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십전제왕, 그 첫걸음은 여인으로부터
황금보전!
만 평의 드넓은 대지는 짙푸른 초원이 깔려 있었고
그 정가운데에 자리한 황금의 대전각!
태양의 빛을 반사시키는 찬연한 보광은
보는 이의 동공까지 파열시킬 듯 웅휘로왔다.
저벅저벅-
싱그러운 풀잎을 밟으며 초원을 거닐고 있는 인물.
전신엔 황금빛 금라용포를 걸치고 있는
그의 전신에서는 무형의 위엄이 뻗어오르고 있었다.
오십대 중반의 중후한 중년인,
그는 한 마리 고고한 학이었다.
범인의 손길에 닿을 수 없는 절대자의 풍도를 지닌 거인.
-황금 제왕 나후제천!
그렇다!
지상에서 이런 유의 인물은 오직 그밖에 없으리라.
대륙 상계의 대부!
한데
"쯧쯧......"
그는 뭐가 못마땅한 지 연신 혀를 차며 황금보전을 돌아보고 있었다.
"고얀 놈! 이제 심부름 시킨 아이까지 잡아먹다니!"
황금제왕 나후제천은 고개를 흔들었다.
"백팔미화(百八美花)를 꺾겠다고 장담하더니......
기어코 채우고야 마는군! 고얀 놈!"
나후제천은 아예 기가 막힌 듯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황금 보전
그랬다.
이곳은 나후제천조차도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절대 금남역이었던 것이다.
여인왕국!
능히 십만지 일에 하나 뿐인 미화들의 세계가 바로 그 곳이었던 것이다.
더우기
매미껍질 같은 나의를 펄럭이며 돌아다니는 나녀들을 어찌 볼 수 있겠는가?
설사
황금제왕 나후제천이라 할지라도
문득
"휴! 불쌍한 놈!"
나후제천은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천령삼인촌...... 그 곳은 린아에게 기연 아닌 악연의 연속이었다.
전설의 영삼을 너무 많이 먹었어."
이것은 무슨 소리인가?
영삼을 너무 많이 먹여 악연이라니!
"만년삼왕, 천년설지삼, 음양설삼과 영지인형삼......"
오오...... 나후제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
그것은 하나같이 인세에 희귀한 천고의 영삼들이 아니던가?
"하나만 해도 능히 일갑 자의 공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절대기물들이긴 하나......"
나후제천은 어두운 신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늘에 뻗치는 그 양기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백첩으로도 모자랄 것이니......"
그의 시선에 어린 근심은 일반인들에겐
꿈에도 그리는 환몽 같은 것이었다.
"십전제왕......
그 탄생의 제일적이 다름아닌 여인이라니...... 허허......"
나후제천은 씁쓸한 고소를 머금었다.
우뚝!
그는 문득 걸음을 멈추며 허공을 올려다 보았다.
"십 년이 흘렀는가? 린아가 이곳에 온 지도......"
그의 동고은 아련한 추억의 편린을 더듬고 있었다.
"엄만 바보야!"
소년은 무덤을 베고 누운 채 풀을 잡아뜯었다.
우두둑-
뽑힌 풀은 어느 새 소년의 입으로 들어가 짓씹히고 있었다.
소년, 오륙 세쯤 되었을까?
평범한 마의를 돌돌 말아올린 채 아무렇게나 누워 있는 소년....
한데 그의 기골은 또래에 비해 족히 머리 하나는 컸으며
그의 긴 수발은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었으나
여인의 그것인 양 부드러웠다.
또한,
그의 눈,
수천 수만 개의 별무리가 내재한 듯......
그 성목은 파랗고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백설같이 새하얀 피부!
붉다 못해 타는 듯이 부푼 입술......
오오, 그것은 환상의 아름다움이었다.
공작의 미려함과 사자의 용맹함을 함께 담은
기묘한 매력을 풍기는 소년.
문득
소년은 주먹을 꼬옥 움켜 쥐었다.
"흥! 엄마를 버리고 간 아빠를 꼭 혼내줄 거야!"
소년의 눈에서는 파랗게 집념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두고 봐! 린아의 아빠가 비록 지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래도...
