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양택지

배 모양의 마을들

오늘의 쉼터 2008. 5. 25. 21:55

 

* 배 모양의 마을

예천 의성포, 안동 하회마을

 

마을이나 도시들 가운데 배(舟) 모양을 한 지형을 행주형(行舟形)이라고 한다.

행주형은 무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마을이나 도시 같은 양기(陽基)

풍수에만 보인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식수와 농업용수의 확보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촌락

이나 중·소·대도시는 자연스럽게 물가에 형성되었다.

 

행주형은 삼면이 강이나 개천으로 둘러싸인 것이 특징이다. 주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행주형 마을로 안동 하회마을과 예천 의성포, 대구 팔공산

너머 군위군 부계면 한밤마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 행주형 마을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주요 도시로는 나주, 청주, 북한의 평양 등을 꼽을 수 있다.

   

행주형은 배 모양의 지형이므로 키, 돛대, 닻 세 가지가 함께 있으면 아주

좋은 명당으로 치며, 세 가지 가운데 하나만 갖추어도 좋은 땅으로 여긴다.

따라서 이것들을 연상시키는 자연물이 없을 경우 인위적으로 세워놓기도 한다. 

 

이를테면 나주와 청주의 석당간은 바로 돛대를 상징하는 비보(裨補) 풍수물

이다. 배를 머물게 하는 의미로 닻을 상징하는 쇳덩이를 강물 속에 내려놓기도

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평양 연광정 앞의 깊은 물 속에 닻을 내려놓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왔는데, 1923년 가뭄 때 물이 마르자 실제 그곳에서 큰 쇳덩이가

나와 그 전설이 사실이었음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행주형 마을이나 도시와 관련해서는 또 하나의 속설이 있다. 배에 구멍이

뚫리면 배가 침몰하듯, 마을에 우물을 파면 마을이 망한다는 설이다.

   

그래서 행주형 마을에서는 절대 우물을 파지 못하게 했다. 이런 풍수설화가

현대인들에게는 미신처럼 들리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행주형의 경우 삼면이 물로 둘러싸인 곳이기 때문에 땅이 사토질로 돼 있어

지반이 매우 약하다. 때문에 이런 곳에 샘을 파면 주변의 강물이 지하로 유입

되어 지반의 침하나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

   

옛사람들이 그런 땅의 성격을 파악하고 행주형에 빗대어서 경계를 한 것이다.

이러한 풍수 논리를 전제하지 않고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봉이 김선달 이야기가 유명한 이유를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 윤홍기 교수(풍수학)는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왜 서울의 한강 물이나 조선시대의 다른 도시들에 위치한 강물이 아닌 평양의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이 문제는 평양이 풍수적으로

볼 때 배가 둥둥 떠가는 모양(行舟形)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면 제대로 설명해

낼 수 없다.

  

 (중략) 행주형인 평양에서는 주민들이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우물을 파는

것을 금기시해 강물을 길러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봉이 김선달이 서울의

한강 물이 아닌 평양의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이다.”  

 

최근 모 대학의 S 풍수학 교수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에 대해

마치 자기가 처음 해석한 것처럼 발표하여 표절 시비가 있었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윤홍기 교수가 가장 먼저 자신의 논문에서 ‘봉이

김선달’에 대해 해석했다. 풍수가 점차 학문으로 인정받다 보니 대동강 물이

아닌 ‘남의 논문을 팔아먹는 선달’들도 하나둘씩 생기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