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5. 내일도 해가 뜬다(2)
(1717) 내일도 해가 뜬다-3
바보라면 모를까 지능지수가 평균 이상이며 감수성도 예민한 편인 이은지가
조철봉의 행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결합한 지 이년이 되는 터라 그동안 증거를 수집하려고만 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러나 이은지는 놔두었다.
조철봉의 여자 관계가 수상하다는 느낌은 결혼한 지 채 열흘도 안되었을 때부터 받았었다.
조철봉의 여자 관계가 수상하다는 느낌은 결혼한 지 채 열흘도 안되었을 때부터 받았었다.
외박을 하고 돌아온 날 조철봉의 몸에서 여자 체취가 맡아졌던 것이다.
그 냄새는 본인은 못 맡는다. 동거인인 여자만이 맡는다.
제가 아무리 때밀이 수건으로 오래 밀어도 그 냄새는 남는 것이다.
그후로도 수십, 수백번의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은지는 모른 척했다.
그후로도 수십, 수백번의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은지는 모른 척했다.
조철봉에 대한 믿음이 조금 손상되긴 했어도 둘의 관계가 깨질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것은 취미다.
이은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남자는 잘 모르지만 여자 밝히는 부류가 좀 있고 가끔 책이나 드라마를 보면 여자 때문에
패가 망신한 놈들이 더러 있는데 조철봉은 그런 인간은 아니었다.
이은지는 조철봉의 그짓이 낚시나 바둑 같은 취미중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은지는 조철봉의 그짓이 낚시나 바둑 같은 취미중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도박이나 마약에 빠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는가?
이은지가 그렇게 여유롭게 생각하는 이유는 물론 조철봉이 자신을 의지하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그것이 너무 절절하게 보였기 때문에 조철봉의 노는 꼬락서니가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금두운을 타고 달리는 손오공을 보는 부처님 심정과 비슷했다.
그리고 이은지가 느긋한 이유가 또 있다.
그리고 이은지가 느긋한 이유가 또 있다.
조철봉은 잠자리에서 도무지 그 이상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자신을 만족시켜주는 것이다.
횟수도 충분한데 나한테만 쏟으라고 한다는 건 너무 염치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은지는 곧 마음을 정했다.
놔두자, 성실하지 않다고 나무라거나 불결하다고 배척하느니 차라리 모른 척하자.
저도 인간인데 미안한 감정이 왜 없겠는가?
외박한 다음날은 더 사근사근해지고 뭘 사들고 오는 걸 봐도 그렇다.
언젠가 힘이 달리면 다른 취미활동을 하겠지, 그때까지 기죽이지 말자,
언젠가 힘이 달리면 다른 취미활동을 하겠지, 그때까지 기죽이지 말자,
그렇게 마음 먹은 후로 심사가 참 편해졌다.
그것이 조철봉에게도 당연히 전염되었고 집안은 더욱 화목해졌다.
집안에 미주와 현수가 들어온 후부터는 더 그렇다.
미주와 현수는 문주옥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이은지와 함께 살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소문이 나서 교장과 선생들이 언론에 보도한다고 난리를 피웠는데
그것이 소문이 나서 교장과 선생들이 언론에 보도한다고 난리를 피웠는데
이은지가 극력 만류했다.
남편이 원하지 않는다고 사정하다시피 해서 막았지만 학교에서 이은지의 위상은 높아졌다.
남편 잘 만났다고 동료 선생들이 부러워할 때는 섹스 테크닉까지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릴 정도였다.
“자기야.”
조철봉이 모처럼 집에서 저녁밥을 먹은 날 밤에 이은지가 불렀다.
“자기야.”
조철봉이 모처럼 집에서 저녁밥을 먹은 날 밤에 이은지가 불렀다.
소파에 앉은 조철봉이 머리를 들었을 때 이은지가 말했다.
“병원에 한번 안갈래? 미주 엄마가 자기 만나서 꼭 인사 드린다고 해서.”
“수술 끝나고.”
TV 화면을 본 채 조철봉이 건성으로 말하자 이은지가 다가와 옆에 앉았다.
“수술 끝난 지 사흘 되었어. 내가 며칠 전에 이야기했잖아 수술한다고.”
“그랬나?”
“수술 잘 되어서 지금은 식사도 해. 얼굴도 활짝 피었고.”
“나중에.”
조철봉이 다시 TV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이은지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내일 가봐. 그쪽은 애타게 기다리는데 인사를 받아야지. 그래야 돼.”
“병원에 한번 안갈래? 미주 엄마가 자기 만나서 꼭 인사 드린다고 해서.”
“수술 끝나고.”
TV 화면을 본 채 조철봉이 건성으로 말하자 이은지가 다가와 옆에 앉았다.