더 강해져서 아빠를 끌고 올 거야!"
벌떡-
소년은 신형을 일으켜 세우며 다짐하듯 외쳤다.
"흥! 바보같은 엄마......
린아와 엄말 버리고 간 아빠를 못 잊어서 죽어? 흥흥!"
소년은 연신 콧방귀를 날렸다.
"난 결코 아빠를 성을 안따라!
난 하후 씨의 시조가 될 거야."
하후씨(夏后氏)!
그랬는가?
이 소년이 바로 하후린이었는가?
-하후린!
하후라는 기이한 성은 이렇게 탄생되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위에 있는 모든 만상을 거부하고,
그 모든 여원을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대철인!
그 위대한 탄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도전,
그리고 그것을 격파시키며,
천중제왕의 위에 오르는 패룡(覇龍)의 신화는......
한 쌍의 눈,
'오오...... 제왕천인성(天人星)......'
그 눈은 경악으로 치떠져 있었다.
'이런 오지에 잠룡이 웅크리고 있다니......'
전율감마저 담은 시선은 경이감으로 떨리고......
'인간 최후의 신화......
제옹혈의 주인을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그 눈은 곧이어 박찬 희열이감동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만났다!
운명이 신은 그들을 조우시켜 주었던 것이다.
-황금제왕 나후제천!
-하후린!
황금의 제왕과
제왕궁의 제왕이 될
십전제왕이자 철혈제왕으로 불릴 하후린과 만남.
-아이야......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강함...... 끝없이 강해지는 것을 원해요.
-어느 만큼이나?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고금 역사상......
가장 완벽한 제왕이 되길......
-나를 따르겠느냐?
-아저씨를?
소년은 미심쩍다는듯 나후제천을 요리조리 훑어보았다.
-날 제왕으로 만들어 줄 수 있어?
-헛허, 제왕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란다.
스스로 제왕천목(天木)이 되어야 할 뿐.
나는 십전제왕으로 이르는 길을 가르쳐 줄 수는 있다.
-음......
소년은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은 소년의 습관이었다.
난제에 부딪쳤을 때 나타나는 기벽 중 하나였다.
이윽고
-좋아. 아저씨를 따라가겠어.
소년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
'아! 천하에 빛이 뿌리는도다!'
나후제천은 치밀어 오르는 격동을 간신히 억눌러야 했다.
황금제왕 나후제천,
불가능이 없다는 불세출의 대영호!
그가 한 마리 잠룡을 얻음을 이토록 기뻐하는 이유는?
소년, 하후린은 천령삼인촌의 유일한 혈육인
궁단무에게 짤막한 인사말을 던졌다.
"할아버지, 아빠를 혼내 주고 엄마 옆으로 끌고 올게요. 그럼....."
꾸벅
앞 산에 놀러가는 듯,
그렇게 허리를 까닥이고는 소년은 사라졌다.
철혈의 잠룡은......
"크! 당돌한 놈! 능히 십전제왕이 되리라!"
황금제왕 나후제천의 입가로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지옥혈에 대항할 유일한 용......
거기에 제왕벌의 금제를 부수고
제왕대천작(大天爵)이 될 수만 있다면......"
츠으으-
나후제천의 전신에서 흐르는 기도!
그 무형의 잠력은 가히 미증유의 거력이었다.
"풍운이 인다. 유계(幽界)의 저주혈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무서운 광망을 폭출시키기 시작했다.
"그 뒤...... 지옥의 대겁풍이 휘몰아 치리라!"
나후제천의 두 손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 힘은 제왕십로군단으로도 어쩔 수 없다.
오직 십전제왕의 탄생만이 막을 수 있을 뿐......하나......"
그의 시선은 가늘게 파랑을 일으켰다.
"제왕벌은 폐쇄되고 그 십천대공작위는 분열되었으니......"
암울하게 굳어져 가는 신색,
그 의미는?
"제왕벌의 대현자이셨던,
천문대공작만이 덫에 걸린 용을 구할 수 있으리라!"
스윽!
나후제천은 신형을 돌렸다.
"황제만이 들 수 있다는 황궁비고에 든 후,
천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인을 맞으리라!
하후의 성을 가진......"
