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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겨 1호 할머니 65년 전 퀸 홍용명씨 감회

오늘의 쉼터 2011. 4. 29. 20:39

 

한국 피겨 1호 퀸 홍용명씨 감회

 

 

‘65년 전 퀸’ 홍용명씨 감회 “오래 살기를 잘 했지. 세상에 이게 웬일이야.”

 

 

팔순을 바라보는 할머니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국 최초의 여자 피겨스케

 

이팅 선수 홍용명(78·사진) 여사. 손녀뻘의 김연아(20)가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쇼

 

트프로그램 세계 신기록을 세운 24일, 그는 강원도 삼척의 집에서 오후 내내 리플

 

레이되는 김연아의 연기를 보고 또 봤다. 2분50초의 연기가 수없이 반복되는 동안 홍 여사는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역사가 된 자신의 인생을 회상했다.

 

 

◆65년 전 조선의 김연아=1932년 평남 안주에서 태어난 홍 여사는 중국 베이징에서 초등학교를 다

 

니며 피겨스케이팅을 배웠다. 45년 해방과 함께 귀국한 뒤 맞은 첫 겨울, 서울 덕수궁 연못 스케이

 

트장에 긴 부츠를 둘러멘 열세 살의 소녀가 나타나자 남성들의 시선이 일제히 모아졌다. 짧은 치마

 

를 입고 다리를 쩍쩍 벌리며 남자들 사이를 헤집고 다닌 그녀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며칠 내

 

그는 일대의 최고 스타가 됐다. 덕수궁이나 창경궁에 홍 여사가 떴다 하면 남학생들이 몰려들어 그

 

녀의 부츠 끈을 묶어주려 몸싸움을 벌였다. 이화여중 피겨스케이팅부 창단 멤버로 스카우트된 그는

 

48년 첫 전국여자피겨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57년까지 4번의 대회를 모두 제패했다. “그땐 뭐 기

 

술이랄 것도 없었어. 1회전 점프만 뛰어도 대단했으니까.”

 

 

 

 

웃지 못할 촌극도 많이 겪었다. 52년 한 대회에서 ‘야한’ 옷차림의 그녀를 본 군인들이 밤중에 숙소

 

를 덮치는 바람에 눈밭 위에 하얀 천을 뒤집어쓰고 누워 겨우 화를 면했다. 이듬해에는 얼어붙은 한

 

강에서 남자 선수 이해정과 페어 연기를 맞춰보다 ‘풍기문란’ 죄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일본 찍고 세계 무대로=홍 여사는 후진 양성을 위해 일찍 은퇴한 뒤 80년까지 피겨협회에서 일했

 

다. 53년 코치 홍용명은 제자 5명을 데리고 무작정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당시 전일본선수

 

권대회가 열린 삿포로로 이동해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팅을 배우러 왔다”며 대회에 참가시켜줄 것

 

을 요구했고 기어이 시범경기를 성사시켰다. “그때 일본 피겨스케이팅협회장의 말을 또렷이 기억

 

해. 당신 같은 분이 있는 한 머지않아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일본을 넘어설 날이 올 거라더군.”

 

 

홍 여사는 내친 김에 세계 무대 진출도 시도한다. 67년 열한 살밖에 안 된 장명수를 데리고 세계선

 

수권대회가 열린 오스트리아 빈으로 날아갔다. 장명수가 연령 미달로 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되자 그

 

는 이번에도 주최 측에 무작정 들이대 갈라쇼에 특별 출연하도록 했다. 부랴부랴 발레리나용 푸른

 

색 페티코트를 구입해 색동저고리와 함께 입혔지만 현지 반응은 ‘대박’이었다. 낯선 동양 소녀의 앙

 

증맞은 모습에 매료된 관중이 사인 행렬을 이뤘다.

 

 

“명색이 우리도 대회 참가자인데 태극기를 몰라 우리 자리에는 국기도 안 꽂아 주더라고. 어찌나 서

 

러웠던지. 그런데 저거 봐. (TV 화면을 가리키며) 우리 태극기가 막 펄럭이잖아. 우리 연아가 해냈

 

어. 연아에게는 아사다 마오(일본)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어. 음악과 표정, 몸짓이 마

 

치 하나가 된 것처럼 부드럽게 흘러가지.” ‘피겨 원조’의 눈에는 어느덧 굵은 물방울이 맺혔다.

 

 

삼척=김동환 기자 사진: ▲한국 최초의 여자 피겨 스케이터 홍용명씨가 젊은 시절 한강에서 스케이

 

트를 타는 모습. 홍씨는 이 사진을 보며 “1950년대 후반이었던 것 같다. 당시 개방된 한강에는 수많

 

은 구경꾼이 몰려 여자 피겨 선수를 구경했다”고 회상했다. [홍용명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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