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문학관

보바리부인 - 구스타프 플로베르2

오늘의 쉼터 2011. 5. 14. 00:31

Madame Bovary - 구스타프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다음 날 말에 탄 보바리 부인과 로돌프의 모습이 마을 밖 숲에 나타났다.
어젯밤 샤를이 부인의 몸이 약하다고 걱정스럽게 이야기했을 때
로돌프는 승마를 하는 것이 건강에 가장 적당하니
생각이 있으면 집에 있는 말을 빌려 주겠다고 말하였다
남편 샤를은 좋아하면서 아내를 대신하여 감사해 하고 부탁했다.
그리고 오늘 두 사람은 말을 타고 이처럼 나타나게 된 것이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꽃이 만발한 들을 지나니 빽빽이 우거진 울창한 나무 숲이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
두 사람은 말에서 내렸다. 로돌프는 말을 잡아맸다.
그녀는 오솔길 사이의 이끼 낀 곳을 걸어갔다.
스커트 자락을 치켜 잡기는 했으나 너무 긴 탓으로 걷기가 불편했다.
로돌프는 그 뒤를 따라가며 양말 신은 그녀의 흰 다리의 윤곽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하였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어디를 가는 거에요? 이젠 그만 가요. 지쳤어요"
  돌아다보며 물었다.
로돌프는 아무 대답도 없이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 곳에는 노목을 잘라 눕힌 것이 많았다.
두 사람은 자빠져 있는 나무 기둥에 걸터 앉았다.
로돌프는 자기의 사랑을 그녀가 놀라지 않게 조용조용하게 이야기하였다.
그녀는 흩어진 톱밥들을 발 끝으로 걷어차며 듣고 있었다.
  "두 사람의 운명은 이제 하나로 되지 않았습니까?"
  로돌프는 단정적으로 물었다
  "아녜요. 잘 아시면서 그건 안 될 말씀이에요"
  그녀는 일어서서 돌아가려 했다.
로돌프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잠시 황홀한 눈매로 사나이를 바라보던 부인은 갑자기
  "아아 그 이야기는 그만해요. 말은 어디 있어요? 돌아가요"
  로돌프는 화난 듯이 당황한 몸짓을 하였다.
그리고 이상한 미소를 띄우며 양팔을 활짝 벌리고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더듬거렸다.
  "어머 무서워요. 그러지 마세요. 자 이제 돌아가요"
  "하는 수 없죠"
  그는 야릇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평상시와 같은 은근하고 부드럽고 서먹서먹한 태도를 취했다.
그녀는 그제야 안심하고 그에게 팔을 걸치며 돌아가려 했다.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저의 사랑을 믿지 않으십니까? 제발 제 말을"
  그는 팔을 벌리고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두 사람의 말은 나뭇잎을 뜯어 먹고 있었다.
  그는 거기서 조금 떨어진 연못가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연못 수면에는 풀들이 파랗게 떠 있었다.
시들은 수련이 동심초 사이에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풀을 밟는 두 사람의 발소리에 개구리가 뛰어서 숨어버렸다.
  "제가 나빴어요. 당신의 말을 받아들이다니 아무래도 제가 좀 돈 것이 아닌지 몰라요"
  "왜요?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아아 로돌프 씨 저는 어떡하면 좋아요?"
  그녀는 남자의 어깨에 기대며 조용히 말하였다.
스커트 자락이 로돌프의 옷에 감겼다.
그녀는 풀밭에 반드시 누워 하얀 턱을 뒤로 젖혔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정신없이 흐느끼면서 오들오들 몸을 떨고 있었다.
 
초저녁 어둠이 사방에 스며들었다.
그녀는 심장이 또다시 뛰고 뜨거운 피가 온 몸을 감도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그들은 돌아가려고 일어섰다.
말을 탄 그녀의 모습은 매혹적이었다.
날씬한 상반신을 똑바로 하고 한쪽 다리는 갈기 위에 얹었다.
저녁 노을에 비친 얼굴은 발그레하게 상기해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한잠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현기증이 이는 것 같은 정오의 기억이 아직도 온 몸에 감도는 것을 느끼고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녀는 머리맡에 거울을 집어 들었다.
거울에 비친 자기의 얼굴을 보고 그녀는 놀랐다.
'어마, 내 눈이 어쩜 이렇게 클까? 그리고 이렇게 깊을까?
정말 나도 파리의 어디에 갔다 놓아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거야'
 
그녀는 처음으로 자기의 얼굴에 도취되었던 것이다.
  '아아, 나에게도 애인은 있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단 말야'
 
그 말을 되풀이하며 처녀 시절부터 꿈꾸던 일이 지금에야 실현된 것처럼 생각했다.
오랜 시일을 억눌려 막혀 오던 사랑의 둑이 기쁨에 넘쳐 한꺼번에 홍수를 이룬 것이다.
그녀는 사랑의 흥분 속에서 후회도 두려움도
그리고 고민도 느끼지 않는 사랑의 포로가 된 것이다.

