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 나 뚜

오늘의 쉼터 2010. 1. 13. 09:15

    ♡ 나 뚜 ♡                                             세상에 태어나서 두 살쯤 되니 아이가 제법 말 흉내를 내는데, 어느 날은 희한한 말을 해 식구들을 즐겁게 했다.  “아빠, 엄마, 하비, 할미, 꼬모, 시아… 나뚜!” 식구 한 사람 한 사람을 짚어가면서 녀석이 풀어놓는 말 보따리다. 꼬모는 고모, 시아는 누나. 그런데 ‘나뚜’라니. 녀석은 가족의 명칭을 짚어가다가 제 차례가 되자 가슴을 탁탁 치면서 나뚜! 했다. 이 녀석 이름은 동현이다. 그러나 ‘동현’이라는 호칭은 가족들이 자기를 부를 때 쓰는 말이지 그것이 자기 이름이라는 것은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언제부터인가 누나가 쓰는 말인‘나두’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아이의 반응을 어른들이 오냐오냐했고, 그 뒤로 아이는 나뚜가 자기에 대한 호칭이라는 느낌이 들게 된 것 같다. 이젠 놀리려고 나뚜야! 하면 동현이라 부를 때보다 더 빨리 반응한다. 이러다 정말 이름이 나뚜로 바뀔지 모르겠다. 박 ․ 나 ․ 뚜. 엄마부터 꼬모, 시아까지 가족의 명칭을 익힌 동현이는 최초의 의사표시로 ‘나뚜’ 라는 말을 했다. 시아는 네 살이 위다. 누나의 행동 하나하나는 녀석이 익혀두고 써먹어야 할 본보기 같은 것이었다. 자기 입으로는 할 수 없는 어려운 말들을 누나는 잘도 하면서 엄마 아빠로부터 아이스크림 같은 먹을거리나 장난감 등을 얻고 있었다. 녀석도 아이스크림 생각은 굴뚝같았으나 말을 못하기 때문에 속이 상했는데, 어느 날 누나가 하는 ‘나도’라는 말을 익히게 된 것이다. 녀석은 서서히 나도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도’는 동현이 입에서 ‘나두’로 표현되었다. 나두, 그것으로 얻고 싶은 것은 모두 얻었으니 속으로는 얼마나 즐거웠을까. 한 번 나두로 안되면 두 번, 세 번째는 ‘나뚜’로 된소리까지 해댔다. 나뚜야 말로 어른들과 통할 수 있는 자기만의 소통법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녀석의 누나인 세아는 달랐다. 세아는 동그랗게 생긴 모든 단추를 누르고 누름으로써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장난감의 동그란 스위치부터 음향기기, 엘리베이터의 버튼, 나중에는 엄마가 입은 옷의 동그란 무늬나 젖꼭지까지 누르고 있었다. 나는 이런 어린 아이의 행동을 버튼 속에 감추어진 인류 문명의 코드로 확대 인식하여 글을 썼던 일이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전혀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어른들에게 접근해온 것이다. 번데기 장사가 앞에 가면서 “뻔~”을 외치면, 숫기 없는 또 다른 번데기 장사가 뒤따르면서 “나두~”라 했다던가. 녀석은 누나를 따라다니며 “나두~, 나두~”를 수도 없이 종알거렸다. 그러면 자기도 누나처럼 대접을 받았기에. 말을 배우는 아이들은 제일 먼저‘맘, 엄, 마’라는 소리를 낸다. 이는 입을 막 뗄 때 나는 소리로 우리 글자에서는 ㅁ, 영어에서의 M으로 기호화된다. 비교언어학에서는 각 나라 언어의 생성과 유사성을 탐구하는데, 이를테면 음마, 마들, 마미, 맘미, 맘 등은 M 발음으로 시작되는 공통점이 있으며, 우리말 엄마와 유사한 소리 꼴이다. 송아지의‘으음메에~’소리도 어린아이가 내는 첫소리와 같은 경우일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엄마 다음으로 빨리 익히게 되는 말이 있다면 맘마일 것이다. 본능적으로 먹을 것을 찾는 과정에서‘엄마’와‘맘마’라고 부르고, 부모는 아이가 보내는 이 최초의 자기 표시를 무척 신기해한다. 아이는 차츰 아빠, 하비, 할미 순으로 말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결국 의사소통에까지 이른다. 저잣거리에서‘나두’라는 번데기 장사가 있다면, 윗동네 국회에는 나두라는 말을 대신하여 손을 드는 경우가 많다. 백성은 나랏일을 소신껏 잘해달라고 의원님들을 뽑아 국회로 보내고 높은 세비를 준다. 하지만 당리당략의 그물망에 걸려 소신은 뒷전으로 밀리고, 그 사안이 자기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당에서 시키는 대로 손을 드는 의원님들이 많다. 그래 그들을 뽑아 준 백성은 그래도 자기가 뽑았는데 누구를 탓 하냐며 뒤늦은 자책을 하곤 한다. 이런 속 빈 의원님들을 우리는‘자동 거수기’라 한다. 앞서 손자가‘나두’를 해 댄 것은, 녀석의 지각 능력이 아직 발달하지 않아서 보인, 본능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한 반사 행동이다. 유치원만 가게 되면 나두라는 말은 던져버릴 터. 아직 어리더라도 나름의 소신이 생겨나 때로는 고집도 부리고 또렷하게 자기표현도 해 내리라. 만약에 나이 들어서까지‘나두’를 입에 달고 살아간다면 지적 장애를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 하물며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행동거지를 보인다면 이를 야살 굳다고 만 생각하고 말 것인가. ‘자동 거수기’야말로 ‘나뚜’의 다른 표현이기에 말이다. 서양 아이들은 이럴 때‘미투’라 할까. 서양 국회의원들도‘미투’의 틀 속에서 안주하고만 있을까.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다.   <소설, 수필가 박 종 규> ^*^*^*^*^*^*^*^*^*^*^*^*^*^*^*^*^*^*^*^*^*^*^*^*^*^*^*^*^*^*^*^*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날 가르침이라는 것보다 보고 배운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보며 세상을 깨우치고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세상은 참으로 조심해서 살아가야 될 부분이라는 생각입니다 ‘자동거수기’라는 말 마음에 새기면서 우리 미래의 새별들에게는 보이기 싫은 아침 좋은 글 내려주신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가족 여러분... 오늘 날씨가 제일 춥다는 보도와 함께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하루를 생각해 봅니다. 한파 속에서 삶을 향해가는 임 들이 계시기에 오늘 하루가 행복해 지는 이 시간 추위 속에서 나라 지키는 군 장병들에게도 건강하게 씩씩하게 지내라는 말 전하며 하루를 엽니다. 날씨는 춥지만 마음은 훈훈한 날 되시고 건강하십시오^^ ♣ 이 규 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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