두벅뚜벅-
나후제천은 걸음을 옮기며 황금보전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한데, 그는 분명히 말했다.
제왕벌!
오오, 아는가?
저, 공포의 신화를......
대륙을 초유로 일통시켰던 피의 제왕, 진시황 정!
그를 공포에 떨게 했고,
그 공포로 죽게 만들었던 그 이름이
수천 년의 시공이 흐르고 튀어나온 것이다.
황금제왕나후제천의 입에서.
제왕벌!
천하인 중 그 이름을 아는 자
결코 십을 넘지 않을 그 극비명이......
황금제왕 나후제천, 그의 전정한 정체는?
"내 몸 속의 피가 끓어오르길 십개 성상......"
창문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미청년의 넋두리는 처량할 지경이었다.
화르르-
길게 늘어뜨린 수발은 야풍에 흩날리고,
굵은 검미에서린 정기는 태산의 위엄이었다.
가볍게 부어 있는 그의 양볼.
뭔가 불만이 대단히 팽배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하후린!
괴이한 성씨를 스스로 만들어 가진 신화의 창조자!
바로 그였다.
"쳇! 영삼을 그렇게 주어 먹은 게 결국,
여자 없인 못 사는 몸이 되었으니......"
하루린은 눈썹을 찌푸렸다.
"아무튼 이번 대과에 장원을 해야 하고,
황궁비고에 들어 구중 뭔가 하는 비밀동부만 찾으면 된다니......"
그는 양손을 올려 기지개를 키며 등받이에 신형을 파묻었다.
한데,
문득 그의 입가로 기묘한 미소가 흘렀다.
"내가 자금성에 가고자 하는 것은 또다른 이유가 있지!"
번들거리는 한 쌍의 눈.
그것은 늑대의 광안이었다.
또다른 자금성 행의 의미 ?
그것은?
"으응?"
하후린의 상념은 깨어져 버렸다.
촤아아-
물보라가 일어나는 소리와 함께,
"호호! 아이 시원해!"
한 소리.
짤랑한 교성이 창 밖으로부터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황금보전의 밖,
넓은 초지의 중앙에는 하나의 호수가 자리잡고 있었다.
문제는 그 곳에 있었다.
만월이 휘영청 금륜을 흩뿌리는 밤에,
촤아아-
무지개빛 물보라를 일으키며 호수를 유영해 가는 인영 하나가 있었다.
인어?
물 속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자맥질하는 인영은 바로 여인이었다.
여인의 상반신엔 한 자락의 옷깃도 걸쳐져 있지 않았다.
단지,
허리 아래까지 치렁한 흑발이
간신히 비밀스러운 곳만을 가리고 있을 뿐이었따.
하나,
촤르르르르-
여인은 대담하게도 머리결을 오히려 뒤로 제치며
자신의 육체를 도발적으로 노출시키고 있었다.
십오륙 세쯤 되었을까?
유난히 흰 피부에,
대조적으로 흑진주를 연상시키는 듯한 검은 봉목은
여인의 깜찍한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여인이라기보다는 소녀라 불리울 여인,
하나,
농익은 그녀의 육체는 이미 사내의 깊은 맛을 아는 듯,
무르익을 대로 풍만한 것이었다.
이 소녀,
대체 누구란 말인가?
"후후! 또 시작인가? 물요 요정......'
스윽-
신형을 일으킨 하후린의 시선은
야수의 그것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의 하체는 부듯하게 솟구쳐 올라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휘익-
그의 신형이 창문을 날아 넘어싸.
첨벙-
하후린의 몸은 그대로 호수 속으로 내던져졌다.
"푸우!"
그가 머리를 흔들며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소야......"
소녀는 그대로 하후린의 머리를 끌어안아 버렸다.
'읍, 이런!'
㉣玲??숨이 막일밖에.
그의 얼굴은 풍만하나 지극히 탄력감이 넘쳐 흐르는
소녀의 젖가슴 속에 파묻혀 있었던 것이다.
소녀의 가슴이라고 하기엔 지나치리만큼 큰 수밀도......
그것은 하후린의 한 손으로는
도저히 다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팽팽했다.
뭉클-
물의 감촉과 함께 손 안 가득히 잡혀드는 육질.
