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양택지

양택풍수의 이론과 실제

오늘의 쉼터 2009. 3. 31. 11:17

양택풍수의 이론과 실제최원석(고려대 강사)

Ⅰ. 좋은 땅,건강한 땅

 1. 건강한 땅은 어떤 땅인가?

 우리 겨레는 사람이 잘되고 못되는 것은 땅의 덕이 크다고 생각했다.

식물을 생각해 보자. 같은 씨를 뿌려도 토질이 좋은 땅에서는 잘 자라지만 나쁜 땅에 심으면 시들시들한다.

사람의 경우도 같은 이치로 생각하였다.

 좋은 땅에서는 건강한 사람살이를 할 수 있고, 좋지 않은 환경에 살면 사람도 병든다고 여겼다.

그래서 어떤 땅이 곳인지를 잘 가려서 삶터를 이루었다.

 

 * 맑은 장소에 살면 사람의 기질도 맑아진다는 최한기 선생의 말.

 “어찌 홀로 하늘의 기운만이 가볍고 맑으며 무겁고 탁한 바뀜이 있으리요?

 땅의 기운도 또한 스스로 맑고 흐리는 변함이 있고,

사람의 기운 역시도 스스로 맑고 흐린 변환이 있다.

안과 밖이 섞여있고 이것과 저것이 균일하지는 않지만,

대개 (사람의) 기질에 청탁이 있고 또 접하는 장소에도 청탁이 있다.

비록 기질이 탁한 사람이라도 거처하는 장소는 지기가 맑은 곳을 가려서 살고,

섭취하는 음식물은 맑은 것을 가려 먹고, 통하는 모든 구멍이 맑은 것을 취하면,

거의 그 발용이 점점 맑게 된다.

만일 기질이 맑은 사람이라도 거처하는 장소의 지기와, 섭취하는 음식과,

통하는 귀와 눈을 모두 탁하게 하면, 그 발용하는 바가 탁하지 아님이 없게 된다.

이러므로 가벼운 기를 무거운 기가 되게 할 수도 있고 무거운 기를 가벼운 기가 되게 할 수도 있으니,

경중지간(輕重之間)에 효력이 드러난다.

착수하는 수단과 능히 행하는 방법은, 통달하는 바로서의 기에 있고,

저것 이것으로 정해진 바로서의 기에 있지 않다.”

?신기통(神氣通)?, 권1, 「체통(體通)」


 1) 용틀임하듯 생생한 기운이 가득한 산

어머니가 건강해야 아들 딸도 건강하다.

마찬가지로 산이 건강해야 그 품에서 사는 사람도 건강하다.

어떤 산이 건강한 산일까?

풀과 나무가 잘자라고 생태계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는 산이 건강한 산이다.

산의 모양이 용틀임하듯 힘이 넘치고, 생생한 기운이 가득한 산이 건강한 산이다.

이렇게 산이 건강한지 어떤지를 보는 방법을 풍수지리학에서는 간룡법(看龍法)이라고 있다.

한자말을 풀이하면 ‘살필 간(看)’,‘용 용(龍)’이니, 용을 살피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용을 살핀다고 하였을까?

풍수에서는 산을 용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왜 산을 용이라고 하였을까?

산능선이 몸을 휘돌리고 구불거리는 모습이 마치 용을 닮았기 때문이다.

충청남도에는 계룡산(鷄龍山)이라고 있다.

산 능선의 모습이 마치 닭[鷄]벼슬이나 용(龍)틀임하는 것처럼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다.

멀리서 보면 구불구불한 모양이 꼭 용의 몸뚱아리를 보는 것 같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용’자가 들어간 산이름이 굉장히 많다.

용이 엎드려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복룡산(伏龍山), 누워 있는 모습이라고 와룡산(臥龍山),

하늘에서 용이 하강하는 모습같다고 천룡산(天龍山), 신비한 기운을 뿜고 있다고 서룡산(瑞龍山),

너그럽고 맘씨좋다고 덕룡산(德龍山)이다.

