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시인과 자서전

오늘의 쉼터 2011. 7. 13. 21:03

    시인과 자서전 충남 공주에 사는 시인이 있다. 오래 전부터 나와 함께 마음을 트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오는 사람이다. 사범학교를 나와서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뒤,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하였으니까 올곧고 깨끗하게 산 사람이다. 그가 정년 후에 그곳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하고 평생교육 차원으로 만들어진 노인학교의 교장을 하면서 사회에 봉사하는 모습은 여러 사람을 감동시켰다. 1년이면 두서너 차례 얼굴을 맞대고 재미있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가끔 전화를 하면서 세상 얘기도 하는 재미가 쏠쏠해서 오래 못 잊는 친구다. 그가 작년에 불쑥 글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무슨 글이냐’고 물었더니 시청의 지원금으로 노인학교 교재로 쓸 <자서전>을 출간하는데, 그 책에 넣을 몇 마다 말을 써 달라고 해서 그러마고 대답하고 난 뒤, 자세히 물었더니 노인학교에 나와 글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읽힐 교재(?)용으로 만드는 것이기에 자신도 얼떨결에 출판한다고 결정하고는 무척 고민스럽다는 대답이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면 누구나 살아온 굽이굽이를 돌아보게 된다. 그때, 자신은 남보다 정직하게 그리고 신의를 지키면서 봉사하는 자세로 살아왔는가 한번쯤은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면 단연 모범이 되는 삶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당장 코앞에 닥친 욕심 때문에 남을 배려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따지는데 앞장 서 오지 않았는가? 인간은 누구나 삶을 살아내는데 있어서 결코 정직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사람이 드물다. 그런데도 한 세상 살아오면서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면서 반성하고 남보다 잘 살아보자고 노력하는 사람도 많다. 자서전은 자기의 신상에 관하여 쓴 전기로 문학적으로 쓰여졌다면 더 많은 독자들을 감동시킬 것이다. 자신의 일생을 반성하고,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일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자서전에는 많이 기록되어 있다. 철학자나 혹은 유명한 문학자, 또는 인류를 위하여 크게 이바지하는 정치가들이 많이 썼지만 인생 자체가 위대한 승리만 꿈꾸는 게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자서전 형식을 빌려 쓸 수 있다. 일만 해온 사람보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조용히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이 드러난 글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삶의 승리는 사람이면 누구나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이름 없는 사람들의 자서전이 더 값질 수도 있다. 뒷날 내 친구가 보내온 자서전을 읽으면서 나는 바로 이런 책이 자서전이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살아오면서 여러 굽이에서 느낀 것들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고

    나보다 남을 위하여 배려하는 모습이 진솔하게 기록된 것을 보면서 온통 세상을

    움직일만한 일을 해낸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 아주 작은 일이지만 소중하게 생각하고

    차분하게 해낸 승리의 기록을 읽고 내심 기뻤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은 유명하다.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열 일곱 명의 남매 중, 열다섯 번째로 태어났다. 학교교육은 단 두 해밖에 못 받았다. 그런 그가 미국 헌법의 기초를 만들고, 대학을 세우고 우체국과 도서관 제도를 만들었다. 독학으로 노력하면서 20대에 열 세 가지의 삶의 목표를 세웠다.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온건, 청결, 침착,

    순결, 겸손이었다. 일생을 통하여 이 목표를 어떻게 실천했는가를 자서전에 썼다. 이 많은 것들을 실청하기 위하여 노력했던 프랭클린의 위대한 기록은 우리들의 교과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들도 이런 크고 작은 목표를 세워 실천하면서 기록한다면 훌륭한 자서전이 된다. 모든 사람들이 자서전에 실릴만한 일을 하겠다고 나서면, 또 그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사회는 달라질 것이다. 정의가 살아나고, 믿음이 강물처럼 흐르고 근면과 청결, 겸손을 세상에 뒤덮을 것이다. 자서전 쓰기가 남은 인생을 살아갈 새로운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학박사 성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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