그것은 형언할 수 없는 미묘한 감각이었다.
"흐응...... 어서!'
소녀는 더욱 보채고 있었다.
그녀는 두팔로 하후린의 목을 휘감으며 밀쳤다.
어느 새 그들은 물결에 밀려 얕은 수면으로 나와 있었다.
앉은 자세로 가슴께까지 차오르는 차가운 물결......
소녀는 한 마리 뼈없는 연체동물 같았다.
그녀는 한껏 허벅지를 벌려 하후린의 무릎 위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는 최대한 허리를 뒤로 제치며
허벅지 사이 깊숙한 곳으로 하후린의 하체를 감싸 안았다.
순간,
"으음......"
하후린은 묵직한 신음서을 흘리며 소녀의 미끈한 허리를 잡았다.
쏴아아-
물결은 소녀가 몸부림 칠 때마다 파랑을 일으키고......
"흐응...... 아... 아... 더... 더...!"
소녀는 흐느끼듯 교성을 발했다.
"당신은... 너무도.,.. 위대하신 분... 흐윽...
잠못 이루시는... 아아... 소야께... 이 천한 몸이라도... 흐윽...
쓸모 있으시다면... 마음대로... 하아... 아......"
소녀는 허벅지를 세워 그대로 둔부를 율동시키며 하얗게 봉목을 탈색시켰다.
환희의 극치......
하나 이 순간,
'그랬는가? 내가 밤에 잠을 못 이루며 괴로와 하는 것 때문에
밤에 이 차가운 물에서 목욕을 하며 나를 유혹했는가? 수련!'
하후린의 전신은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그의 시선에서 더 이상의 욕화는 일지 않았다.
'단지... 나의 고뇌를 덜어 주기 위하여......'
그의 마음은 잔잔히 가라앉고 있어싸ㄷ.
'이제껏, 나는 이들이 의부(義父)의 엄명과 황금성의 엄청난 부 때문에
몸마저 버릴 수 있는 요부들이라 생각했거늘......'
그의 눈은 호수처럼 찰랑이는 파랑을 일으켰다.
-하후린!
언제부터인가,
그는 자신의 몸이 남과 다름을 깨달았다.
가공할,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욕념의 불길이
그의 전신을 잿더미로 만들고 타올랐던 것이었다.
그것에 대한 처방은 오직 여인의 몸 뿐이었다.
한 여인으로서는 도저히 감당치 못할 엄청난 정력!
그 이유는 간단했다.
삼이란 본래 극한의 양력을 내재하고 있는 것,
그런 것을 천령삼인촌에서 나는 모든 영삼을 모조리 훔쳐 먹었으니......
그 이유는 또한 지극히 간단한 것이었다.
강해지기 때문이었으니......
오 세 때 설호마저 때려잡았을 정도의 신력을 그는 지닐 수 있었다.
그 뻗쳐오르는 열기!
그 때문에 그는 또래보다 더욱 숙성한 몸을 지니게 되었고,
결국
황금제왕 나후제천의 배려하에 백팔 첩을 거느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하후린에게 있어
여인이란 욕정을 풀 노리개로밖엔 보이지 않았던 터였다.
그것은 저주로까지 발전되었으니......
집중!
그가 여인을 안 이후부터
그는 무엇이든 한 곳에 정신을 집중시킬 수 없었다.
그 무엇도,
여인,
그것은 한후린에게 있어 약이자 극독과도 같은 존재였으니.
하나 이 순간,
하루린은 깨닫고 있었다.
여인의 마음.
그 영원한 신비지심을......
그리고 그것은 십전제왕에 이르는 첫걸음이기도 했으니,
십전류 중 여인의 제왕!
그것을 그는 이룰 수 있었다.
천하인 중 반이여인일진대
천하를 다스리는 자, 곧 사내이나.
그 사내를 다시리는 것은 여인이 아니던가?
한데, 이 고집 세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한 사내에 의해
천하의 여인이 상사의 눈물을 흘릴지니......
아는가?
그것이 얼마만큼 가공할 힘이 되는지를......
스윽-
사내의 손길이 움직였다.
그것은 여태까지 그가 행한 동작과는 판이하게 틀린 것이었다.