 이것 외에도 회룡산, 용호산, 용수산, 용안산 등 여러 수십가지 이름이 있다.

용산이라는 산이름은 주로 바다나 강 등의 큰 물가 근처에 있는 산에 많이 나타난다.

강원도 오대산에는 적멸보궁이라는 유명한 장소가 있다.

적멸보궁이란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신 곳으로 우리나라의 적멸보궁으로는 다섯 곳이 유명하다.

이곳 오대산 적멸보궁은 신라시기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 사리를 갖다가 모신 곳이다.

이곳은 1,000m가 넘지만 맑은 샘물이 난다.

용트림을 하고 있는 오대산의 산세 가운데 적멸보궁의 위치는 용의 머리라고 하고,

적멸보궁 옆의 맑은 물이 샘솟는 곳은 용의 눈에 해당하여 용안수(龍眼水)라는 이름을 가졌다.

용안수 옆에는 구멍 하나가 있는데 이것을 용의 코라고 한다.

낮에 이 구멍에 가랑잎을 하나 가득 채워놓고 다음날 와 보면 하나도 없이 다 날아가 버린다고 한다.

이것은 밤새 용의 숨결에 의하여 그렇게 된다는 이야기다.

 

“산세가 그쳐 머리를 든 형상이 되고, 앞에는 산골물이 둘러있고 뒤로는 산등성이가 중첩하여 있으니

 용의 머리가 품어있다.” - ?금낭경?

 

 2) 훈훈한 바람은 건강한 땅의 숨결

 건강한 땅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척도는 바람이다.

 바람이란 무엇일까?

하늘과 땅의 숨결이다.

사람이 숨쉬는 것처럼 땅도 숨을 쉰다.

바람을 마시고 내쉬어야 살아있는 땅이다.

 흙과 나무와 풀들도 모두 숨을 쉬고 있다.

땅 속에 사는 미생물과 땅에 뿌리내리는 식물들과 땅에 보금자리를 틀고 사는 동물들 모두 숨을 쉰다.

온 세상 모든 것들이 들낙날락 숨을 쉬고 있다.

잘 쉬는 숨은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의 숨길은 잔잔하여 깊고 부드럽다.

몸과 마음이 병들거나 아픈 사람의 숨은 헉헉대니 얕고 거칠다.

땅도 마찬가지다.

감칠 듯 훈훈한 바람이 부는 땅은 살기좋은 땅이다.

쌩쌩 찬 바람이 몰아치는 땅은 숨이 거친 땅이므로 사람살이에 좋지 않은 땅이다.

훈훈한 바람이 들며나자면 어떤 지형적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우선 주위가 산으로 둘러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겨울철에 차가운 북서 계절풍이 분다.

따라서 북풍을 막을 수 있게 산을 등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남쪽을 향해서 집을 지으면 바람도 막고 따뜻한 햇볕도 쬘 수 있다.

그곳이 훈훈한 바람이 부는 곳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곳에 마을을 이루어 집을 짓고 대대로 살았다.

풍수지리학에서는 장풍법(藏風法)이라고 있다.

뜻풀이를 하면 ‘간수할 장(藏)’ ‘바람 풍(風)’, 곧 바람을 간수한다는 뜻이다.

왜 바람을 갈무리하려고 할까?

그 까닭은 바람은 건강하고 좋은 기운을 불어 흩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이 감싸안고 있어야 터에 모여있는 생명의 기운을 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풍수는 몰라도 좌청룡․우백호라는 말쯤은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좋은 땅이 되려면 터의 앞과 뒤, 그리고 왼쪽과 오른쪽에 산이 에워싸고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 뒤(북쪽)에 있는 산을 현무라 하고, 앞(남쪽)에 있는 산을 주작이라고 하며,

왼쪽(동쪽)에 있는 산을 청룡이라고 하고, 오른쪽(서쪽)에 있는 산을 백호라고 한다.