그 다음 날도 승마를 핑계로 그녀는 새로운 기쁨의 밀회를 했다.
뜨겁고 긴 포옹이 끝나자 그들은 맹세를 했다.
영원히 변치 말 것을.
  "로돌프, 당신은 나의 슬픔을 모르실 거에요.
숨이 막힐 것 같은 울타리에 갇혀 있는 한 마리의..."
  "엠마, 아무 말도 말아요. 아무 말도"
  그녀의 이야기를 막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엠마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로돌프, 다시 한 번 제 이름을 불러 주세요. 사랑한다고 해 주세요"
  "엠마, 사랑해요. 사랑해요. 엠마!"
  밀회는 행복의 불꽃처럼 즐거웠다.
  그 날부터 두 사람은 매일 저녁 편지를 교환하기로 했다.
그녀는 뜰 가장자리의 개울 옆 울타리 사이에 편지를 끼워 두고
로돌프는 그것을 가져가면서 편지를 두고 간다는 것이다.
 
어느 날 새벽 남편 샤를이 환자의 집으로 왕진을 가자
그녀는 갑자기 로돌프가 만나고 싶어져 유세트 장으로 달려갔다.
풀밭과 농장의 뜰을 지나면 로돌프의 집 현관이 있고
그 곳에서 큰 계단이 이층으로 통하게 되어 있다.
그녀는 살며시 문을 열었다.
커다란 침대에 로돌프가 잠들어 있었다.
  "로돌프, 제가 왔어요"
  난데없이 로돌프를 부르는 소리에 그는 벌떡 일어났다.
  "아아, 엠마, 어떻게 왔소? 잘 왔소"
  하고 그는 말했다.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녀는 그의 목에 매달리며 소리쳤다.
  남자는 새벽에 피어난 한 떨기 꽃과도 같은 이 아름다운 여인을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았다.

이처럼 대담한 행동에 성공하자 그녀는 남편이 아침 일찍 외출할 때마다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는 개울로 통한 돌층계를 밟아 내려갔다.
로돌프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소를 무서워했다.
도중에 소가 있으면 숨을 죽이고 뛰어갔다.
이슬 길에 옷자락을 적시는 일이 마치 행복에 젖는 것처럼 즐거웠다.
언제나 그녀가 이렇게 헐떡이고 찾아가면 로돌프는 항상 자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가면 로돌프는 새벽 이슬에 젖은 그녀의 머리를 바라보며
  "엠마, 오늘 아침은 더 예뻐 보이는군.
엠마가 오면 이 방 안이 봄을 맞는 것처럼 훈훈해지거든. 자아, 나의 귀여운 엠마!"
  하며 그녀를 끌어당겨 가슴에 안았다
여자의 머리에 맺힌 이슬 방울이 보석처럼 빛나고
생기에 넘치는 미인의 얼굴을 더욱 아름답게 했다.
그리고 난 후 그녀는 방안을 자세히 살폈다.
가구의 서랍도 열어 보고 로돌프의 빗으로 머리를 빗어 보고
면도용 거울에도 모습을 비춰 보기도 했다.
헤어져 돌아오려면 십오 분이면 충분했다.
돌아올 때마다 그녀는 언제나 눈물에 잠겼다.
일생 동안을 그의 곁에서 떠나고 싶지가 않았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무서운 힘이 자기의 등을 로돌프에게 밀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울 동안 일 주일에 서너 번씩 로돌프는 해가 저문 뒤 그녀의 집을 찾아왔다.
그는 그녀에게 신호로 모래를 창문에 끼얹었다.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때로는 잠시 기다려야만 할 때도 있었다.
남편인 샤를이 왕진도 안 가고 난로 옆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몸이 달아 안달을 하면서도 천연스레 화장을 하고
책을 들고 침착하게 재미있는 듯 읽었다.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샤를은 잠시 후 자리에 들어가 벽을 바라보고 잠이 든다.
남편이 잠이 들기를 기다려 그녀는 가슴을 두근거리며 살짝 빠져 나갔다.
로돌프는 그녀가 나오면 큰 망또로 그녀를 푹 싸서 허리를 껴안고 마당 구석으로 간다.
 