사랑이 깃든 손길......
'이제, 천하의 모든 여인을 사랑하리라! 모든 여인을......'
그의 손길에 처절히 이지러지는 두 개의 수밀도.
나이답지 않게 유난히 풍만한 육봉은
하후린의거친 손길에 유린되고 있었다.
하나,
"아흑, 아아... 소야... 더... 세게... 아..."
여인은 이순간 가슴으로부터 전달되는
미증유의 열락에 교구를 퍼덕이며 교성을 발했다.
소녀의 허리는 점점 더 세게 흔들리고.....
"아흑, 아아... 그... 그만..."
급기야,
소녀는 하얗게 봉목을 뒤집으며 고개를 꺾었다.
더이상 어찌할 수 없는 쾌락.
하나, 하후린은 집요했다.
힘을 잃고 늘어지는 소녀의 허리를 낚아채며
그녀를 초지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닌가?
달빛 아래,
물기에 젖은 갓 끌어올려진 싱싱한 능어 한 마리.
엎어져 있는 소녀, 수련의 희뿌연 둔부는 황홀하게 빛나고 있었다.
스윽-
그녀의 나신 위로 하후린의 굳강한 동체가 다가들고,
세류요가 허공에서 멈춰진다.
허벅지는 자연스레 벌어지고,
그리고 사내의 성난 포효가 그녀의 등 뒤를 짓쳐들었다.
"헉! 소... 소야... 아아......"
수련은 고개를 뒤로 꺾으며 그대로 자지러질 듯 비음을 토했다.
그녀의 교수는 애꿎은 잔디를 뜯어발기고.
"학... 하라... 흐응... 아아... 흑!"
여인은 질식할 듯한 희열에 교구를 부르르 떨었다.
퍼덕이는 농염한 능어......
잔인한 어부의 손길은 능어를 완전히 늘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여인은 아름다웠고.
이 밤의 정경은 풍요로왔으며,
한 꿈 잃은 잠룡의 패기는 하늘을 뚫을 듯 타올랐다.
대자연의 섭리,
그것은 포용하는 것임을 어린 용은 깨달았던 것이었다.
십전제왕!
그 첫걸음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여인으로부터......
제6장 비중비(秘中秘), 구중천황비고(九重天皇秘庫)
천문제왕 하후린!
이 이름은 삽시간에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제 것 들어보지도 못했던 괴이한 성씨도 그렇거니와
그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미안,
거기에,
보물의 집산지라 일컬어지는 대 황금성의 후계자라는 직함은
그의 후광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었따.
그리고 이제껏 가려졌던 그 이름이 벗겨진 것은
하나의 사건 대문이었다.
대대로,
대명이 건국된 이후,
대과의 급제자는 한 곳에서 배출되고 있었다.
<학림대서원(鶴林大書院)>
바로 그 곳이었다.
명조 유림의 총본산.
대륙 전역에서 엄신된 이십 인의 신동만이
입원할 수 있다는 천하석학들의 산실!
이곳에 든 자,
그것은 곧 대과장원과도 같은 것이었으니.
한데 그 불문율이 깨어진 것이었다.
하후린!
이 십오 세의 소년에 의해,
그리고 그에 대해 반론하는 학림 대서원의
십대 청학유생과의 설전이 벌어졌다.
그 결과,
-백학천유사(白鶴天儒師) 초사운(楚査雲)!
당대제일의 대석학이며,
학림 대서원의 원주인 그로부터 일언이 떨어졌다.
-하후린,
그는 능히 고금제일대문성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유림십류를 하나로 모은 문의 제왕이다!
이론의 여지는 없었다.
그리고 만력제(萬歷帝)는 하후린에게 하나의 칭호를 부여하니.
그이름 천문제왕이었다.
천문제왕 하후린,
기억해야 하리라!
대륙인들이여......
"제기랄, 뭐가 이리 복잡해?"
하후린,
지금 그의 말을 유생들이 들었다면 땅을 치고 통곡하리라.
오... 저 저속한 말투!
"이제, 어엿한 대학사가 되셨으니 좀 점잖아져야 돼요. 린!"
정모는 연신 투덜거리는 하후린을 달래며 옷을 입히고 있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는 능히 하후린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았다.