서울에는 경복궁을 중심으로 북악(백악)산이 현무이고 관악산은 주작이며,

낙산은 좌청룡이며, 인왕산은 우백호에 해당한다.

 

“기는 바람을 타면 흩어져 버린다.” - 「금낭경」

 

 3) 맑은 냇물이 흐르는 땅이 건강한 땅

건강한 땅을 알 수 있는 또 한가지의 척도는 물이다.

터에 흐르는 냇물이 맑은지, 아니면 오염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맑은 냇물이 흐르는 땅은 건강한 땅이다.

왜 그럴까?

땅에 흐르는 개울물은 사람 몸의 피와 같고, 피가 맑은 사람이 건강한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피가 흐리면 순환이 잘 안되고 면역기능이 약해져서 몸이 병든다. 땅도 마찬가지다.

흐리고 고여 썩은 물은 땅이 병들어 있다는 증거다.

생태적인 순환이 잘 안되고 있다는 증거다.

옥 같이 맑은 물이 쉼없이 흐르는 땅이 건강한 땅이다.

풍수지리에서는 이렇게 물을 살피는 방법을 득수법(得水法)이라고 한다.

맑은 냇물이 구불구불하게 흘러와서 터를 둥글게 감싸안고 흘러나가는 터가 좋은 땅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하천은 어떨까?

온갖 생활오수와 폐수로 시커멓게 오염되어 있지 않은가?

심하게 병들어 있지는 않은가?

 

“기는 물을 만나면 머문다.” - 「금낭경」

 

2. 아프고 병든 땅도 고치면 좋은 땅


1) 풍수는 결점이 있는 땅을 고치는 의사


땅도 사람의 몸과 같아서 약한 곳도 있고 강한 곳도 있다.

아픈 땅도 있고 병든 땅도 있다.

그러면 이런 땅들은 쓸모없어 버려야 할 땅인가?

그렇지 않다.

가꾸고 고치면 좋은 땅이 될 수 있다.

풍수사는 약하고 아픈 땅을 낫게하는 의사이다.

풍수로 땅을 고치는 방법을 의지법(醫地法) 혹은 비보법이라고 한다.

건강하다는 것은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병들었다는 것은 조화와 균형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산세가 너무 약하거나, 너무 강해도 문제다.

주위가 산으로 꽉막혀 있거나, 텅비어 있어도 문제다.

산이 헐벗어 돌투성이여도 문제다.

냇물이 너무 크거나, 너무 작아도 문제다.

 옛 글에서는 ‘산천의 병’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산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험하고,

여러 냇물들은 다투는 듯 콸콸거리고 흐르며,

마치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우는 것 같은 형세도 있고,

혹은 날짐승이 날아가고 길짐승이 달아나는 형세도 있으며,

혹은 (산의 맥이) 멀리 지나가 버린 것도 있고,

짤막짤막 끊어져서 이르지 못하는 것도 있다.

동쪽의 고을에 이로운 것 같으면 서쪽에 있는 마을에는 해롭고,

남쪽에 있는 고을에 좋을 것 같으면 북쪽에 있는 마을에는 나쁘니

비유컨대 질병이 많은 사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청오경? 이라는 풍수서에서는 좋지않은 8가지의 산을 말한다.

 

풀과 나무가 자라지 않는 민둥산<童山>,

무너지고 내려앉아 맥이 끊어진 산<斷山>,

기름진 흙이 없고 돌 투성이 산<石山>,

지세가 머물지 못하고 맥이 지나가 버리는 산<過山>,

음양의 조화가 없이 홀로 우뚝한 산<獨山>,

위축되어 있는 산<逼山>,

 기울어 진 산<側山> 등이다.

