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 열망(10)
(1187) 열망-19
“그, 그런데 말야.”
조철봉이 서두르듯 말했다.
마주보고 앉아서는 절대로 이런 이야기 못한다.
전화기의 이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지금 둘은 몇마디의 통화로 단숨에 16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서로 주느니 마느니 할 때보다 더 ‘진한’상태가 되었다.
물론 조철봉은 앞뒤를 다 재고서 영민을 갖고 노는 셈이었지만 말이다.
조철봉이 이제는 곤두선 철봉을 움켜쥐고 물었다.
“5년 동안이나 안 했다면 나하고 비슷한데, 나도 언제 그걸 했는지 기억이 안나.”
“….”
“하지만, 널 만나고 나서.”
“응?”
영민이 궁금한 듯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날 만나고 나서 뭘?”
“문득 문득 성욕이 느껴졌어.”
“….”
“널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성적 충동이 일어나더라니까, 그것 참.”
“그러니까 오늘 와.”
이제는 영민이 그런 계통의 여자처럼 말했다.
“남자가 너무 오래 참아도 안돼. 성불능이 된다고 들었어.”
“정말이야?”
“응, 책에서 읽은 것 같애.”
“넌 괜찮고? 5년이나 안했다면서.”
“난 생각이 안났어. 전혀.”
“그럼 오늘밤 날 안고서도 그러면 어떡할래?”
“나아, 참.”
“영민이 웃음띤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철봉씨.”
“할 수 있어?”
“응.”
“영민아.”
“응?”
“나, 말이야.”
“뭔데.”
“너하고 이야기하는 동안 그것이 커졌어. 나, 이런 일 처음이야.”
“정말?”
“넌 어때?”
“나도 기분이 이상해.”
“그럼 말야.”
“응?”
“너, 집에 혼자 있어?”
“응.”
“너, 그럼 네 손가락을 네 그곳에다 넣어봐.”
“아이, 참.”
“그 손가락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넣어봐, 응?”
“아이, 싫어.”
“넣어 보라니까, 내가 상상하게. 내 그것이 5년만에 섰단 말야.”
“아이”
했다가 영민의 말이 한동안 끊겼으므로 조철봉은 철봉을 문지르던 손을 멈췄다.
그때 영민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했어.”
“손가락을 넣었어?”
반색을 한 조철봉이 묻자 영민의 가쁜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전화기를 귀에 딱 붙이고 있는 것이다.
“응.”
“그럼 그 손가락을 네 그곳에 조금 넣어봐. 나도 내걸 만지고 있으니까. 자, 넣었어?”
“으응.”
“조금 더 깊게 넣어.”
“으응.”
“그럼 천천히 문질러.”
“으으응.”
조철봉은 번들거리는 눈으로 앞쪽을 보았다.
전화로 전희를 한 것이나 같은 것이다.
(1188) 열망-20
조철봉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았다.
고영민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솔직히 16년 세월이면 제 아무리 심장이 떨어진 것 같은 상처를 받았더라도,
아니, 실제로 심장을 뗀 수술을 받았더라도 거의 다 아문 상황이 되어 있을 것이다.
세월만한 약이 어디 있는가?
더욱이 조철봉같은 강안남(强顔男),
즉 사기성이 농후한 이중적 인간들은 상처를 쉽게 잊는 기술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얼른 다른 모습으로 변하여 새로운 작업을 하려면 지난 일, 특히 상처 따위는 잊어야 한다.
그런데 참으로 갑자기 16년 세월 전의 잊었던 상처, 파이프가 새는 바람에 그걸 못하고
비운의 눈물을 뿌려야 했던 고영민을 떠올렸고 결국 이 지경까지 되었다.
여기까지는 좋다.
잘 나갔다.
계획대로 진행이 되었으며 반응도 만족할 만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
밑천이 부족한 조철봉에게는 섹스가 마지막 단계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것을 정해야만 한다.
할것이냐? 말것이냐?
후련하게 한번 해서 개운하게 16년전 사건을 덮어버릴 것이냐?
아니면 놔둘 것이냐?
그러나 놔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어떻게 하면 심금을 울리는 섹스,
너도 울고 나도 울며 다른 넘들한테도 넌지시 자랑할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할 것이냐가
조철봉의 속마음이다.
그래서 자나깨나 앉으나서나 방법을 궁리하면서 딴 여자들과 연습 게임으로
몸을 풀고 있다고 봐야 된다.
“으으으응.”
갑자기 수화구에서 영민의 신음이 더 높게 울렸으므로 조철봉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자기야.”
숨가쁜 목소리로 영민이 조철봉을 불렀다.
아아, 16년 만에 자기야 소리를 다시 듣게 되다니,
조철봉의 가슴은 벌럭벌럭 뛰었다.
“으응?”
조철봉이 물었을 때 영민이 헐떡이며 말했다.
“나, 미치겠어. 지금.”
이제 시동이 걸렸으니 가만 놔둬도 되지만 조철봉은 약간 더 가속기를 밟았다.
“더 깊게 넣어봐. 넣고 좌우로 흔들어, 영민아.”
“이렇게? 이렇게?”
“더 세게.”
“으응응 이렇게?”
“오빠건 그것보다 엄청 커.”
“으으응.”
“너, 내거 안봤지?”
“으으응.”
“큰 게 들어간다고 생각해봐.”
“응응응.”
조철봉은 철봉을 쥔 손을 떼었다.
아까부터 철봉은 화가 난듯이 늘어져 있었는데
지금 이게 무슨 꼴이냐고 나무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사장실에 혼자 있다고 해도 백주 대낮에 바지 사이로 철봉을 꺼내 흔들어대고 있으니
그럴 만했다.
오형제가 샘과 비교가 되겠는가?
그러나 8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는 영민은 지금 정상을 향해 숨가쁘게 달려 올라가는 중이었다.
“자기야. 나, 죽겠어.”
영민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수화구에서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숨소리까지 울렸다.
“아이구. 아, 아.”
“그래, 엉덩이를 더 들어.”
철봉을 바지 안으로 집어 넣고 지퍼를 올리면서 조철봉이 말했다.
그러나 차분한 표정과는 달리 목소리는 숨가쁘게 조정했다.
“그래, 그래, 그렇지.”
그러자 영민이 조철봉과 맞춰 소리쳤다.
“아악, 악, 악.”
정상에 올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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