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진달래 먹고

오늘의 쉼터 2009. 4. 27. 12:43



    ◈진달래 먹고◈ ‘재범아, 용익아 우리 참꽃 따러 가자’ 여자아이가 아니어도 흔히 하던 친구들과의 대화 참꽃 따다 추녀 아래 그늘에다 가마니 깔고, 진달래 꽃잎 골고루 펴서 말린 다음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에 마른 꽃잎을 넣어 술을 담그면 봄 향기 그윽한 두견주가 된다. 두견주의 재료인 진달래를 따는 일은 늘 그 집 막내 아이들 몫이다. 대바구니 챙겨들고 혹여 칡뿌리라도 있으면 캐어 먹을 요량으로 호미 하나 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으로 오르면 지천에 흐드러지게 피어 반겨주는 진달래, 하나씩 하나씩 따 모아 대바구니에 담는다. 탐스런 송이는 한 송이에 진달래꽃이 여덟아홉 개가 붙어 있다. 한꺼번에 따서 입 안에 넣고 오물오물 씹는다. 입술이 파래지도록 진달래를 먹고 나면 대바구니에도 진달래가 가득 이다. 하루 세끼 밥 먹는 것 외엔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던 세월, 보리밥에 된장뿐이어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면 그것이 행복이었던 시절 간식이란 걸 몰랐기에 부모님 일하는 논밭으로 나가 새참 얻어먹을 욕심에 술 주전자, 물주전자 들고 아장아장 논둑길을 걷던 아이들, 따뜻한 햇볕 내리쬐는 봄날 산기슭을 헤맨 아이들의 배는 채워도 채워도 고프기만 하였다. 그래도 마음속에 걱정 없으니 웃음은 세상 어떤 꽃보다 밝고 고왔다. 앞산에서 오목눈이 둥지에 알을 낳은 뻐꾸기가 미안한 마음에 뻐꾹 뻐꾹 울면 건너편 뒷산에서도 동병상련의 모정이 함께 뻐꾹 대며 운다. 대바구니 챙겨 오솔길 따라 키득키득 장난치며 집으로 오는 길 습관처럼 진달래 한 잎 따서 입으로 가져간다. 오물오물 작은 입은 계절을 먹고, 세월을 먹고 그렇게 자라, 형이 되고 삼촌이 되고 이젠 아빠 되어 산길을 걷는다. 늘 다니던 길 낯설지 않은 무덤가에 할미꽃 대궁이 쏘옥 올라온다. 가끔 만나는 산 벚나무의 퉁퉁 부어오른 꽃눈 금방이라도 활짝 필 듯하지만 모든 것엔 순서가 있어 계절의 톱니바퀴는 하나하나 차례를 지키며 세월을 엮어간다. 참 오랜만에 입안에 퍼진 쌉싸래한 진달래 맛, 그 맛으로 오랜 시간 상념에 든 마음과는 달리 성큼성큼 저 혼자 옮겨진 발길은 어느새 아파트의 울타리를 넘어서고 있다. <<시인, 수필가 이기은>> ::::::::::::::::::::::::::::::::::::::::::::::::::::::: 겨울 가뭄에 이은 봄 가뭄에 이곳저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가 많았습니다.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갈증을 멎게 할 만큼은 내려준 봄비 덕분에 산불도 멎었고, 옅은 연둣빛 산은 좀 더 짙은 연 녹의 치맛자락 흔들며 흥에 겨워 춤추는 봄날 봄비에 씻겨 맑아진 바람을 가슴 터질 듯 들이마셔 봅니다. 쌉싸래한 진달래 맛이 봄바람과 함께 가슴 가득 채워집니다. 모내기 물 가두어놓은 논둑길로 아기 업은 엄마는 새참을 이고 코흘리개 아이는 주전자 들고 아장아장 걷는 모습, 그리 멀지 않은 어제, 너른 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평화로운 우리네 삶의 모습입니다. 그때처럼 걱정 없는 행복, 마음 편한 기쁨을 누리는 오늘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국보문학 고운 님! 4월도 일주일 남짓 남았습니다. 혹여 부족한 것이 있다면 미리 챙길 수 있도록 계획하신 일들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가을에 말려둔 향기 그윽한 구절초 꽃차 한 잔 드립니다. 향기로운 하루 보내십시오. ♣김미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