 

* 비보법의 분류

     비보하는 대상지별로는 산천[國域]비보, 왕도(國都)비보, 고을비보, 마을비보 등으로 나눌 수 있고,

     비보물의 형태별로는 사탑비보, 숲비보, 조산비보, 장승비보, 못비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2) 숲을 만들어 산을 대신한다.

좋은 터는 생명의 기운을 간수할 수 있도록 주위가 산으로 감싸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실제 지형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땅은 어떻게 좋은 터로 가꿀 수 있을까?

지세가 터져 빈 곳에 흙무지나 돌무더기, 또는 숲을 만들어서 산을 대신하면 된다.

숲은 바람을 막는 방풍림 기능도 한다.

풍수에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땅을 고치는 것을 조산비보(造山裨補)라고 한다.

말 그대로 산을 만들어서 터의 결점을 보충한다는 뜻이다.

우리네 고을과 마을에서는 조산비보의 흔적이 숱하게 나타난다.

강화군 양도면 조산리,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 창녕군 창녕읍 조산리 등등

마을에 있는 조산이 지명으로 된 것도 여럿 있다.

경상남도 함안군 동촌리 서촌이라는 자연마을의 어귀에는 수 백년된 숲이 무성하게 가꾸어져 있다.

밖에서 보면 마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숲이다.

이 숲을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만든 이유가 있다.

마을 앞까지 이르러서 감싸지 못하고 뚝 끊긴 좌청룡 산세 때문이다.

그래서 북쪽의 찬바람이 마을에 들이치기 때문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 산자락에 연이어 숲을 조성하였다.

멀리서 보면 이 숲이 산처럼 보인다.

 

 3) 기가 빠지는 지점에는 돌탑을 쌓아 누른다.

마을에 따라 마을어귀가 오목하지 못하고 벌어져있는 곳이 있다.

혹은 갑자기 경사져 내린 어귀도 있다. 이런 곳에 사는 마을 사람들은 여기로 기가 흘러나간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마을 동구에 흙이나 돌무더기를 만들어 빠져나가는 기운을 막는 자물쇠 역할로 삼았다.

경상남도 산청군 산청읍 내수리에는 마을 어귀에 길 좌우로 돌무더기가 있다.

 마을에서는 이 돌무더기를 할아버지․할머니 당산이라고 말한다.

탑의 머리에는 꼭지돌도 있다.

 이 돌탑은 마을동구의 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매년 섣달 그믐날 밤 1시에서 4시 사이에 마을사람들이 당산제를 지낸다.

 

* 돌탑과 서낭당의 차이

  비보탑(돌탑)은 풍수적인 동기로 조성되고 비보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서낭당과 같은 마을의 신앙대상물과는 다르다.

  신앙대상물의 경우 마을 사람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세워지는 것에 비해,

  탑은 거의가 무당이나 지관 등 종교전문가의 권유에 의해 세워진다.

  또한 축조과정에서 탑은 서낭당의 돌무더기처럼 행인들이 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이루는 것이 아니라

  동민들이 한번에 돌을 모아 정성을 기울여 쌓는 점에서,

  그리고 주기적으로 제의를 행사한다는 것 등이 서낭당이나 누석제단과는 다르다.

 

* 돌탑신앙

  돌탑에 대한 신앙의례를 민속학에서는 탑제라고 한다.

  탑제는 산신이나 서낭신보다는 하위신으로 거리제의 일종이다.

  주로 정월 초사흘이나 대보름에 산신제를 지내고 나서 행사한다.

  탑제가 이루어진 원인은 허한 마을 입구를 비보함으로써

  나쁜 것은 내치고 좋은 것은 불러들이려는데 있다.

  요컨대 우리의 돌탑신앙은 대체로 풍수지리를 바탕으로 해서 형성되었다.

  이렇듯 돌탑신앙은 전래의 서낭당 신앙이 풍수문화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모습과 기능성을

  지니면서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4) 못을 파서 불기운을 막는다.

