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홍시 (2)◈

오늘의 쉼터 2009. 10. 28. 08:54



    ◈홍시 (2)◈ ( 어제에 이어집니다.) 어느 해 추석이었다. 송편을 한 말이나 하라고 내 놓으시고 시어머님은 감을 팔러 강경 시내로 나가셨다. 어린 두 딸과 온종일 송편을 빚어 가마솥에 쪄 놓고 저녁 무렵 어머님이 계신 시장으로 향했다. 푸짐한 시골장안 떡집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송편이 쪄지고 어느 정육점 앞에 어머님이 앉아 계셨다. 몇 개의 감이 남아 어머님을 붙들어 놓고 있었다. 어머님은 생각지도 않게 나타난 우릴 보시고 반가워하셨다. 점심도 거른 채 장사를 한 두둑한 지갑을 주시며 세어보라고 하셨다. 가지런히 묶어 놓은 돈은 삼십만 원이 못 되었지만, 어머님은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이셨다. 추수를 끝내기 전에 감을 판 돈이 용돈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삼 일간 감 팔은 돈이 칠십만 원이나 된다고 좋아하셨다. “에미야! 너 일찍 와서 혼자 떡 하느라 애썼다.”라며 팁이라고 돈을 주셨다. 묘한 기분이 들며 큰 보물이라도 얻은 사람처럼 기분이 들떠 있었다. 종일 쭈그리고 앉아 고생하신 소중한 돈이라고 생각하니 그 돈을 쓸 수가 없었다. 몇 년을 장롱 속 깊이 보관하다 아이들 적금 들 때 같이 은행으로 보낸 일이 있다. 재래시장을 자주 다니는 난 감 파는 할머니 그릇을 자주 들여다보곤 한다. 그때의 그 기억 때문에…… 이젠 두 분 다 세상을 뜨셨기에 시골에는 갈 일이 없어졌다. 그러나, 가을이 되면 잘 익은 홍시를 볼 때마다 시부모님 생각이 난다. 정겹게 감 따는 일과 맛있게 생겼다고 하면 무뚝뚝하기만 하시던 아버님이 얼른 따서 주시던 홍시 생각에 가슴이 아리다. 겨울이면 까치들이 감나무에 앉아 울어대던 모습과 까치밥 하라고 남겨 놓은 몇 개의 감들이 붙어 정겹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요새 내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고아가 된 남편이 측은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과일 파는 차가 오면 얼른 가서 제일 먼저 골라 놓는 과일이 홍시다. 저녁 먹고 출출해하는 남편에게 홍시를 주려는 마음에서다. 홍시를 먹는 동안 그리운 부모님 생각도 하며 그리움도 달래 보라는 마음에서다. 올해는 유난히 홍시를 많이 사 먹었다. 홍시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자주 사 먹은 것은 그새 돌아가신 두 분 생각을 많이 했음을 알았다. 남편도 표현은 안 했지만, 홍시를 먹으며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혼잣말로 “전에 먹던 감보다 맛이 없다. 시골에서 어머니가 따 주시던 감은 참 달았는데”한다. 점심을 먹고 방금 차에서 사온 홍시를 한 입 물었다. 달콤한 홍시의 맛이 혀끝에 닿으니 그리움이 아련히 또 피어나고 있다. 다시 올 수 없음에 아쉬움 때문일 게다. 손끝이 갈라진 손으로 감을 팔아 며느리에게 쥐여 주셨던 그 돈의 가치를 어디에다 비길 수 있을까. 왜 지금에서야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지 아쉬울 뿐이다. 돈은 내 수중을 떠났지만, 가슴에 오래도록 이자가 불어 소중한 재산이 되어줄 것이다. 난 매일 저녁 남편과 홍시를 먹으며 두 분을 만난다. <<수필가 이규자>> *********************************************************** 오늘도 어제에 이어 홍시에 담긴 많은 추억과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아침을 시작합니다. 보름 전 결혼을 앞둔 아들과 며느리가 될 새사람을 앞세우고 시댁에 갔습니다. 대문에 들어서자 사랑채 기와지붕을 덮을만한 큰 감나무엔 빨갛게 익은 감이 손만 뻗어도 딸 수 있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두 해전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님은 탱탱한 감이 홍시가 되어 떨어져도 손을 대지 않으십니다. 아마도 겨우내 시아버님의 군음식이 되었던 감을 보면 먼저 떠나신 시아버님 생각이 나서 그대로 두신 모양입니다. 그런데 손자가 당도하니 팔을 걷어붙이고 감을 따십니다. 집으로 돌아올 땐 할머니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감 상자를 트렁크에 실어주십니다. 손자를 위하고 며느리를 위해 베풀어주신 시어머님의 사랑에 콧잔등이 시큰해졌습니다. 국보가족님! 단감보다 더 달고 홍시보다 더 보드라운 마음이 우리네 부모 마음이 아니겠는지요? 이 가을이 다 가기 전 자식을 위해서라면 가진 것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애를 쓰시는 부모님의 사랑을 헤아려보고 안부라도 자주 전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까치밥으로 남겨둔 홍시 하나의 넉넉함으로 나누는 하루 보내시고 청자 빛 하늘 닮은 말간 마음으로 신명나는 하루를 보내시기 빕니다. 어제보다 더 많이 웃으시고 더 많이 행복하십시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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