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오늘의 쉼터 2011. 5. 7. 21:08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갑자기 닥쳐온 한파로 인해 그렇게 시끄럽게 붐비던 거리에는

    사람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진다.

     

    땅거미가 몰려오고,

    인생의 황혼을 맞고있는 할머니 한분이 리어카에 담은 폐지를 수북이 쌓으며,

    추위도 잊은 듯발그스레한 얼굴에 미소까지 띄고 있다.

     

    "오늘은 참 운이 좋은날이야..""

    얼어붙은 손이 안타까워 붕어빵을 건네는 내게,

    추운 날씨 덕분에 폐지 줍는 할아버지와의 경쟁(?)이 없어져서

    평소보다 2배나 많이 주었다며 행복해 하신다.

     

    앞니가 2개뿐이고, 이마엔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를 보며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나이란 무엇일까?"를 화두처럼 되 네이며,

    어둠이 내려오는 거리를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오늘 아침, 거울 속에 비쳐진 내 눈가에 또 다른 주름 하나가 생겼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노화(aging)는 우리 인간이 겪어야 할 숙명이며 자연의 섭리이기도 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먹은 나이만을 더할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는 진정한 나이가 뭔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태어나서 유년기와 청·장년기를 거쳐 노년에 이르기까지

    나이가 더해 가는 것을 나이를 먹어가는 것, 즉 노화라고 한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나이가 있다.

    연대적 나이(Chronological age)는 출생한 생년월일에 따라 지워지는

    보통의 우리가 나이라고 불리는 불가항력의 나이다.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는 우리 몸의 나이며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불혹을 훨씬 넘긴 70대의 노인도

    젊고 발랄한 20대의 몸을 가진다는 게 바로 이런 의미가 아닐까.

    폐경이 지난 60대의 할머니도,

    톨스토이를 읽으며 부활과 사랑을 꿈꾸는 것은,

    바로 정신적인 역동에서 본다면

    10대의 소녀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신적 나이(psychological age)이며,

     

    10대의 소녀가장이 허기진 동생들의 배를 채우는

    따뜻한 어머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정서적 나이(emotional age)이다.

     

    꼬부라진 허리를 펴야할 80대의 할아버지가 마라톤을 해서 완주한다면,

    신체적(physical age) 나이는 젊고 혈기 있는30대가 되며,

    벤처분야에서 성공한 20대가 사회적 고명한VIP대접을 받는 것은

    사회적 나이(social age)다.

     

    이렇듯 나이는 어리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젊음의 기운을 유지하면서 노화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지혜롭게 나이를 먹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진시황제가 바라던 그 '불로초'가 아닐까.

     

    일본의 90을 넘어 시작한 시 쓰기로 책을 낸 늦 깎기 시인 할머니를 본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에 따라 행복의 양이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나이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내 입가에 미소가 흐르는 것은

    이제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20대의 젊음을 100세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간의 체험을 우리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 <사랑의 유람선>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하려고 한다.

    다 같이 승선하여 <아름다운 동행>을 하신다면

    수평선 저 너머에서 푸른 초원이 여러분들을 반길 것이다.

     

    우리 다함께 푸른 초원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보여주시지 않으실래요.

     

    <소화기내과 전문의 박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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