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297. 열망(11)

오늘의 쉼터 2014. 8. 17. 20:18

297. 열망(11)

 

 

 

 

(1189) 열망-21 

 

그날 저녁 조철봉은 고영민에게 가지 않았다.

 

영민도 조철봉을 찾지 않았는데 폰섹스를 오지게 한 후라 부끄러웠을 것이다.

 

요즘은 화면 상으로 서로의 몸을 보면서 하는 섹스도 시장에 나와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조철봉이 밝히지는 않았다.

 

조철봉이 집에 들어섰을 때는 밤 10시가 되어갈 무렵이었다.

 

그동안 수없이 외박을 해오면서 모두 확실한 이유와 증거를 대었지만

 

서경윤이 그것을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믿는 확률은 절반쯤이나 될까?

 

그 이상이라면 조철봉의 수단이 걸출하다고 인정해줘야 될 것이다.

 

부부 사이에서 한번 불신을 받으면 만회하기는 타인보다 열배는 힘든 법이다.

 

심복 최갑중을 제외하고 조철봉의 약점을 가장 많이 알고있는 인물이 있다면 역시 서경윤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경윤이 아들 영일을 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철봉이 경윤에게 기가 죽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천만의 말씀이지,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못할 따름으로 경윤의 신상, 험하게 말하면 생사여탈권은

 

조철봉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일이는?”

집안에 들어오면서 버릇처럼 그렇게 물었지만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자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경윤도 구태여 대답하려고 하지 않았다.

 

벗고, 씻고, 실내복으로 갈아입는 과정을 느리게 연출한 것은 경윤의 진을 빼려는 작전이다.

 

얼른 모습을 드러내면 강한 전의(戰意) 앞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조철봉이 응접실의 소파에 앉았을 때는 11시가 조금 넘었다.

 

소파에 반듯이 앉아 기다리던 영민은 TV의 게그쇼에 끌려들어서 미친 여자처럼 혼자 웃고 있다가

 

퍼뜩 정색을 했다.

“나, 영일이하고, 엄마하고 제주도에 갔다가 올 게.”

경윤이 불쑥 말하자 조철봉은 먼저 숨부터 깊게 들이켰다.

 

마음 같아서는 얼굴을 활짝 펴고 웃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경윤에 대한 모욕이다.

 

그래서 콧구멍도 벌름거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숨을 뱉었다.

 

얼굴은 구땡을 쥐고 다섯끗을 쥔 타짜처럼 포커 페이스가 되어있다.

“갑자기 제주도는 왜?”

힐끗 TV에 시선까지 주면서 묻자 경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영일이 방학 때 제주도 데려간다고 했어. 그래서 일주일쯤 쉬었다가 오려고.”

“아, 영일이 방학 했구나.”

“내일 떠날 거야.”

“그럼 내가 비행기표하고 호텔 예약을….”

“다 해놓았어.”

“허어, 그래?”

“어머니하고 같이 가니까 돈이 좀 더 들어.”

“그야, 당연하지.”

정색한 조철봉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호텔 좋은 곳으로 예약했지?”

“응. 성산포 월드호텔.”

“잘했어.”

“일주일 동안 잘 놀라구.”

“놀긴 뭘, 요즘 바빠 죽겠는데, 어디.”

“일주일간 외박하겠구만.”

“그럴 리가.”

혀를 찬 조철봉이 기지개를 켜는 시늉을 하고 나서 은근한 눈빛으로 경윤을 보았다.

“어때? 오늘 한번.”

“뭘?”

“일주일 동안 굶을테니 오늘 한번 하자.”

“웃기고 있네.”

했지만 눈을 흘기는 경윤의 자태에 교태가 섞여 있었다.

 

그것을 놓칠 조철봉이 아니다.

 

 

 

 

 

 

(1190) 열망-22

 

 

침대에 누웠을 때 서경윤이 불을 끄고 들어오지 않으면 마음이 있다는 표시였다.

 

간단하게 해석하면 된다.