거칠 것이 없이 자라온 하후린이 아니었던가?
황금보전 내에서는 아예 옷을 벗고 있었던 적도 적지 않은 나날이었으니,
오오, 저 사모관대라니......
걸치는 것도 많고,
귀찮은것이 한두 가지랴?
입고, 조이고, 쓰고, 매고......
"내, 이번만은 참지만,
다시는 이따위 요상한 옷은 안 입을 거야!"
하후린은 중대한 결심을 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
어느 덧,
그의 몸에는 정모의 꼼꼼한 손길에 의해
모든 것이 완벽히 갖춰져 있었다.
문을 나타내는 백학이 수놓아져 있는 관복을 걸친 하후린.
"아!"
일순 정모는 나직한 탄성을 발했다.
그녀의 봉목은 숨죽인 듯 몽롱해져 가고,
'린... 정말 .. 아름다우신 나의 어린 용!'
여인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황홀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옷이 날개라지만,
지금 하후린의 모습은 그대로 천하의 대유생다운 풍도가 어려 있었다.
"쳇! 그 두 마리 사슴을 보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하후린은 연신 툴툴거리고 있었다.
"두 마리 사슴이라니요?"
"응? 빨간 사슴과 노랑 사슴이 자금성의 화원에 있다더군.
그걸 훔치러 가는 길이야. 몰랐어?"
"예?"
정모는 고개를 갸웃하며 봉목을 깜박였다.
"그럼, 다녀 올게! 정모 누님!'
하후린은 한쪽 눈을 찡긋하고는 그대로 내실을 빠져나갔다.
빨간 사슴과 노란 사슴?
정모는 몰랐다.
그 의미를......
자금성!
대명(大明)의 천자, 황제가 기거한 대륙 최대의 중지!
하늘을 찌를 듯한 거각에,
거의 전능의 권한을 지닌 하늘의 아들.
지금,
그 천자라 불리우는 만력제는
몹시도 기꺼운 마음으로 한 인물을 맞이하고 있었다.
황금의 대관에.
곤룡포를 걸친 채,
호피가 덮인 용좌에 몸을 묻고 있는 중년의 호한(豪漢)!
그의 전신에서 우러나오는 저 자연스런 귀품과 성기(聖氣)는
결코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연스런,
보는 자 스스로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싶게 만들......
오직,
제왕으로 선택되어 탄생한 자만이 지릴 수 있는 제왕의 풍도, 그것이었다.
누군가?
만력제!
대명 중기의 중흥기를 다진 현군,
비록,
그 말년엔엔 지나친 장수로 말미암아 실정을 하고,
그 때문에 대명이 쇄약해지긴 하나,
그것은 수십 년 지난 뒤의 일이었다.
지금 대명은 드문 태평성세를 누리고 있었고,
그 주역은 황제 만력제였다.
"어서 오게! 과연, 인중룡이로다! 허허......"
만력제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한 인물을 맞아들이고 있었다.
"신, 하후린, 삼가 폐하를 뵈옵니다."
하후린,
바로 그였다.
당당한 체구에 여인보다 더 미려한 옥안을 지닌 당대의 기린아!
"하후씨라, 역시 인물 만큼이나 특출한 성씨군."
만력제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시선을 하후린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용재로군! 황족이었다면, 능히 천년 평화를 이룰 수 있으련만......'
그의 눈은 경이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그것은 하후린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대륙의 주인다운 풍모!"
하후린은 내심 경탄하며 그 자리에서 대례를 올렸다.
"허허, 짐이 그대와 같은 천룡을 얻다니... 선황의 자비로다."
만력제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어
그는 하후린을 가까이 오도록 손을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대대로 급제자에겐 하나의 청원을 들어 주는 것이 관례,
그래 무얼 원하는가?"
그의 말에 하후린은 곤혹스런 표정을 떠올렸다.
'제길, 제왕의 길로 들자니 사슴을 그냥 두어야 하고......'
황궁비고에 들 것이냐?
아니면 사슴을 취할 것인가?
그 기로였던 것이었으니.
"적미(赤眉)나 금미(金眉) 중 하나를 줄 수도 있네!"
