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억 여행과 20년 전 여행 ◈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는 말이 있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을에 추수한 식량이 바닥난 후
여름식량인 보리를 추수하기 전까지는 산나물로 죽을 쑤어
먹거나 풀뿌리, 소나무 껍질 등으로 허기를 달래야 했는데,
너무도 고단하고 굶주림에 지쳤던 이 기간을 보릿고개라 한다.
이 고개가 세상에서 제일 크다는 태산보다도 높아
넘어가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뜻이다.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도 이 시기에 유행한 말이다.
대부분 농가는 춘궁기에 식량이 떨어진다.
나 혼자만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양육해야 할 어린 자식이
밥 달라고 보채고, 산모의 젖이 안 나와서 젖먹이 애가
울부짖어도 양식을 꾸어올 데도 없고 꾸어줄 사람도 없다.
할 수 없이 여물지 않은 보리이삭을 태워서 가루로
만든 다음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넣어서 죽을 쑤어 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변(便)이 굳어져서, 배설할 때 항문이 찢어진다.
지금도 50대 이상 된 분들 중에는 당시 배변의
고통을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가장 비참한 가난을 표현할 때 우리는 흔히 이 말을 사용해 왔다.
보릿고개의 심각성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고 가족 전체의
문제라는 점 또 영구히 해결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있었다.
오죽했으면 열 살도 안 된 어린 자식을 양자로 보내며
생이별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을
식모살이나 종살이로 보내야만 했을까?
먹는 것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다.
검정고무신에 꿰맨 양말, 헤어진 속옷에는 이가 득시글거렸고
깽깽이라 부르던 바이올린에 손풍금으로 부르던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약장수의 순회공연이 최고의
첨단문화로 설렘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금은 그저 낡은 소설에서나 접할 듯 한 참혹한 시절이었지만
그러한 굶주림 속에서도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다.’고
할 정도로 가족 친구 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대단하였다.
자살했다는 뉴스는 어디에도 없었다.
못 배우고 부족한 것은 많았어도
마음은 늘 따뜻했고 행복했던 것이다.
요즈음은 물질적으로 많이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세상은 오히려 더 삭막해졌고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끔찍한 범죄와 자살이 늘어나고 있으며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모든 가치를 돈에만 두고,
돈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 들기 때문이다.
정말 돈만이 이 세상의 최고일까?
만약 자신의 생애 단 한 번 30일간 20억이 드는 최고급
여행과 20년 전으로 돌아 갈 수 있는 여행이 있다면
여러분들은 과연 어떤 여행을 택하고 싶은가?
20억 여행은 상상만 해 보아도 즐겁다.
전용 제트기와 운전기사가 딸린 마이바흐 승용차로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나이아가라 폭포,
이구아수 폭포, 빅토리아 폭포, 영국의 스톤헨지 등을 포함하여
전 세계의 가장 매력적인 도시를 둘러본다.
크루즈를 타고 화려한 파티를 즐기며 지중해를 일주한다.
두바이를 방문하여 7성급 호텔인 버즈알아랍 스위트룸에서
숙박을 하며 롤스로이스를 타고 관광을 한다.
아부다비에서 아나타라스파로 피로를 풀고 세계의 명문
수제품들을 쇼핑한 후 바레인에서 진주 다이빙을 즐긴다.
워런버핏과 호수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최고급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한다.
너무나 환상적인 그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나는 매우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20년 전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택하고 싶다.
그곳에는 화려함 대신 그리움이 있다.
워런버핏과의 식사보다는 돌아가신 아버님과의 식사가 내겐
더 눈물겹고 간절하다.
보고 싶은 가족, 이웃들을 이 세상에 다 불러내어
삶에 지친 모습이 아닌 정 많았었던 그 시절 그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겐 이 세상 그 어떤 관광지를
보는 것보다 아름답고 절실하게 느껴진다.
들을 수도 볼 수도 말할 수도 없었던 헬렌 켈러가 삼일간만
자신의 눈이 뜨여 세상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듯이 단 하루만이라도 모든 그리움들을 채울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이 20억 여행보다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조용히 그리움을 접고 다시금 20년 후를 상상해 보자.
돈 때문에 모든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다시금 오늘을
그리워하며 한숨지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지금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인지를 깊이 숙고해 보았으면 한다.
모두가 돈을 최고라 말하지만 분명 돈보다
더 가지고 싶은 귀중한 것이 있다.
살면서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제대로 구분해 갔으면 한다.
형제간 칼부림하는 풍토에서는 많은 돈을 유산으로
남겨주어도 자식들은 행복할 수 없다.
돈 보다는 행복을 유산으로 남겨주어야 한다.
서로 배려하고 다독이며 격려해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화려한 욕심보다는 평범한 편안함과 따뜻한 마음,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지혜 속에 행복이 있다.
<수필가 황 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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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가족님!
편안한 밤 되셨는지요.
근심 걱정이 많아서 잠이 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설렘이 마음속에 있어도 잠이 안 오나 봅니다.
오늘 아침편지를 띄우며 제 삼십대의 일이 기억났습니다.
명예와 부를 모두 갖추신 저보다는 삼십년이 위이신
어르신이 제 젊음이 부러우셨나 봅니다.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 젊음과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명예와 돈을 바꿀 수
있겠냐는 말에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짧은 시간 잠시 망설였지만 저는 안 바꾼다고 했죠.
삼십년이 지난 중년의 나이를 그려보니 제가
그 어른 만큼 되고도 남을 것 같은 생각이었지요.
돈도 명예도 행복한 삶도...
제가 NO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던 것은
젊음이라는 백 때문이었을 겁니다.
가족 여러분…….
오늘은 작가님이 내려 주신 고운 글속에
공존의 지혜 속에 행복이 있다는 말을 새기며
20억 여행과 20년 전의 여행을 생각해 보며 값진 인생이란
무엇일까 라는 고민도 잠깐 해 보심 어떠실는지요.
날씨기 추워졌습니다.
따듯한 옷차림 하시고 오늘도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좋은 시간되시길 빌어 봅니다.^^*
♣ 이 규 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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