 

불을 끄면 자빠져 잠이나 자자는 뜻인 것이다.

 

조철봉은 경윤이 불을 켠 채로 옆에 눕자 소리죽여 숨을 들이켰다가 역시 소리없이 뱉어내었다.

 

그러고는 경윤의 어깨를 끌어 안았다.

 

그때 경윤이 반듯이 누운 채 말했다.

“그냥 해.”

그냥 찌르기만 하라는 말이다.

 

그것은 또 찌르면 좋기는 하다는 말도 될 것이다.

 

하지만 심보가 뒤틀린 넘들은 마지못해서 주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었다.

 

그러나 조철봉은 상관하지 않았다.

 

경윤이 시킨대로 고분고분 상체를 세우고는 이쪽도 팬티만 벗었다.

 

그러자 경윤도 누운 채 꾸물대면서 팬티를 끌어내렸다.

“불 끌까?”

괜히 서먹해진 조철봉이 그냥 그렇게 묻자 경윤은 천장을 노려본 채 대답했다.

“놔둬.”

그래서 조철봉은 경윤의 다리를 벌리고는 자세를 취했다.

 

경윤은 흰 실크 가운을 입었는데 그 와중에도 젖가슴 부분은 여미어 놓아서 하반신만 알몸이다.

 

그리고 조철봉 또한 위에는 셔츠에다 잠옷 상의도 입었다.

“넣을까?”

다시 이렇게 물은 것은 조철봉의 버릇이다.

 

운을 띄워서 샘에 물이 고이도록 시간을 끌자는 것이다.

 

그때 경윤이 와락 이맛살을 찌푸렸다.

“넣으라고 했잖아.”

세상에 이런 법은 없다.

 

울컥 가슴속에서 솟구친 뭉치가 목구멍까지 솟아 올랐지만 조철봉은 빙긋 웃었다.

“천천히 넣을까? 빨리 넣을까?”

그러자 이번에는 경윤이 씨근대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자리를 차고 일어날 것이냐, 놔둘 것이냐로 망설였다가 후자를 택했을 것이다.

 

그래서 조철봉은 철봉을 경윤의 샘에 붙이고는 천천히 넣었다.

 

이번에는 샘 주위의 산책을 하지 않았다.

 

경윤도 수없이 경험한 터라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넣는 것이 낫다.

 

누구 말마따나 꿰어놓고 보는 것이다.

“음.”

철봉이 진입했을 때 경윤의 입에서 희미한 신음이 뱉어졌다.

 

기분 좋은때 같으면 커다랗게 앓는 소리가 뱉어졌을 것이다.

 

조철봉도 서둘지 않았다.

 

일단 넣은 이상 핸들을 쥔 것은 자신이기 때문이다.

 

경윤의 샘은 예상한 것처럼 건조했다.

 

그래서 고통이 심한지 몸이 비틀려졌다.

“아, 아퍼.”

그리고는 저절로 아프다는 신음도 뱉어졌다.

 

자업자득이다.

 

그러나 이것도 조철봉에게는 분위기를 맞추는 음악이 된다.

 

호흡을 맞추며 뱉는 탄성보다 더 자극적이 될 수도 있다.

 

조철봉은 천천히 철봉의 진퇴를 거듭했다.

 

기교도 부리지 않고 강약 조절도 하지 않았다.

 

기차 피스톤이 똑같은 강도와 속도로 오가는 것처럼 반복했다.

 

그것은 오직 샘에 물이 고이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철봉이 스무번쯤 왕복하고 났을때 샘은 환희하기 시작했다.

 

샘의 벽에서 생수가 뿜어져 나오면서 세포는 살아 움직이며 철봉을 맞았다.

“아, 아유, 아.”

경윤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터지더니 눈을 감으면서 머리를 옆으로 돌린다.

 

그러고는 슬그머니 팔을 뻗어 조철봉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지금까지는 두 팔이 십자가가 아니라 침대에 박힌 것처럼 벌리고 있었다.

 

조철봉은 이를 악물었다.

 

우리는 짐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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