 합천군 산어면 매화리에 정동(井洞)이라는 자연마을이 있다.

 산의 불기운이 마을에 까지 비쳐 화재가 자주 난다고 하여 적화리(赤火里)라 불렀다고 한다.

 옛날 어느 고승이 듬산쪽을 가리키면서 불산이 비치는데 동네 이름을 바꾸고 앞에 샘을 3개 파고 나면

 화재가 나지 않겠다고 했다.

 그 후 이미 있던 식수용 샘 외에 2개의 쌍둥이 우물을 파고 마을이름을 ‘우물 정(井)자’ 정동으로

 바꾸고 나서는 화재가  없어졌다고 한다.

 물기운이 불기운을 끄는 이치를 응용한 것이다.

 

같은 합천군 숭산면 가천리에는 더내라는 자연마을이 있다.

임진왜란 때 마(馬)씨 들이 피난처로 처음 들어와 마을을 이루었다.

마을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한밭마을 뒷산의 봉우리에 있는 큰 바위 형태가 우뚝 솟아

불이 타오르는 모양이다.

이 불산이 마을에 영향을 주어 화재가 잦다고 하여 마을 앞에 연못을 파고,

물길을 마을 한가운데로 돌아 흐르도록 하였다.

마을이름도 내를 더한다고 하여 더내 즉 가천이라 불러왔다

 

* 못의 풍수비보 기능

  못의 비보기능은 네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못은 지기를 머물게 하니, ?금낭경?에 “기는 물을 경계로 머문다”는 원리가 있다.

          지기가 빠져나가는 형국일때 못을 조성함으로써 지기의 누설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둘째, 못은 화기를 방어하는데, 오행론으로 수(水)는 화(火)를 이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기(火氣)가 성한 지세에 못을 파서 비보하는 것이다.

  세째, 흉한 모양을 삼켜 그 기운을 사라지게 한다.

  네째, 형국을 보완한다.


 5) 터지킴이장승,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궁평리 마을 어귀에는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이 있다.

 이 두 기의 목장승은 마을에서 바라보이는 풀무산을 등져 막는 모습을 하고 서 있다.

 마을사람들은 왜 여기에 장승을 세웠을까?

 그 까닭은 풀무산 때문이다.

 풀무산이 괴기한 얼굴로 마을을 내려다 보며 마을터를 억누르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자주 일어나자 그 액막이로 장승을 세웠다.

 원래 마을에 있었던 장승은 6․25 때 파괴되었으며 지금의 장승은 1994년 2월에 다시 세워진 것이다.

 이처럼 풍수적인 동기로 조성되고 비보적인 기능을 하는 장승을 비보장승이라고 한다.

 

* 장승의 기능

  장승류의 기능은 마을수호, 방위수호, 산천비보, 마을비보, 불법(佛法)수호, 경계표, 길 표시,

  성문수호, 기자(祈子)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니 비보장승은 마을수호, 방위수호, 산천비보,

  마을비보의 역할을 한다.

 

* 비보장승의 입지처

   비보장승의 입지처는 풍수상 허한 곳, 범람이 우려되는 하천 부근,

   불기운을 막거나 누를 수 있는 지점,

   흉한 모습을 막을 수 있는 지점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신앙의 힘으로 지리적인 결점을 방지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경기도 일죽면 오방리에는 오뱅이라고는 자연마을이 있다.

옛부터 이 마을에는 여름장마 때면 앞 개울의 물이 넘쳐 애써 지어놓은 가을농사를 망칠 뿐 아니라

사람까지 죽는 재앙이 잦았다.

