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148) 불륜(不倫) <31~35회>

오늘의 쉼터 2014. 7. 3. 08:46

 

금병매 (148)

 

 

불륜(不倫) 31회 

 

 

 

 곧 두 알몸뚱이가 하나로 뒤엉기는 기척이 나고, 이어서 헐떡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헐떡거리는 소리는 차츰 고조되어 여자는 살짝 코가 메인듯한 교성을,

 

남자는 야릇한 신음소리를 토해낸다.

“어이구, 사람 죽이네”

 




한 녀석이 불쑥 내뱉고 만다.

“정말 사람 녹이는데...”

또 한 녀석이 맞장구를 친다.

그러자 문짝 틈서리에 이제 눈 대신 귀를 갖다대고 엿듣고 있던 젊은이가,

“조용히”

하고 낮은 목소리로 동료들에게 주의를 던진다.

그가 이번 이 일의 주모자 격인 모양이다.

혹시 안에서 두 연놈이 낌새를 챈 게 아닌가 하고 그는 바짝 귀를 곤두세운다.

방안의 신음소리가 멎었다.

그리고 남자의 나직한 말소리가 들린다.

“밖에 무슨 인기척이 들린 것 같은데... 혹시 누가 온 게 아닐까?”

잠시 조용하더니, 여자가 속삭인다.

“인기척은 무슨 인기척...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구. 자, 어서...”

그러자 남자가 좀 김이 샌 듯,

“그럼 인제 당신이 위에서...” 하고 말한다.

체위를 바꾸는 모양이다.

다시 서서히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더 듣고 있을 수가 없다는 듯이 주모자 격인 그 젊은이가 냅다 그만 고함을 지른다.

“이 연놈들, 문 열어! 문!”

그리고 사정없이 그만 발길로 문짝을 걷어차 버린다.

어찌나 세차게 발길질을 했던지, 문의 판자 쪼가리 두 개가 안으로 작신 꺾인다.

“개 같은 것들, 맛 좀 보라구!”

냅다 다시 찬다. 문짝 가운데가 뻐끔하게 뚫리고 만다.

그 뚫린 데로 얼른 손 하나를 집어넣어 안으로 걸린 문고리를 벗긴다.

활짝 문을 열어젖히고 우루루 모두 안으로 뛰어든다.

동시에 현관 쪽에서도 문을 냅다 두들기고 발길로 차댄다.

그러나 그쪽 문짝은 워낙 실팍해서 쉬 망가지지가 않는다.

뒷문 쪽에서 뛰어든 패들 중에서 한 사람이 재빨리 그쪽으로 가 문고리를 벗겨 준다.

와장창 문이 열리고, 현관쪽에서도 우루루 집안으로 뛰어든다.

“개 같은 연놈을 잡자!”

“잡아 묶어라!”

“어떻게 붙었는가 좀 보자”

“꼴 좋겠지”

“와...”

집안이 온통 발칵 뒤집히고 만다.

 

 

불륜(不倫) 32회 

 

 

 

 난데없는 일에 두 벌거숭이는 질겁을 하고 후다닥 떨어진다.

 

한이의 알몸뚱이 위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 왕육아는 우선 부끄러운 데를

 

가리려고 허겁지겁 치마를 찾아들었고, 번듯이 드러누워 즐기던 한이도

 

정신없이 뛰어 일어나, 아랫도리옷부터 아무거나 집어 든다.

바깥에서 냅다 발길로 차는 바람에 와장창 떨어져 나갈 듯이 방문이 열리며

 

몽둥이와 곤봉을 든 사내들이 앞장서 방안으로 뛰어든다.

 




“아이고머니나-”

너무 정신이 없어서 미처 치마를 제대로 입지도 못한 왕육아는 얼른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으며 비명을 내지른다.

“이놈들 누구냐!”

짧은 속잠방이를 정신없이 아랫도리에 꿰느라 비틀거리면서도 한이는

그래도 장부랍시고 호통을 친다.

“보면 모르느냐!”

“너희 개 같은 연놈을 잡으러 왔다!”

“맛 좀 봐라. 에잇!”

한 젊은이가 냅다 달려들어 사정없이 몽둥이로 내리친다.

“으이쿠-”

한이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허사다. 연달아 몽둥이와 곤봉 세례가 퍼부어진다.

한 번 맞서보지도 못하고 한이는 그 자리에 꼬꾸라지고 말았다.

왕육아 역시 누군가가,

“시동생하고 붙다니, 이 개보다도 못한 년!”

하면서 냅다 몽둥이로 한 대 후려갈기는 바람에,

“아이고-”

비명소리와 함께 대번에 그 자리에 나가뒹굴었다.