사랑에 도취된 그녀는 무척 센티멘탈해졌다.
조그만 초상화를 교환하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잘라서 주기도 했다.
후세를 약속하는 뜻에서 진짜 결혼반지를 갖고 싶어했다
그녀는 몰라보리 만큼 아름다워졌다.
많은 여자를 경험한 로돌프도 이렇게 아름답고 순진한 여자를 겪어 본 적은 없었다.
그녀의 진실한 연애는 그에게 있어서도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밀회는 로돌프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 띄거나 소문이 나는 일 없이 계속되었다.
그와 동시에 남편에 대한 그녀의 경멸과 냉대는 날이 갈 수록 더해졌다.
샤를이 어떤 환자의 수술에 실패했을 때 풀이 죽어서
수염이 꺼칠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자 그녀의 불만은 절정에 이르렀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무능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을까
지금까지 쉴 새 없이 희생을 하고 꽃다운 젊음을 썩히다니
나는 이렇게 참고만 있어야 한단 말인가"

그녀는 이제 출구를 원하고 있었다.
로돌프를 만나자 그녀는 마음먹은 것을 얘기했다.
"딴 곳으로 가서 살아요.
이젠 정말 이렇게 밀회하기에 정말 싫증이 나서 견딜 수 없어요. 먼곳으로 가요"
그녀는 정말 샤를의 곁을 떠나고 싶었다.
로돌프와의 밀회가 있은 다음은 더욱더 그랬다.
뾰족하고 긴 손, 텁수룩한 수염, 멍한 눈. 그와 반대로 로돌프의 남자답게 헌칠한 이마,
까만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얼굴, 건장하고 멋있는 몸집.
그리고 잠자는 듯한 남편의 정욕과 달리 사자처럼 맹렬하고
불꽃처럼 튀는 로돌프의 정열 그녀는 초조하고 겁이 났다.
그를 놓친다면 그녀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로돌프,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을 만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시겠어요?
이렇게 당신을 만나고 돌아서면 또 금방 당신이 보고 싶어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아요"
그녀는 로돌프에게 매달려 졸랐다.
로돌프는 보바리 부인의 정열에 끌려 함께 달아나기로 했다.
로돌프 같은 호색한도 이처럼 아름답게 다듬어진 보석과 같은 여인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로돌프는 마차의 좌석을 미리 사두고 여권도 내어 마르세이유로 같이 갈 계획을 세웠다.
로돌프는 출발을 이틀 앞둔 토요일에 찾아왔다.
그는 준비가 덜 되었다고 2주일을 더 연기했다.
그 다음에는 몸이 불편하다고 2주일을 연기했다.
또 다시 세번째는 급한 일로 어디를 갔다 와야겠다고 2주일을 연기했다.
로돌프는 이제 그녀에게 싫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의 성격으로 한 여자에게 얽매어
마음에 없는 객지 생활을 한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더 연기할 도리도 없고 해서 드디어
다음 월요일에는 무조건 출발하기로 했다.
  떠나기 전날 밤 그들은 만났다.
  "준비는 다 됐어요?"
  "으음"
  "잊으신 건 없어요?"
  "으음"
  "정말이죠?"
  "물론"
  둘은 화단을 한 바퀴 돌고는 축대 옆에 가서 앉았다.
그녀는 우울한 것 같은 로돌프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그러나 조용히 물었다.
  "로돌프 당신은 슬프세요?"
  "그럴 리가 있소? 왜? 내가 그렇게 보이오?"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그의 눈은 다른 때와 달리 침착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이 사랑하던 온갖 것 당신의 생활을 버리고 갈 생각 때문에 그러시죠?
알 수 있어요. 그 심정 그러나 저는 이젠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어요.
제게는 당신만이 있을 뿐이에요.
제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은 모르실거에요"
  "오, 귀여운 나의 엠마"
  로돌프는 그녀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그녀는 요염한 몸짓으로 살포시 안기며 다짐했다.
  "저를 영원히 이 행복 속에 가둬 주세요. 네? 그렇다고 맹세해 주세요"
  "사랑하다 뿐이오. 마음과 몸을 다 바쳤는데. 엠마. 당신이 더 잘 알면서"
  열두 시에 종소리가 울렸다.
두 사람은 월요일 아침 마차를 타고 이 마을을 떠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용기를 내요, 엠마.
용기를 나는 당신의 생활을 파괴하고 당신을 불행으로 이끌고 싶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만일 후회를 한다면 고통 속에서 우린 얼마나 괴로워해야 될 것인지?
아마 당신이 사회에 흔해 빠진 천하고 경박한 여성이었다면
나는 내 편리한 대로 도피 행위를 실행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엠마. 그 동안 우리는 진실했습니다.
긴 날이 지나면 같이 앉아 지난 날을 얘기하며 다정한 친구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엠마. 우리의 지난 날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우리는 같이 떠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당신이 이 편지를 읽으실 즈음 저는 먼 곳으로 떠난 다음일 것입니다.
당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마음이 호수처럼 담담해질 때 돌아오겠습니다.
이것이 두 사람을 위한 행복이 아닐까요? 안녕'