어느 해인가,

학식도 있고 풍수에 뛰어난 한 선비가 오뱅이를 지나다가 오뱅이마을에 재앙이 일어나는 이유와

그 재앙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오뱅이마을의 산세가 허술하고 지세가 습하여 물의 재앙이 있는 것이니,

이것을 피하려면 매년 음력 10월 보름날에 산신제를 올리면 물의 재앙이 없어지고

마을이 평안해질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로부터 마을사람들은 매년 산제를 모시는 것을 잊지 않았는데,

이리하여 오뱅이마을은 물의 재앙에서 벗어나 태평한 세월을 누렸다고 한다.


 6) 살풀이 민속놀이, 영산쇠머리대기

경상남도 영산 고을에는 풍수적인 지세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영산쇠머리대기라는 민속놀이가 있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놀이는, 정월대보름날에 나무를 엮어서 소의 형태를 만들고 사람들이

이를 어깨에 메고 서로 맞부딪쳐서 승패를 가른다.

영산은 지금은 면 소재지 정도로 작지만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창녕 고을과 함께 큰 고을에 속했다.

영산 고을에서 쇠머리대기 놀이를 하게 된 까닭은 비보풍수적인 동기에서 비롯한다.

곧 영산 고을을 지켜주는 고을 북쪽의 영취산과 이 산과 마주하고 있는 함박산의 산세가

고을을 가운데 두고 소가  서로 마주서서 겨루는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산이 겨루어서 생긴 살(煞)을 풀어 주어야 두 산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고을이 평안하다고하여

이 놀이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설은, 옛 영산 고을 동헌의 앉은 방향이 소자리(丑座; 북북동)인데

그것이 억눌림을 당하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지살을 풀어주지 않으면 고을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쇠머리대기 놀이를 하였다는 것이다.

두 산에서 생긴 살을 풀어주기 위해 선조들이 고안한 방법은 무엇일까?

영축산과 함박산을 상징하는 나무소를 얽어 만들어서 처음에는 겨루지만 나중에는 풀며

아우르며 살풀이를 하는 것이다.

풍수적인 갈등과 문제를 놀이문화를 통해서 해결하는 슬기를 발휘한 것이다.

나무쇠싸움을 할 때 주민들은 줄다리기처럼 동부와 서부 두 편으로 나누어진다.

동부는 해뜨는 쪽으로 양(陽)인 남성을, 서부는 해지는 쪽으로 음(陰)인 여성을 상징한다.

 여성인 서부쪽이 이겨야 농사가 잘되고 마을이 태평하다고 믿는다.


 Ⅱ. 전통마을의 터잡기와 명당 만들기


 1. 대대로 살만한 터를 고르는 법

풍수는 사람이 보다 살기좋은 자연환경을 선택하고 가꾸겠다는 적극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전통적으로 마을터는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냇물을 두르고 있어 이것을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한다.

조선조 실학자 이중환(1690~1756)은 살만한 마을을 고를 때 다음의 네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무릇 살 터를 잡을 때에는

첫째가 지리가 좋아야 하고, 다음 경제적 조건(생리)이 좋아야 하며, 다음에 인심이 좋아야 하며,

또 다음으로 아름다운 산과 물이 있어야 한다.

이 네 가지에서 하나라도 모자라면 살기 좋은 땅이 아니다.

그런데 지리는 비록 좋아도 생리가 모자라면 오래 살 곳이 못되고,

경제(생리)는 비록 좋더라도 지리가 나쁘면 또한 오래 살 곳이 못된다.

지리가 생리가 함께 좋으나 인심이 좋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있고,

가까운 곳에 감상할 만한 산수가 없으면 정서를 도야하지 못한다.

 

즉 사람살이에 좋은 마을은

첫째로, 풍수지리적인 터가 좋아야하고, 다음으로는 살림살이에 충분한 넓은 논과 밭이 있어야 하며,

마을사람들의 인심이 좋아야 하고, 아름다운 산과 냇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 네가지 중에서 마을터의 ‘지리’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이중환과 같은 시대의 실학자였던 홍만선(1643~1715)은,

“선비가 오래도록 살 만한 곳은 풍기가 간수되고 모이며, 앞과 뒤가 안온한 터”라고 하였다.

