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군자란 꽃

오늘의 쉼터 2010. 6. 11. 09:16

 (6월 11일 금)

    군자란 꽃 며칠 전, 우리집 베란다 창가에 있는 군자란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려 온 집안이 향기로운 봄꽃 향기로 가득 채워졌다. 긴 꽃대에서 꽃망울이 처음 돋아날 땐, 파릇한 연녹색 빛깔이었던 것이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한 꽃대에서 꽃송이가 12송이까지 늘어나더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주홍빛 꽃망울로 활짝 피어난 것이다. 이 군자란은, 내가 이 아파트로 이사 올 때 가까운 친지로 부터 선물받은 것인데, 내가 군자란을 좋아하게 되고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군자란이 처음으로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2년전 봄 부터이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베란다 창틈으로 스며들던 어느 봄 날 창문을 열려고 베란다에 나갔었는데, 아무도 모르게 베란다 한쪽 구석에서 살짝 피어난 군자란 꽃을 처음으로 보게된 것이다. 보면 볼수록 우아하고 기품 있는 자태, 화려하면서도 단아함이 느껴지는 꽃망울 군자란이라는 꽃 이름이 주는 이미지처럼 군자의 품위를 은은하게 풍겨주고 있었다. 봄꽃이 다른 계절의 꽃들보다 더욱 아름답고 값지게 보이는 것은 겨우내 혹독한 추위와 풍설을 잘 견디어 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런 거짓이나 욕심없이 해가 바뀌고 철이 바뀔 때 마다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히 피고 지는, 꽃들의 짧은 생애를 지켜볼 때마다 삶에 대한 깊은 혜안과 자기 성찰이 느껴진다. 꽃은, 신이 우리 인간에게 베풀어 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인 것 같다. 미당 서정주 시인께서는 <국화 옆에서> 라는 님의 詩를 통해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봄부터 소쩍새는 울어야 하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도 그렇게 울어야 한다고 했는데 며칠 전에 우리 집 베란다 창가에서 아름다운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군자란 꽃도 자신의 고운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기 까지는 지난 1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산고의 아픔과 싸우며 견뎌내었을 것이다. <수필가 김안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