다음 날 오후 그녀는 부엌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이 때 로돌프는 머슴 아이를 시켜 과일 바구니와 함께 이런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그녀는 미친 듯이 자기 방으로 뛰어갔다.
그 곳에는 공교롭게도 남편이 있었다.
그녀는 후다닥 뛰어나와 3층으로 해서 헛간에 들어갔다.
마음을 단단히 가다듬으며 그녀는 창가에 기대어 편지를 읽었다.
분노와 증오가 가슴을 에워싸고 불길을 이루었다.
로돌프의 배신 그러면서도 그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손에 든 편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면서도 다시 한 번 읽으려고 했으나 머릿속이 어지러워 읽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죽고 싶었다.
창으로 뛰어내리려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 때 아래층에서 하녀가 부르는 소리에 위기를 모면했다.
억지로 저녁 식탁에 앉았을 때 집 옆으로 파란 마차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 마차 속에 여행 준비를 한 로돌프를 발견하는 순간 보바리 부인은 기절하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병석에 눕게 되었다.

한 달쯤 지나서 그녀는 겨우 침대 위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점점 회복되어 낮에도 몇 시간 일어나 앉아 있을 수도 있었다.
하루는 다른 때보다 기분이 좋다고 해서 샤를은 그녀를 부축하여 뜰을 거닐었다.
정원 깊숙이 의자 옆까지 왔다.
그녀는 조용히 머리를 들고 멀리 바라보았다.
지평선에는 여기저기에 낙엽을 태우는 연기가 오르고 있었다.
  "여보 여기 좀 앉읍시다"
  "싫어요 거긴"
그녀는 별안간 눈앞이 캄캄해 오는 것을 느꼈다.
그 통나무 의자는 로돌프와 몇 번이나 뜨거운 키스와 몸과 마음이 녹을 듯한 포옹을 하던 자리였다.
그 날부터 그녀는 병이 더 커졌다.
병세는 심해 그녀도 주위의 모든 사람도 그녀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성체를 받고 싶어했다.
신부가 불려오고 형식적인 식이 거행되었다.
성체를 받은 후 그녀의 건강은 눈에 띄게 회복되어 갔다.

그 다음 해 이른 봄 그녀는 완쾌했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반대로 신앙심이 깊은 여자가 되었다.
그녀는 마을에 가난한 가정을 위해 옷도 만들어 보내고
난산으로 고생하는 집에는 장작을 보내 주기도 했다.
남편 샤를에게는 착한 아내가 되고 딸 베르트에게는 좋은 엄마가 되었다.
건강하고 명랑해졌으며 얼굴에는 화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이 그 여자에게 근본적인 안정과 만족을 갖다 주지도 못했다.
 
어느 날 그녀는 샤를과 함께 유명한 라가르디의 오페라단이
루앙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경을 갔다.
그 곳 극장에서 그녀는 파리에 간 그 옛날의 레옹을 만났다.
레옹은 파리에서 공부한 후 이곳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바리 부인은 맵시 있게 차려입은 레옹을 보았을 때 지난 날의 연모가 다시 살아옴을 느꼈다.
레옹도 자기의 심정을 고백할 용기가 없어서 헤어지고만 여인을 우연히 다시 만날 것을 기뻐했다.
  "아니, 어떻게 해서 당신이 여기에... 그럼 루앙에 와 계신가요?"
  "네"
  "언제부터?"
  "조용히"
  하고 옆 사람이 말했다.
오페라의 막이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부터 그 여자는 벌써 무대에는 관심이 없었다.
 