“수술 끝난 지 사흘 되었어. 내가 며칠 전에 이야기했잖아 수술한다고.”
“그랬나?”
“수술 잘 되어서 지금은 식사도 해. 얼굴도 활짝 피었고.”
“나중에.”
조철봉이 다시 TV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이은지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내일 가봐. 그쪽은 애타게 기다리는데 인사를 받아야지. 그래야 돼.”
(1718) 내일도 해가 뜬다-4
문주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이은지한테서 들은 이야기가 전부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감동을 받아 거금을 쾌척했지만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비서실장 박경택을 대동하고 제일병원 앞으로 들어선 조철봉의 분위기는 어색했다.
마치 볼펜을 굴려서 운 좋게 우등상을 받으러 가는 학생 같았다.
문주옥은 4인실의 안쪽 병상에 누워 있었는데
마침 방안은 잠이 들어있는 환자 한명밖에 없어서 조용했다.
둘이 들어서자 문주옥은 머리를 돌려 시선을 주었는데 눈이 맑았다.
흰 피부에 아직도 병색이 덮여 있었지만 눈주위는 붉었다. 생기다.
“저기.”
하고 다가선 박경택이 말했다.
“이은지 선생님 부군되시는 조철봉 사장이십니다.”
“아.”
그 순간 외마디 외침을 뱉은 문주옥이 상반신을 일으키려는듯이 한쪽 팔을 딛었다가 도로 누웠다.
“저기.”
하고 다가선 박경택이 말했다.
“이은지 선생님 부군되시는 조철봉 사장이십니다.”
“아.”
그 순간 외마디 외침을 뱉은 문주옥이 상반신을 일으키려는듯이 한쪽 팔을 딛었다가 도로 누웠다.
팔에 링거 호스가 끼워진 데다 아직도 배에 붕대가 감겨 있는 것이다.
조철봉이 문주옥을 내려다 보았다.
“애들이 잘 놉니다. 특히 내 아들 영일이는 미주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조철봉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가만 보니까 미주는 예쁜 데다 여자다워요.
“애들이 잘 놉니다. 특히 내 아들 영일이는 미주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조철봉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가만 보니까 미주는 예쁜 데다 여자다워요.
더 크면 영일이쯤은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저기.”
겨우 말 사이에 끼어든 문주옥이 열심히 말했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요.”
“그건 그렇고.”
박경택이 의자를 옆에 놓았으므로 조철봉은 의자에 앉았다.
“저기.”
겨우 말 사이에 끼어든 문주옥이 열심히 말했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요.”
“그건 그렇고.”
박경택이 의자를 옆에 놓았으므로 조철봉은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문주옥의 얼굴과 더 가까워졌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현수는 영일이를 형처럼 따르더군요.
“현수는 영일이를 형처럼 따르더군요.
영일이도 동생처럼 챙겨주고, 집안이 갑자기 아주 화목해졌습니다.”
“아이들이 폐를.”
하고 문주옥이 끼어 들었을 때 조철봉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미주 어머니가 현생에서, 아니면 전생에서라도 누군가한테 베푼 보답을 받는 것이죠.
“아이들이 폐를.”
하고 문주옥이 끼어 들었을 때 조철봉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미주 어머니가 현생에서, 아니면 전생에서라도 누군가한테 베푼 보답을 받는 것이죠.
아마 전생에서 내가 미주 어머니한테 큰 은혜를 입었는지도 모릅니다.”
기가 막힌듯 문주옥이 입만 딱 벌린 채 시선을 주었고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난 그렇게 믿거든요. 재수가 없으면 액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기가 막힌듯 문주옥이 입만 딱 벌린 채 시선을 주었고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난 그렇게 믿거든요. 재수가 없으면 액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일이 잘 풀리면 뭔가 보답을 받았다고 믿어 버립니다.
그거 하나 하나에 신경 쓰고 원인 분석하고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단 말씀입니다.”
세상은 사기 당한 자와 사기 치는 자의 두 부류로 나누어졌다.
세상은 사기 당한 자와 사기 치는 자의 두 부류로 나누어졌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그 이전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좋은 자와 나쁜 자를 좀 더 구체적으로 구분한 셈도 된다.
당하고 치면서 세상이 굴러가지만 끝없이 당하기만 하는 사람은 없으며
그렇다고 끝까지 치는 놈도 없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당하고 치면서 살아가는 것이 세상살이다.
조철봉은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기 치고 나서 당한 놈 처지를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놈은 받을 것 받았고 전생에 무슨 업을 졌기 때문에 그 꼬라지가 되었다고 치부하면 된다.
그때 문주옥이 입을 열었다.
어느덧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습기다.
“은혜를 보답하고 싶어요.
“은혜를 보답하고 싶어요.
그래야 제가 얼굴을 들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심이다.
진심이다.
말과 표정에 다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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