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노는 주몽보다 8살 연상의 돈 많은 과부
고구려 건국시조 고주몽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는
MBC 월ㆍ화 대하드라마 '주몽'이 종영을 보면서 드라마는 시종일관 주몽을
의협심 강한 인물로 그렸다.
그의 이런 성격은 급기야 한나라 '식민통치'에 신음하는 고조선 유민들을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끌어안아 고구려를 건국하는 구도로까지 발전시킨다.
과연 주몽은 의리의 사나이인가?
기록에 남은 소서노(召西奴)와의 관계를 볼 때 고주몽은 그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8살이나 연상에다 이미 다른 남자의 아들을 둘이나 거느린
과부를 아내로 맞아들여 재산을 축적하고 그를 발판으로 나라를 건국한 다음에는
북부여에서 도망나올 때 헌신짝처럼 버리고 온 친아들이 뒤늦게 찾아오자 그를
세자로 세워 대권을 물려준 냉혹한일 뿐이다.
백제왕국의 건국사정을 전하는 삼국사기 권 제23, 백제본기 제1을 보면,
난데없는 유리의 등장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 소서노의 두 아들 비류(沸流)와
온조(溫祚)의 분노가 생생하다.
주몽의 친아들 유리가 등장하면서 고구려 왕국 내의 지위가 급속도로 흔들린 비류는
동생 온조에게 이렇게 말한다.
"처음 대왕(주몽)이 부여에서의 난을 피해 이곳(졸본부여)으로 도망해 오자
우리 어머니(소서노)께서 재산을 기울여 나라를 세우는 일을 도와 애쓰고 노력함이
많았다. 이제 대왕이 세상을 떠나고 나라가 유류(孺留. 유리)에게 속하게 되었으니,
그저 티눈 같은 신세가 되느니, 차라리 어머니를 모시고 남쪽으로 가서 땅을 골라 따로
나라를 세움만 못하다."
비록 양아버지 주몽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삼가고 있으나,
유리에게 대권을 물려주게끔 한 처사에 심한 분노를 느꼈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삼국사기 권 제13, 고구려본기 제1 동명성왕 조에 의하면,
주몽은 재위 19년(BC19) 여름 4월에 유리(類利)가 부여에서 그 어머니와 함께
도망해 오니, 기뻐하며 그를 세자로 책봉하고, 그로부터 불과 5개월 뒤인 같은 해 가을
9월에 향년 40세로 사망했다. 유리의 어머니, 그러니까 주몽이 부여에 있던 시절
맞아들인 조강지처는 기록에는 이름이 보이지 않는 대신, 성은 예씨(禮氏)라고만 전한다.
조강지처와 친아들의 등장이 주몽에게는 몹시나 반가운 일이었겠지만, 소서노-비류ㆍ온조
모자에게는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지경에 내몰린 것이다.
죽을 때 시점과 나이를 고려할 때 주몽은 BC 58년생이다. 고구려 건국은 BC 37년이라
했으니, 불과 22세에 나라를 건국한 것이다.
그렇다면 소서노는 어떤 사람인가? 이를 추적하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유리에게 밀려 결국 남쪽으로 어머니 소서노를 모시고 도망한 온조는 백제를
건국하니, 그 연대는 BC 18년이다. 주몽이 40세로 사망하고, 유리가 대권을 이은 바로
다음해에 해당한다.
삼국사기 초기기록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실정이지만, 고구려-백제 초기 사정을 보면
마치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들어간다.
어떻든 삼국사기 백제본기 온조왕 조에 의하면 온조왕 13년(BC 6) 봄 2월에 소서노는
61세로 사망한다.
이를 기준으로 소서노의 출생년을 구하면 BC 66년이 된다.
BC 58년생인 고주몽에 견주어 8살이나 연상이다.
"주몽이 처음 졸본에 도망해 왔을 때는 어머니가 재산을 기울여 나라를 세우는 일을 도왔다"는
비류의 말이나, 나이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주몽은 다른 남자의 아들을 둘씩이나 둔 연상의 과부를
자기 이익을 위해 매우 정략적으로 이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떤 기록을 봐도 당사자인 소서노의 심정을 전하는 말은 없다. 하지만, 아들 비류가
토로하는 주몽-유리 부자를 향한 분노는 곧 소서노의 분노로 보아도 무방하다.
고구려 건국 제1의 원훈공신인 소서노. 이런 그에게 새남편 주몽이 던져준 것은 배신이었다.
토사구팽의 전형인 셈이다.
하지만 소서노는 고구려와 백제 두 왕국의 실질적 국모(國母)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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