레옹을 처음 만나던 때 딸의 유모의 집으로 가다가 만나서 산책하던 일,
날로 옆에서 마주 앉아 얘기하던 일, 정자 밑에서 책을 읽던 일,
레옹과 관계는 모든 것이 조용하게 조심스러웠고, 귀여웠던
그 가련한 연정이 가슴을 울렁대고 살아나는 것이다.
샤를은 일이 바쁘기 때문에 오페라를 더 구경하겠다는 그녀를 루앙에 맡겨 두고 먼저 가버렸다.
 
다음 날 레옹은 그녀의 호텔로 찾아왔다.
삼 년만의 해후에서 레옹은 파리에서 익힌 기교로
그리고 그녀는 로돌프와의 경험에서 얻은 용기로 그들의 사랑은 거침없이 불꽃을 튀겼다.
  "저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었으나 여인숙에서 만나던 그 때부터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레옹의 고백을 듣자 보바리 부인은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저도 눈치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음성은 부드러웠다.
  "그러나 저는 이제 할머니가 다된 걸요.
레옹 당신은 아직 젊어요. 저 같은 것 잊어버려야 해요.
젊고 싱싱한 새로운 여자를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을 텐데"
  "천만에요. 저는 파리에서도 언제나 당신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마, 당신은 정말 철부지로군요. 우리가 서로 결합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입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눈은 레옹을 더듬고 있었다.
레옹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끼고 그녀를 포옹하며 애무하려 했다.
그러나 레옹의 애무는 장년의 로돌프처럼 대담하지 않고 성급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젊은이답게 약간 겁을 먹은 듯 조심스럽게 그녀를 애무했다.

레옹의 내향적인 성격이 그녀에게 커다란 유혹이었다.
남자가 이렇게 아름답게 보이기도 처음이었다.
그의 손길에서 그녀를 차지하려는 정욕으로 붉게 물든 레옹의 뺨을 내려다보며
엠마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아 정말 사랑스러운 젊은이야. 이 건장한 육체'
  그러나 거기에서 레옹을 그냥 돌려 보냈다.
그것은 그녀가 안간힘을 쓰면서 견뎌낸 이성 때문이었다.
 
다음 날 그녀는 레옹과 함께 이 마을의 오래되고 유명한 사원을 보러 갔다.
그 사원을 나오자 두 사람은 마차를 탔다.
이 마차는 상자형이었는데 타자마자 레옹은 커튼을 내려 버렸다.
  "어디로 갈깝쇼?"
  "어디든지 좋은 곳으로 갑시다"
  마차는 그랑 퐁 거리를 지나 데자르 광장 나폴레옹 강둑 그리고
뇌프 다리를 지나 피에르 코르네이유의 상 앞에서 멈췄다.
  "좀더 달려"
  안으로부터 열에 들뜬 소리가 났다. 마차는 다시 움직였다.
라파예트 광장 네거리를 지나자 길을 똑바로 달려 옆으로 들어갔다.
  "더 앞으로 가"
  안에서는 여전히 고함을 질렀다.
  마차는 철둑을 지나 가로수 길을 천천히 달렸다.
마부는 이마에 땀을 씻으며 가죽 모자를 무릎 사이에 끼고 물가 잔디밭 가까이 갔다.
식물원 앞에서 세 번째로 섰을 때
  "더 가!"
  전보다 더 강하게 마차 안에서 소리쳤다.
마차는 그대로 달렸다.
왔던 곳을 또 오고 또 달리고 그래도 안에서는 다 왔다는 말이 없다.
마부는 하는 수 없이 달린 곳을 또 달리고 쉴 새 없이 채찍질을 했다.
  마부와 말은 똑같이 피로해져서 견딜 수가 없어졌다
  "젠장 병들이 났나?"
  혹시 병이나 난 것이 아닌가 해서 마차를 세우면
  "더 가 앞으로 더 가"
  안에서 소리를 버럭 지르는 바람에 마부는 앞으로 달리면서 울상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도 커튼을 내린 마차가 몇 번이나 같은 곳을 지나가기 때문에
이상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