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농사는
요즘 나한테는 일복이 텄다.
해년대년 묵혔던 밭에서는 억새가 번져서 하늘을 가렸으며,
12~15m 높이로 키가 울쩍 큰 왕대나무가 바람을 가로막았다.
억망진창이 된 밭을 일궈야 했다.
쇠스랑을 힘껏 내리쳐도 꿈쩍도 않는 억센 억새뿌리를 캐내고,
왕대나무를 톱으로 잘라내어 뿌리를 뽑아내야만 했다.
올 봄은 예년과는 다르게 날씨가 유독히 고약해서 작업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날씨가 사나워도 봄은 봄이기에 묘목심기 제철인 시기를 놓치고는 싶지 않았다.
묘목 업자가 심어 주겠다는 시기는 벌써 지났기에
나는 더욱 기를 써서 밭 일구기를 빨리 마무리져야 했다.
3월 24일까지 바쁘게 대나무를 얼추 베어냈다.
3월 25일에는 땅을 파 뒤집는 기계차인 포크레인과
밭 흙을 잘게 부수는 기계차인 로타리 중장비를 빌려서 작업을 끝냈다.
키 큰 왕대나무와 키 작은 신누대를 베어낸 뒤
이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불 태우는 작업이 참으로 힘에 부쳤다.
인부도 없이 나 혼자만의 근력으로 일을 하자니 일이 마디고 힘이 더 들었다.
차 작업인 땅을 뒤짚고 억새뿌리를 잘게 잘라내고,
캐 낸 왕대뿌리는 밭 모퉁이에 피라미트처럼 높게 쌓아 올렸다.
앞으로도 후속 작업은 계속 남았다.
천몇백 평의 밭 흙을 깡그리 뒤집어 놓은 상태라지만
표면 위로 드러난 억새뿌리와 왕대뿌리를 조금이라도 걷어내야겠다.
로타리 쳐서 잘게 잘라지고 마디진 억새와 대나무뿌리라도,
흙냄새를 맡으면 얼마 뒤에는 새싹을 튀우기 마련이다.
새싹이 점차로 번지면 지금껏 작업했던 것들이 모두 공염불이 될 터.
포크레인 업자가 작업하지 않은 밭 가장자리의 고랑은
내가 삽으로 흙 퍼 올려서 물 빠짐이 수월하도록 해야 하는 작업도 남았다.
묘목업자가 조만간 예닐곱 명의 인부를 동원해서 묘목을 심을 때에
작업이 쉽도록 밭일구기를 더 깔끔하게 마무리해야겠다.
묘목을 심은 뒤에도 밭일은 계속 될 게다.
지난 가을에 채종하거나 장에서 사 왔던 무, 배추, 더덕, 도라지, 아욱,
상추 등의 씨앗을 뿌리고 씨감자를 四角으로 잘라서 땅에 묻어야겠다.
밭 가운데에서 움이 트는 연산홍 등의 화목은 밭 가장자리로 옮겨 심고,
구절초, 당귀 등의 산약초도 증식켜야야겠다.
겨우내 자랐던 잡초를 걷어 내고 화목 밑둥의 부위에는 흙으로 북돋아 주어야겠다.
이른 봄철부터 농촌에서의 일거리는 끈질지게 이어진다.
오래 묵혔던 채전밭에는 소채류와 花木을 심어 키우고 싶다.
초보이며, 엉터리 농사꾼인 나한테는 모든 게 새롭고, 그 작업은 더디며 지난했다.
퇴직하여 향리로 내려 갔으므로 오랜 동안 방치되고 버려진 밭이라도
이제라도 제대로 가꾸고 싶다.
어제(3월 27일) 장날에도 장에 나가서 골담초 뿌리를 캐 달라고 장사꾼한테 부탁했다.
골담초 뿌리를 밭에 심어서 잔가지가 무성하게끔 키워 낸 뒤
내년 봄에는 잔가지를 한뼘 길이로 잘라서 삽목, 증식해야겠다.
골담초는 개나리꽃잎처럼 작고 노랗고, 앙증맞아서 예쁘며,
또 억세게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서 생울타리용으로도 활용된다.
봄철 농사짓는 일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산문쓰기도 농사만큼이나 힘이 든다.
모두 애정을 갖고 정성을 들여야만 하는 이치는 똑같다.
散文을 제대로 쓰려면 끊임없이 생각해야 된다, 삶의 터전에서도.
<수필가 최윤환>
**************************************
가족 여러분...
정년퇴임을 하고 고향으로 내려간 초년 농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씨를 뿌리는 봄철의 농촌 풍경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수요일, 양재동 꽃시장이라도 다녀올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