풍기(風氣)라는 한자말은 바람, 공기, 햇살 등이 복합된 말이다.

어떤 지리적 조건을 갖춘 곳이 풍기가 모이는 곳인가?

우선 기후가 온화해야 한다. 마을에 볕이 잘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산이 마을터를 감싸고 있어야 한다.

꽃잎이 꽃술을 감싸듯이. 그래야 풍기가 빠져나가지 않고 갈무리된다.

또한 지세는 마을터를 중심으로 집중되어야 한다.

꽃술이 꽃잎의 중심에 있듯이. 그래야 풍기가 흩어지지 않고 모인다.

이 세 조건을 갖춘 곳은 아늑한 느낌이 든다. 풍기가 갈무리되고 모이기 때문이다.

홍만선은 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마을의 삶터는 널찍하면서 잘록하여야 한다.

대체로 널찍하면 재물이 생산될 수 있고, 잘록하면 재물이 모일 수 있다.


“널찍하면서 잘록해야한다”는 말을 지형적으로 보자면,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는 잘록하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널찍한 것이다.

마치 속이 넓은 호리병처럼 생긴 지형을 말한다.

이러한 호리병 형세의 지형 조건은 전통취락의 입지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중환은 지리가 좋은 마을터를 고르기 위해서 여섯가지 조건을 살펴야 한다고 말하였다.

수구(水口), 들판의 형세[野勢], 산의 모양새[山形], 흙빛[土色], 조산[朝山], 조수[朝水]가 그것이다.

그 중 첫번째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 수구(水口)이다.

수구가 이지러지고 텅비고 열린 곳은 비록 좋은 논밭이 만이랑이고 큰 집이 천칸이나 되더라도 대개

다음 세대까지 잇지 못하고 망하고 만다고 하였다.

수구는 호리병같은 지형의 목으로서 마을의 어귀에 해당하며,

두 갈래로 흐르던 물이 합쳐지므로 수구라는 말을 썼다.

수구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좋은 땅인가?

그 대답은 빗장지듯 잠겨야한다는 것이다.

마을에서 바라볼 때 빠져나가는 물길이 ‘시옷(ㅅ)자’ 모양으로 만나면 된다.

그래야 지기가 빠져나가거나 흩어지지 않고 모인다.

수구가 빗장 잠길 것, 이것이 마을의 풍수적 입지요건의 첫번째이다.


두 번째는 들판의 형세를 보아야 한다.

안으로 열려진 들판이 있는 곳에 착안하라고 이중환은 말한다.

무릇 사람은 양명한 기운을 받아서 태어났는데,

하늘은 밝은 빛이니 하늘이 조금만 보이는 곳은 결코 살 곳이 아니다.

이런 까닭에 들이 넓을수록 터는 더욱 좋다.

해와 달과 별빛이 항상 환하게 비치고,

바람과 비와 차고 더운 기후가 고르게 알맞은 곳이면 인재가 많이 나고 또 병도 적다.

사방에 산이 높아서 해가 늦게 돋으면서 일찍 지고, 밤에는 북두칠성도 보이지 않는 곳은 가장 꺼린다.

이런 곳은 밝은 빛이 적고 어둡고 차가운 기운이 쉽게 침입하여 혹 잡귀가 모여들기도 한다.

빗장잠긴 수구를 지나면 호리병 속처럼 안으로 널찍한 들이 열릴 것, 이것이 마을 터잡기의 두 번째 조건이다.


마을을 고르는 세 번째 조건은 산의 모양새이다.

이중환은 말한다.

 “산에 생생한 기색과 좋은 기운이 없으면 인재가 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산 모양을 살피지 아니할 수 없다.”

산의 형세가 좋지 않으면 인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니 옛부터 인걸은 지령(地靈)이라 했다.

