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280. 첫사랑(9)

오늘의 쉼터 2014. 8. 17. 19:50

280. 첫사랑(9)

 

 

 

 

(1155) 첫사랑-17

 

리엔은 늘어졌지만 아직도 조철봉의 허리는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놓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정신이 다 나간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놓지 않았다.

 

가쁜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구멍에서 쇳소리가 났다.

 

온몸은 땀에 젖었는데 마치 물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두 다리를 들어올릴 힘이 없었기 때문인지 하반신은 내동댕이치듯 벌어져 있었지만

 

조철봉은 지금 리엔이 뜨겁고 달콤한 여운 속에 묻혀 있다는 것을 안다.

조철봉은 맛보지 못했지만 이 여운의 기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경험해온 것이다.

 

과정이 아무리 좋았다고 해도 이 여운, 즉 마무리에 실수를 해서 탈락한 놈자가 부지기수인 것이다.

 

물론 남자의 생리 구조는 ‘뻥’하고 대포를 발사하거나 ‘찍’하고 물총을 싸거나 그 시점에서 끝난다.

 

여운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놈자는 발사 즉시로 빼려는 본능이 있다.

 

전혀 철봉에 여운이 남아 있지 않는 것이다.

싸고 나서 뒷마무리에 성실한 놈자는 희생정신의 표상이다.

 

이 자세가 곧 조직과 국가를 발전시키는 원천이다.

 

물론 사기꾼과 제비는 빼고 말하는 것이다.

 

이윽고 조철봉이 몸을 비틀어 침대로 내려 왔을 때는 그로부터 10분쯤이나 지난 후였다.

 

그때는 리엔의 숨소리도 평온해져 있었고 정신이 들자 시트로 몸까지 가렸다.

 

그러나 아직도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조철봉을 바라보는 눈은 반짝였으며 뭔가 기다리는 것 같게도 보였다.

 

그러나 중국어를 모르는 조철봉인지라 대화는 불가능했다.

“윤희 데려와라.”

조철봉이 엎드린 채 그렇게 말했다.

“니가 빽빽 소리쳐서 윤희가 다 들었겠다.”

그러자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윤희가 시트를 움켜쥔 채 일어섰다.

 

그러더니 서둘러 옷을 입고는 문으로 다가갔다.

 

문의 손잡이를 잡은 리엔이 몸을 돌리더니 조철봉을 향해 머리를 숙여 보였다.

 

눈이 여전히 반짝였고 입가에는 옅게 웃음기까지 배어 있었다.

 

리엔이 나간 지 1분도 안되어서 윤희가 들어섰는데 조철봉과 시선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아유, 더워.”

혼잣소리로 그렇게 말하더니

 

창으로 다가가 창문을 반쯤 열고는 돌아와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외면한 채 옆모습을 보이고 앉았는데 두손은 가운깃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조철봉은 윤희의 동작을 눈도 깜박이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러나 입을 열지 않아서 방 안에서는 한동안 어색한 정적이 계속되었다.

“리엔이 시트를 버렸어.”

하고 조철봉이 턱으로 방의 구석을 가리켰다.

 

리엔이 시트를 끌어안고 일어나 옷을 입으면서 방 구석에 꽁꽁 숨겨놓은 것이다.

 

마땅한 곳이 없었으므로 휴지통 옆에다 잔뜩 압축시켜 놓았다.

 

리엔의 피가 번진 시트인 것이다.

“진짜 처녀인가 보다. 피가 많이 났어.”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처음 하면서 홍콩으로 가버리는구만.

 

물론 내가 그렇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지만 말야.”

“…….”

“괜찮았어. 테크닉은 없었지만 몸은 좋았어. 장래성이 있는 애야.”

그때 윤희가 시선을 돌려 조철봉을 보았다.

 

정색하고 있어서 화난 것 같았다.

“저, 어떻게 해요?”

“뭘 어떻게 해?”

“저, 침대로 들어가요?”

그렇게 물었던 윤희가 생각났다는 얼굴로 말했다.

“리엔은 집에 보냈는데요.”
 

 

 

 

 

(1156) 첫사랑-18

 

 

“어, 그래?”

놀란 척 눈을 크게 떴지만 조철봉의 가슴은 느긋해졌다.

 

다시 리엔하고 일을 치를 계획이 없는 터라 잘 된 일이었다.

“음, 들어와.”

조철봉이 눈으로 옆쪽을 가리키자 윤희가 일어서며 말했다.

“시트 벗기게 일어서세요.”

“왜 그러는 거야?”

“기분 언짢아요.”

“나아, 참.”

투덜거리는 시늉을 했지만 몸을 일으키는 조철봉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떠올라 있었다.

 

조철봉이 침대 밖으로 나오자 윤희는 침대에 깔린 시트를 걷어내었다.

 

그러고는 이불까지 뭉쳐 구석에 쌓아놓더니 벽장에서 예비 시트를 꺼내 펼쳤다.

 

마치 10년쯤 같이 산 마누라가 침대 정돈을 하는 것처럼 의연한 표정이었고 익숙한 몸놀림이었다.

“자, 이제 오세요.”

먼저 시트를 들치고 침대에 들어간 윤희가 조철봉을 불렀다.

“허, 참.”

조철봉은 침대로 들어오면서 아까 리엔이 방을 나가고 나서 서둘러 걸쳤던 가운을 다시 벗어던졌다.

“씻으셨어요?”

조철봉이 옆에 누웠을 때 윤희가 물었다.

 

윤희는 아직 가운 차림이었는데 깃까지 여미고 있는 데다 눈빛도 또렷했다.

“응.”

건성으로 조철봉이 대답하자 윤희는 코를 조금 들더니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시늉을 했다.

 

조철봉은 씻지 않았다.

“왜?”

“아뇨.”

“너, 좀 까다로운 성격이냐?”

“아뇨?”

윤희가 정색하고 머리를 저었다.

“까다로운 성격이면 바깥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겠어요?

 

꽥꽥대는 소리를 고스란히 들으면서요.”

“걔 소리가 좀 컸지?”

“일부러 저 들으라고 더 크게 소리지르는 것 같더라니까요.”

“설마, 그럴리가?”

“싸가지가 없는 계집애예요.”

“왜?”

“나한테 미안하면 그럴 수가 없죠.”

“저절로 소리가 나오는 걸 어떡해? 더구나 첫 경험인데 말야.”

“아무리 처음이라도 그렇죠.”

“넌 안 그랬어?”

“전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 안 나요.”

“설마.”

“30초도 안되어서 싸고 끝났으니까.”

“여기도 번개가 있군.”

“우리 또래는 그런 애들 많아요.”

“그건 그렇고.”

조철봉이 윤희의 가운 깃을 당겼다.

“이젠 벗어라.”

그러자 윤희가 가운 깃을 벌리더니 앉은 채로 순식간에 벗었다.

“으음.”

그 순간 조철봉은 입에서 탄성이 뱉어졌다.

 

윤희는 가운 밑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몸이다.

 

불빛에 비친 윤희의 둥근 어깨가 반들거렸고 도톰한 젖가슴은 단단하게 솟아 있었다.

 

윤희가 몸을 가리려는 시늉도 하지 않았으므로 조철봉은 누운 채 한동안 홀린 듯이

 

상반신을 보았다.

“지금, 괜찮으세요?”

불쑥 윤희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시선을 들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윤희가 수줍게 웃었다.

“아직 20분밖에 안 되었지 않아요? 사장님이 하시고 나서 말예요.”

윤희의 시선이 시트에 덮인 철봉쪽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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