그러자 우루루 달려들어 두 연놈을 밧줄로 꽁꽁 묶는다.

한이는 다리에 꿰다가 만 속잠방이를 애써 끌어올려 시커먼 아랫도리는 가렸으나,

왕육아는 입으려다 치마가 흘러내려 버려서 부끄러운 데가 그대로 온통 드러난 채였다.

“흐흐흐... 보기 좋다”

“개 같은년, 되게 시커멓군”

“몸뚱이는 잘 빠졌는데... 히히히...”

키들키들 웃어대기도 하면서 젊은이들은 따로따로 묶은 두 연놈을

다시 한 가닥으로 엮듯이 해서 밖으로 끌어낸다.

온통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두 손을 뒤로 꽁꽁 묶이고

시동생과 한 엮음이 되어 끌려 나가는 왕육아는 비명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소리로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정신없이 애원을 해댄다.

그러나 소용이 없다.

젊은이들은 막무가내로, 마치 무슨 두 마리 고약한 짐승이라도 붙잡은 것처럼

현관 밖으로 끌고 나간다.

 

 

불륜(不倫) 33회 

 

 

 

 집 밖에는 이미 그 소동을 알고 이웃 사람들이 구경을 하러 모여들어 떼를 지어 서있었다.

젊은이들은 왕육아와 한이를 한데 엮듯이 해서 끌고 나오자,

 




“어머나...”

“저런 저런...”

“우하하하하...”

“꼴 좋다”

“너무한다, 너무해. 옷은 입혀라”

“개 같은 것들인데, 입히기는 뭘 입혀”

“맞어, 보기 좋은데 뭐, 흐흐흐...”

놀라면서도 우습기도 해서 제각기 시끌시끌 지껄여 댄다.

젊은 아낙네들은 부끄러운 데까지 온통 드러난 왕육아의 알몸뚱이를 민망스러워서

차마 못 보겠는 듯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한이는 이미 체념을 한 듯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그저 사색이 되어 말없이 굳어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왕육아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바깥으로 끌려나오자,

그만 살짝 실성을 한 사람처럼 울부짖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으려고 몸부림을 친다.

두 손이 뒤로 묶여서 부끄러운 데를 가릴 수도 없고, 미칠 지경인 모양이다.

그러자 수염이 너불너불한 한 노인이 나서서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자네들 이게 무슨 짓인가? 두 연놈을 혼내주는 것은 좋은데,

옷은 입히라구. 여자를 저렇게 발가벗긴 채 끌고 다닐 모양인데,

그건 너무하다구.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그 말을 맞받아 젊은 남정네 하나가 뇌까린다.

“시동생하고 붙은 저런 년은 개보다도 못하니까 발가벗겨도 상관없다구요.

그래가지고 거리를 끌고 다녀야 정신을 차리지”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너무해. 너무하다구”

“치마는 입히라구”

“그게 좋겠어. 노인장의 말씀을 따르도록 해”

이렇게 거의 모두가 노인 편을 든다.

말하자면 여론에 밀려 젊은이들은 도리 없이 방에 가서 치마를 가져와 왕육아에게 입혔다.

그러고 나니 어쩐지 좀 싱겁다 싶었는지, 한 젊은이가 불쑥 제안을 한다.

“이대로 끌고 가면 이 두 연놈이 누군지, 뭘 잘못했는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붓으로 써서 목에 걸도록 하는 게 어때요?”

그 말에,

“그게 좋겠어”

“그러도록 해”

“어서 붓을 가져와”

하고 공연히들 신이 나서 떠들어 댄다.

 

 

불륜(不倫) 34회 

 

 

 

 젊은이 하나가 붓을 가지러 뛰어가고 한이와 왕육아는

 

일단 집 앞 골목길의 흙바닥에 꿇어앉혀졌다.

꿇어앉아 쭉 고개를 떨구고  는 두 연놈을 빙 둘러서서 모두들

 

무슨 희한한 구경거리라도 되는 듯 시끌벅적하게 떠들어 댄다.

 




곧 젊은이가 붓과 벼루, 먹, 그리고 한지를 들고 뛰어 돌아왔다.

“노인장이 쓰시지요”

벼루에 후다닥 먹을 갈고 나서

그 젊은이는 수염이 너불너불한 노인에게 붓을 건네려 한다.

“알아서 쓰라구”

노인은 사양을 한다.

그런 일에 체면상 늙은 자기가 나설 수는 없는 모양이다.

젊은이는 마지 못하는 듯,

“뭐라고 쓸까...”

하고 잠시 생각하더니, 에라 모르겠다는 듯이 한지에 붓을 휘두른다.