만력제의 말!
그 일언에 하후린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자금쌍미려(紫禁雙美麗)!
그것은 두 마리의 사슴을 일컫는 말이었다.
붉은 사슴과 황금사슴,
적미공주 주약란(朱若蘭)!
금미고주 주소혜(朱素慧)!
만력제의 자신보다 더욱 소중한 보물들이 바로 그녀들이었다.
그녀들은 몹시 특이한 체질을 안고 출생했다.
일반적으로 눈썹은 검다.
한데,
그녀들, 쌍동이 공주들은 각기
적과 금색의 눈썹을 지니고 있었으니.
세인들은 당연히 궁금증을 품었다.
과연,
체모의 색깔은 어떨지?
'둘 다 준다면 몰라도!'
하후린은 단지 그 이유만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것보다 황궁비고의 천서를 열람할 기회를 주시오면......"
"황궁비고를?"
의외인 듯,
만력제는 새삼스레 하후린을 직시했다.
"과연...... 허허허허!"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발했다.
"역시, 천문 제왕으로서 손색이 없도다!
좋다! 그대에게 황궁비고를 일주일 간 개방토록 하겠다. 그리고......"
"......"
"고 두 마리 여우 중 하나가 아니라 두 마리라도 좋으니 잡아가게."
만력제의 말은 하후린의 귓가로만 들릴 정도로 작았다.
순간,
"알겠습니다. 폐하!"
하후린은 희색을 발하며 허리를 굽혔다.
"흐흐, 여우든, 사슴이든, 둘 다......"
좋은 꿈은 나쁜 현실로 통하는 법......
하후린,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닌 듯 싶었다.
붉은 장미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고,
황금의 구미호는 영악하기가 하늘을 놀릴 지경이니......
그- 그그그긍-
육중한 오묵철강석으로 주조된 철문이 열렸다.
자금성의 지저에 위한 최대 중지.
<황궁비고>
바로 그곳이었다.
실상 대명의 모든 것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절대금역!
황조는 바뀌어도,
수천 년의 시공이 흐르는 동안 이곳만은
천하의 주인이 끊임없이 이어 받아온 곳이었다.
멀리는 진대로부터 대명에 이르기까지.
천하의 모든 서적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곳.
총 일백이십 칠만오천 권!
지상 그 어디에도 이토록 방대한 분량의 서적은 없으리라.
고대의 갑골문이 새겨진 귀피(龜皮)로부터,
이미
사멸어가 된 과두문에 이르기까지.
또한,
천축의 범불경과 선도계의 도경.
천하에서 실전되었다 알려진 절대비전에 이르기까지.
"......!"
하후린은 잘 정돈된 무수한 서가들을 지나쳤다.
먼지가 두텁게 내려앉은 케케묵은 고서들.
그 한 권이 실로 진경 아닌 것이 없었다.
유생들이 꿈에도 바라는 문경(文經), 고어(古語)는 물론,
무인들이 목숨과도 바꿀 절세 무급이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
하나.
이 시대 최고의 풍운아 하후린,
그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파라라가-
그는 각 서적마다 배치된 도서목록집만을 훑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지존천마보(至尊天魔譜)
-절대사황혈전(絶代邪皇血典)
-천자십검류(天子十劍流)
-불영탄공강결(佛影彈功畺訣)
-전진도비해(全眞道秘解)
-천환신술경(天幻神術經)
그런 파천의 비급명이 있는가 하면.
-만상진도총요(萬像陣圖總要)
-천기어록(天機語錄)
-괴이만수지(怪異萬獸誌)
-주서총해(周書總解)
유림에서 보물보다 더 가치있게 생각하는 갱서들 또한 부지기수였다.
한데,
"쩝! 황금성의 황금서림에서 웬만큼 본 것 분이군!"
하후린은 입맛을 다시며 목록을 집어넣었다.
"이곳에서 대체 무얼 찾으라는 거야?
또다른 비밀 동부가 있다니......
양부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고!"
하후린은 바삐 걸음을 옮겼다.
대 황금성!
그 곳엔 또 하나의 천하대서고가 존재해 있었다.
-황금서림!
말 그대로 황금으로 이룬 서책의 숲!
