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手의 꿈은 무엇일까?
오늘도 그랬다.
지난 해 정초에 동우회에 들러서 년간 회비를 냈을 때
사무실을 혼자서 지키던 직원은 pc 바둑을 두고 있었다.
회비로 낸 지폐 몇 장을 책상 위에 밀어 놓고는
한 손으로는 쇼파 쪽을 가리켰다.
바둑이 다 끝낼 때까지 쇼파에 앉아 있으라는 뜻이었다.
하기사 상대방이 있는 바둑게임에서 일방적으로 게임을 중단하고
나를 맞이할 수도 없을 터.
내가 쇼파에 앉아서 우두커니 마냥 기다릴 성격도 아니었기에
간다는 뜻으로 고개를 숙인 다음에 사무실 도어를 바깥쪽으로 밀어냈다.
몇 개월이 지난 뒤 연회비를 안 냈다는 독촉편지를 받았을 때
나는 인상을 찡그렀다.
서울 상경한 뒤에 사무실에 들러서는 아무런 소리를 하지 않은 채
다른 직원한테 회비를 재차 냈다.
오늘도 그랬다.
그는 사무실에서 pc바둑을 두고 있었다.
삼매경에 빠진 그는 회비를 책상 위에 그대로 놔 둔 채
한 손으로 쇼파 쪽을 가리켰다.
나는 작년처럼 고개를 숙이고는 사무실을 이내 빠져 나왔다.
누가 회비를 냈는지를 알 수 있도록 메모조차 하지 않은 채
오로지 pc바둑에만 심취하는지 그 심리를 모르겠다.
평생을 바둑에만 전념했을 정도로 棋力이 전문 프로에 비견할 만큼의 고수라지만 업무를 등한시하면서까지 바둑을 두어서 얻는 게 무엇입니까 하고 묻고도 싶었다.
지나치면 오히려 아니함만 못하다는 옛말을 떠올렸다.
나 또한 지나침이 없는 지를 반성하는 날이 되었다.
<수필가 최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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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러분...
일에 몰입하는 사람은 일견 성공에 가장 근접해 있을 수 있지만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피해도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최윤환 수필가는 작년에 국방부를 정년퇴임하고
지금은 노모를 모시기 위해 서울과 고향인 보령을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노모만 혼자 계시는 보령에는 컴퓨터가 없기에
서울에 올라왔을 때만 글을 쓰고 있답니다.
노모를 모시기 위하여 보령에서 거의 기거하는
최윤환 수필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특히 감기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임수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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