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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손녀 이해경 여사

오늘의 쉼터 2011. 5. 3. 21:32

 

 

 

"나는 '프린세스'가 아닙니다. 왕조는 오래 전에 끝났습니다."

고종과 귀인 장씨 사이에 태어난 의친왕의 딸로, 현재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이해경 여사(82)는 2월18일 컬럼비아 대학 한국학생회가 주최한 강연회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이 여사는 "(왕족이었지만) 내 인생은 처음부터 혼란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고독했고 그나마 특별한 경우에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모친은 불미스러운 일로 궁에서 쫓겨나 열세 살 이후에는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1945년 광복은 그녀와 왕족들에게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난생처음 생계를 위해 궂은일을 해야 했다.

그 즈음 부친의 뜻에 따라 약혼을 했지만 이 여사는 결혼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한국전쟁이 터졌다.

부산으로 피란한 그녀는 우연히 미군 사령부에서 사서로 일하다가,

 한 미군과 교회의 도움으로 1956년 텍사스로 유학했다.

 "가족과 과거로부터 도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조건 한국을 떠났고, 이후 한동안 가족에게 주소도 알리지 않았다"라고

이 여사는 회고했다.
1960년 말, 그녀는 컬럼비아 대학 동양학 도서관 사서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틈나는 대로 한국 역사책을 읽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책 속에서 조국을 발견하고 기쁨에 젖은 일도 있었다.

1996년 컬럼비아 대학에서 퇴직한 이 여사는 요즘 대학 부근에서 혼자 살고 있다.

여든둘의 나이. 어쩌면 마지막 공식 석상이 될지도 모를 '프린세스의 외출'에

청중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