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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것은 아름답다 ◈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은 행복한 마음에서 싹트는 것입니다.
받으려고만 하는 마음속엔 거짓스러움 만 있을 뿐 평화가 없습니다.
주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넉넉함이 꽃송이처럼 벙글어 있습니다.
주는 것은 사랑이며 받으려고만 하는 것은 사랑을 잃는 것입니다.”
어디선가 읽었던 좋은 글이 생각나 노트에 옮겨 적다가 문득 지나간
일이 떠올라 피식 웃음을 웃었다
타고난 천성 때문일까?
유난히도 남에게 주기를 좋아한 나는 중년이 지난 지금도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 차 한 잔의 대접을 받아도 되돌려 주지 않고서는
마음에 부담으로 다가와 자꾸만 갚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엄쳐
다니는 터라 무슨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꼭 접대를 해야만 적성이 풀린다.
이런 내 성격을 보고 더러는“병”이라며 지청구를 하기도 한다.
아스팔트 신작로가 뜨겁게 달구어진 열기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쏟아
붓는 소낙비에 김을 내 품으며 늘어진 모습을 하고 있던 목요일 오후,
창문을 두드리며 지나가는 빗줄기가 고맙기까지 했던 나는 이 비가 그치지
않고 오래 내리기를 마음속으로 소원하며 베란다 너머로 떨어지는 빗방울
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였다
“딩동딩동”
‘누구세요?’ 말이 없다. 도어 카메라에 누구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누가 지나가다 잘못 눌렀나 보다 하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또다시
“딩동딩동” 벨이 울린다.
‘누구지?’ 하며 현관문을 향해 다가서는데 아줌마! 하는 어린 아이의 음성이
가느다랗게 들려온다.
‘누구니?’ “문 좀 열어주세요.”
‘누군지 말을 해야지’“네 저어 옆 동에서 엄마 심부름 왔어요”
찰칵!!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나는 질색을 하고 말았다
키만큼이나 큰 비닐봉지를 끙끙대며 질질 끌고 온 아이의 옷은 비에
흠뻑 젖어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아이는 한참을 쳐다보더니 종이 한 장을 내 손에 쥐어준다.
얼른 받아 쥔 나는 궁금하여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메모지에 적힌 글씨가 비에 번져 알아보기 어려웠다.
우선 아이를 집으로 들어오라 해놓고 아이의 집으로 전화했다
‘여보세요’ “응~~ 언니 나야 ”
‘근데 무슨 일이야? 또 메모 내용은?’
“ 응 언니 그러니까……”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자초지종을 듣고 어이가 없어 한동안 말을 잃었다.
몇 달 전, 몸이 좋지 않아 출근도 못하고 쉬다 바람이나 쏘일까 하고
집 밖으로 나왔다가 말을 건네 온 것이 인연이 되어 언니 동생 하며
가깝게 지내왔던 같은 아파트 옆 동의 보람이 엄마가 수화기 속의 주인공이다.
그는 비가 내리니 갑자기 부침개가 먹고 싶었다 한다.
나에게 부탁을 하면 거절하지 않을 것 같아서 아들에게 심부름을 시켜놓고
자기는 여기저기 친구들한테 우리 집으로 오라는 연락을 하고 있었다 한다.
그리고 갑자기 부탁을 한 것이 미안해서 아들의 손에 부침가루를 담아서
보냈다 한다. 한심스럽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다.
차라리 전화로 부탁할 일이지 이렇게 양동이로 퍼붓듯 내리는 빗속에
일곱 살배기 어린 아들을 심부름시키다니…… 정말 엄마 맞아?
젖은 몸 목욕시켜 거실에 누인 아이의 숨소리가 쌕쌕거리며 높아질 때
지지지 지익~~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몸을 맡긴 부침개의 고소한 냄새는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바람타고 흩어지고, 거실 가득 빙 둘러앉은
여인네들의 수다는 그칠 줄 모른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부침개를 뒤집으며 나를 돌아본다.
‘그래 잘했어 지난번 얻어먹었던 부침개랑 커피도 갚았으니 오늘 밤부터는
마음 편하게 자도 되겠지.‘
‘이렇게라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작은 것이지만
내 마음과 사랑을 담아 주었으니 난 정말 행복한 여자야‘
혼자 흐뭇해하며 입가에 하얀 미소를 날리는데 뒤통수에 와서 꽂히는 말,
언니! 수제비 한 그릇 안 갚은 것 알고 있지?
난 아직도 갚을 것이 많은 빚쟁인걸 몰랐다
주어도 끝이 없는 사랑에 빚진 자라는 것을…….
<<시인, 수필가 김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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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의 살아가는 이야기로 제헌절 아침을 열었습니다.
지리한 장맛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나른해진 몸은 입맛까지 잃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고무통에 심은 부추가 예쁘게 자라 한 움큼 베었습니다.
부추를 보니 지나간 일이 떠올라 아침부터 고소한 냄새로 동네를 깨우려고
부침을 굽기로 생각했습니다.
국보 가족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보다는 주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우리
님들은 한 번쯤 경험을 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주머니는 넉넉하지 않아도 베풂을 아는 가슴은 한없이 크고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을 거라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내 이웃과 주변을 돌아보고 혹여 비 피해는 없는지,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는 온기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봄도 좋겠다 싶습니다.
늘 처럼 삶의 터전에서 한 주간도 땀 흘리며 수고하신 님!
빗방울 수보다 더 많은 행복과 감사로 미소 짓는 주말 잘 보내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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