좋은 터가 되려면 마을을 중심으로 산이 감싸야 한다고 앞서 말했지만,

감싸고 있는 산도 ‘생기를 지니고  좋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 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생생한 기운을 지닌 좋은 산 모양을 알 수 있을까?

산세가 용틀임하듯 활기차면 생기가 있다고 하고, 반대로 산의 맥이 약하고 둔하면 생생한 기색이 없다고 한다.

산모양이 바르고 온전하면 좋고. 비뚤어지고 부서져있으면 나쁘다.

이중환은 말한다.

 마을에서 바라보이는 앞산에 돌로 된 추악한 봉우리가 있든가,

비뚤어진 외로운 봉우리가 있거나, 무너지고 떨어지는 듯한 형상이 있든지, 엿보고 넘겨 보는 모양이 있거나,

이상한 돌과 괴이한 바위가 산 위에나 산밑에 보이든지,

혹 긴 꼴짜기로 된 찌르는 듯한 물줄기가 전후좌우에  보이는 것이 있으면 살 수 없는 곳이다.

산은 반드시 멀리 있으면 맑게 빼어나 보이고,

가까이 있으면 맑고 깨끗하여 사람이 한 번만 보아도 기쁨을 느끼며,

울퉁불퉁한 밉살스런 모양이 없으면 좋은 것이다.


 다음으로는 흙의 빛깔(토색)을 보고 마을터를 고른다.

토질이 사토(砂土)로서 굳고 촘촘하면 좋고 이럴 경우 우물물도 맑고 차다고 했다.

붉은 점토․검은 자갈․누런 가루흙이면 죽은 흙인데

이런 땅은 물에 풍토병이 있어서 살 만한 곳이 못된다고 한다.

끝으로 살펴야 할 것은 마을 앞으로 흐르고 있는 냇물의 형세이다.

하천이 거꾸로 흘러드는 것은 좋지 못하다.

물의 흐름은 구불구불하게, 길고 멀게 흘러들어 올 것이요

일직선으로 활을 쏘는 듯한 곳은 좋지 못하다.

거꾸로 흘러드는 물은 비가 많이 오면 큰물지기 쉽다.

멀리서 길게 구불거리면서 마을을 감싸안고 흘러나가는 물이 좋은 형세이다.

반대로 활을 쏘는 듯한 물은 매우 꺼린다.

 

 2. 살기좋은 마을터 만들기

책에서는 모든 조건이 갖춰진 명당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지형은 그렇지 않다.

하나가 좋으면 하나에 결함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땅은 어떡할 것인가? 결점이 있는 땅은 고치면 명당이 된다.

조상들은 좋은 땅을 가리고 찾는데 노력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땅을 ‘명당으로 가꾸기’에 더욱 더 노력을 기울였다.

전통마을의 명당 만들기는 대부분 수구의 비보에 집중되고 있다.

수구를 막아서 풍기(지기)가 새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어떻게 수구막이를 하는가? 가장 쉬운 방법은 마을 어귀에 숲을 만드는 것이다.

또 돌무더기를 쌓는 민속신앙적 방법도 있다.

골 마을의 동구에 돌무더기가 쌓여 있고 뒤로는 수백년된 느티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풍경이 생각난다.

마을 어귀에 있는 느티나무와 돌무더기를 민속에서는 골매기(막이)라고 한다.

신앙의 힘으로 비보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좋지 않은 산 모양도 비보할 수 있다. 산에 생생한 기색이 없고 소나무를 심는다.

그러면 산의 기운이 북돋워진다.

늘푸른 소나무는 싱싱한 기운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마을 가까이의 산세(특히 좌청룡, 우백호 같은)의 맥이 도중에 끊어져 있어도

숲으로 산의 지맥을 대신할 수도 있다.

또한 마을에서 보기에 좋지 않은 산이나 바위 등의 지형물이 비치면 역시 숲으로 가림막을 만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