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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이 들어 / W. B. 예이츠

오늘의 쉼터 2011. 5. 14. 12:30

그대 나이 들어  /  W. B. 예이츠

 

 


그대 나이 들어 머리 희끗해지고 잠이 쏟아져
난로 옆에 앉아 꾸벅거리며 졸게 되거든
이 책을 꺼내 무릎에 놓고 천천히 읽으며
한 때 그대 눈동자가 지니고 있던 부드러운 시선,
그리고 그 눈동자가 만든 깊은 음영을 꿈꾸게나.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대의 기쁨에 찬
은총의 순간들을 사랑했으며
진실한 사랑이었든 설령 거짓이었든
그대의 아름다움을 사랑했었던가!
그러나 한 사람만이 진정
그대 안에 있는 순례자의 영혼을 사랑했으며
바뀌어지던 그대 얼굴의 슬픔을 사랑했나니


붉게 타오르는 장작 옆에 몸을 구부리고
조금은 슬픈 어조로 중얼거리게나.
어떻게 사랑이 그대에게서 달아나서
저 멀리 보이는 산 위를 거닐더니
무수한 별들 사이로 얼굴을 감추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