‘형수’ ‘시동생’ 이라고 커다랗게 휘갈겼다.

그리고 그것을 잘라서 끈으로 꿰어 ‘형수’라고 쓴 것은 왕육아의 목에 걸었고,

 ‘시동생’ 이라고 쓴 것은 한이의 목에 걸었다.

“와하하...”

“햐- 됐네, 됐어”

“멋지다니까”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겠다구”

“으흐흐흐...”

공연히 좋아서들 야단이다.

앞가슴에 커다랗게 ‘형수’ ‘시동생’ 이라고 표시를 한 왕육아와 한이를 끌고

젊은이들은 골목길을 빠져나가 서슴없이 큰길로 나섰다.

구경하던 이웃 사람들이 우루루 뒤를 따른다.

거리의 행인들도 무슨 소동인가 하고 모두 걸음을 멈추고 지켜본다.

얼른 보아도 대뜸 무슨 영문인지 알겠는 듯,

“저런 연놈이 있나. 형수하고 시동생이 붙은 모양인데...”

“그런 것 같애. 시동생 녀석은 속잠방이밖에 안 입었잖아. 형수란 년은 치마만 걸치고...”

“같이 자다가 붙들린 것 같다구”

“대낮에 놀아댔군. 개보다도 못한 것들...”

“천하에 몹쓸 것들이지. 꼴 좋다”

이렇게 이죽거려 댄다. 어떤 남정네들은,

“보아하니 시동생이 탐을 내게 생겼군.

형수가 보통 잘 빠진 게 아니라니까. 저 얼굴하며 몸매하며...”

“시동생도 사내답게 생겼잖아. 형수가 넘어갈 만도 하다구”

“글쎄 말이야. 둘이 잘 어울린다니까”

“그래서 한바탕 화끈하게 놀아났겠지 뭐”

하고 히들히들 웃기도 한다..

 

 

불륜(不倫) 35회 

 

 

 

 젊은이들은 왕육아와 한이를 그렇게 이리저리 행길을 끌고 다니며

 

크게 유세를 시킨 다음 제형소로 가서 관원의 손에 넘겼다.

한도국은 그 소식을 애저로부터 들었다.

 

사자가에 친구한테 놀러 갔다가 집에 돌아온 애저는 이웃집 아낙네한테서

 

그 얘기를 듣고 놀라 어쩔 줄을 모르며 곧바로 아버지가 근무하고 있는

 

서문경네 전당포로 달려갔던 것이다.

 




“뭣이 어쩌고 어째? 그게 정말이야?”

얘기를 듣자 한도국은 너무나 뜻밖의 일에 놀라 냅다 애저에게 고함을 질렀다.

마치 애저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말이다.

“정말이라구요”

“그런 때려죽일 놈이 있나.

그놈이 기어이 우리 집안을 망쳐 놓는군. 으이구, 그 원수놈의 새끼”

눈앞에 있으면 한이란 놈을 당장 때려죽일 듯이 한도국은 불끈 주먹을 쥐고

버르르 떨면서 뿌드득 뿌드득 이를 간다.

애저는 그만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다.

일이 손에 잡힐 턱이 없다.

전당포의 문을 닫을 시간 전이어서 한도국은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이병아 부인에게 가서 허락을 받고는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당도한 그는 어수선한 집안과 어질러진 안방,

그리고 부서진 뒷문을 보고는 더욱 허파가 뒤집히는 듯

한이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 옷가지와 짐들을 닥치는 대로 마구 문밖으로 내던지며

고래고래 욕을 해댔다.

그리고 냅다 애꿎은 벽을 발로 차대기도 했다.

애저는 자기 방에 들어가 한쪽 구석에 조그맣게 웅크리고 앉아서 훌쩍훌쩍 울기만 했다.

한도국과 친한 사이인 이웃 남정네 서너 사람이 찾아와 보고 들은 얘기를 늘어놓으며

너무 흥분을 하지 말고 정신을 차리도록 하라고 위로를 했다.

그러나 그런 말이 지금 그의 귀에 제대로 들어올 턱이 없었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도 그는 한이의 욕을 마구 해댔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한도국은 동생만을 욕해댈 뿐,

자기 여편네는 한마디도 입 밖에 내어 비난을 하지 않았다.

시동생과 붙다니,

천하에 몹쓸 화냥년이라고 저주를 퍼부어대야 마땅할 터인데 말이다.

그 망나니 같은 한이란 놈이 저의 형수를 겁탈한 것이지,

결코 왕육아는 시동생과 놀아날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평소에 별로 술을 즐기지 않는 한도국이었지만,

그날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듯 애저에게 고량주를 사오게 해서

혼자서 거듭 잔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