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갈아주던 시숙♡
오늘도 조리대 앞에 서서 칼이 안 든다고 한숨을 쉰다.
서랍에서 검은 플라스틱으로 된 칼 가는 기구를 꺼내 혼자 갈아본다.
시숙께서 살아계실 때는 항상 날이 서 있던 칼이다.
벽에 못 하나를 박아주지 않는 남편은 칼을 갈아달라고 해도
‘나중에 나중에’ 만 연발 할 뿐 한 번도 갈아 준 적이 없다.
멀리 사는 시숙이 우연히 다니러 왔다가 칼이 들지 않는다고 투정하는
내 말을 귀담아 듣고 다음에 오면서 숫돌을 들고 와 칼을 갈아주었다.
그런 일이 있는 후 시숙은 칼을 하나 더 구입해 갈아 가지고 오셨다.
당신 집으로 가실 때는 쓰던 칼은 가지고 가고 다음에 올 때면 칼을
갈아 가지고 오셨다. 조심해 쓰라는 말씀과 함께 빙그레 웃으며
내어 놓으시던 시숙 얼굴이 지나간다.
어느 해던가. 성탄절 밤 시숙은 우리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양말을 벽에 걸어두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줄 거라고 하며 아이들을 재웠다.
다음날 아침 양말 속에는 시숙이 넣어둔 사탕과 초콜릿이 담겨 있었다.
병역을 마치고 성인이 된 아이들이 지금도 그이야기를 하며 꿈을 담아둔
큰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 곤 한다.
시숙은 술을 유난히 좋아하셨는데 결국 술 때문에
건강을 잃으시고 병원신세를 자주 지셨다.
직장에 다니던 동서는 시숙의 주치의와 상담을 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덜 바쁜 내가 주치의를 만나 병세를 확인하거나
환자를 돌보았으며 입 퇴원 수속하는 일은 맞게 되었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무표정했던 얼굴이 환한 얼굴로 변했다.
조금은 어수룩하고 천진해 보이던 그 눈빛은 나를 기다린
모습이 역력하다. 동서 대신 병원을 드나들며 병세를 물어보면
복수가 많이 빠졌다고 불거진 복부를 내민다.
부끄러움도 개의치 않고 웃옷을 훌렁 올리고 속살을 보이며 좋아했다.
나도 그런 시숙 배를 눌러 만지며 차도가 있음을 같이 기뻐했다.
치료 후 퇴원을 하고 몇 달 지나면 다시 입원하기를 반복 했다.
그 와중에도 술을 끊지 못해 병은 점점 악화 되었다.
시숙은 우리 집에 자주 오셨다. 제수와 시숙의 사이는 어려운 사이라고
했지만 십년이 넘게 나이 차이가 있어서인지 그런 것을 모르고 지냈다.
제수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귀여워함이 가득 배어있었고
나는 언제나 시숙이 친정 큰오빠처럼 느껴졌다.
가끔 친정식구와 시숙이 만날 때면 제수인 나를 칭찬하는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나를 ‘제수씨 제수씨’하고 불러 가보면
‘나 몇 천원만 주시구려.’ 한다. 술 한 잔이 생각나면 그렇게 나에게
막걸리 값을 청했다.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것 도 아니고 몇 천원을
청할 때면 오히려 내가 더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보니 내가 먼저
‘아주버님 막걸리 잡수시고 싶군요.’ 하며 막걸리 값을 건네면
조금은 머쓱해하면서도 고마워 하셨다.
우리가 처음 집 장만을 할 때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 2주간의 공백이
생겼다. 짐은 친구네 창고에 보관을 하고 큰댁 작은방에 있기로 했다.
큰댁이 방을 두간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어린 조카 두 명과
젖먹이가 딸린 우리 네 식구가 지내기는 좁았다.
더구나 한여름이 지나던 때였다. 마당한편에 월세를 받는 조그만
방이 있었다. 빠듯한 살림에 시숙의 가게에 보탬이 되는 방이었다.
그런데 시숙은 그 방을 빼서 2주간의 동생네 불편한 생활을 해결해
주었다. 경제적 손실이 있으나 동생네가 불편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는
형님의 판단이셨다. 덕분에 편하게 지냈지만 그때 일을 생각하면
고마움과 함께 항상 빚을 진 심정이다.
우리가 다시 새 아파트로 이사할 때 조그만 사각 화분에 선인장
모음을 꾸며 가지고 오셨다. 공작선인장 개발선인장 둥근 선인장 등을
적절하게 섞어 분재를 보는 느낌을 갖게 하였다.
정말 어느 분재보다 더 우아했고 아름다움을 풍기는 것이
마치 무슨 작품 같았다.
선인장 사이사이에는 하얀 조약돌이 반질반질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당신의 마음을 담아 주신 것이다. 경제적 능력으로는 부족했지만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어느 부자 못지않으셨다.
오늘 어설프게 칼을 갈자니 늘 나를 배려해서 칼을 갈아주던 시숙이
생각나 콧등이 찡해진다. 시숙의 십주기 기일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도 개발 선인장 끝에 연분홍 꽃들이 탐스레 피어났다.
두 손으로 꽃을 보듬던 남편의 눈가가 붉어지고 있었다.
< 시 인 이 희 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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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은 위대 합니다.
시숙과 제수씨는 멀고도 가까운 사람…
두 분의 사랑을 보고 있으니 훈훈함이 전해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창조도 하고 파괴도 하며
미음이 되는가 하면 기쁨도 사랑도 됩니다.
선인장의 연분홍 꽃을 떠오르니 사랑의 열매가 맺었습니다.
가족 여러분…
입춘추위가 김장독을 깬다더니 날씨가 매우 춥습니다.
오늘은 사랑이라는 뜨거운 난로로 추위를 녹여보십시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 이 규 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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