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인연-2
힘든 산행을 하면서 정상에 올라
서로가 싸온 간단한 도시락과 과일들로 허기를 달래는데,
하필 노란색의 주인공이 바로 옆, 옆에 앉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되었고,
또 누군가가 얼마 전에 퇴직을 하고 산에 나오는 사람이라고
자기를 소개해서 직접 인사도 나누게 되었단다.
산을 내려오면서 앉은 순서대로 오다 보니,
노란색의 여자와 앞, 뒤로 오면서 서로가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뒤풀이 식당에서도 옆자리에 같이 앉게 되었단다.
추억이 없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쓸쓸하고 더 빨리 불행해진다는 말처럼,
좋은 추억이든 기억하기 싫은 추억이든 추억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대화의 중심에 서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나도 젊은 시절 열렬히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먼지 풀풀나는 서재의 한 귀퉁이에 꼽혀있는 빛바랜
앨범속의 사진처럼 내 가슴속에 환영처럼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간혹 세상이 힘들어 한잔 술을 먹고 나면,
서른 해가 지난 이야기들이 현실처럼 눈앞에 맴돌 때가 있는데
나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젊은 날의 추억은 중년의 삶을 살찌우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는 노란색의 옷을 입은 여인에게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젊은 시절을 이야기 하였단다.
자신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여인이
‘자기가 대신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하였고,
친구는 젊은 시절 가슴에 쌓였던 노란색을 즐겨 입었던
여자에 대한 증오가 땡볕에 눈 녹듯 사라졌다고 한다.
명예퇴직 전까지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를 받던 친구가, 한창 일할 나이에 퇴직을 한 후 친구들 모임에조차
쉽게 나오지 못할 정도로 세상과 벽을 쌓아가던 중이었는데,
산행 중에 만난 노란색을 즐겨 입은 중년의 여인으로 인해
증오의 색이 탈색을 하게 되었단다.
친구는 검단산이나 예봉산 산행을 마친 후엔 길동에 있는
내 사무실에 여자와 함께 왔다가 호프 한잔하고 간다.
그동안 명예퇴직하고 허공만을 맴돌던 친구가 마음을 둘 수 있는 조그만
텃밭에 인생의 후반기를 나름대로 그리는 모습이 흐뭇하기도 하지만,
누구도 쉽게 절대로 풀 수 없는 중년의 삶이 걱정되기도 한다.
인연이란, 어쩌면 도심에 갑자기 출몰하는 멧돼지처럼
서로를 놀라게 하는 천둥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아닐까.
<시인, 수필가 임수홍>
*********************************************************
가족 여러분...
어제는 여의도 포럼 정기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참석한 면면들을 보니
대부분 I.T업계를 대변하는 내노라 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하여 일본에서 온 강성재 회장도 계셨고
2차에 참석한 젊은 경영인도 있었습니다.
명함 한 장으로 시작한 어젯밤의 만남들은
또 나에게 어떤 인연으로 다가올 지 궁금합니다.
수요일입니다.
드넓은 가을 하늘을 자주 보는 행복한 날 되세요.
임수홍 드림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