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칼 가는 散文人

오늘의 쉼터 2010. 4. 6. 21:01

    칼 가는 散文人 작은 칼을 숫돌에 갈아 칼집에 꽂아 놓았더니만 아내는 그 칼로 밭에서 흙을 쑤시고 냉이뿌리를 잘랐다. '칼날이 다 버려졌네. 날이 무뎌진 칼은 숫돌에 갈아도 나중에는 잘 안 들어.' 하면서도 숫돌에 다시 갈았다. '그럼 냉이 캐는 칼 하나를 사 주세요.' 하는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었다. 어제는 시골장날. 장터에는 없는 것 빼놓고는 있는 것은 다 있었다. 냉이, 달래, 애호박, 생선 비린 것, 사지를 절달한 개고기, 허름한 옷, 야생화 들꽃, 싸구려 구두는 물론이고 뻥튀기 소리도 장터 한 구석을 차지했다. 나는 좌판 농기구 앞에서 식칼을 눈여겨 보았다. 싯벌겋게 달아서 쇳농이 떨어지는 쇠를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망치로 두둘기고, 찬물로 담금질했을 성싶다. 매끈한 손잡이가 있는 작은 칼날이 섬뜩하게 잘 들 것 같았다. 왼손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으로 칼날을 살짝 문질렀다. 섬뜩하는 순간에 살을 깊에 베어 핏방울이 밸 것 같이 날이 잘 섰다. 삼천 원. 나는 날카로운 칼을 보면 사고 싶다. 칼을 눈여겨 보고, 손끝으로 살짝 문질러 보기를 병적일 만큼 좋아했다. 나한테는 잘 드는 칼일수록 손을 다치지 않는다, 그만큼 조심하기 때문이다. 칼을 좋아하는 이유다. 칼과 文學과는 하등의 연관이 없는데도 나는 연관짓고 싶다. 칼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듯이 글쓰기도 치밀, 정밀, 날카롭게 다듬기를 한다는 뜻이다. 칼을 무심코 다루다가는 자신의 살을 베듯이 글쓰기도 실수하면 구설수에 오르거나 다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논리이기에 나는 칼을 숫돌에 갈았다. 이런 논리이기에 나는 산문쓰기를 두려워 하고, 글쓰기 책을 곁에 두었다. 시골집에는 날이 선 칼과 날이 무딘 칼이 잔뜩 있다. 나는 마음의 글을 쓰려고 날카로운 칼인데도 또 숫돌에 갈고, 노모는 하도 심심한 세월을 잊으려고 무딘 칼로 또 냉이를 캔다. <수필가 최윤환> ************************************** 가족 여러분... 농부의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다고 합니다. 뭔가를 얻으려면, 준비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날 선 칼날을 만들기 위한 농부의 정성스런 마음과 한 줄의 글에 모든 것을 쏟는 문인의 마음이 정말 같아 보이네요. 화요일, 흙과 농부 그리고 문인을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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