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참고집

안압지 출토 14면 주사위

오늘의 쉼터 2008. 5. 15. 21:59

 

◈ 안압지 출토 14면 주사위 ◈ 

 

각 면 나올 확률 동일....신라의 놀라운 수학력

카이사르가 “주사위..,.” 운운한 것은 서기전 1세기 중반이다.

최소한 주사위가 그 이전에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주사위는 이집트 등 오리엔트 지방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왔을까?

처음 전래된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발굴품 중 가장 오래된 주사위는 통일신라시대 것이었다.

그러나 이 주사위는 현재 복제품만이 남았다.

이 주사위는 1975년, 신라 태자가 거처하던 동궁(東宮) 주변에 조경용으로 만든 안압지에서 나왔다.

 

참나무에 흑칠(黑漆)을 했다. 높이는 4.8cm로 손에 딱 잡히는 크기였다.

이 주사위는 그러나 여느 주사위와는 다른 특징이 있었다.

우선 정육면체가 아니라. 십사면체라는 점이다.

이 중 6개면은 정사각형이었고, 8개면은 육각형이었다.

그리고 한면을 제외한 나머지 13면에는 한자로 네 글자씩 적혀 있었다

(나머지 한 면은 다섯 글자였다).

 

글자들을 해석하면 이 주사위는 술자리에서 사용되던 ‘벌칙용’ 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사각형에 적힌 벌칙은 -

음진대소(飮盡大笑.술 마시고 크게 웃기),

삼잔일거(三盞一去.술 석잔을 ‘원샷’ 하기, 혹은 술 석 잔을 마시고 한 걸음가기),

자창자음(自唱自飮.혼자 노래 부르고 술 마시기),

금성작무(禁聲作舞.소리내지 않고 춤추기),

중인타비(衆人打鼻.여러 사람으로부터 코를 맞기),

유범공과(有氾空過.여러 사람이 덤벼서 장난쳐도 참기)였다.

 

 

▲ 1975년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주사위의 복제품. 술자리에서 벌칙을 정하는데 쓴 것이었다.

진품은 그러나 보존 처리 과정에서 한 줌 재로 사라졌다. /신형준 기자

 

육각형에 적힌 벌칙은 -

추물막방(醜物莫放.더러워도 버리지 않기),

양잔즉방(兩盞則放.술 두잔을 빨리 마시고 다른 이에게 돌리기),

임의청가(任意請歌.아무나 지목해 노래 청하기),

곡비즉진(曲臂則盡.팔을 구부리고 술을 다 마시기),

농면공과(弄面孔過.얼굴을 간지럽게 해도 참기),

자창괴래만(自唱怪來晩. ‘괴래만’ 이라는 노래를 부르기),

월경일곡(月鏡一曲. ‘월경’ 이라는 노래 부르기),

공영시과(空詠詩過.시 한 수 읊기)였다.

 

통일신라시대 술자리의 풍류를 물씬 느끼게 한다.

 

그런데 14면체인 이 주사위를 던지면 각 면이 나올 확률은 모두 같을까?

 

실측 결과로는 정사각형의 넓이가 대략 6.25㎠(가로 세로 각 2.5cm)였고,

육각형의 넓이는 6.25㎠(최대폭 3.25cm, 높이 2.8cm)로 넓이는 대략 같았다.

 

이강섭 단국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1987년, 제자들과 함께 안압지 주사위

복제품을 만들어 7000번 던졌다. 실험 결과 최대 542번 나온 면도 있었지만,

 대개는 평균치인 500번(7000÷14면=500번)에 수렴(收斂)했다.

 

이 교수는 “모양과 크기가 같은 정다면체는 정4면체, 정6면체, 정8면체,

정12면체, 정20면체 등 5개만이 수학적으로 가능하다” 며 “ 정다면체가

불가능한 14면체의 각 면 넓이를 거의 똑 같이 만들어, 각 면이 나올 확률을

동일하게 만든 신라 장인의 솜씨가 놀랍다”고 했다.

 

하지만 이 주사위는 지금 없다.

 

출토 직후 수분을 제거하고 보존하기 위해 자동으로 온도가 조절되는

특수 오븐에 하룻밤 동안 넣었는데, 온도 과열로 한 줌 재로 사라져 버렸다.

 

국립문화재연구소측은 “오븐에 넣고 보존처리를 하기 전에 주사위에 종이를 대서

실측을 하고 전개도를 만들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복제품을 제작했다”고 했다.

〈10/8일 조선일보 - 신형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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