죽은 귀신도 부릴 수 있는 것이 홍금일진대,
그 무엇을 못 사 모으겠는가?
지난 십 년,
하후린은 이미 그 곳을 섭렵한 지 오래였다.
우뚝!
하후린의 신형은 가장 후미진 곳에 멈춰져 있었다.
뽀얗게 쌓인 먼지,
그 양으로 보아 그 곳에 손길이 미치지 않은 지는
상당한 세월이 흘렀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서가에는 단지 너덜너덜한 한 권의 책자만이 뒹굴고 있었다.
"......?"
곰팡이가 필대로 힌 양피책자.
하후린은 무심코 그것을 집어 넘기다 문득 의혹의 빛을 떠올렸다.
기이했다.
양피책자에는 온통 난해하기 그지없는 필체가 난무해 있었던 것이다.
범문을 비롯,
과두문, 갑골문, 파사어 등......
고대의 중원문자는 물론,
이미 사멸어가 된 새외변국의 잡다한 문자들로 이루어진 서책!
그것은 모든 고문을 통달하지 못하면 읽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우라질! 무슨 이따위 책이 다 있지?"
하후린은 투덜거리면서도 기이함을 느끼며 해독을 시작했다.
이미,
황금제왕 나후제천의 안배에 이해 초빙되어진 변방학사들에게
모든 언어와 풍습을 통달한 하후린이었다.
그런 그에게 이 서책은 그대로 뜻을 풀어갈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이 글을 읽는자.
능히,
천추대문성(千秋大文聖)이라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으리라.
그대만이 인연이 닿았도다.
천문의 극을 보려는가?
그대에게 길이 열리리라!>
한 줄의 서명도 없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문득,
"이... 이것은 진식(陣式)의 파해서(破解書)로군!"
하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피책자를 서가에 놓으려 했다.
순간,
푸스스슷-
양피 책자는 그대로 한 줌의 잿가루로 화해 부서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
하후린은 망연한 시선으로 그것을 보다 이내 신형을 돌렸다.
황궁비고의 천정.
그 곳엔 정확히 삼백육십오 개의 야광주가 박혀 있었다.
휘황한 빛무리가 흩뿌려지는 사이로,
하후린은 천천히 그 중앙으로 갔다.
"순행과 역행, 천원(天元)을 시작으로......"
츠- 팟!
하후린은 손끝에서 한 가닥 지풍이 올라
천원야명주(天元夜明珠)를 때리는 것을 시작으로.
츠- 팟!
피-이이잉-
"역구궁(逆九宮)... 반육합(反六合)... 극오행......"
스스슷-
휘이잉잉-
하후린은 비쾌하게 신형을 날리며 비고 안을 누볐다.
그리고,
"만류귀일(萬流歸一) 일천원(一天元)!"
한 순간 냉오한 대갈이 터지고.
피- 이잉-
팍-
그의 손끝에서 폭출된 지강에 천원좌의 야명주가 그대로 산산이 부서졌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지- 이이이잉-
천정이 십자로 균열되며 열리는 것이 아닌가?
"파앗!"
하후린은 지체없이 신형을 폭사시켜 암동으로 날아올랐다.
비중비!
황궁비고의 신비 속에 자리잡은 또 하나의 신비!
과연 그것은?
<구중천황비고!>
석실의 전면에 있는 편액엔 그런 고서체가 쓰여져 있었다.
장방형의 반듯한 석실.
이곳도 예외없이 빽빽한 책들로 사방이 메워져 있었다.
"......"
책머리를 헤집고 들어서던 하후린은 순간 흠칫했다.
노문사,
한 명의 학창의를 입고 학모를 쓴 선비풍의 노인이 단좌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하후린은 한눈에 그가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시신임을 알아보았다.
노문사의 옷매무새는 고대의 신비복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오오...... 저 성스럽기조차한 혜광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좌화한 노문사의 전신.
그 시신에서는 눈이 시릴 정도로 맑은서광이 감돌고 있었으니.
배꼽까지 드리운 은염은 탐스럽기만 하고,
전신에 서린 위엄은 곧 대자연이었으니.
비중비, 구중전황비고!
이곳엔 과연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이 성스러운 노문사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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