음 본 아주머니지만 그의 말을 피해 차마 발길을 돌릴 수 없어 이야기를 들어주던 내 눈과 아주머니의 눈에는 똑같이 물기가 어리어 있음을 알았다. 이런 걸 보고 동병상련이라 하던가? 무엇에 이끌리듯 노랫소리에 귀가 번쩍해 돌아본 나에게 하늘은 생면부지의 아주머니를 통해 눈물로 얼룩진 나의 빈 가슴을 채워주게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지 못하고 그리움이라는 단어만 간직한 채 이별의 슬픔을 안고 산다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다. 이별에는 사유도 많지만,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설운 이별은 없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사랑하는 남녀가 사랑하기에 떠난 보낸다는 말도 결국은 아픈 이별이 된다. 사랑한다는 구실로 헤어지는 아름다운 이별도 없었으면 좋겠다. “후딱 일 마치고 오늘 고추 달고 나온 첫 손주 만나러 가야 허는디…….” 라는 아주머니의 들뜬 소리가 발길을 돌리는 나의 등 뒤에 꽂힌다. 오늘 아주머니가 부른 “이별”가는 결코 이별이 아닌 행복한 만남의 노래였음을 알았다. 식어버린 찻잔에 국화 한 송이 동동 희망처럼 떠있다. 이별이 아닌 좋은 인연으로 내게 다가올 새 며느리처럼……. <<시인, 수필가 김미옥>> ***************************************************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모두가 아름다운 인연이 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우연처럼 다가온 인연으로 말미암아 서로 위로하고 위로를 받는 좋은 만남이 있듯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다 휴게소에서 만난 나와 아주머니와의 만남은 노랫말처럼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국보 가족님! 우리는 내가 불행하다 여기는 일이 타인에겐 행복이 될 수 있고 나는 행복하다 여기는 일이 타인에겐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 님들은 만나지는 사람마다 좋은 인연 만들어 가시고 나의 작은 사랑이 상대를 위로해주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가슴 한 켠 내어주는 넉넉함으로 훈훈한 하루를 보내셨으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오늘도 사랑, 행복, 축복의 이름표를 고운님의 가슴에 달아 드립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평안한 하루 보내십시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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